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브리핑 29호] 국제여론으로 본 민주주의의 위기

[주제1] 민주주의의 위기 도래 하는가?

[주제2] 정치적 신뢰의 위기를 가져오는 요인

[주제3] 한국 민주주의의 과제: 정치적 신뢰기반 복구

 

 


 

 

주제3. 한국 민주주의 과제 : 정치적 신뢰기반 복구

 

본 조사를 통해 한국 정부는 조사국 중 최대 정치불신국으로 꼽히고 있다. 본 연구팀이 정치적 신뢰(political trust)에 주목하는 이유는 정치 불신이 정치체제 질서 자체에 대한 부정은 아닐지라도 민주주의의 작동과 활력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민주주의의 안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규범적 차원에서 보면 민주주의는 권위주의처럼 강압에 의한  통치가 아니라 구성원들의 자발적 동의에 의해 운영되어야 그 활력을 발휘하게 된다. 이러한 자발적 동의는 정부가 자신의 이익과 기대를 실현시킬 줄 것이라는 정치적 신뢰기반 없이는 이루어지기 힘들다. 정치적 신뢰의 붕괴는 정치적 냉소로 이어지고 이는 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와 동의를 이끌어내는 데 심각한 장애요인이 된다(Erikson and Tedin 2005).

 

정책적 차원에서 보더라도 정치적 신뢰의 붕괴는 정책추진 과정에서 심각한 정치적 • 경제적 비용을 발생시킨다. 이념이나 노선을 떠나 신뢰기반이 강한 정부 하에서 국민들의 자발적 동의와 지지를 확보하면서 중요한 정책결정과 개혁정책이 결실을 얻게 된다. 그렇지 못한 정부 하에서는 정치적, 사회적 논란과 갈등만 요란할 뿐 일관된 정책결정이나 사업추진이 어려워진다. 특히 정치적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는 국민들로 하여금 투표와 같은 기본적인 정치참여 뿐 아니라 매 쟁점마다 정치적인 문제해결보다는 실력행사 같은 행위에 의존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Abramson and Aldrich 1982).   

 

이렇게 중요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정치인들은 눈앞의 실적과 지지율에 연연하여 정작 그 기반이 되는 신뢰기반을 해치는 경우들이 허다하다. 이번 조사결과를 보면 한국 정치의 신뢰기반에 각별한 관심과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한국민들은 현재 정부를 신뢰하냐는 질문에 대해 10명 중 여덟 명은 부정적인 응답을 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를 불신하는 규모가 큰 것도 문제지만 그 응답 구성을 보면 문제가 더 심각하다.

 

세대별로 보면 시간 경과에 따라 사회 주도집단이 될 현재의 20대와 30대에서 정부 불신이 심각하다. 50대 이상에서  정부를 신뢰한다는 응답이 28.4%였던 반면 20대에서는 8.5%, 30대에서는 겨우 4.3%에 불과하다. 40대도 14.1%에 그쳤다. 이러한 불신 세대가 사회주도 그룹이 될 경우 정치적 냉소가 지속될 경우 전 사회적으로 정치불신은 만성화될 가능성이 크다.

 

소득별, 학력별로 보면 계층간 정부 신뢰의 격차가 더 심각하게 나타난다. 주목할 점은 월 소득 100만원 미만의 최저 소득계층과 중졸이하의 저학력 층에서는 정부에 대한 신뢰가 높은 반면 중산층 이상의 소득계층과 대학 재학 이상의 고학력 층에서는 10%대  초반의  극심한 정부 불신을 보여준다. 이는 정부에 대한 인식차이가 곧바로 계급적, 계층적 갈등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또한 여론을 주도하는 고학력, 고소득 층에서 정치적 불신이 크다는 것은 정치적 냉소가 보다 폭넓게 확산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정치적 불신이 팽배할 때 발생할 수 있는 폐해는 노무현 정부 시기에 학습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노무현 정부의 경우 단기적인 국정 지지율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국정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었는데 그 주요인 중의 하나가 특별한 정책적 실패의 측면보다는 정치적 신뢰기반을 스스로 약화시켰던 후과로 볼 수 있다.  국정난맥을 단기적으로 돌파하기 위해 내놓았던 ‘연정론’이나 ‘개헌론’ 등은 노 정권의 정치적 신뢰기반을 결정적으로 약화시킨 대표적인 사례이다. 

 

현시점에서는 집권초기부터 급격한 지지율하락을 경험하고 있는 현 정부가 반면교사로 삼아 정치신뢰 문제에 대한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일시적으로 떨어진 지지율은 다시 회복할 수 있지만, 신뢰기반 자체가 한번 무너지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 현 정부와 여당이 각종 악재와 내홍을 겪고 있지만 야당이 크게 반사이익을 보지 못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구범여권의 신뢰기반이 무너진 데서도 오는 장기적인 후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조사결과는 현 정부가 신뢰기반의 구축방안을 마련하는데 몇 가지 중요한 시점을 던져주고 있다. 정부 불신의 주요인이 정부가 특정세력만을 대변한다는 불신과 민의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독선, 그리고 경제적 실적에 대한 불만으로부터 비롯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분석이 맞다면 새 정부의 ‘기업프렌드리’의 강조가 다른 계층에 대한 배제로 이해될 수 있으며, 국민 다수가 부정적인 대운하사업의 무리한 강행은 민의에 대한 무시로 비쳐질 수 있다. 국내외 경제여건의 악화로 수출과 같은 거시경제 차원은 물론 물가비상으로 체감경제가 급속히 나빠지고 있는 것도 실적을 통한 신뢰기반을 구축하는 것을 방해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려는 정책들은 국민다수의 상당정도의 신임 없이는 추진하기 힘든 과제들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당장의 실적보다 정치적 불신을 유발할 요인을 최소화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림1] 계층별 정부 신뢰 비율(%)

 

6대 프로젝트

민주주의와 정치혁신

세부사업

대통령의 성공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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