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의 이변을 읽어야 2012년이 보인다!

 

2012년이 다가온다. 1년 후면 총선과 대선이 연이어 열리고 누군가는 국민들의 선택받고 누군가는 선택받지 못할 것이다. 선택의 결과는 선택받은 자와 선택받지 못한 자보다는 선택한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되돌려진다는 점에서 이들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동아시아연구원(The East Asia Institute: EAI)이 이번에 발간한 《변화하는 한국유권자 4 : 패널조사를 통해 본 2010 지방선거》는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유권자들의 새로운 투표패턴을 패널조사를 통해 분석한 여론분석서이다. 유권자의 새로운 투표패턴에 대한 분석과 예측이 가능한 것은 EAI 연구팀이 채택한 패널조사의 이점 때문이다. 패널조사는 동일한 응답자를 대상으로 반복조사를 진행함으로써 유권자 표심 변화를 직접 조사, 분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론이다. 동아시아연구원은 조사비용과 데이터 관리 및 분석의 어려움 때문에 한국 선거연구에서 시도되지 않았던 패널조사를 2006년 지방선거에서부터 2007년 대선, 2008년 총선에 이어 2010년 지방선거까지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동아시아연구원 패널조사연구팀은 강원택(서울대), 권혁용(고려대), 김성태(고려대), 김민전(경희대), 박찬욱(서울대), 서상민(EAI), 서현진(성신여대), 유성진(이화여대), 이곤수(EAI), 이내영(고려대), 이우진(고려대), 이현우(서강대), 임성학(서울시립대), 정원칠(EAI), 정한울(EAI), 지병근(조선대), 진영재(연세대) 등 선거연구 전문가들로 팀을 이뤄 공동연구를 진행해 왔다. 특정 당파에 치우치지 않고 최고의 선거연구자들이 5년 넘게 호흡을 맞춰 공동작업을 해 온 축적된 학문적 권위와 신뢰성만으로도 이들의 분석 결과에 관심을 갖게 된다.

 

2012년 투표선택 : 5•31 버전 vs. 6•2버전

 

노무현 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 넘어오면서 유권자의 투표패턴이 변화하고 있다. 이 두 시기 유권자 투표패턴의 차이를 구별할 수 있어야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의 민심이 어떻게 표출될 지 가늠할 수 있다.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는 대이변이 연출되었다. 애초 한나라당의 낙승이 예상되었지만, 한나라당은 서울, 경기, 대구, 경북, 울산, 부산을 수성하는 데 그치고 10개 광역단체장을 야권에 내줬다. 하지만 한 달 뒤 7월에 열린 재보궐선거는 한나라당의 승리로 끝났다. 참여정부 시기에는 탄핵 후폭풍으로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승리한 17대 총선을 제외하면, 유권자의 표심을 일관되게 야당인 한나라당에 표를 몰아주었던 노무현 정부 시기와는 대조된다. 좀 더 구체적인 예측을 위해서는 지난 2006년 5 •31지방선거와 비교하여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새로운 투표행태들에 대해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수적이다.

 

심판투표(punishment voting)인가, 균형 잡기 투표(balancing voting)인가?

 

노무현 정부 시기인 2006년 실시된 5•31 지방선거는 물론 각종 재보궐 선거에서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에 표를 몰아줬던 유권자의 표심은 현직 정부의 실정에 대한 ‘견제와 심판’의 심리였다. 이러한 현정부의 실적에 대한 ‘회고에 기초한 심판’(retrospective punishment)의 투표 심리는 이후 2007년 대선, 2008년 총선으로까지 이어졌다. 반면 《변화하는 한국유권자 4》가 발견한 2010년 투표에서 나타난 유권자의 선택은 어느 특정 세력의 독주나 힘의 우위를 견제하려는 전형적인 ‘균형잡기’ 투표라고 주장한다.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에서 압승한 한나라당이지만 2010년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쟁불사, 참여정부 심판론, 전교조 심판론을 앞세워 압도적 힘의 우위를 보이던 정부 여당에 대한 견제 심리가 어떻게 선거 막바지에 야권으로 힘을 실어 주었는지 경험적으로 보여준다.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유권자들은 ‘MB 심판론’의 응징투표를 할 것인가? 여당과 야권 진영 사이의 절묘한 힘의 균형을 맞추는 투표를 할 것인가가 2012년 총선과 대선 전망의 핵심 포인트이다.

 

차기 대선 어젠다는? : 경제인가, 복지인가, 평화인가?

 

이번 지방선거 과정에서 나타난 유권자들의 이슈 투표 양상 역시 새롭다. 천안함 사건의 발발로 선거 기간 내내 언론을 지배했던 북풍 이슈는 보수층의 결집보다 야권의 결집을 유발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여권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한편 무상급식 문제나 세종시와 같은 지역경제 및 실생활과 가까운 이슈들이 천안함 사건의 충격 속에서 선거 어젠다로 떠올랐다. 이를 계기로 시대정신과 유권자의 요구가 성장과 경제로부터 진보와 복지로 이동했으며 복지 담론이 2012년 대선의 핵심 어젠다로 떠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유권자들의 이슈태도(issue attitude)에 대한 분석 결과는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좌우할 핵심 어젠다와 시대정신을 읽어내는 데 실마리를 던져줄 것이다.

 

3대 정치균열의 부활과 상충적 유권자(ambivalent voter)

 

한국사회 3대 정치균열 ― 지역, 세대, 이념 ― 이 2012년에는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 것인가? 2002년 대선에선 지역균열이 약화되고 세대와 이념 균열이 두드러졌다면 2006-2007년의 정권교체기엔 “경제 살리기”라는 이슈의 블랙홀이 만들어지면서 진보적인 한나라당 지지층과 진보적인 이명박 지지층이라는 새로운 신조어를 만들어 냈다. 그러나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다시 젊은 세대와 이념성향에 따라 지지후보가 갈라지는 양극화 현상이 부활했다. 그러나 진보와 보수 사이의 양극화는 심화되었지만, 양 가치를 공히 인정하고 공히 배척하는 상충적 유권자들의 선택이 결국 승부를 가르는 최종 변수가 되었다는 것이 《변화하는 한국유권자 4》의 결론이다.

 

분할투표의 제도적 효과 : 연합강화인가, 균형인가?

 

1992년 이후 20년 만에 총선과 대선이 한 해에 열린다. 이러한 제도적 효과만으로도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유권자들의 투표선택에 다른 셈법이 나올 수 있다. 연 이은 선거에서 한 정당에 힘을 실어줄 것인가? 두 선택을 달리 하여 균형을 맞추고자 할까? 2010년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선거, 광역의회, 기초단체장, 기초의회, 교육감 등 1인 8표제 하에서 한 정당에 몰아준 투표자와 각각의 지지정당을 구별한 분할투표자에 대한 분석은 2012년 총선-대선에서의 투표선택을 예측하는 데 귀중한 시사점을 던져 준다.

 

후보단일화, 만병통치약인가?

 

6•2 지방선거에서 야권은 어렵게후보단일화에 성공하면서 반MB 견제론자들의 투표선택지를 단순화시켰고 이를 통해 표의 분산을 막을 수 있었다고 평가된다. 현재 야권에서 차기 총선과 대선의 승리를 위해 야권 후보단일화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 유력주자와 야권 차기 주자 간의 격차가 상당하고, 여야 대결구도가 아닌 박근혜 전대표에 대한 찬반구도가 지배적인 상황에서, 후보단일화의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야권 후보단일화의 경험은 2012년 후보단일화의 파괴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예측지표가 될 것이다.

 

《변화하는 한국유권자 4 : 패널조사를 통해 본 2010년 지방선거》는 한국 유권자들의 투표결정 요인에 대한 한층 심화된 인식을 제공함과 동시에 2012년의 향방을 가늠해 볼 핵심 변수들에 대한 나름의 판단기준을 제시해 줄 것이다.

 

목차 

 

서문

 

2010년 6•2 지방선거 패널조사의 방법과 운용 | 김춘석

 

제1부 제5회 지방선거의 주요 쟁점과 투표행태

1. 천안함사건과 지방선거 | 강원택

2. 6•2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분할투표의 유형과 원인 | 지병근

3. 부동층의 특성과 투표행태 | 유성진

4. 50퍼센트 지지율 대통령이 왜 심판받았을까? | 정한울

5. 시도지사선거의 현직효과 | 이곤수

 

제2부 한국의 사회균열과 지방선거

6. 6•2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은 이념에 얼마나 충실하게 투표하였나? | 이우진

7. 6•2 지방선거와 세대균열의 부활 | 이내영

8. 지역주의 분열의 완화 가능성은? | 임성학

 

부록

 

 


 

독자들의 편의를 위하여 단행본의 원고를 일부 공개합니다.

Related Publications

여론으로 보는 한일관계 2013-2023

단행본

여론으로 보는 한일관계 2013-2023

손열ㆍ이정환 엮음 | 2024-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