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인의 리더십으로 보는 일본의 과거∙현재∙미래

 

 

“성공은 새로운 현실과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성공을 이끌었던 방식은 성공하는 순간 더 이상 새로운 현실에 맞지 않는 구식이 되어버린다. 오늘날 일본은 이른바 ‘성공의 역설’을 극복해야 하는 엄중한 과제를 안고 있다.”

 

“일본의 회생은 정치적 결단에 의한 개혁을 전제로 한다. 이런 점에서 일본은 현재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는 기능적 리더십(functional leadership)이 아니라 구조와 문화를 바꾸어 미래에 변화를 가져다 주는 변환적 리더십(transformative leadership)을 필요로 한다. 과연 일본은 변환적 리더십 하에 또 한 차례의 개국을 단행할 수 있을까?”

— 서문 중

 

 

왜 리더십인가?

 

1991년 소련 제국이 무너지고 냉전체제가 종식되는 순간 일본은 공전의 호황을 마치고 장기적 침체의 길로 접어든다. 정부는 버블경기가 붕괴되면서 초래된 금융부실을 덜고 구조조정을 단행하여야 했으나 미봉책을 거듭하면서 경제는 장기침체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개혁에 대한 정치적 결단이 부재한 까닭이었다. 정치권에 대한 전반적 불신이 높아지면서 일본 국민들은 정치지도자의 실정(失政)에 민감하게 반응하였다. 지난 1991년 장기침체에 접어든 이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수상의 재임기간 5년을 예외로 한다면 17년 동안 15명의 수상이 단명하면서 교체되었다. 자민당 장기집권체제는 무너지고 연립정권시대를 맞았으며 민주당 단독 정권교체, 그리고 3년 만에 자민당의 대승과 정권교체 등 국민들은 정치적 지지를 크게 바꾸어왔다.

 

이처럼 일본 국민들의 정치적 지지가 급격히 변했던 것은 이념적 선택에서 기인했다기보다는 사양대국 일본을 바꿀 수 있는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갈망과 실망 때문이었다. 전후 폐허가 된 일본을 강국으로 이끌 수 있었던 데 리더십의 역할이 중요했던 것처럼, 오늘날 일본의 국민적 요구는 새로운 리더십을 통한 국가의 재건축에 있다. 요컨대 과거의 일본과 현재, 그리고 미래의 일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리더십을 보아야 한다.

 

변환적 리더십과 일본의 미래

 

인간의 역사는 구조와 문화에 의해 결정되는 동시에 개인이란 변수에도 크게 좌우된다. 지도자의 역할이 바로 그것이다. 지도자는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구속으로부터 해방되어 새로운 역사를 쓰곤 한다. 물론 혁명이 아닌 한 리더십은 기존의 제도와 구조를 적절히 활용하는 능력에 좌우된다. 즉 구조가 주는 기회를 잘 포착하여 자신의 신념이나 상상력과 함께 동원 가능한 자원을 묶어 변화를 이끌어 내는 힘이 중요하다.

 

오늘날 일본은 이른바 “성공의 역설”을 극복해야 하는 엄중한 과제를 안고 있다. 일본은 1945년 패전의 잿더미를 뒤로하고 새로운 국가체제를 구축하여 경제성장, 국가안보, 민주주의 발전이란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놀라운 성공을 거두었다. 문제는 이러한 성공의 제도에 대한 기억이 향후 일본에 독이 되어 돌아왔다는 사실이다. 성공은 새로운 현실과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성공을 이끌었던 방식은 성공하는 순간 더 이상 새로운 현실에 맞지 않는 구식이 되어버린다.

 

지난 20년은 일본의 지도자들이 성공의 역설과 마주하며 변화를 주저하고 결단을 미루면서 미봉책을 거듭한 잃어버린 세월이다. 일본의 회생은 정치적 결단에 의한 개혁을 전제로 한다. 막대한 재정적자에 디플레이션 상태를 탈피하기 위해서는 대담한 재정, 금융, 구조개혁, 무역정책을 단행해야 하고, 중국의 부상과 북한 핵개발에 따른 안보위협, 미중시대에 대처하기 위한 새로운 외교안보 구상을 펼쳐야 하며, 정치 안정을 위한 정치력이 필수적이다. 과연 일본은 변환적 리더십(transformative leadership) 하에 또 한 차례의 개국을 단행할 수 있을까?

 

《일본 부활의 리더십 : 전후 일본의 위기와 재건축》

 

이 책은 변환을 모색한 일본의 리더 9인을 다루고 있다. 1945년 이래 일본의 현대사 속에서 새로운 정치질서를 건축하고자 경합한 지도자군, 그리고 1980년대 이후 기존 질서의 재건축을 위해 경합한 지도자군 등 9인을 선정하여 그들의 설계도와 설계사상을 분석함으로써 일본의 미래를 전망해 보고자 하는 시도이다.

 

이 책은 1945년 패전과 냉전의 도래 속에서 자유주의 질서를 새롭게 건축하려는 핵심 설계사로서 요시다 시게루(吉田茂), 공산주의자로서 대항적 질서를 상상한 도쿠다 규이치(德田球一), 그리고 성평등을 통해 여성의 주체적 정치참여로 민주주의를 실현하려는 이치카와 후사에(市川房枝) 등 3인의 경합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요시다의 승리로 건축된 전후 질서가 성공을 거둔 이래로, 그 성공의 역설과 마주하여 본격적 개혁을 추진한 선두주자로서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보수 본류의 황태자 지위를 포기하고 보통국가를 주창하며 이론의 전면적 개혁을 주창한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구조개혁을 내걸고 장수 총리로 대중적 지지를 한몸에 받았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역사적 정권교체로 새 일본을 꿈꾸었던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제도권 우익의 기수로서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오사카를 기반으로 도쿄 중심의 중앙정치를 뒤집으려는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등 오늘의 리더십으로 이어진다.

 

과거의 일본 정치지도자들이 시대의 요구에 따라 등장하고 역할을 수행하면서 국가를 이끌어왔다면, 오늘날 일본의 지도자들은 나름의 이념과 세계관에 따라 현실을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하면서 경쟁하고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그들 중 그 어느 누구도 일본 국민들의 갈증을 해소해주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이웃 국가들을 자극하는 자충수를 두고 있다. 일본이 현재의 답보상태를 타개하고 새로운 시대에 다시금 강국으로의 길을 열기 위해서는 리더십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 책은 전후 일본의 주요 리더십을 분석함으로써 일본 정치리더십의 특징을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현재와 미래 일본의 개혁 가능성을 진단하고 있다. 이웃 국가 일본을 올바로 이해하는 것은 우리에게 필수 과제이다.

 

목차

 

1장 전후 일본의 건축과 재건축 | 손 열

 
2장 요시다 시게루의 전후 구상과 리더십 : “군대 없는 메이지국가” 구상과 “기지국가”의 현실 | 남기정


3장 미완의 혁명 리더십 : 도쿠다 큐이치 리더십 연구 | 박정진

 

4장 전후 일본 민주화운동의 리더십, 이치카와 후사에 : 이념, 정치적 기회구조, 동원전략으로서의 네트워킹을 중심으로 | 이지영


5장 내재화된 변혁적 리더십 : 나카소네 야스히로 정치리더십 연구 | 최희식


6장 선도형 리더십으로서의 “변환적 지도자” : 오자와 이치로의 정치리더십 | 이기태

 

7장 탈자민당 정치와 변화의 리더십 : 고이즈미 리더십 연구 | 한의석


8장 우애와 “제3의 길” : 하토야마 유키오의 이념적 정치리더십 연구 | 김젬마


9장 21세기의 사카모토 료마? : 하시모토 도루의 정치기업가적 리더십 연구 | 박명희


10장 남성주의적 자기표현의 매력과 한계 : 이시하라 신타로의 이단아적 정치리더십 연구 | 이정환
 

 


 

독자들의 편의를 위하여 단행본의 원고를 일부 공개합니다.

Related Publications

여론으로 보는 한일관계 2013-2023

단행본

여론으로 보는 한일관계 2013-2023

손열ㆍ이정환 엮음 | 2024-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