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 전문가 10인의 시각으로 읽는
한일 국민 상호인식조사 11년의 기록

한일 국민은 상대국에 대해 어떤 인상을 갖고 어떤 평가를 하고 있는가?
여론 분석을 토대로 제시하는 한일 신시대의 길

 

 

“잃어버린 10년”을 넘어선 한일관계의 새로운 전기

 

2012년 이래 한일관계는 위안부 및 강제동원 문제, 반도체 수출규제와 군사정보보호협정 등을 둘러싼 복합 갈등을 겪으며 신뢰의 위기에 빠졌다. 이른바 “잃어버린 10년”으로 불리던 냉각기는 2023년 3월 한국 외교부의 강제동원 문제 해법 발표를 시작으로 잇따른 정상회담 및 정부 간 교류 확대, 관광 등 민간 교류의 회복이 이어지며 완연한 해빙 무드로 변화하고 있다. 그해 여름 실시된 한일 국민 상호인식조사에서는 관계의 진전 및 중요성을 체감하는 양국 국민의 공통된 여론과, 이러한 여론이 호감으로 이어지는지 여부에 관한 상이한 인식이 함께 나타났다.

 

『여론으로 보는 한일관계 2013-2023』은 지난 11년 간 실시한 상호인식조사 결과를 토대로 양국 국민의 상대국 및 한일관계 인식에서 나타난 변화를 분야별로 관찰하고 그 함의를 분석한다. 한일관계의 새로운 전기를 맞아 발간되는 이 책은, 향후 한일관계의 양상을 내다보고 한국의 대일본 외교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토대를 마련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EAI의 한일 국민 상호인식조사, 변화하는 한일관계의 살아있는 기록

 

동아시아연구원(East Asia Institute: EAI)은 일본의 비영리 싱크탱크 겐론NPO와 2013년 파트너십을 맺고, 해마다 양국 국민 각 천여 명을 대상으로 한일 국민 상호인식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EAI는 식민지 지배-피지배 관계라는 특수한 역사가 형성하는 국민 감정이 양국관계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주요 사안에 대한 여론을 정확히 분석하여 양국 정부의 정책 논의와 담론 형성에 도움을 주고자 상호인식조사를 기획하였다. 한일관계가 최악인 상황에서 시작된 상호인식조사는 관계 악화와 신뢰의 위기를 겪으면서도 꾸준히 이어졌고, 2023년 실시 10주년을 맞이하며 여론의 장기 추세를 보여주는 지표로 자리매김했다.

 

11년 간 한일관계와 여론을 통찰하는 열 가지 시선

 

이 책은 한일관계의 동학(dynamics)에 대한 여론의 흐름을 문화와 정체성의 갈등, 정치 및 외교안보 관계, 경제관계 등 다면적 차원에서 분석하고 있다.

 

서문에서 손열 EAI 원장(연세대 교수)은 11회에 걸친 상호인식조사에서 상대국에 대한 인상과 현재 양국관계에 대한 평가의 추이가 대체로 일치하는 경향이 발견되었다고 지적한다. 또한 역사 문제를 둘러싼 인식이 양국관계의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고 있으나 그 중요성은 점차 감소하는 추세이며, 양국 국민 모두 역사 갈등의 부침에도 불구하고 한일관계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높이 평가하는 배경에는 상대방이 교역 상대이자 안보 협력 파트너로서 중요하다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1장에서 박승현 계명대 교수는 과거사를 둘러싼 한국의 “집착”과 일본의 “망각” 간 간극이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발전을 가로막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양국의 역사 인식이 접점에 이르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중문화 소비가 상대국에 대한 호감도를 견인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를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주요 수단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을 제언한다.

 

2장에서 이정환 서울대 교수는 한국 경제의 성장에 따라 한일 경제관계가 대등한 양자관계로 변화하였다는 인식이 확산되었지만, 향후 한국의 저성장 국면이 장기화되면 이러한 인식이 다시 축소될 여지도 있다고 전망한다. 또한 한일 경제협력이 중요하다는 당위론적 인식이 관계 전반의 개선을 추동하는 영향력을 갖지는 못하였다고 분석하며, 최근 조사에서 나타난 이념성향에 따른 경제협력의 중요성 인식 차이가 암시하는 “대일 정책의 정파성”을 넘어설 때 미래지향적 관계의 기반을 형성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3장에서 석주희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한일 양국의 민족주의가 평소 내재화, 고착화되어 있다가 역사 또는 영토 문제가 부상할 때 혐오와 반발의 형태로 표출되면서 한일관계를 저해하는 사태가 반복되었다고 지적한다. 특히 일본에서 한류 열풍에 대한 반작용으로 발생한 혐한 현상이 배외주의와 애국주의의 확산을 이끌었다고 분석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공공외교 및 민간 교류를 활성화하여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한편, 협력을 저해하는 혐한과 반일에 대해서도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4장에서 윤석정 국립외교원 연구교수는 역사 문제에 대한 양국 간 갈등이 경제, 안보 등 협력 분야의 영향력을 압도하면서 2010년대 한일관계가 복합 위기를 겪었다고 진단한다. 저자는 역사 문제와 한일관계의 상관성을 묻는 문항의 응답 결과를 토대로, 한국 국민들은 역사 갈등을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극복해야 하는 하나의 과정으로 인지하는 경향이 뚜렷한 반면 일본 국민들은 역사 갈등을 미래지향적 협력과 동떨어진 갈등 그 자체로 인식한다고 분석한다. 나아가 일본 국민이 역사 문제에 상대적으로 무관심한 상황에서, 관계 개선의 동력은 한국 측으로부터 나와야 할 것으로 분석한다.

 

5장에서 박명희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위안부 및 강제동원 문제를 둘러싼 여론이 정권교체 등 정치적 환경의 변화에 따라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하며, 정책 결정자의 외교 현안에 대한 프레이밍(framing)이 자국민의 인식 틀을 형성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해 양국 정부가 상대국 국민을 향해 화해의 메시지를 발신하려는 시도는 부족했다고 지적하며, 역사 여론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는 양국 국민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인식해 온 역사 교육 문제, 위안부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6장에서 이주경 부산대 교수는 한일 양국에서 역사 문제 갈등이 상대국의 정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일본 사회에 대한 호감이 정치 불신과 공존하는 반면 일본에서는 한국의 민족주의에 대한 위화감이 정치 불신에 더하여 나타난다는 점이 다르다고 분석한다. 또한 상대국의 전략적 가치를 놓고도 한국은 경제를, 일본은 안보를 우선시하는 차이가 나타났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한일 국민의 정책 지향과 정부의 외교 정책 사이 간극이 한일 외교의 난점이라고 지적하며, 양국 정치권의 상호 존중이 각국 내 정치 신뢰 회복과 상대국에 대한 신뢰 형성으로 이어지는 장기적 프로세스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7장에서 김성조 연세대 교수는 한국과 일본이 대등한 관계에 이르렀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문항 데이터를 활용하여, 상대적 지위에 대한 인식이 한일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한다. 일본인들은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 우월한 지위를 인식하고 이를 국가적 자긍심의 근원으로 삼아 왔으나, 한국인들은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상대적 지위 상승을 좀 더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 저자는 이처럼 상이한 상대국 시민의 정서를 헤아리려는 노력과 함께, 양국의 위상 인식 불일치가 국제 사회에서 자국의 상대적 지위를 둘러싼 갈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8장에서 조은일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한일 양국 국민이 각각 자국에 위협이 된다고 인식하는 국가가 서로 다르게 나타나는 등 안보 인식의 차이가 있지만, 미국을 포함한 한미일 삼자 협력이 한반도의 안정에 기여한다는 인식을 기반으로 하여 한일 안보 협력에 대한 긍정적 여론이 형성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민주 국가의 정책을 추동 또는 제약하는 여론이 안보 분야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한다고 강조하면서, 여론의 동향을 주시하는 한편 역내 안정을 위해 협력이 필요하다는 공통의 인식을 기반으로 삼아 안보 정책을 제시하려는 노력이 함께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9장에서 오승희 서울대 연구교수는 국제정세의 위협 요인에 대한 인식이 시민의 정체성을 구성한다고 전제하고, 한일 양국 국민의 주변국에 대한 인식과 상대국 인식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한다. 저자는 미중 전략경쟁이 전개되며 한일 양국에서 ‘미국의 동맹국’이라는 자기 인식 및 중국 및 북한에 대한 위협 인식이 증대되었고, 이러한 인식이 한일 협력 필요성 인식 및 상대국의 호감도와 중요도 상승을 견인하였다고 설명한다.

 

차례

 

책을 펴내며 _ 6

서문 _ 10
손열 | 동아시아연구원; 연세대학교

1 한일 양국은 상대국에서 무엇을 떠올리는가 _ 22
박승현 | 계명대학교

2 한일 경제 관계와 경제협력에 대한 인식 변화 _ 57
이정환 | 서울대학교

3 한일 국민 상호인식조사로 바라본 혐오 현상과 한일관계 _ 90
석주희 | 동북아역사재단

4 미래지향적 협력과 역사 문제 사이의 한일 국민 인식 _ 116
윤석정 | 국립외교원

5 한일 간 역사현안 여론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역사인식, 정치적 환경, 프레이밍을 중심으로 _ 160
박명희 | 국회입법조사처

6 한일외교와 국민의 정치적 효능감: 상대국 인식, 대응 평가, 정치 신뢰를 중심으로 _ 190
이주경 | 부산대학교

7 한일 간 상대적 지위에 대한 양국 시민 인식의 비대칭성 _ 227
김성조 | 연세대학교

8 여론조사로 읽는 한일 안보관계: 한일관계에서 안보는 중요할까? _ 259
조은일 | 한국국방연구원

9 한국과 일본의 주변국 인식과 상호 인식의 변화 _ 283
오승희 | 서울대학교

부록 1: 한일 국민 상호인식조사 주요 문항 응답 추이 _ 307

부록 2: 한일 국민 상호인식조사 2023년 결과 _ 315

집필진 약력 _ 346

6대 프로젝트

한일관계 재건축

세부사업

여론으로 보는 한일관계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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