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세계질서의 재편, 동아시아를 보아야 한다

 

2010년대 국제정치는 격변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탈냉전 이후 20여년 간 유지되었던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가 미국 발 세계금융위기로 흔들리고 있다. 또한 중국의 부상은 새로운 패권의 등장에 대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현 시대의 패권 미국과 새로이 부상하는 중국이 격돌하는 지점, 동아시아는 21세기 국제질서 재편에 대한 논의의 중심에 있다. 한국은 냉전 이후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국가안보전략을 추진해 왔다. 그리고 이웃 나라 중국은 국교 정상화 이후 최대의 무역상대국으로 성장하였으며, 한반도 문제의 주요한 고려대상일 뿐만 아니라, 외교적으로도 전략적 동반자관계를 형성하며 관계를 발전시켜왔다. 따라서 미래 한국의 생존과 번영의 전략은 국제질서, 특히 동아시아 질서가 어떻게 재편될 것인가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예측에 기반해야 한다. 저자인 전재성 교수(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동아시아연구원 아시아안보연구센터 소장)는 이행기 동아시아 국제정치를 설명하고 예측하기 위해 서구 중심의 기존 국제정치 이론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동아시아에 맞는 국제정치 이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동아시아의 국제정치이론이 필요하다

 

동아시아 국제정치 이론이 필요한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 동아시아 국제정치가 가진 복합성 때문이다. 오랜 기간 단계적으로 근대에 진입한 서구의 경험과 달리 동아시아 국가들은 짧은 시간 내에, 그것도 외부의 힘과 논리에 의해 압축적으로 근대화를 경험하였다. 그로 인해 동아시아 국가들은 전근대와 근대 이행, 그리고 근대가 공존하는 독특한 현상을 보인다. 근대 이행기의 제국주의와 식민지의 경험이 아직도 지역의 현재와 미래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분단을 넘어 통일을 이루려는 남북의 노력 역시 1945년 이전 과거의 한반도를 미래에 투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둘째, 세계화, 정보화, 민주화라는 큰 흐름이 만들어낸 21세기 국제정치의 복합적 성격을 지적할 수 있다. 주권국가를 분석의 기본 단위로 삼고, 국제정치의 ‘무정부적 상태’를 강조하는 20세기 서구 주류 국제정치이론으로는 21세기 국제정치의 복합적 성격을 설명하지 못한다. 21세기의 국제정치에는 주권 국가 외에 비정부기구(non-governmental organizations: NGOs), 다국적 기업, 국제기구 등 다양한 행위자들이 존재하며 무정부적 상태의 조직원리와 네트워크적 거버넌스라는 새로운 조직원리가 동시에 공존하고 있다. 기존의 서구 국제정치이론의 한계가 드러나는 지점이다. 저자는 기존 서구 국제정치학이론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보다 장기간의 시간적 안목과 서구를 넘어선 장소적 안목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21세기 복합조직원리론을 제시한다.

 

역사에서 이론으로

 

저자는 동아시아 국제정치의 이론화를 위하여 먼저 역사사회학적 시각에서 서구 근대 국제정치학의 형성 과정을 살펴본다. 역사사회학적 시각에 따르면 서구의 국제정치적 근대는 소위 베스트팔렌 조약을 기점으로 시작된 것이 아니라 매우 긴 중세의 그림자 속에서 중세, 탈중세 이행기, 그리고 근대에 이르기까지 오랜 기간에 걸쳐 진행되었다. 마찬가지로 현재는 근대와 탈근대 이행기의 특징들이 병존하고 있으며 이행기로서 복합적인 특징을 가질 수밖에 없다. 같은 논리로 동아시아를 바라보면, 동아시아는 서구에 비해 더 많은 시대의 특징이 중첩되어 공존하고 있다. 탈냉전으로 인해 냉전시기 수면 아래에 있던 과거 전통질서의 조직원리들이 동아시아 지역에서 다시 등장하고 있다. 저자는 21세기 동아시아 국제질서의 복합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사로 돌아가 각 시대별 조직 원리의 특성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근대 이전 전통의 역사 속에서 유교적 평화에 기반한 중국의 천하질서 원리와 함께 조선과 같은 주변국에서 이 천하질서를 어떻게 수용하였는지를 살펴본다. 또한 전통에서 근대로의 이행기에 존재했던 청, 조선, 일본의 서구 제국주의 대응전략에 대한 고민과 이론적 논쟁들도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오늘날 근대와 탈근대 이행기에 동아시아가 겪고 있는 국제정치 현상에 대해서도 짚어본다.

 

동아시아 국제정치이론, 복합조직원리를 이해해야

 

동아시아 고유의 역사를 고려하면, 아직 이 지역이 전통에서 근대로의 이행과 냉전에서 탈냉전으로의 이행이 완결되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동시에 탈근대의 이행기를 겪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재의 동아시아 지역에는 근대 이전의 전통기, 근대로의 이행기, 근대, 그리고 탈근대 이행기 등 각 시대별 특징과 조직원리들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동아시아인들은 여러 시대를 동시에 살고 있고, 각 국가들은 생존을 위한 외교정책으로 여러가지 목표를 동시에 복합적으로 추구할 수밖에 없다. 저자는 이러한 동아시아 지역의 역사에 기반한 복합적인 조직원리를 이해하고 그에 맞추어 복합적인 한국의 외교전략을 수립해야 함을 강조한다.

 

 

목차

 

1장 동아시아 국제정치를 어떻게 이론화할 것인가?

2장 이론화의 기초_복합조직원리론과 주권론

3장 유럽 국제정치의 근대 이행

4장 동아시아 국제정치 이론의 구성 요소

5장 근대 이전 전통시대 동아시아 지역질서

6장 21세기 탈(脫)근대/탈(脫)베스트팔렌 이행과 동아시아

7장 동아시아의 복합조직원리와 한국의 동아시아 전략

 


독자들의 편의를 위하여 단행본의 원고를 일부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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