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준 교수는 동경대학교에서 국제정치박사학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국방대학교 안전보장대학원 교수로 재직중이다.

 


 

 

지난 10월 3일 미일 외교•국방장관 연석(2+2)회의에서 미국이 집단적 자위권을 포함한 일본의 방위력 강화 노력을 환영하고, 일본 및 주변지역에서 유사시 자위대와 미군의 역할 분담 등에 관한 미일 방위협력지침을 개정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문제가 지역 내 국가들 사이에서 많은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이에 동아시아연구원은 11월 13일 국방대학교 안보대학원의 박영준 교수를 초빙하여 일본 아베(安倍晋三)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안보정책의 지향점과 이것이 동아시아에 미칠 파급효과 및 향후 한국의 대응방향에 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아베 정부의 집단적 자위권 추진 배경 및 경과

 

“유엔 회원국은 모두 개별적•집단적 자위권을 가지나, 일본 헌법은 일본이 국제분쟁 해결 수단으로 무력의 행사를 포기함을 명시”

“아베 수상은 일본이 주권국가로서 집단적 자위권을 보유할 뿐 아니라 행사도 해야 한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어”

 

유엔(United Nations: UN) 헌장 제51조는 유엔 회원국이 군사적 공격을 받았을 경우 개별적 혹은 집단적으로 “자위권”(right of self-defense)을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유엔 회원국인 일본 역시 개별적•집단적 자위권을 보유하고 있다.

 

동시에 일본은 헌법 제9조 1항에 의거,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전쟁과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의 행사”를 “영구히 포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이 조항을 적용하여, 일본은 집단적 자위권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를 행사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유지해 왔다.

 

그런데 아베 수상은 일본이 주권국가로서 집단적 자위권을 보유할 뿐 아니라 행사도 해야 한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2006년 첫 번째 수상 임기 당시 4가지 유형에 국한하여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제한적으로 추진하려 했다. 첫째, 공해상에서 미 함선 공격에 대한 응전, 둘째, 미국으로 향하는 탄도미사일 요격, 셋째, 국제평화유지활동에 참여하는 타국 부대에 대한 경호, 넷째, 국제평화유지활동에 참가하는 타국에 대한 후방 지원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러나 2007년 수상직에서 물러나면서 이러한 계획은 제대로 실현되지 못했다.

 

2012년 말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면서 아베 수상은 2013년 2월 수상 사적 자문기관으로 “안전보장의 법적 기반 재구축에 관한 전문가 간담회”(이하 안보간담회)를 설치하여 집단적 자위권 행사 방안 마련을 다시 시도하고 있다. 현재까지 안보간담회에서 논의된 내용은 회의록 형태로 수상 관저 홈페이지에 게재되어 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현재 아베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집단적 자위권에는 기존 유형에서 규정하고 있는 동맹국 미국에 대한 집단 자위권 행사뿐 아니라 동남아국가, 호주, 한국, 인도 등까지 그 적용 대상국을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아베 정부가 추진 중인 일본의 국방정책 변화

 

“아베 정부의 국방정책은 전략, 제도, 군사력 차원에서 포괄적인 변화를 추진하고 있으므로, 단순히 집단적 자위권 문제만 볼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그림을 파악해야”

 

현재 아베 정부가 시도하고 있는 국방정책의 변화는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와 같은 개별 사안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전략, 제도, 군사력 변화 등을 포괄하는 매우 광범위한 개혁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므로 이 모두를 고려하는 종합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전략 차원에서 아베 정부는 첫째, 국가안보전략서 책정 및 방위계획대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국가안전보장전략서의 책정은 미국 백악관이 발표하는 <국가안보전략>(National Security Strategy)에 상응하는 전략문서를 생산하겠다는 것으로, 국가안전보장전략서 하위에 기존에 일본이 발행해 온 방위계획대강을 두는 방식의 새로운 전략문서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안보정책 핵심개념으로 “국제협조주의에 기반한 적극적 평화주의”를 제시하고 있다. 셋째, 일본 안보의 핵심 위협으로 중국의 잠재적 위협과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도발행위를 지목하고 있다. 넷째, 이같은 안보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일본 자신의 역할 및 능력 증대, 미일동맹 강화, 아태지역 및 국제사회와 협력 강화를 강조한다.

 

제도차원에서는 첫째, 미국이나 한국과 같이 ‘국가안전보장회의’(National Security Council: NSC)를 신규 설치하여 수상, 관방장관, 외무상, 방위상, 재무상 등을 중심으로 한 핵심 각료가 수시로 국가안보관련 현안들을 협의하고, 정책을 결정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준비하고 있다. 둘째, 수상 관저 내 정보 수집 및 분석 기능 강화를 위해 미국의 중앙정보국(Central Intelligence Agency: CIA)이나 한국의 국정원에 해당하는 ‘내각정보국’ 신설을 추진 중이다. 셋째, 한국의 방위산업청에 해당하는 ‘방위장비청’을 신설하여 무기조달 기능을 전담하도록 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군사력 차원에서는 호위함•잠수함 전력 증강 및 F-35 차세대 전투기 구입 등을 통해 이미 세계 최정상급 수준을 자랑하는 해상(세계 2위) 및 공군(세계 4위) 자위대의 재래식 역량 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더욱 주목해야 할 점은 대표적인 ‘공세전력’으로 여겨져 그동안 그 보유가 금기시 되어왔던 해병대의 창설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수륙양용차량 구입을 위한 예산이 책정된 만큼 일본 해병대의 창설이 향후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를 둘러싼 중일 분쟁에 어떤 파장을 일으키게 될 지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아베 정부 안보정책 변화 양상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일본이 군사대국화나 군국주의화를 지향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1930년대 일본의 군국주의화는, 첫째, 군부가 천황을 이용해 실권을 장악하고 팽창정책을 추진했던 점, 둘째, 미국•러시아•중국 등 가상 적에 대해 선제공격 독트린을 채택했던 점, 셋째, 선제공격전력 확보를 위한 군비증강에 박차를 가했던 점, 넷째, 국제연맹 및 워싱턴 군축조약 등과 같은 국제규범에서 이탈하여 오늘날의 “불량국가”(rogue state)와 같은 행보를 보였던 점 등이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오늘날 일본은 미일동맹을 유지하고, 유엔규범을 준수하며, 원거리 투사가 가능한 핵•항공모함•전략폭격기 능력 등의 보유를 자제하고 있기 때문에, 1930년대와 같은 군국주의의 부활이 일어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현재 아베 정부는 과거 전범국가였지만 오늘날 국제안보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다른 나라들과 함께 협력하고 있는 독일이나 이탈리아와 같이 보통군사국가(normal military state) 지위를 확보하려 한다고 볼 수 있다.

 

미중의 반응 및 향후 동아시아질서에 미칠 영향

 

“미국 : 대체로 긍정적, 다만 중국을 자극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담 느껴”

“중국 : 안보딜레마 상황 속에서 일본의 국방정책 변화를 경계, 해•공군력 강화, 탄도미사일 능력 증강 등을 통해 일본의 국방정책 변화에 대응”

“중국-일본 간 군비증강은 동아시아 평화를 위협하고 한국의 안보에 상당한 부담을 주게 될 것”

 

미국은 지난 10월 미일 2+2 회의 공동성명에서 밝힌 바와 같이 아베 정부의 안보정책을 큰 틀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이다. 다만 지난 2월 아사히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스타인버그(James B.Steinberg) 전 국무부 부장관이 일본의 국방력 강화가 중국을 표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던 것에서 보듯, 아베 정부의 국방정책이 중국을 자극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미국은 단순히 중국을 견제하려 하기보다 경쟁과 협력을 병행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는 군사적인 차원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를테면 미국 주도하에 격년제로 실시되고 있는 환태평양 연안 국가들의 연합해상훈련(Rim of the Pacific: RIMPAC)의 2014년 훈련에 중국 해군 함대가 처음 참여하기로 했다. 미국은 부상하는 중국과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큰 틀에서는 협력 기조를 견지해 나가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 정책기조 내에서 일본의 국방력 증강을 환영하지만 동시에 일본이 지나치게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의 경우 현재 동중국해에서 일본과 충돌하고 있는 상태이므로 아베 정부의 국방정책 변화를 경계하고 있다. 치열한 영토 분쟁의 여파로 중국과 일본은 현재 “안보딜레마” 상황(일국의 방어적 행위가 타국에게는 해당 국가가 공격적 의도를 가진 것으로 잘못 인식되는 현상)에 빠져있다. 일본이 잠재적 위협요인에 대비하기 위한 방어적 목적에서 전략적 변화 및 군사력 증강을 시도한다 해도 중국은 이를 공세적이고 팽창적인 정책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은 현재 해군력 증강, 국가해양국 기능 강화, 공군력 증강, 탄도미사일 역량 및 인민해방군 제2포병부대 역량 강화 등의 조치를 취하며 아베 정부의 국방정책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이와 같은 중일간 안보딜레마 상황은 동아시아 안보질서 및 한반도 안보정세에 상당한 악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아태지역 대표적인 강대국인 중국과 일본이 서로를 잠재적 위협으로 인식하고 군비증강에 나선다는 것은 지역 전체적으로 상당한 불안정성을 야기할 뿐 아니라 한국과 북한이 대치하고 있는 한반도 안보 상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한국의 대응방향

 

“현재 한국 정부의 입장 : 한국 영토•영해 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는 한국 정부의 허가가 있어야만 가능”

“정책제언 : ① 보통국가를 지향하는 일본의 국방정책 변화에 대해 지나치게 과민 대응하지 말아야, ② 한일간 불안요인 축소 및 최소한의 신뢰구축을 위해 다각적 대화 채널은 열어두어야, ③ 한미일•한중일 등 동아시아 내 다양한 다자안보대화 및 협력을 한국이 주도하여 대북억제력을 강화하고 중일간 군비경쟁 위험 줄여야”

 

한국 정부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추구와 관련하여 1998년 일본 주변사태법 제정 당시 자위대의 한국 영토 및 영해 내 작전(대미 후방지원)은 한국 정부의 허가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이미 선언한 바 있다. 현재 한국 정부는 이 같은 기존 입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데, 큰 틀에서 적절한 대응이라고 판단된다.

 

향후 한국의 대응방향과 관련해서는 첫째,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일본의 안보정책 변화를 파악하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앞서 강조한 것과 같이 현재 아베 정부가 지향하고 있는 것은 군국주의가 아니라 보통국가이다.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면 한국 주권이 금방이라도 침해될 것처럼 지나치게 과민 반응하는 것은 적절한 대응방식이 아니다.

 

둘째, 한일간 안보•전략대화를 재개할 필요가 있다. 역사문제에 관한 일본 관료들의 망언, 독도문제를 둘러싼 일본 정부의 무리한 주장 등으로 한일관계는 현재 최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악화된 상태에 있다. 이런 상태에서 한국 정부는 한일 정상회담이나 각료급 회담도 추진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오히려 이런 상황일수록 서로 간의 불안 요인을 잠재우고 최소한의 신뢰구축을 위해 다각적인 대화채널은 열어둘 필요가 있다. 일본 안보정책의 진위를 확인하고 일반 국민들이 일본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의구심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한일 간 대화채널 가동 및 정보교류 노력은 지속되어야 한다. 더욱이 일본은 현재 중국과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한국과의 안보협력을 강조하고 있으며, 특히 작년 무산된 한일간 군사정보 보호 협정이나 상호군수지원 협정을 다시 추진해야 한다는 논의가 아베 수상 관저 내 안보간담회에서 진행 중이다. 아베 정부는 한일간 안보협력 증진을 희망하고 있다. 물론 국민정서를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설사 일본 정부가 초보적인 수준의 군사협력 논의를 다시 제안한다고 해도 한국 정부는 이를 신중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다만, 한일관계가 더욱 악화되지 않도록 어느 정도 수준의 대화를 통해 양국 관계를 관리해 나가는 노력은 언제나 필요하다.

 

셋째, 중장기적으로는 한국은 일본을 포함한 다양한 다자 안보협력체 구축 노력을 주도해야 한다. 먼저 대북억제력 강화를 위해 한미일 안보협력체제의 구축이 필요하다. 물론, 한반도 유사시 대응의 주축은 한미동맹이 될 수 밖에 없지만, 그와 같은 상황에도 미일동맹의 후방지원 역할은 필수불가결하다. 유엔사(United Nations Command) 후방기지가 모두 일본에 위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내 해•공군기지를 원활히 활용하기 위해서는 한미일 안보협력틀을 더욱 보완해 나아가야 한다. 아울러, 일본-중국 간 군비경쟁이 가열되어 지역불안정성이 야기될 수 있는 상황에서 동아시아지역 내 다자 신뢰구축을 위한 노력을 한국이 주도적으로 기울여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한중일 정상회담, 한중일 삼국협력사무소와 같은 기존 틀이 매우 유용할 수 있기 때문에, 삼자 대화 채널을 재가동시키기 위한 한국의 능동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아세안 지역 포럼(ASEAN Regional Forum: ARF)과 같은 무대에서도 한국이 적극적으로 정책 어젠다를 제시하여 중일간 군사적 긴장이 심화되지 않도록 주도적인 노력을 기울일 수 있을 것이다. 지역 내 다양한 다자안보대화 채널을 활용하여 일본과 중국을 화해로 이끄는 것이야말로 박근혜 정부의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의 주요 과제가 될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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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대 프로젝트

세부사업

한일관계 재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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