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차드 부시 소장은 미 브루킹스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 동아시아정책연구센터(Center for East Asia Policy Studies: CEAP) 소장으로 미중관계, 양안관계, 한반도 문제, 일본 안보정책 등에 관한 왕성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미 콜럼비아대(Columbia University)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아시아연구원(East Asia Institute: EAI)은 장성택 처형 이후 2014년 김정은 정권의 향방에 관한 시리즈 스마트 Q&A 인터뷰를 진행했다. EAI는 1월 20일 중국의 개혁개방 경험이 김정은 정권의 선택에 던지는 함의를 중심으로 에즈라 보겔(Ezra Vogel) 하버드대(Harvard University) 명예교수와 전재성 소장(EAI 아시아안보연구센터; 서울대)을 초빙해 대담을 가졌고, 이어 1월 23일 리차드 부시(Richard Bush) 소장(브루킹스연구소 동아시아정책연구센터)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부시 소장은 2014년 김정은 정권의 전략적 선택 및 6자회담 재개 가능성에 대한 전망을 토대로 한국과 미국의 향후 대북정책 방향에 관해 제언했다.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2014년 김정은 정권의 전략적 선택

 

“여러 개의 목표를 동시에 추진하며, 특정한 경로를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을 피하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일 듯”

 

2014년 북한 김정은 정권의 전략 방향을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다. 한 가지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장성택 숙청 이후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보다 큰 자신감과 자율성을 가지고 향후 행보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관건은 김정은 제1비서가 현재 북한 군부에 대해 가지고 있는 부담감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가 하는 문제이다. 김정은 정권이 2014년 한 해 동안 경제 발전에 초점을 맞추고 정책을 추진해 나가려 해도, 이제까지 북한 사회 내 최고의 원칙과 기조로 견지되어 온 선군정치를 앞세워 군부가 제기할 불만을 해소해야 하는 어려운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재래식 전력 증강에 보다 많은 예산을 배정하거나, 추가 핵실험을 감행하여 핵무기 프로그램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거나, 혹은 한국을 상대로 국지도발을 감행하는 식의 전략적 카드를 선택하고 싶은 유혹을 받을 수 밖에 없다.

 

2014년 김정은 정권이 경제발전에 역점을 두고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해도 사회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성과를 단기간에 거두기는 어렵다. 군부의 불만을 성공적으로 잠재운다고 해도 경제성장 측면에서 가시적 성과를 거두는 일은 여전히 매우 어려운 과제이다. 이 때문에 북한은 평양과 핵심 엘리트 계층에게 제한적인 경제성장의 성과를 집중적으로 배분해 그 효과를 부각시키는 방식을 선택해 왔다. 문제는 바로 이 배분 과정의 핵심통로 역할을 장성택이 이제까지 담당해왔다는 점인데, 그의 숙청 이후 이러한 과정에 어떤 장애가 발생하게 될 지 유심히 살펴봐야 할 부분이라 생각된다.

 

2014년 한 해 동안 김정은 정권은 여러 개의 목표를 동시에 추진하며, 특정 경로를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은 피하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복수의 경로를 지속적으로 동시에 추진해 나갈 수 있느냐가 2014년 북한 행보 전망의 핵심적인 요소가 될 것이다.

 

김정은 제1비서가 핵실험이나 군사도발 감행을 지시하려 할 때마다 장성택이 이에 반대하여 일종의 제동장치 역할을

수행했다는 일각의 주장이 있지만, 김정은 정권 내 그의 입지와 영향력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제한된 정보로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장성택 처형 이후 김정은 정권이 보다 용이하게 핵•미사일 실험 및 국지도발 감행에 나설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특히 중국 정부가 북한 정권이 추가 도발을 하지 않도록 억제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북한이 실제 도발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물론 한국과 미국으로서는 장성택 숙청 이후 북한의 군사도발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예상하고 대비하는 것이 안전하다. 한미 양국은 대북 억제 역량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도발할 경우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북한 측에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

 

북한문제 해결을 위한 미-중협력과 6자회담 재개 전망

 

“북한문제에 관한 미-중협력의 향방은 결국 북한의 행동에 달려있어”

“6자회담이 문제해결보다는 충돌방지책의 하나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으나, 근본 목표인 비핵화를 포기해서는 안 돼”
 
북한문제에 관한 미-중협력의 향방은 결국 북한의 행동에 달려있다. 북한이 추가 핵미사일 실험에 나서지 않고, 대남 군사도발을 감행하지 않으며, 한국에 대해 공세적인 레토릭을 쏟아내지 않는다면 미국은 중국이 북한을 자제시킬 수 있는 충분한 영향력이 있다고 보고, 더 많은 영역에서 중국과 협력하려 할 것이다.

 

6자회담은 점차 문제해결보다는 충돌방지책(conflict management tool)의 하나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최근 북한의공식성명과 행보들이 6자회담의 근본적인 목표인 북한 비핵화와 상치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북한이 비핵화의 길을 걸을 가능성이 낮다는 점도 이러한 인식이 확산되는 요인이다. 분쟁 해결을 위해 대화하는 과정에서 양측은 서로의 입장에 대해 더욱 깊은 이해를 가지게 되고 협상을 통해 실제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분명 대화를 진행하는 것은 충돌방지를 위한 유효한 수단이 될 수 있다.

 

미국은 여전히 6자회담 재개의 문턱을 상당히 높여 많은 전제조건을 걸고 있다. 그 이유는 첫째, 6자회담의 목적은 충돌방지가 아닌 비핵화로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여전히 북한 비핵화를 위해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6자회담의 근본 목표를 불필요하게 낮출 필요가 없다. 둘째, 굳이 6자회담이 아니어도 다양한 형태의 대화와 협상을 충돌방지책으로 활용할 수 있다. 북한문제에 관해서는 이미 여러 채널의 정례적인 외교수단을 통해 충돌방지책이 강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과 미국의 대북정책 방향

 

“미국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상당한 신뢰를 보내고 있어”

“미국 정부의 ‘당근과 채찍의 극대화’(sharpening choices) 정책은 보상책(incentive)과 징벌책(disincentive)을 동시에 강화해 북한 정권의 정책 목표에 변화를 주려는 매우 근본적인 접근법으로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이 아니야”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수록 중국도 자국 안보와 경제성장에 타격을 받게 돼 중국의 행동변화도 기대할 수 있어”

 

현재 미국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상당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원칙에 기반해 북한 비핵화라는 장기적 목표를 흔들림 없이 추구하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인도적 지원을 통해 북한 사회 구성원들에게 관여하는 균형감 있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도 대북정책에 있어 한국 정부는 미국의 아낌없는 지원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최근 오바마(Barack Obama)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인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의 효력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 전략적 인내 혹은 “당근과 채찍의 극대화”(sharpening choices) 정책은 결코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것은 보상책(incentive)과 징벌책(disincentive)을 동시에 강화해 북한 정권의 정책 목표에 변화를 주려는 매우 근본적인 접근법이기 때문에 하룻밤 사이에 북한이 변화할 것을 기대하며 정책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 특히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 권력 승계가 발생한 상황에서 젊은 새 지도자인 김정은이 집권하자마자 아버지 김정일의 정책기조를 완전히 뒤엎고 새로운 정책을 추진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변화를 위해서는 정권 내부적으로 부처간 힘의 배분을 제도적으로 재조정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한국과 미국이 기대하는 북한 정권의 변화는 핵무력 건설과 경제발전을 동시에 추구하는 병진정책이 상호 모순되는 목표를 추진하고 있음을 북한 스스로 깨닫고, 다른 길을 모색하기 시작할 때 가능할 것이다. 이런 변화가 쉽게 오지 않을 것은 자명하다. 미국 정부는 <2.29 합의>를 통해 이러한 변화가 북한 사회 내에서 진행되고 있는지 알아보려 했다. 여전히 변화가 없음을 확인했지만 그 시도 자체는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처럼 단기간에 성과가 나지 않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은 분명히 어렵다. 상당한 인내가 필요하고, 국민들에게 정책의 목표와 작동원리를 잘 설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도 전략적 ‘인내’인 것이다.

 

현 상황에서 “당근-채찍 극대화 정책”에 조정을 가한다면 징벌책을 더욱 강화해 북한을 더욱 강하게 압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를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안은 미국 및 미국과 ‘뜻을 함께하는 국가들’(like-minded countries)이 일방적인(unilateral) 대북제재에 나서는 것이다. 현재 관련국이 실제 이러한 정책을 준비하고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현 시점에서 실현가능성이 높은 선택지가 될 것이라 본다.

 

중국이 협조하지 않는 대북제재가 의미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 미국이나 미국의 파트너 기관들에 의한 일방적 대북제재는 중국에게도 상당한 피해를 준다. 2005년 방코 델타 아시아(Banco Delta Asia: BDA) 은행을 대상으로 실시한 금융제재가 효과를 발휘한 이유는 그러한 조치가 중국 사회에 상당히 복잡하면서도 강력한 압력을 가했기 때문이다. 중국 은행들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 은행 시스템과 계속 연계될 것인지, 아니면 이를 포기하고 북한의 무역을 지원해야 할 것인지를 놓고 선택해야 했던 것이다. 안보 차원에서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한국과 미국의 대응조치들이 중국의 안보를 취약하게 만드는 상황을 야기할 때, 북한문제 해결을 위해 국제사회와 더욱 협력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중국이 북한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이다. 이처럼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수록 중국도 자국 안보와 경제성장에 타격을 받게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북한을 압박하는 정책은 중국의 대북정책 변화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동아시아연구원(EAI)은 미국 맥아더 재단(The John D. and Catherine T. MacArthur Foundation)으로부터 중견국 외교 연구의 재정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EAI는 국내외 전문가를 대상으로 동영상 인터뷰 형식의 스마트 Q&A를 진행해오고 있으며, 관련 분야 전문가와의 질의응답을 통해 현안에 대한 시의적절하고 심도 있는 분석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본 원고는 EAI 아시아안보연구센터 김양규 연구원이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전문가 개인의 의견이며 동아시아연구원의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스마트 Q&A를 인용하실 때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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