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의 아태질서 건축경쟁
단행본

미중의 아태질서 건축경쟁

  • 2017-09-20
  • 하영선 편

ISBN  979-11-87558-88-0 93340

 

 

"가속화되는 미중 경쟁 속에서 한국이 나아갈 방향은?"

 

 

 

 

'국가안보패널'(National Security Panel, NSP)은 동아시아연구원(East Asia Institute, EAI)에서 2004년부터 운영해온 연구팀이다. 동 연구팀은 한국의 국익뿐만 아니라 국민 개개인의 생존과 직결되는 외교안보 분야의 의제를 설정하고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NSP 연구팀은 그간 중국의 부상과 그에 따른 미중관계의 변화양상에 중점을 두고 연구를 진행해 왔다. 미중 양국 간 경쟁이 점차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다가올 ‘미중시대’에는 어떠한 새로운 질서가 동아시아 지역에 구축될 것인가? 그 과정에서 한국은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 이제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모색할 시점이라고 판단하여 이를 위해 새로운 연구를 진행했고, 그 결과를 본 단행본에 담았다.

 

 

다가오는 '미중시대'에 대비하라

 

2차 세계대전 이후 건축된 미소 주도의 냉전질서는 1991년 소련의 해체와 함께 막을 내렸다. 전 세계의 수많은 정책담당자들과 국제정치학자들은 미국 중심의 새로운 탈냉전 질서가 커다란 어려움 없이 재건되리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미국은 21세기 들어서 테러와의 전쟁을 시작했고, 2008년에는 1929년 세계 경제공황 이래 최대의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21세기 신질서 건축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소련이 해체된 반면,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 이후 30년 동안 10% 이상의 고속 성장을 지속하며 2010년에는 처음으로 일본의 국민총생산액을 넘어서면서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했다. 중국은 2012년이래 ‘신상태'(新常态/new normal) 시대를 맞이하면서 7% 전후의 중속 성장을 하고 있다. 2020년대 말경 미국의 국민총생산액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은 신중국 건설 100주년인 2049년까지는 새로운 문명 표준을 제시하겠다는 꿈을 밝히고 있다.

 

이처럼 아시아태평양 질서의 형세가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가운데 기성 대국인 미국과 신흥 대국인 중국은 새로운 질서를 향한 기세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형세와 기세가 어우러져서 21세기 아태 질서가 어떻게 건축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국내외적으로 쉽사리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미국 주도론, 중국 주도론, 미중 주도론, 복합 주도론 등 다양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이 논의는 단순한 학술 논쟁이 아니라 아시아태평양과 한반도의 미래를 결정할 핵심 질문인 바, 동아시아연구원은 한국을 대표하는 전문가들과 함께 동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2년 간의 여정을 떠났다.

 

미중 간 경쟁은 이분법적 구조가 아닌 다층적인 형태로 진행된다

 

본 여정은 새로운 분석틀을 마련하는 데에서 시작됐다. 이 문제에 대한 기존 논의들의 핵심 질문은 아태질서에서 권력전이가 진행되면 기성 대국인 미국과 신흥 대국인 중국은 불가피하게 갈등을 겪게 될 것인가의 여부였다. 그러나 이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세계질서의 장주기 이론 연구들이 이미 역사적으로나 이론적으로 밝히고 있는 것처럼, 세력전이에 따라 기성 대국과 신흥 대국은 갈등과 협조 또는 전쟁과 평화의 이분법적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훨씬 복잡한 국면을 겪게 된다. 신흥 대국은 권력의 비대칭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기성 대국과 군사적으로 정면 대결하기보다는 비군사적으로 정당성의 경쟁을 벌이며 권력전이가 계속 진행되는 과정에서 질서의 정당성이 개선되지 않으면 비로서 갈등관계가 본격화된다는 것이다.

 

미중의 대국 관계도 ‘비충돌, 비대항’, ‘상호존중’, ‘합작공영’이라는 중국의 신형대국관계 3원칙에서 보듯이 21세기 중반까지는 군사적 정면 충돌이라는 '힘'(力)의 국제정치를 가능한 한 숨기고, 대신 상호협조의 '이'(利)와 국제정치와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의'(義)의 국제정치를 키우는 도광양회(韜光養晦)의 시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분석내용을 크게 군사 질서, 경제 질서, 신흥 질서로 나누어서 작업을 진행했다.

 

군사 질서

 

우선, 전재성 교수는 1장에서 국방예산 추이를 통해 미국의 안보전략을 살펴본다.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가 많은 불확실성을 품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른바 '힘을 통한 평화'를 강조하고 선거 기간 동안 국방력 강화를 역설했던 만큼, 대체적으로는 군비 축소보다 증강으로 나아갈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중국의 군비 증강이 지속된다면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미국은 아태 지역에서의 군비 강화에 부득이하게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동률 교수는 2장에서 중국의 국방비 증가 현상에 초점을 두고 이것이 어떠한 함의를 지니는지를 고찰하고 있다. 공개된 자료만으로 판단하면 중국의 국방비 지출이 특별히 과도한 것이 아니나, 문제는 자료와 정보의 투명성과 신뢰도라고 지적한다. 특히 공개된 국방비 자료에서 군비 증강의 척도라 할 수 잇는 첨단 무기연구개발 및 도입 비용의 누락은 주변국의 우려를 증폭시킬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비록 중국이 당장 현재 추세에서 크게 이탈하는 정도로 군비 지출을 증가시킬 가능성은 낮지만 이러한 의구심을 불식시키지 못한다면 오히려 아태 지역 내에서 안보 딜레마가 가중되는 악순환이 벌어지는 단초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신성호 교수는 3장에서 미중 핵 군비와 핵 전략 경쟁을 검토한다. 20세기 중반 이후 경성권력(hard power) 경쟁에서 결코 빼놓고는 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른바 핵3원 체제라고 불리는 대륙간탄도탄(ICBM), 잠수함발사탄도탄(SLBM), 전략폭격기를 각각의 항목으로 나누어 미국과 중국의 전력 현황을 비교하면서, 현재까지는 중국이 과거 소련과 같이 미국과의 본격적인 핵 군비 경쟁에 돌입하는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고 결론 짓고 있다. 다만, 향후 미중 간 안보 딜레마가 본격화되면 중국이 핵 전력 보강에 집중적인 투자와 노력을 기울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평가한다.

 

박영준 교수는 4장에서 미중이 아태 지역에서 벌이고 있는 해양 경쟁을 해군 전력 추이, 아태 지역에서 미중 해양 전략의 변화, 영유권 및 영해 분쟁을 중심으로 하는 국제법과 제도 수립 측면에서 고찰하고 있다. 중국은 연안해군에서 대양해군으로 체질 개선과 군비 증강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태평양 함대 전력강화와 더불어 주변국들과의 공조를 보다 중시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중 간 해양에서의 충돌 가능성은 양국이 현상유지적, 방어적, 협조적 태도를 얼마나 더 고수할 수 있을지에 달려 있다고 분석한다.

 

황지환 교수는 5장에서 미중 경쟁이라는 틀 속에서 북한의 행태를 검토하고 있다. 적어도 아태 지역에서는 냉전 후 미국의 단극 체제가 아니라 중국과의 경쟁 구도가 부각되면서 북한 또한 이러한 틈새 속에서 핵무기 개발 등을 포함한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전략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분석한다. 그러나 동시에 북중 관계 또한 전통적인 동맹의 연루/방기 딜레마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으며 북한이 핵 실험과 강경 노선 지속하고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압박을 지속한다면 북중 관계 역시 근본적인 전환점을 맞이할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경제 질서

 

손열 교수는 6장에서 미중의 경제패권 경쟁을 다루면서 과연 양국이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피할 수 있을지에 주목한다. 불균등 성장의 속도와 양국의 적응, 민감성과 취약성에 따라 다양한 시나리오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한편, 중국 경제성장세 둔화로 미중의 GDP 역전 예상 시점이 늦춰지고 있으며, 양국이 직접적 충돌보다는 제도 수립 경쟁에 집중하면서 경쟁의 강도와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즉, 당분간 미중의 경쟁은 군사보다 경제와 제도 등 연성권력 분야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과정에서 일본이 제3의 행위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용욱 교수는 7장에서 국제금융통화질서에 가장 큰 도전이 되고 있는 중국 위안화 국제화와 이에 대한 한국금융외교의 정책방향을 논한다. 금융외교전략(financial statecraft) 이론을 활용하여 위안화 국제화에 대응하는 한국금융외교의 정책선택지들을 분석한다. 특히 ‘위안화 국제화의 활용’에만 치우쳤던 기존 연구와 달리 통화정책 자율성 확보, 글로벌 거버넌스 외교 등의 다양한 정책 고려사항을 고찰하면서 이들간의 상충점을 검토하고 위안화 국제화에 따라 어떠한 조합이 가능할지를 다양한 시나리오를 통해 제시하고 있다.

 

미중 간 경쟁은 통화정책에서도 발견된다. 이왕휘 교수는 8장에서 양국이 벌이는 통화금융패권 경쟁의 양상을 살펴보고 한국 등 주변국 미칠 잠재적인 영향에 대해 분석한다. 중국의 위안화 가치절상으로 양국 간 알력 싸움이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으나, 트럼프 취임 이후 환율조작국에 대한 강경 조치가 거론되면서 다시 대 중국 압박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미국의 막대한 대외부채 및 안보이슈에서의 중국과의 협력 필요성, 무역적자 해소를 위한 "100일 행동 계획"에 대한 중국의 동의 등을 고려할 때 트럼프의 공격적 수사가 그대로 실현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그럼에도 물밑에서 격화되고 있는 이른바 '화폐전쟁'의 유탄이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이나 중국의 금융보복 등으로 한국을 위시한 주변국가에 떨어질 위험은 상존한다고 평가한다.

 

이승주 교수는 9장에서 투자와 원조의 연계라는 관점에서 미국과 중국의 경제 전략을 검토한다. 미국과 중국의 대외원조와 투자 규모의 변화 추이를 바탕으로 미중 양국이 아시아 국가들과 형성하고 있는 경제관계를 집중적으로 살펴본 바, 동아시아 국가 간 경제관계가 과거보다 포괄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발견한다. 즉, 무역과 생산, 생산과 투자, 투자와 원조 사이의 연계가 확대,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동아시아 주요국들이 지역 아키텍처의 재설계라는 전략적 목표를 추구하는 데 있어서 경제적 수단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음을 의미하는 바, 경제-안보 이슈 연계의 효과적 방법과 적절한 수준을 수립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신흥 질서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은 과학기술과 혁신(innovation) 측면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배영자 교수는 10장에서 현재 진행 중인 미중 간의 기술혁신 경쟁이 21세기 세계정치패권의 향배에 갖는 의미를 이해하고자 세계정치 리더십 장주기 이론과 혁신연구를 결합하여 양국 혁신체제의 특징과 성과를 비교한다. 아직 세계 혁신의 중심지가 미국에서 중국으로 이동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중국이 혁신을 주도하는 새로운 구심점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진단한다. 결국 이러한 중국의 노력은 미국에 중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질 것이고, 이는 양국 간 기술혁신 경쟁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김헌준 교수는 11장에서 미중 간 경쟁과 갈등을 사회과학 지식체계를 통해 살펴본다. 김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까지는 미국 중심의 주류 국제정치학에 '자국의 특색'을 내세운 중국의 도전이 이뤄지고 있는 양상이다. 이러한 움직임이 시작된 것은 중국의 부상과 함께 중국학자들이 국제정치현상 일반이나 중국의 외교정책을 설명하는데 있어 기존 서구 주류 이론의 한계를 인식했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한다. 중국 특색의 국제정치학이 아직은 주류 정치학에 대적할 수준은 아니나, 중국의 부상과 맞물려 그 중요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은 바, 향후 미중 간 국제정치이론에서의 경쟁과 갈등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마지막으로 12장에서 김상배 교수는 21세기 선도부문으로서 정보·문화 산업, 그 중에서도 영화산업에서 벌어지는 미중 패권경쟁을 이해하는 분석틀을 제시하고 있다. 이 분야의 미중경쟁은 단순히 시장점유율이나 기술혁신을 놓고 벌이는 전통적 경쟁을 넘어서서 표준의 장악과 매력의 발산, 규모의 변수와 체제의 성격까지도 관련되는 신흥권력 경쟁으로 이해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양상으로 미루어 볼 때, 이 분야에서 벌어지는 비대칭 망제(網際)정치의 결과는 공생적 경쟁의 네트워크 구도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품질경쟁과 표준경쟁은 미국이 주도하고 물량경쟁과 규모의 게임은 중국이 주도하면서 대내외적으로 매력을 발산하기 위한 경쟁과 협력의 복합 구도가 될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전망한다. ■ 

 

 

 

목차

 

 

 

 

서문 하영선

 

 

 

 

I 군사 질서

 

 

1장 미국 국방예산 추이와 안보전략 전재성
2장 중국 국방비 증가의 현황과 함의 이동률
3장 미중 핵 군사 전략 경쟁 신성호
4장 미중 해양경쟁과 아태지역 안보질서 전망 박영준
5장 미중 경쟁 관계와 북한 황지환

 

 

II 경제 질서

 

 

6장 미중 경제관계: GDP 역전, 상호의존, 제도경쟁 손열
7장 위안화 국제화와 한국 금융외교: 삼립불가능성과 전략적 선택 이용욱
8장 세계금융위기 이후 미중 통화금융 패권 경쟁과 통화전쟁: 통화금융 책략의 관점 이왕휘
9장 미중 아시아 경제 전략: 투자 원조 연계를 중심으로 이승주

 

 

III 신흥 질서

 

 

10장 미중 패권 경쟁과 과학기술혁신 배영자
11장 미중 사회과학 지식체계에서의 김헌준
12장 사이버 공간의 미중 매력경쟁: 정보•문화 산업의 미래 김상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