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2. 국제여론과 고유가의 정치경제학

세계 여론, 석유고갈우려가 고유가 전망으로 이어져
한국국민, 석유고갈 우려 세계 최고 97%

• 석유고갈에 대한 우려 “석유자원 고갈될 것” 70%, 석유 생산국보다 소비국에서 높아

 

장기 유가에 대한 상승 전망은 최근 고유가 행진이 계속되어온 탓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석유자원의 고갈에 대한 우려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16개국 전체 응답자 평균 70%가 “석유자원의 고갈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따라서 정부는 대체에너지 개발에 주력”할 것을 주문한 반면 “미개발 유전이 충분하다”고 본 응답은 22%에 불과했다. 따라서 현재처럼 석유가 세계적 차원에서 주 에너지원으로 유지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국제유가 전망에서와 마찬가지로 석유를 주로 소비하는 국가들에서 석유자원 고갈에 대한 우려가 높았고, 석유를 생산하고 수출하고 있는 나라 국민들은 상대적으로 그 강도가 약했다. 특히 해외 무역의존도가 높고 제조업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은 무려 97%가 석유자원 고갈을 우려하고 있다. 프랑스가 91%, 영국 85%, 멕시코 83%, 미국 76%로 이번 조사에 참여한 OECD 국가에서는 모두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자원외교에 총력을 걸고 있는 중국의 국민들도 80%가 석유고갈에 대한 우려가 높았다.

 

하지만 OPEC 회원국인 나이제리아(45%), 인도네시아(59%), 이란(68%)에서는 석유자원 고갈 우려 비율이 국제 평균에 크게 못 미쳤다. OPEC 회원국은 아니지만 단일국가로는 석유수출량이 2위인 러시아를 비롯한 아제르바이젠, 우크라이나와 같은 구 소연방 국가 국민들 역시 석유자원 고갈 문제를 체감하는 강도가 석유 소비국에 비해 약했다. 


 

[그림2] 석유자원 부존량에 대한 평가 “고갈될 것” 응답비율(%)

주: “고갈될 것”과 “충분한 미개발 유전이 있다”는 선택지 중 고갈될 것이라는 응답비율

 

 

오일쇼크에 대비한 각국 정부 정책에 대해서는 평가 엇갈려, “정부가 대비” 53% 

• 석유수출국 ․ 미국/멕시코 국민 - 자국 정부 석유고갈에 대한 대비 미흡 지적

• 여론과 고유가 압력으로 작용하는 메카니즘
   석유고갈대책을 촉구하는 각국 여론→ 석유생산국 공급 확대 억제요인 → 고유가 유지

 

석유자원의 고갈이 임박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각 국 정부의 자원외교 정책에 대한 평가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각 국 정부의 오일정책에 대한 그 나라 국민들의 평가는 어떠할까? 갈수록 각국의 주요정책결정과정에서 여론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향후 각국의 에너지 정책이 어떻게 전개될지 일 단면을 살펴볼 수 있는 지표가 된다. 자국 정부가 석유자원 고갈에 잘 대비하고 있는 지 물어본 결과를 살펴보면 몇 가지 주목할 결과가 드러난다.

 

조사국 대부분에서 국민들의 석유자원의 고갈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공통된 우려(전체 70%)에 비해 정부가 석유고갈 시대에 대비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16개국 전체 응답자의 53%만이 자국 정부가 현재 대비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린 반면 35%는 여전히 석유부존 자원이 충분하다는 인식하에서 에너지 정책을 펴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석유자원의 고갈 우려가 높은 나라 국민들은 그렇지 않은 나라 국민들에 비해 자국 정부가 이에 대비하고 있다는 응답비율이 높았다. 우려가 가장 높았던 한국 국민들은 자국 정부가 석유에너지 고갈에 대비하면서 정책을 펴고 있다고 믿는 비율이 79%로 조사대상국 중 가장 높았다. 영국, 프랑스 등의 OECD 국가, 중국, 이집트 등 석유에 대한 위협인식에 맞게 정부가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믿고 있다. 다만 주요 석유수출국이면서도 석유자원의 위기에 우려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이란 및 인도네시아에서는 정부가 나름의 대비를 하고 있다는 평가가 높았다. 이란 국민의 63%, 인도네시아 국민의 61%가 자기나라 정부가 석유고갈시대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각 국 석유정책 평가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결과는 세계경제를 좌우하는 미국과 산유국 중에서도 석유수입을 전혀 하지 않은 순 석유수출국(net oil exporter) 국민들이 정부의 석유자원 고갈에 대한 대비가 미흡하다고 보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국민들 중 정부가 석유에너지 고갈에 대비하고 있다고 평가한 응답은 41%에 불과한 반면 충분한 부존량이 있다는 가정 하에 정책을 펴고 있다는 평가가 57%에 달했다. 석유 순수출국인 아제르바이잔(31%), 나이제리아(32%), 러시아(34%), 멕시코(49%)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정부가 제대로 대처하고 있다는 응답이 국제평균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국제유가형성에 매우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가들로서 이들이 석유공급량을 늘리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는가 그렇지 않은가에 따라 국제유가는 큰 변동을 겪게 된다. 따라서 이들 국가의 여론이 정부가 석유에너지 정책에 있어 방만하다는 부정적 인식이 지배적이라는 것은 이들 정부가 정책결정과정에서 여론을 고려할 경우 석유공급확대 정책을 펼치기 어렵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또 다른 유가 추가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러시아나 나이제리아 등 주요 산유국에서는 국민들 스스로 석유고갈에 대한 우려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정부가 이에 대비하지 않는다고 해서 곧바로 정부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미국이나 멕시코처럼 국민들의 다가오는 오일쇼크에 대한 우려는 높은 가운데 정부 정책에 대한 평가가 부정적일 경우 정부의 정치적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종합하면 현재 연일 최고가를 갱신하며 세계경제 및 각 국 경제를 긴장시키고 있는 고유가 행진을 바라보는 세계인의 시선을 매우 어둡다. 석유자원의 고갈이 임박해가고 있고 유가의 상승이 예상된다고 하는 여론조사가 결과만 본다면 석유를 생산하고 수출하는 국가들이 공급을 확대하여 가격안정을 꾀해야 할 인센티브는 찾기 힘들다. 특히 국민들의 석유에너지 부족에 대한 우려가 강하지만 정부가 충분히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강한 미국, 멕시코 등의 국가들에서는 여론이 에너지 공급확대 정책을 억제하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다만 러시아나 나이제리아로 대표되는 대부분의 석유수출국 국민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석유고갈에 대한 우려가 약하기 때문에 이들 나라에서 여론이 정부의 석유공급량을 줄이라는 압력으로 직접적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림3] “자국 정부가 석유고갈에 대비하고 있다”는 응답비율(%)

주 : 1. 정부는 미개발 유전이 충분하다는 판단 하에 에너지 정책을 펴고 있다. 2. 정부는 석유자원 고갈될 것이며 대체에너지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정책을 펴고 있다. 중 2 번 응답 비율

 

6대 프로젝트

무역ㆍ기술ㆍ에너지 질서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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