[여론브리핑 12호] 미국의 착한 리더십

[주제1] 세계는 미국의 "착한 리더십" 바란다

[주제2] 실속 없는 한미관계

 

 


 

 

주제1. 세계는 미국의 "착한 리더십" 바란다

 

□ 미국의 세계경찰 역할, 이제 그만

미국의 국제적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동아시아연구원(EAI, 원장 김병국 고려대 교수)ㆍ와 시카고국제문제협회(CCGA)가 2006년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미국이 세계에서 책임있게 행동하고 있다고 얼마나 신뢰하는가 물어본 질문에 대해 조사를 실시한 15개국에서 5개국(필리핀ㆍ이스라엘ㆍ호주ㆍ폴란드ㆍ우크라이나)을 제외한 나머지 10개국에서 부정적인 평가가 과반수를 넘었다. 이러한 조사결과는 이미 EAI에서 2004년부터 실시해온 시카고외교협회(CCFR: CCGA의 전신)와 실시한 국제여론조사나 BBCㆍEAIㆍ매경이 매년 실시하는 국제현안모니터 조사결과에서 부분적으로 확인된 바 있다.

이번 조사 결과 특히 남미(아르헨티나84%ㆍ페루80%)와 부시행정부 들어와 사사건건 미국에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프랑스(72%), 러시아(73%) 등에서 부정적인 여론이 특히 높았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미국주도의 세계질서에 반발해온 인도네시아(64%), 중국(59%), 태국(56%), 한국(53%), 인도(52%) 등에서 미국에 대한 불신이 컸다.[그림1]

이러한 미국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둘러싸고 여러 가지 원인진단이 있어왔다. 필자에 따라 ‘반미’에 대한 정의에는 커다란 편차가 존재하지만 대체로 (1) 중동의 이슬람근본주의나 북한의 주체사상 등의 ‘반제국주의ㆍ민족주의’ 이념(anti-imperialism)과 결부되어 미국의 지배질서에 대한 전복과 저항을 꾀하는 이념으로서의 반미주의(anti-Americanism), (2) 미국의 일방주의 정책에 대한 비판적 태도(critical attitudes) (3) 국민들의 보편적인 정서나 문화적 감성의 반감으로부터 비롯되는 ‘반미감정(anti-American sentiment)’ 등으로 분류해볼 수 있다. 1980년대 이후 ‘반미’문제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한국에서도 ‘좌파 이데올로기’로 비판하는 입장이 있는가 하면 2002년 여중생 사망사건 이후 등장한 ‘정서적 민족주의’의 산물로 바라보는 입장도 있다(Kim 1989; Shin 1996; Kim 2003, Lee and Jeong 2004).
그렇다면 현재 국제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반미는 어떠한 성격을 띠고 있는가? 학술적인 차원에서는 보다 면밀한 개념규정과 지표를 통한 분석이 진행되어야 하겠지만, 이 글에서는 세계적으로 고조되고 있는 반미는 이념이나 일시적 감정이라기보다는 미국 일방주의 정책과 물리력 위주의 외교행태에 대한 정책적 반대와 반감이 결합된 것으로 파악한다.

우선, ‘국제 법질서에 대한 도전이 발생할 경우 발생지역이 어디건 미국이 세계경찰로서 역할을 수행할 책임(responsibility)가 있는지’ 그 정당성(legitimacy) 여부를 물어본 결과 미국을 비롯하여 미국의 주요동맹국들조차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미국75%ㆍ호주70%ㆍ한국60%). 또한 ‘미국이 세계경찰로서의 역할을 적절하게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 지’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15개국 13개국이 미국이 ‘과도하게’ 공권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미국의 과도한 권력행사에 비판적인 여론이 13개국 전체응답자의 무려 72%에 달했다. 이스라엘은 48%, 필리핀은 31%만이 부정적으로 답해 대조적이었다.[그림2]

 

□ 국제문제에 해결에 미국 리더십은 필요해 : “착한 리더십” 요구

미국의 과도한 힘의 행사에 대한 비판이 미국의 국제 문제에 대한 개입과 리더십 발휘하는 것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반대는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다만, 뿌리깊은 반미의 진원지 팔레스타인과 남미의 아르헨티나에서는 미국의 국제적 개입 자체를 부정하는 여론이 과반수를 넘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미국 지배질서의 해체를 주장하는 이념적 반미주의와는 궤를 달리한다. [표1]에서 ‘국제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미국이 세계유일의 초강대국으로 압도적인 리더십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은 평균 22.4%에 불과했다. 동시에 ‘미국이 국제문제에 대한 개입을 철회해야한다’ 입장 역시 평균 24%로 소수의견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국가(전체 15개국 응답자 56.3%)는 미국이 국제문제를 해결하는 데 다른 나라와 함께 협력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미국이 세계유일의 패권국이 되는 것도 싫고 반대로 나몰라 하는 것도 우려하면서 일방주의적 힘의 정치 대신 협력적 리더십, 착한 리더십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2001년 9ㆍ11 테러 이후 미국은 아프가니스칸 전쟁ㆍ이라크 전쟁 등 21세기 최초의 두 개 전쟁을 주도했다. 전쟁과정에서 국제사회의 동의와 협력을 이끌어내기 보다는 일방적으로 밀어부처 물리적 전쟁에서는 신속한 승리를 거두었다. 그러나 이번 조사결과에서도 확인하듯이 당사국 국민, 국제사회의 지지, 동맹국의 협력을 얻는 또 다른 전쟁에서는 실패했음을 스스로 자인하는 상황으로 발전했다. 부시행정부는 외교안보라인에서 네오콘 일부를 교체하거나 이란ㆍ북핵을 다루는 방식에서 국제사회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한번 깊게 인식된 나쁜 이미지를 다시 개선하는데 얼마나 기여하는지 다음 여론조사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국제사회가 미국의 리더십을 여전히 기대하고 있다는 점은 미국의 위안거리이다.   

 

       [그림1] 미국이 세계에서 얼마나 책임감                        [그림2] 미국이 세계경찰로서의 역할을 
                    있게 행동하는가?                                                    과도하게 수행하고 있다


자료 : EAIㆍCCGA(2007)
주1) [그림1] “부정”은 “전혀 그렇지 않다” + “그렇지 않은 편이다”를 합한 비율, “긍정”은 “약간 그런 편이다”+“매우 그렇다”의 응답을 합한 비율.
주2) [그림2]는 “동의한다”, “동의하지 않는다” 중에서 “동의한다”는 응답비율


[표3] 미국이 세계에서 해야 할 역할(%)

자료 : EAIㆍCCGA(2007)
주1) 모름/무응답은 표기하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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