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브리핑 8호] 종교와 정치: 한국에서 종교는 정치분석의

[주제1] 한국종교와 한국정치
[주제2] 이슬람과 서구문명은 충돌하는가?

 


 

 

 

주제1. 종교별 정치사회인식의 차이 두드러져

 

정한울(EAI 여론분석센터 부소장)

 

□ 종교의 탈정치화

- 한국 27개국 중 24위, OECD 국가 14개국 중 11위. 종교와 정치의 구분 뚜렷

- 미국, 종교의 정치화 OECD 국가 중 1위

□ 한국, 종교가 개인의 정치적 태도에 미치는 영향력

- 기독교(47%) > 천주교(23%) > 불교(16%) 순, 전체국민 평균은 24%

□ 종교별 신자의 이념적 태도 차이 뚜렷

- 기독교인 진보 줄고 중도 ․ 보수화 크게 늘어: 친여성향에서 친야성향으로 

  ․ 기독교인 2년 전에 비해 중도보수성향 크게 늘어 

  ․ 불교인은 이념적으로 보수적이지만 탈정치적 태도가 두드러져 

  ․ 국민평균정서에 가까운 천주교인

□ 종교별 대선지지

- 16대선에선 불교신자는 이회창, 기독교인은 노무현지지 높아, 천주교는 반반

- 차기 대선후보 선호 : 불교도는 박근혜, 기독교 ․ 천주교에서는 이명박 선호 특징


한국은 국제적으로 볼 때 정치와 종교 사이에 명확한 영역구분이 뚜렷한 나라로 분류될 수 있다. BBC 월드서비스 ․ 동아시아연구원 ․ 매일경제가 기획한 국제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다. “정치사회적 문제에 대해 판단을 내릴 때 종교에 영향을 크게 받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한국인은 긍정적으로 대답한 응답자가 25% 불과하여 조사에 응한 27개국 중 24위, OECD 국가 14개국 중 10위를 차지했다. OECD 14개국 국민들이 긍정적으로 응답한 비율의 평균은 40%, 전체 27개국 국민들의 평균은 48%였다.

 

미국은 종교가 개인의 정치적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이 전체의 63%로 OECD국가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미국에서 복음주의 교회(Evangelical)의 교세와 정치적 영향력이 커진 결과로 보인다. 개인별로 보면 27개국 전체응답자 중에서 소득이 낮은 사람일수록, 교육수준이 낮은 사람일수록 종교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서는 종교가 개인에 미치는 정치사회적 영향은 종교별로 다르게 나타난다. 우선 기독교인들의 정치화 경향이 뚜렷하게 확인된다. 개인의 정치적 판단에 종교가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한 비율이 불교신자의 경우 16%로 가장 낮았고, 천주교 신자는 전체응답자 분포에 가장 가까운 23%였다. 그러나 기독교인의 경우 무려 48%가 자신의 정치적 태도를 종교논리와 결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독교인의 이념성향이 급격하게 중도보수로 이동하고 있는 것도 중요한 특징이다. 2004년 조사와 이번조사에서 응답자들의 자기이념의 점수를 평균값을 비교해보면 불교도인과 천주교인에 비해 기독교신자들은 2년 사이에 진보에서 보수 쪽으로 급격하게 이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4.8점→5.4점). 16대 대선에서 기독교인의 33%가 이회창 후보를 지지하고, 46%가 노무현 후보를 지지함으로써 대체로 친여성향을 보여주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독교인의 보수화 경향은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당시 불교인의 경우 44%가 이회창 후보를, 34%가 노무현 후보를 선택하여 기독교인과 다른 투표패턴을 보여주었다. 천주교 신자는 이 후보 42%, 노 후보 40%로 거의 대등한 분포를 보였다. 기독교인의 이념적 보수화 현상은 최근 기독교 교단이 안보 및 북핵문제, 사학법 개정 등 다양한 정치적 이슈에 대해 정치적 발언권을 높여온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번 대선에서는 종교가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이번 조사가 고건후보의 사퇴이전에 조사된 자료이기는 하지만 종교별 대선지지 패턴이 뚜렷하게 갈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박근혜 전 대표의 경우 최대 신자수를 자랑하는 불자들 사이에서 높은 지지를 받는 것이 강점이다. 반면 이명박 후보는 기독교와 천주교 등의 크리스찬 및 비종교인의 고른 지지가 강점이다. 사퇴한 고건 전 총리의 경우 대부분 10% 대의 고른 지지를 받았다. 뚜렷하게 나타나는 종교별 투표성향의 차이로 인해 각 대선주자들은 각종 종교행사를 통해 표심을 잡기에 분주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교분리(政敎分離)가 비교적 뚜렷한 한국에서조차 종교는 한국정치의 중요한 변수이다. 올해는 사회적 대립과 편 가르기가 횡횡하는 대선의 해이다. 종교의 사회정치적 역할과 책임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하지만 정치인들의 종교에 대한 책임 역시 간과되어서는 안된다. 우선 후보들부터 특정 종교인으로서의 개인과 국민과 국가를 대표하는 지도자 사이의 혼돈이 없도록 각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 또한 화해와 상생의 상징인 종교를 내 편 네 편을 가르는 정치적 균열선으로 악용하거나 상대 공격의 수단으로 전락시키지 말아야 한다.  

 

[그림1] “종교가 개인의 정치사회적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한 비율(%)

 

주) 이번 조사에 응한 OECD 국가: 멕시코, 헝가리, 프랑스, 한국, 포르투갈, 호주, 폴란드, 독일, 영국, 캐나다, 터키, 이탈리아, 그리스, 미국 등 14개 국가(자료 : BBC ․ EAI ․ 매일경제 국제여론조사 2007)

 

[그림2] 한국 종교인별 “종교가 개인의 정치사회적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한 비율(%)

주) 종교가 개인의 정치적 판단에 영향을 크게 미친다는 주장에 “매우 그렇다”+“다소 그렇다”한다고 응답한 비율을 합한 값(자료 : BBC ․ EAI ․ 매일경제 국제여론조사 2007). 기타 종교인의 응답은 생략함.

 

[그림3] 2년간 각 종교인별 주관적 자기이념 점수 평균의 변화(2004년-2006년)

주1) 수치는 종교별 신자 개개인이 자신의 이념점수를 답한 값을 평균낸 값이다. 0에서 4점 사이는 진보, 5점은 중도, 6점에서 10점사이는 보수로 분류되며 양 극단인 0점과 10점에 가까울수록 강한 이념성향을 의미한다.

주2) 자료는(BBC ․ EAI ․ 매일경제 2005; 2007). 그림제목과 범례는 조사시점을 기준으로 년도를 표기하였고, 자료명은 발표시점을 기준으로 년도를 표기하여 차이가 있다. 기타 종교인의 응답은 생략함.

 

[그림4] 종교별 16대 대선지지 후보의 차이(%)

주) 자료(BBC ․ EAI ․ 매일경제 2005; 2007)의 16대 대선지지후보 문항결과. 기타 종교인의 응답은 생략함.

[표1] 종교신자별 대선 빅3 후보 지지율(%)

 

박근혜

이명박

고건

불교신자

28

20

11

기독교신자

11

38

12

천주교신자

19

30

10

무종교

11

25

15

 

주) 자료(BBC ․ EAI ․ 매일경제 2005; 2007)의 16대 대선지지후보 문항결과. 조사시점 2006. 11. 20- 12. 4임. 기타 종교인의 응답은 생략하고 다른 후보들의 지지율 역시 편의상 생략함.

 

 

 


 

 

주제2. 문명충돌론과 국제정치

           서구와 이슬람의 갈등, 끝장 전쟁이 불가피한가?

 

이상협(EAI 여론분석센터 차장)

 

□ 서구와 이슬람 갈등의 원인,  문명의 충돌 29% vs 정치적 이익 다툼 52%

□ 충돌의 책임은 양비론 우세, 본질적인 문화의 차이 26%

□ 세계여론 문명충돌 대신 타협의 공감대 확보 가능하다는 낙관 우세

    미국여론, 9 ․ 11 충격에서 벗어나 현실주의적 태도로 전환

 

매일경제가 BBC월드서비스와 동아시아연구원(원장: 김병국 고려대 교수)과 함께 기획한 27개국 여론조사 결과 세계는 이슬람과 서구사이에 문명충돌을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지않는다. 상대를 종교적 선악관념이나 문명과 야만이라는 이분법으로 판단할 경우 타협의 여지를 갖기 힘들다. 대신 현실주의적 계산과 선택이 가능한 권력투쟁과 이해관계 다툼의 관점에서 보고 있다. 27개국의 28,389명 중 29%만이 이슬람과 서구의 갈등을 종교적 ․ 문명적 차원의 근본적 차이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보았다. 과반수(52%)는 정치적 이익을 위한 다툼으로 이해하고 있다.

 

이슬람과 서구 사이에 형성되고 있는 긴장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세계여론의 반응은 엇갈린다. 그 중에서 양비론이 가장 우세했다. 전체 응답자의 39%는 양측의 소수 극단주의자들을 문제의 원인으로 진단했다. 이슬람 극단주의자를 지목한 응답자가 12%, 서구의 극단주의자들을 탓한 응답자는 7%에 불과했다. 다만 양측 문화의 본질적 차이가 갈등이 근원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26%에 달했다.

 

전 세계 응답자의 28%만이 이슬람과 서구 문명간 무력충돌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반면 두 배에 가까운 56%의 응답자는 양측 사이에 타협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무력 충돌 가능성에 대한 이해당사국 국민들의 전망을 보면 이라크 파병국들인 이탈리아(78%), 영국(77%), 포르투갈(66%), 한국(57%)이 무력충돌 대신 타협 가능성에 무게를 두었다. 2000년대 들어와 두 차례나 이슬람국가와 전쟁을 치룬 초강대국 미국의 경우도 무려 64%에 달하는 응답자가 타협의 공감대 형성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이와 반대로 터키(49%), 아랍에미레이트(47%), 필리핀(42%), 인도네시아(40%)처럼 이슬람의 영향을 크게 받은 국가들에서는 두 문명 사이에 타협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과반수에 못 미치고 있다.    

 

그러나 이슬람교가 기독교나 서구 종교에 비해 보다 극단주의적이거나 타협에 소극적인종교라고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국가차원이 아닌 개인차원에서보면 이슬람교도의 35%, 기독교인의 27%만이 이슬람과 서구의 문명충돌이 불가피하다고 보았을 뿐이다. 반대로  이슬람 신자의 52%, 기독교 신자의 56%는 양측이 타협할 수 있는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상대적으로 이슬람교도의 비관론이 다소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오차범위를 고려하면 의미있는 차이로 보기는 힘들다.

 

9 ․ 11테러 이후 이슬람과 기독교로 대표되는 서구세력 사이에 유혈충돌이 지속되고 있다. 유혈의 극단적 상황은 힘의 균형을 계산하고 이해관계의 충돌과 타협가능성을 타진하는 온건파나 실용파의 입지를 극도로 제한한다. 끝장 전쟁을 외치는 강경파의 극단적 목소리를 부각시킨다. 현재의 세계여론은 최소한 9 ․ 11 테러직후 미국과 세계여론이 급격하게 쏠렸던 반테러주의 ․ 반이슬람 분위기로부터 보다 현실주의적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림5] 이슬람과 서구 갈등의 원인(%)

주) 자료(BBC ․ EAI ․ 매일경제 2007) 27개국 28,389명 응답 총합결과

 

[그림6] 이슬람과 서구 갈등의 책임(%)

주) 자료(BBC ․ EAI ․ 매일경제 2007) 27개국 28,389명 응답 총합결과

 

[그림7] 이슬람과 서구 갈등의 전망에 대한 종교별 차이(%)

주) 자료(BBC ․ EAI ․ 매일경제 2007) 27개국 28,389명 응답 총합결과

6대 프로젝트

문화와 정체성

세부사업

한국인의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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