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브리핑 23호] "인종차별에 대한 국제인식비교"

[주제1] 인종문제로 본 세계인권 의식

[주제2] 한국 인종/민족 평등의식의 허와 실

 

 


 

 

주제1. 인종문제로 본 세계인권 의식

         인종차별철폐는 보편적 가치이나 현실개선은 아직 멀어

이내영 여론분석센터 소장

 

□ 인종차별 철폐는 세계 보편적 가치 : 16개국 90%가 중요한 문제로 인식

   - 인도,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이 인종차별 문제에 둔감한 국가

 

인종차별철폐에 세계인이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UN 인권선언채택 60주년을 기념하여 국제여론조사 기관인 월드퍼블릭오피니언(WorldPublicOpinion.org)이 주관하고 동아시아연구원(원장: 이숙종 성균관대 교수)과 경향신문이 참여하여 16개국에서 실시한 국제인권의식 여론조사 결과다.

 

인종차별의 해결의 중요성에 대해 물어본 결과 16개국 14,698명 중 90%(“매우 중요하다” 69%+“어느 정도 중요하다” 21%)가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었다. “별로 중요하지 않다”, “전혀 중요하지 않다”와 “기타” 응답은 모두 합해 10%에 불과했다. 인종평등 및 남녀평등을 실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전 세계적으로 폭넓게 형성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영국(97%), 미국(96%), 프랑스(94%) 등 서구 선진국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80~90% 이상이 그 중요성을 공감하고 있다.

 

다만 인도인만이 인종평등을 실현하는 문제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매우 중요하다 44%, 어느 정도 중요하다 15%로 전체 59%로 낮은 편이었다. 공감의 강도를 고려하여 인종차별 문제가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응답한 비율을 따져도 전체 16개 조사국 평균 69%에 달했고 13개 나라에서 과반수를 훌쩍 뛰어넘었다. 구 소연방 소속의 러시아(37%), 우크라이나(50%)나 인종서열의 잔재가 남아있는 인도(44%)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인식하는 비율이 과반수 이하에 그쳤다.

 

한국 국민 역시 인종철폐문제를 매우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인종평등을 실현하는 문제가 “매우 중요하다”는 응답이 무려 71%로서 조사 대상 16개국 중에서 6번째로 높은 응답비율을 기록했다. 여성평등 문제에 대해 불과 43%만이 매우 중요하다고 응답했던 것과는 대조되는 결과이다. 즉 한국인은 여성평등 문제에 비해 인종평등을 실현하는 문제를 보다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 인종차별철폐의 공감대에 비해 각국의 과거에 비해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 지배적 59%

□ 실질적인 개선 정도는 미흡 : “크게 개선되었다”는 응답은 20%에 불과

   - 영미 등 서구 국가들이 자국의 인종차별 개선정도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

   - 인종차별 실질적으로 개선되진 않아,

   - 한국인 인종차별 “크게 개선” 4%

 

각국의 국민들은 인권차별 현상이 얼마나 개선되고 있다고 보는가? 인종차별 현상이 과거에 비해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인종/민족간 평등문제가 과거에 비해 개선되고 있다는 응답(매우 공평해졌다 20%+ 약간 공평해졌다 39%)’이 59%에 달했다. 그러나 실질적인 개선정도에 대해 물어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인종간 차별이 과거에 비해 “매우 많이 개선되었다”고 실감하는 응답은 16개국 전체응답자의 20%에 불과했다.

 

결국 세계적으로 인종차별의 문제를 중시하고 그 해결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크게 확산되고 과거에 비해 개선되고 있다고는 보지만 크게 개선되었다고 평가하기에는 인식과 현실사이에 큰 갭이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 인식과 현실의 갭 정부가 나서라,

   ․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서구 선진국에서도 정부개입 찬성, 아시아권은 더 높아

   ․ 인종차별 해소위한 정부개입 찬성 “세계 평균 79%, 한국 96%” 조사국 중 1위

 

세계인은 인종평등의 인식확산과 개선현실의 갭을 메우기 위해 각 국 정부가 나서야 할 책임이 있다고 믿는다. 16개국 전체 응답자 중 열 명 중 여덟 명이 인종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앞서 인종차별 문제에 둔감한 것으로 나타난 인도, 아제르바이젠, 러시아 국민들이 마찬가지로 정부가 나서길 꺼린 반면 나머지 대부분의 국가에서 인종차별 개선과 해결의 책임이 정부에게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83%), 영국(85%), 프랑스(85%) 등 서구 선진국에서도 인종문제 해결의 경우 정부의 책임으로 인식하는 비율이 높았다. 특히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권 국가들에서 정부책임을 강조하는 인식이 더 두드러졌다. 중국국민의 90%, 인도네시아 국민의 88%가 인종차별을 해결하기 위한 정부개입에 지지를 보냈다. 한국의 경우 주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책임을 정부의 역할에서 찾는 경향이 강한데, 인종차별 문제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인종/민족 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는 응답이 한국에서는 무려 96%로 조사를 진행한 16개국 중에서 가장 높았다.

 

 

 


 

□ 정부개입의 크기에 대해서는 의견 엇갈려,

․ 현 수준 충분 22%, 정부의 역할 확대해야 54%, 과도하다 5%, 줄여야 한다 12%

․ 인종차별 “정부역할 더 확대해야” 세계 16개국 54%, 한국 91% “조사국 중 1위”

 

인권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개입해야 할 정당성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인종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의 역할 확대에 대해서는 나라마다 입장 차이가 존재했다. 인종차별 해소를 위해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는 응답자를 대상으로 정부의 역할 확대 여부를 물어본 결과 16개국 응답자 중 22%는 현재 수준으로 충분하다고 답하고, 5%는 오히려 과도하다는 응답이었으며, 12%는 줄여야 한다고 답했다.

 

주목할 점은 인종 문제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면서도 인권개선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보는 국가들일수록 정부가 더 많은 역할을 하길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91%), 멕시코(86%), 중국(70%), 프랑스(68%), 인도네시아(66%) 등이 이러한 유형에 속한다. 이들 국가들에서 정부 역할이 충분하다거나, 줄여야 한다는 인식보다는 지금보다 더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높게 나타났다. 인종문제에 대한 정부개입 확대를 요구한 16개국 평균 응답율 54%를 크게 상회하는 국가들이다.

 

하지만 인도나 러시아처럼 인종 문제에 둔감했던 인도, 러시아에서는 정부가  더 많은 역할을 하는 데 미온적이다. 반대로 인종 및 성차별 문제를 매우 중요한 문제로 여기면서 동시에 많이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가 상대적으로 강한 미국이나 영국 같은 서구 국가들 역시 인종차별 해결을 위해 정부의 역할을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비율은 80% 이상이었지만 그 역할을 현재 보다 확대하는 데에는 미온적이다.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미국국민의 45%, 영국국민의 54%만이 정부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답했다. 여성문제에 대한 정부역할 확대를 요구한 16개국 응답 평균 53%를 크게 앞서고 있는 결과다[그림4]. 

 

 

 

□ 각국 인권 아젠다의 사회적 압력 유형 분석 : 선도형 ․ 갈등형 ․ 예방형 ․ 잠복형

   ․ 미국, 영국은 중요성 인식수준도 높고 크게 공평해지고 있다는 평가

   ․ 인식수준에 비해 개선도 낮은 국가(프랑스 ․ 멕시코 ․ 인도네시아, 한국 등)에서는 사회갈등 요인이 될 가능성 높아

   ․ 한국 : 높은 인종평등 공감도(71%) 에 비해 개선도 평가 최하(4%) “갈등형”

 

 

각 인권 아젠다별로 이를 중요하게 인식하는 정도와 실제 각 나라의 인종 문제의 개선정도에 대한 인식차이를 통해 개별 국가들이 갖고 있는 인권의식 특징을 크게 네 개의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우선, 선도형 유형이다. 영국이나 미국처럼 인종차별 철폐의 중요성을 높게 평가하면서 현실에서도 크게 개선되고 있다는 인식도 상대적으로 높은 경우다. 

 

둘째, 국민들이 각 인종차별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는 강도는 약하지만 이들 문제들이 많이 개선되고 있다고 믿는 경우로서 갈등이 사전에 예방되고 있는 유형으로 볼 수 있다, 인종차별 문제에 있어서는 이란이나 인도의 경우가 이 유형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셋째, 인종평등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현실에서의 개선 정도는 오히려 낮은 국가들이 이 유형에 속한다. 멕시코, 프랑스, 나이제리아, 한국, 팔레스타인 등이 이 유형에 속한다.   이들의 높은 기대수준에 못 미치는 현실에 대한 불만으로 인해 정부개입에 매우 적극적인 경향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양성평등 실제 체감도도 떨어질 뿐 아니라 실제 개선된 정도도 미약하다고 보는 인식이다. 현실에서의 개선정도에 대한 불만이 있지만 이를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는 강도도 약해 잠재적 불만이 사회적 갈등으로 직접 표출되지는 않는 잠복형 유형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는 인종차별 이슈에 대해서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답한 비율이 71%인 반면 과거에 비해 크게 개선되었다는 응답이 4%에 불과하여 인식과 현실의 괴리가 매우 큰 국가로 나타났다. 이후 다문화 가정, 외국인 노동자 문제 등이 중요한 사회갈등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에 반해 양성평등 이슈에 대해서는 과거에 비해 남녀 권리의 불평등 문제가 “크게 개선되었다”는 평가는 23%에 불과해 전체 응답국 평균 29%에 못 미쳤지만 양성 불평등 문제를 절박하게 인식하는 비율도 다른 나라에 비해 크게 낮아 젠더 아젠다가 당장 표면위로 부상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그림5 참조]. 

 

양성평등 인식과 각 국 양성평등 개선도 평가에 따른 인식유형 분류

 

 

 

주1. 기준선은 16개국 각국 응답 평균비율 : 인종평등(매우 중요 69%, 크게 개선 20%)

 

주2. 여기서 ‘높다’, ‘낮다’는 평가는 절대적인 의미가 아니라 ‘평균’보다 높다 혹은 낮다는 상대적인 의미이다.

 

6대 프로젝트

문화와 정체성

세부사업

한국인의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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