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배 박사는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북한 노동당 당대표자회 및 최고인민회의 결과 및 함의

 

“김정은, 김정일보다 훨씬 신속하게 당•군•정 최고정책결정권자로 등극”

“주요 요직 세대교체 단행해 대내권력기반 공고화에 성공, 단기적으로 정권 안정성 유지”

 

작년 12월 30일 <10•8> 유훈에 따라 이미 군 최고사령관직에 올랐던 김정은은 지난 4월 11일 제4차 노동당 당대표자회에서 당 제1비서로, 13일 최고인민회의 제12기 5차회의를 통해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으로 추대되어 당•군•정 최고정책결정권자로 등극하였다. 어떤 체제든지 제도적 관성이 작동하므로, 권력 장악을 위해서는 명령지휘 계통을 장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당 대표자회 및 최고인민회는 김정은이 권력승계를 완성하였다는 차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것이 김정일의 승계 과정에 비교할 때 매우 신속하게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1994년 김일성 사망 후 김정일이 총비서 및 국방위원장 자격으로 후계권력을 행사하기는 했지만 공식적으로 국가최고권력의 자리에 오른 것은 1998년 헌법개정을 통해 국방위원장직이 국가최고권력으로 규정되고 김정일이 여기에 재추대 되면서부터이다. 이에 비해 김정은은 김정일 사망 이후 3달 만에 최고권력의 지위에 올랐다.

 

당표자회의와 최고인민회의에서 단행된 인사에서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면서 김정은과 그를 후견하는 장성택 라인의 권력기반이 한층 강화된 것으로 해석된다. 김정일 장례식 때 까지만 해도 영구차를 호위했던 8인방 중에서 김영춘 전 인민무력부장이 최근 김정각에게 인민무력부장 자리를 넘겨주었으며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 1부부장을 제치고 김원홍이 20년간 공석이었던 국가안전보위부장에 임명되었다. 반면 장성택의 측근인 최룡해는 인민군 총정치국장에 임명되고 당의 최고지도기관인 정치국 상무위원과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승진했다. 이번에 인민보안부장에 임명된 리명수 역시 장성택 라인이다. 이러한 당과 군의 인사는 장성택 라인의 약진, 곧 김정은 후견체제의 강화를 의미하기 때문에 결국 김정은의 권력기반 강화로 볼 수 있다.

 

김정은 체제는 장거리 로켓발사 실패 및 국제사회로부터의 고립 심화에도 불구하고 이번 당대표자회와 최고인민회의를 통하여 권력기반 강화에 성공하였기에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안정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은 시대 북한의 대내•대외정책 방향 전망

 

“대내정책 : 단기적으로 선군유훈통치, 장기적으로는 선경으로의 전환 불가피할 것”

 

대내정책 차원에서 김정은 체제는 세습정권의 속성상 김정일 유훈통치를 전면에 내걸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또한 권력 이양기의 특성상 당장 파격적 변화를 추구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변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첫째, 북한 대내 경제상황 때문이다. 북한경제가 2003년 이후 2008년까지 그나마 플러스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선군 경제전략 때문이 아니라 2002년 <7•1 조치>와 2003년 종합시장 허용 이후 시장적 요소의 확대 때문이었다. 북한경제는 이미 계획과 시장이 공존하고 있는 상황이며 이를 억누르려고 할수록 북한주민의 반발은 심해질 것이다.

 

둘째, 강성대국 건설이라는 김정일의 유업을 완성하기 위해서라도 김정은은 경제강국 건설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북한은 2010년, 2011년, 그리고 김정일 사망 이후인 2012년에도 연이어 경공업과 인민생활 향상을 강조하는 신년공동사설을 게재하는 등 국방공업에 우선순위를 두었던 기존의 선군 경제전략에서 다소 변화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2012년 신년공동사설은 김정일의 업적으로 선군과 더불어 경제를 부각시키고 있으며, “새 세기 산업혁명”을 내세우며 지식경제, 기술집약형 경제 등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김정은 체제는 당분간 선군노선과 “새 세기 산업혁명 노선”을 동시에 추구해 나가면서 점차적으로 경제 쪽에 강조점을 두는 방식으로 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외정책 : 단기적으로 강경노선, 중장기적으로는 협상국면으로 선회할 것”

 

김정은 체제의 대외노선은 중장기적으로 협상에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초기 김정은 정권은 미국과 <2•29> 합의를 도출하는가 하면 이어서 ‘광명성 3호’ 발사를 감행하는 등 다소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북한의 이중적 신호는 김정은 체제가 대외정책에서 아직 분명한 방향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기도 한다. 그러나 ‘광명성 3호’ 발사는 김정일의 유훈으로 원래 예정되어 있던 것으로서 대외용이라기보다는 국내정치적 수요에 따른 것이며, 향후 김정은 체제가 대외 강경노선을 채택할 것을 예고하는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김정은 정권이 중장기적으로 협상전략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새로운 정권의 권력기반을 공고화하기 위해서는 대외환경의 안정적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미국 등 주요 강대국을 상대로 하는 핵협상은 북한의 신정권에 대한 외교적 승인의 효과가 있다.

 

둘째, 김정은 정권은 가장 중요한 교역국이자 식량과 원유의 공급국인 중국과의 관계를 무시할 수 없다. 이제까지 중국의 “화평발전”이라는 ‘선경제주의’와 북한의 ‘선군주의’는 계속적으로 부정합 상태에 놓여있었다. 이번에 중국이 의외로 신속히 안보리 의장성명 채택에 동의한 것은 중국이 앞으로 계속 이러한 부정합 상태를 용인한 채 북한에 대해 무조건적인 지원을 해주기 어렵다는 강력한 경고로 보인다. 중국은 앞으로 북한이 추가적인 도발을 감행하지 않도록 김정은 체제에 대한 압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며 김정은은 이를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다.

 

셋째, 김정은 체제는 김정일 보다 김일성 유형의 리더십을 추구하고 있다. 따라서 대외정책에서 “주체”를 강조하며 김일성식 등거리 외교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도 북한은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극복할 필요가 있으며 이는 자연스럽게 대미, 대러 접근 시도로 이어질 것이다. 김정은은 북핵협상을 무기로 미중, 중러, 나아가서는 한중 사이의 등거리 외교를 추구할 수 있다.

 

넷째, 김정은 체제의 경제중심 노선이 성공하려면 외부의 지원은 필수적이다. 경공업 발전과 인민생활 향상을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식량 및 에너지의 안정적인 공급과 자본투자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북한은 핵을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더라도 핵과 미사일 동결을 외부의 지원과 맞바꾸어야 하는 상황이고 따라서 협상테이블에 앉을 수 밖에 없다.

 

한국 정부의 과제

 

“당분간은 경색국면 이어질 것,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주변국들과의 정책 조율을 강화하는 기회로 삼아야”

“2012년 동북아 주요국 리더십 교체기에 정책지연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남북관계는 당분간 경색국면이 유지될 것이다. 북한 대내정치 차원에서 새로운 지도자가 최소한 대남관계에서는 유약한 모습을 보일 수 없기 때문에 김정은 체제의 대남 강경책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이미 북한의 ‘광명성 3호’ 발사에 대해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이 채택되고 추가제재가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한동안 6자회담이 재개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현 정부는 대북정책에 있어 욕심을 내기보다 상황이 추가적으로 악화되는 것을 막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시에 주변국과의 정책 조율을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북한이 선군노선에서 비핵선경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한미는 물론 중국, 일본, 러시아 등 모든 주변국들의 이해가 일치하기 때문에 정책 조율은 충분히 가능하다. 또한 향후 북핵협상이 재개되면 핵문제 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체제, 북미관계 및 북일관계 정상화 등 포괄적 의제들이 동시에 논의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북한과 한반도의 미래를 두고 미리 주변국들과 충분한 정책조율을 해 둘 필요가 있다. ‘광명성 3호’ 발사 이후 국제적 공동 대응 분위기가 조성된 지금이야말로 정책조율을 위한 절호의 기회임을 기억해야 한다.

 

2012년은 동북아 주요국에서 동시에 리더십 교체가 일어난다. 이러한 리더십 교체기에는 정책 지연 현상이 발생하기 쉽다. 따라서 지금부터 주변국과 긴밀히 협력하여 현 정부에서 차기 정부로의 정책 이양이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며, 정책지연 또는 정책공백 현상을 최소화 해야 한다.

 

 


 

 

동아시아연구원(EAI)은 미국 맥아더 재단의 ‘아시아안보이니셔티브’(Asia Security Initiative) 프로그램 핵심 연구기관으로 선정되어 재정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EAI는 국내외 전문가를 대상으로 동영상 인터뷰 형식의 Smart Q&A를 진행해오고 있으며, 관련 분야 전문가와의 질의응답을 통해 현안에 대한 시의적절하고 심도 있는 분석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본 원고는 인터뷰 내용을 김양규 연구원(EAI 아시아안보연구센터)과 김하정 팀장(EAI 아시아안보연구센터)이 정리한 것으로, 전문가 개인의 의견이며 동아시아연구원의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Smart Q&A를 인용하실 때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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