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정승호 인천대학교 교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북한의 대규모 인력 및 군수물자 제공에도 불구하고, 그에 상응하는 경제적 보상은 제한적이었음을 지적합니다. 정 교수는 북러 경제협력을 실질적으로 제약하는 구조적 요인으로 △ 열악한 물류 인프라와 과도한 운송 비용 △ 양국 간 상호보완성이 결여된 교역 구조 △ 중국의 미온적인 외교 태도 등을 제시합니다. 이러한 양상은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기대하는 보상이 단순한 경제 지원이 아니라 첨단 군사기술의 이전에 있음을 방증하며 저자는 한국이 이를 고려해 중·러 양국을 상대로 보다 정교하고 전략적인 외교적 대응을 전개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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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배경

 

2025년 국가정보원이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한 바에 따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된 북한 인력의 사상자 수는 4,700명을 넘는 것으로 추정하였다(<연합뉴스> 2025). 국방부 국방정보본부는 나진항을 통해 러시아로 반출된 컨테이너가 약 2만 개에 달하며, 이들에 152mm 포탄이 가득 실렸다면 최대 940만 발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연합뉴스> 2024). 이처럼 대규모의 인적·물적 군사 지원을 제공한 북한은 과연 어떤 대가를 얻었을까?

 

전문가들은 2017년 이후 강화된 유엔 제재와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국경 봉쇄로 침체에 빠진 북한경제가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전망해 왔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북러 간 전략적 연대가 강화되면서, 러시아가 에너지, 식량 등 실질적 지원을 북한에게 제공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한 것이다.

 

그러나 2023년 말부터 본격화된 북한의 군사 지원 이후 현재까지의 북한경제 상황을 살펴보면, 이른바 '전쟁 특수'가 실현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글은 북한의 시장물가 등 거시 지표를 중심으로 러시아와의 협력 강화가 북한경제에 미친 영향을 평가하고, 그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구조적 요인을 살펴본다. 또한 향후 북러 협력의 확장 가능성과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정책적 함의를 함께 논의하고자 한다.

 

II. 북러경협의 영향

 

북러 경제협력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노동자 파견이다. 러시아는 전쟁으로 인한 인력부족과 점령지 재건을 위한 외부 인력이 절실하며, 북한 노동자들은 저임금과 높은 통제가능성으로 인해 선호되는 인력이다. 국가정보원은 2025년 국회 보고에서 약 15,000명의 북한 노동자가 러시아로 송출된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외화 부족에 시달리는 북한에게 일정 부분 숨통을 틔워줄 수 있는 요소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 외화 수입은 러시아 루블화의 가치 하락이라는 구조적 제약에 직면해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루블화가 지속적으로 평가절하되면서, 북한이 실제로 얻는 외화 가치도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노동자 파견의 양적 확대가 반드시 외화수입 확대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한편 상품 교역 측면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공식적인 무역 통계를 공개하지 않고 있어 교역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다만 2023년 러시아 대통령 보좌관 유리 우샤코프(Yury Ushakov)는 북러 무역액이 약 3,440만 달러로 전년 대비 9배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RFA 2024). 2024년에는 군사 협력 강화로 교역이 더 증가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무역 규모의 증가 속도와는 별개로, 절대적 수준은 여전히 낮다. 2010년 이후 북한 무역에서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적으로 1%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최근 수치조차도 유엔 제재가 강화되기 이전인 2016년의 7,690만 달러보다 절반 수준에 그친다.

 

러시아산 물자의 북한 유입이 실제 효과를 거두었는지는 시장 물가 동향을 통해 간접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러시아는 곡물과 정제유의 대표적 수출국이며 대규모 공급이 있었다면 북한 내 휘발유나 옥수수 가격이 안정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림 1> 북한 시장의 휘발류 가격 추이 (2017.1~2025.3, 단위: 북한원)

Source: DailyNK, Asia Press

 

<그림 2> 북한 시장의 옥수수 가격 추이 (2017.1~2025.3, 단위)

Source: DailyNK, Asia Press

 

<그림 1>과 <그림 2>는 북한 전문 인터넷 매체인 DailyNKAsia Press가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북한 시장에서의 가솔린과 옥수수 가격 추이를 보여준다.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북한의 대러 군사 지원이 본격화된 2024년 이후에도 해당 품목들의 가격은 오히려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현재까지 관찰된 자료만 놓고 보면 러시아산 물자의 유입이 북한 내 물가 안정에 실질적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는 어렵다.

 

III. 북러 경협 제약요인

 

2024년 6월, 푸틴 대통령의 방북과 함께 체결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은 북러 관계를 2000년의 우호·협력 조약 수준에서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켰다. 이 조약은 무역, 투자, 금융, 과학기술 분야에서의 협력 강화를 명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국 간 경제 교류에서 실질적인 진전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열악한 물류 인프라와 높은 운송비용이 가장 큰 제약 요인이다. 북한과 중국은 12개의 국경 통상구를 통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반면, 러시아와는 두만강-하산 철도 세관이 유일한 물류 연결점이다. 이 철도는 궤도 규격 차이, 노후화된 기반 시설, 화물차 부족 등의 문제로 인해 대규모 물류 이동에 적합하지 않다. 또한 러시아 내륙에서 북한까지의 거리가 멀어 운송비가 과도하게 높아지며, 이는 고부가가치 상품이 아니면 무역의 경제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둘째, 양국 간 상호보완적이지 못한 교역 구조도 문제다. 러시아는 북한의 주요 자원 수출품인 석탄과 철광석 등의 광물은 자국 내에서 충분히 생산하고 있어 북한의 수출 기회가 제한적이다. 또한, 러시아의 주요 수입 품목인 전자제품, 경공업 제품 분야에서 북한의 경쟁력이 부족하다. 이들 제품은 주로 중국이나 베트남 등 가격 경쟁력이 높은 국가에서 조달되고 있다.

 

셋째, 중국의 경계와 미온적 태도도 북러 경제협력 확대의 걸림돌이다. 만약 중국이 북러 경협에 참여해 3자 협력으로 발전한다면, 물류 효율성이 높아지고 북한이 중국 주도의 공급망에 편입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중국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국제 제재를 정면으로 위반하면서까지 북러 협력에 참여할 가능성은 낮다. 또한 미중 갈등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자 하는 전략적 기조 아래, 북한-러시아-중국 간 블록 형성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중국의 국가적 이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IV. 결론 및 시사점

 

북러 경제협력의 효과가 제한적인 보다 중요한 이유는,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경제적 보상보다 전략적 보상, 즉 첨단 군사기술에 대한 접근을 더 중시하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 북한이 자력으로 개발하거나 확보하기 어려운 군사 기술을 러시아로부터 지원받는 것을 더 원하고 있을 수 있으며, 그 대상에는 정찰위성 발사체 기술, 무인기, 전자 장비, 대공 방공 미사일 등이 포함된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는 노동자 파견과 에너지 수출 등 기존 대북 경제제재의 핵심 항목에 대한 감시를 유지하는 동시에, 군수 물자 수출 및 첨단 군사기술 이전 여부에 대해서도 감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감시의 역량은 북한의 군수산업 확대와 러시아의 군사 기술 유입 차단이라는 두 축에 집중되어야 한다.

 

한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상대로 한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 중국과는 북한이 주장하는 소위 '북·중·러 블록' 또는 '신냉전 구도'가 현실화되지 않도록 대화를 지속하고, 일반목적기술(GPT: general-purpose technologies) 등 비민감 분야에서 실용적인 협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에 대해서는 북한으로의 군사기술 이전을 차단하는 데 외교적 초점을 두어야 한다. 한국은 2023년에도 양국 간 교역 규모가 150억 달러에 이를 만큼 여전히 주요한 경제 파트너임을 강조할 수 있다. 아울러, 전후 러시아 극동 개발 과정에서도 신뢰할 수 있는 협력국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켜 러시아가 북한과의 군사 협력을 자제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참고문헌

 

〈연합뉴스〉. 2024. "국방부 '나진항 통해 러시아로 반출된 컨테이너 약 2만개 추정'." 10월 23일. https://www.yna.co.kr/view/AKR20241023050300504 (검색일: 2025. 5. 13.)

 

〈연합뉴스〉. 2025. "국가정보원 '러-우 전쟁 파병 북한군 사상자 4,700명 넘어'." 4월 30일. https://www.yna.co.kr/amp/view/MYH20250430014600038 (검색일: 2025. 5. 13.)

 

Radio Free Asia(RFA). 2024. "러 언론, 푸틴 방북 일제히 기대 섞인 보도." 6월 18일. https://www.rfa.org/korean/in_focus/nk_nuclear_talks/2024russia-dprk_summit_june-06182024144454.html (검색일: 2025. 5. 13.)

 


 

정승호_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물류학부 학부장

 


 

담당 및 편집:김채린, EAI 연구보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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