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국제정치 20년

 

이 책은 하영선 서울대학교 외교학부 교수가 지난 20년 동안 국내 주요 일간지 및 언론매체를 통해 발표한 칼럼과 대담 등을 엮은 것이다. 지난 20년은 국제정치사에 있어서 격동의 시기였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반 세기 동안 전 세계를 양분하며 이념을 중심으로 극한 대결을 벌였던 냉전이 종식되었다. 세계 곳곳에서 종족분쟁과 갈등을 경험하였고 중동의 긴장도 화염으로 타올랐다. 그 와중에 유럽은 단일통화권을 형성하는 거대한 통합의 발걸음을 내디디며, 역사의 새로운 실험으로 창의적 모델을 제시하였다. 미국은 유일 초강대국으로서 독점적 리더십을 행사했다. 2001년 오사마 빈 라덴이 이끄는 테러가 미국의 심장을 겨냥하였다. 9ㆍ11테러이후 테러와의 전쟁에 주력하던 미국은 20세기 대공황이래 최대의 금융위기를 맞이했으며, 그 여파는 전세계 경제를 강타했다.

 

격동의 한국외교 20년

 

격동의 세계 20년 동안 한국외교도 편할 수 없었다. 한국은 지난 20년을 지내오면서 수많은 외교적 어려움을 겪어야 하는 중에서도 이제 세계 무대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는 중견국으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해나가고 있다. 탈냉전의 20년을 지내는 동안 한반도는 여전히 분단의 냉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탈냉전의 화해의 무드는 한국의 북방정책으로 가시화되었다. 소련과 중국을 비롯한 동구권과 본격적인 외교관계를 수립하기 시작하였고 북한과의 유엔 동시 가입 또한 성사시켰다. 그것도 잠시, 북한의 핵개발이라는 난제를 겪으며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사망으로 3대 세습이라는 북한체제의 몰역사성을 경험하고 있으며, 천안함폭침사건과 연평도포격사건을 겪으며 여전히 풀리지 않는 한반도의 안보 불안과 긴장상황을 경험하고 있다. 주변 정세를 보아도 한국외교는 거대한 소용돌이의 중심에 있다. 세계경제위기 이후 상대적 후퇴를 경험하는 미국,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중국, 과거 미국을 넘보던 경제대국 일본의 추락, 극동의 중요성을 새롭게 판단하기 시작한 러시아 등이 긴장과 대립의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다.

 

용미(用美), 변환, 복합 그물망 외교

 

하영선 교수는 한국외교에 대해 탈냉전 시기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이념과 명분이 아니라 국익과 실리에 기반한 냉철한 상황 판단과 철저한 정책적 대응을 주장하고 있다. 친미 대 반미의 대립이 아니라 한국외교에서 핵심적 강대국인 미국을 활용해야 한다는 용미, 냉전적 사고에서 벗어나 근대를 극복하고 21세기의 새로운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변환(transformation), 국제정치의 다양한 행위자, 다양한 이슈 영역에서 외교적 역량을 발휘하여 중층적으로 엮고 통합해야 한다는 복합 그물망(complex network) 외교, 이 세 가지는 지난 20년 국제정치와 한국외교를 읽는 주요 개념이다.

 

이 시대를 대표하는 국제정치학자의 식견과 통찰을 통해 지난 20년의 역사를 읽고 앞으로의 100년을 준비하는 지혜를 함께 하는 즐거움이 이 책을 읽는 독자들과 함께 할 것이다.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한국외교의 숙제, 그리고 지난 세기 동안 한국이 이룩해 온 자랑스러운 발자취, 이 두 가지의 변증법적 대화를 통해 우리는 새로운 세기의 주인공으로 우뚝 서기 위한 냉철한 인식과 새로운 상상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지난 20년 동안 300편의 칼럼과 100편의 사설을 쓰면서 늘 가슴과 머리를 떠나지 않았던 것은 19세기 한국 개화정책과 사상의 대부 역할을 했던 박규수가 남긴 “冷眼看時務 虛心讀古書”(차가운 눈으로 시무를 보고 비운 마음으로 고서를 읽는다)라는 글귀다. 국제정치를 제대로 알고 행하려는 사람들에게는 무엇보다도 귀한 충고다. 시무와 고서는 상호보완적이다. 고서를 통해서 안목을 키우지 않고서는 시무를 제대로 알 수 없다. 시무를 모르면서 고서를 제대로 이해하기도 불가능하다. 나아가서 시무를 바로 보려면 충혈되지 않은 냉안이 필요하며 고서를 제대로 읽으려면 욕심 없는 허심이 필수적이다. 20년 국제정치 칼럼쓰기는 과거와 다른 복합국제정치학 탄생의 밑거름이 되었으며 동시에 새로 마련한 시각은 지난 20년의 국제정치와 남북문제를 새롭게 풀어나가는 실마리를 제공했다.

 

20년의 국제정치 칼럼은 단순한 글쓰기가 아니다. 격동의 현실을 제대로 읽고 알리려는 역사적 기록이다. 미소 중심의 냉전질서는 예상보다 빨리 미중 중심의 복합질서로 바뀌고 있으나 한반도의 남북한은 지도자들의 교체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냉전질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편 국내의 시대착오적 진보와 보수는 복합시대의 빠른 변모를 제대로 따라잡지 못하고 철늦은 논쟁을 지루하게 계속하고 있다. 국제정치 칼럼을 20년 동안 계속해서 쓰게 만든 원동력은 남남, 남북, 미중의 3중 공진(共進)의 아름다운 길을 찾아서 우선 국내의 남남 갈등부터라도 풀어보려는 꿈 때문이었다. 동시에 19세기 한반도 현실을 일기체로 남긴 황현의 《매천야록》이 그 나름의 시각에서 당대의 현실을 소상하게 전해서 오늘의 우리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듯이 미래의 독자들을 위해 탈냉전과 복합의 20년사에 대한 작은 역사의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

— 저자 인사말 중에서

 

 

 

 

목차

 

하영선 국제정치 칼럼 1991-2011 上

1991년 - 2000년

 

하영선 국제정치 칼럼 1991-2011 下

2001년 - 2011년

 

 


 

독자들의 편의를 위하여 단행본의 원고를 일부 공개합니다.

6대 프로젝트

Keywords

#

Related Publications

여론으로 보는 한일관계 2013-2023

단행본

여론으로 보는 한일관계 2013-2023

손열ㆍ이정환 엮음 | 2024-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