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신년기획 특별논평 "EAI 한국외교 2021 전망과 전략" 시리즈 네 번째 보고서로 북한 8차 당대회를 토대로 북한의 향후 5년을 예측한 하영선 EAI 이사장(서울대 명예교수)의 논평이 발간되었습니다. 저자는 북한 당대회 보고를 분석하며 북한 스스로의 지난 5년 과업 평가를 소개하고, 과거의 눈으로 미래를 내다보는 북한의 한계를 지적합니다. 논평을 통해 저자는 북한의 5개년 경제 계획은 계속되는 경제 제재와 자력갱생의 한계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핵무기를 포함한 방위력의 지속적 강화는 상대국의 방위력 역시 증강시키는 결과를 불러일으켜 오히려 안보의 약화를 초래하는 자기모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는 한편, 남북한 관계 개선을 위한 방안으로는 장기적인 신중론을 제시합니다. 또한, 북미관계에 대해서는 북한의 제재 해제, 체제보장 요구와 상반되는 미국 신정부의 포괄적 신고와 검증을 포함한 핵동결을 거친 완전 비핵화 요구라는 난관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향후 5년 동안 지속적으로 겪어야 할 경제 제재, 보건 위기, 자연재해의 3중고를 성공적으로 해결하려면 3대 혁명역량 강화와 같은 19세기적 생존 전략을 넘어서 21세기에 걸맞은 공생의 비핵 생존번영 전략을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제 9차 대회가 열릴 때까지 향후 5년의 북한을 가늠할 수 있는 북한노동당 제 8차 대회가 열렸다. 김정은 위원장은 9시간에 걸쳐 제 7차 당대회 이후 지난 5년 동안의 국내외 형세 속에서 북한의 전진을 막았던 주 객관적 요인들을 되돌아보고, 당면한 당과 국가사업 전반을 혁신하며 북한 사회주의를 승리의 다음 단계로 이행시키기 위한 투쟁 사업과 방도들을 밝히는 보고를 했다. 그러나 보고는 1960년대 중반에 전쟁 노선 대신 새롭게 등장해서 여전히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 혁명 노선의 기본 틀과 언어로 구성되어 있어서 과거의 눈으로 미래를 내다보는 한계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보고는 첫째, 제7차 당대회 이후 지난 5년 동안의 성과, 둘째, 국내 사회주의 건설의 전진, 자주적 통일과 대외관계 발전, 당 사업의 강화·발전을 다루고 있다. 

보고는 우선 지난 5년 동안의 정치, 경제, 군사, 외교 진지의 어려움과 성과를 정리하고 있다. 먼저 정치사상 분야에서는 인민대중 제일주의를 영도(領導) 사상의 핵심으로 강조하고 있다. 다음으로, 경제건설 분야에서 “비록 예견했던 전략목표에 도달하지는 못하였지만” 앞으로 자력으로 경제 발전을 지속시켜 나갈 수 있는 소중한 밑천이 마련되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편, 군사 분야에서는 핵전쟁 억제력과 자위적 국방력의 강화에서 이룬 성과를 자세히 소개하면서, 특히 핵 무력의 현대화 노력을 상세하게 밝히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우리나라를 명실공히 세계적인 핵 강국, 군사강국으로 부상시켰으며 대국들이 우리 국가와 민족의 이익을 제멋대로 흥정하려 들던 시대를 영원히 끝장냈다.”라고 평가하고 있다. 우리의 희망적 기대와는 달리, 북한이 얼마나 완전 비핵화를 받아들이기 어려운가를 잘 보여 주고 있다. 그리고 외교분야에서는 “미국의 발악적인 공세와 그에 추종하는 세력들의 필사적인 압박 봉쇄 책동(策動)으로 인하여 총결 기간 우리 공화국을 둘러싼 대외 환경은 건국이래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이 엄혹(嚴酷)하였다”라고 말하면서, 당 중앙위원회는 “대담한 노선 전환과 공격적인 전략으로 국제사회가 공감하는 평화의 기류를 조성하고 대화 분위기를 마련하였으며 공화국의 국제적 지위를 높이기 위한 영활(靈活)한 대외활동을 조직 영도하였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북중, 북러, 및 북미 관계를 국제 혁명역량의 강화라는 시각에서 평가하고 있다.  

이어서 북한 사회주의 건설의 획기적 전진을 위해 경제, 국방, 과학기술, 문화 분야의 과업들을 검토하고 있다. 먼저 2021년에 시작하는 국가 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 지난 5년의 경제 부실을 검토하면서 객관적으로는 “미국과 적대세력들이 강행한 최악의 야만적인 제재봉쇄 책동”과 “혹심한 자연재해, “세계적인 보건 위기의 장기화” 와 주관적으로는 경제발전 5개년 전략의 부실, 낡은 사업 체계와 사업방식을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5개년 경제계획은 경제사업체계와 부분들의 유기적 관계를 복구 정비하고 자립적 토대를 다져서 외부적 영향에 흔들림 없이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인민 생활의 뚜렷한 개선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5개년 계획 기간 동안에 여전히 지속될 국제 경제 제재, 보건 위기, 자연재해는 단순히 자력갱생적 노력만으로 극복하는 데에는 명백한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람직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보고는 다음으로 국가 방위력의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지구 상에 제국주의가 남아있고 우리 국가에 대한 적대세력들의 침략전쟁위험이 계속되는 한 우리 혁명무력의 역사적 사명은 절대로 변할 수 없으며 우리의 국가 방위력은 새로운 발전의 궤도를 따라 부단히 강화되어야 한다”라고 말하면서 핵무기의 소형 경량화, 전술 및 전략핵무기의 개발, 핵 운반수단으로써 대륙간탄도미사일과 핵잠수함의 보유 및 첨단 무기와 군사위성의 연구 개발을 언급하고 있다. 이러한 국가 방위력의 강화는 북한에 대해서 미국과 적대세력들의 군비 증강이 사라지고, 위협과 공갈이 종식될 때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국가 방위력의 지속적 강화는 상대 세력의 방위력도 증강시켜서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안보의 약화를 불러오는 자기모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동시에 핵 능력을 포함한 군사력의 무리한 강화는 국제 경제제재를 장기화시키고 비효율적 투자를 급증시켜 결과적으로 총체적인 국내 역량의 약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보고는 핵심적인 경제, 군사력의 강화와 함께, 사회주의 건설의 핵심인 과학기술의 촉진, 사회주의 문화의 새로운 개화로서 조선식(朝鮮式) 문명의 창조를 해 나가면서 이에 상응한 국가사회 제도를 발전시켜 나가면 어려운 형세 하에서도 북한형(北韓型) 사회주의의 우월성과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보고는 다음 주제로서 자주적 통일과 대외관계 발전을 다루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금 우리 민족은 북남관계의 심각한 교착상태를 수습하고 평화와 통일의 길로 나아가는가 아니면 대결의 악순환과 전쟁의 위험 속에 계속 분열의 고통을 당하는가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라고 말하면서 “북남관계에서 근본적인 문제부터 풀어나가려는 입장과 자세를 가져야 하며 상대방에 대한 적대 행위를 일체 중지하며 북남선언들을 무겁게 대하고 성실히 이행해 나가야 한다”는 원칙적 입장을 밝혔다. 따라서 북한은 한국은 방역 협력, 인도주의적 협력, 개별 관광과 같은 비본질적인 문제를 제안하지 말고, 첨단 군사장비 반입과 한미 합동 군사훈련 중지와 같은 한반도 평화의 근본적 문제부터 풀어야 신뢰와 화해에 기초한 남북관계의 새로운 길이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시야에서, 북한의 방위력은 적대세력들의 위협이 계속되는 한 강화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한미의 시야에서 보면, 한국과 미국도 북한의 핵무기를 포함한 위협이 있는 한 방위력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북한의 요구는 자기 모순적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어려움을 풀어 나가기 위해서 국제정치의 역사적 체험을 되돌아보면 몇 가지의 기본 원칙을 찾아 볼 수 있다. 우선, 남북한처럼 ‘신뢰 구축을 위한 신뢰 구축’조차 상호 불신하는 단계에서는 북한이 비중을 두지 않는 비본질적 문제는 본질적 문제를 풀기 시작하는 첫 단계로서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한반도 평화의 본질적 문제는 북한의 완전 비핵화와 북한의 체제보장이라는 것에 명실상부한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새로운 남북관계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는 상호 최소한의 억지 체제를 유지해야 하며, 경제적 상호 협력을 늘리고, 미래지향적 생존 번영 전략 마련에 상호 기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한편, 대외관계 발전을 위해서는 “불법무도하게 날뛰는 적대세력들과 강권을 휘두르는 대국들에 대하여는 강대강(强對强)으로 맞서는 전략을 일관하게 견지”하겠다는 전체 방향을 먼저 밝힌 다음에 지켜 나갈 중요 원칙들을 들고 있다. 첫째, 국익 수호를 위해 자주의 원칙을 확고히 견지한다. 둘째, 자주권과 발전권을 위해 외교전을 공세적(攻勢的)으로 전개한다. 셋째, 대외 정치활동을 혁명 발전의 기본 장애물이며 최대의 주적(主敵)인 미국을 제압하고 굴복시키는데 초점을 맞춘다. 넷째, 미국 대통령이 누가 집권하든, 미국의 실체와 대조선 정책의 본심은 변하지 않으므로 대미 전략을 책략적으로 수립하고 반제자주역량과의 연대를 계속 확대한다.

북한 외교의 핵심인 대미 정책은 향후 5년의 북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새로 당선된 조 바이든(Joe Biden)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보다 신중한 접근을 시작하고 있다. 첫째, 트럼프의 북미 정상회담처럼 TV쇼 같은 일방적인 하향식 외교 대신에 상향식 외교에 상대적 비중을 둘 것이다. 둘째, 트럼프의 미국 제일주의 대신 미국의 리더십을 강조하는 바이든은 관련 당사국들과 함께 북핵문제를 풀기 위해서 6자 회담 같은 다자 협상을 중시할 것이다.

셋째, 비핵화를 최종 목표로 하되 핵동결 논의를 우선 시작할 것이다. 그러나 핵동결을 중간 징검다리로 삼을 수는 있으나, 완전 비핵화의 최종 목표에 대한 신뢰가 없는 핵동결 협상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완전 비핵화의 전략적 결단을 했다는 신뢰를 줄 수 있게 모든 핵 시설과 핵 능력의 포괄적 신고를 해야 미국은 핵동결 협상을 진행할 것이다. 김정은 체제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본 것처럼, 부분적 비핵화를 협상할 수는 있으나, 체제 보장을 위한 최소 억지의 핵보유 능력까지 포기하는 전략적 결단을 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쉽사리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한편, 미국은 당장 완전 비핵화가 어렵다면, 우선 최소한 포괄적 신고와 검증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이 원하는 제재 해제, 체제보장과 미국이 원하는 동결, 포괄적 신고와 검증의 협상이 치열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 넷째, 민주주의를 강조하는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이 비핵화로 가는 최종 결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자생(自生)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급변하고 있는 세계질서에 대한 정보가 핵심적으로 중요하므로, 북한 내의 보다 자유로운 정보 소통 문제가 중요하게 제기될 것이다.

북한이 대외 정책의 향후 기본 입장에 따라서 바이든 신정부의 대북정책에 대응하면 북한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경제제재 해제와 체제보장에 대한 본격적 논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향후 5년 동안 경제제재, 보건 위기, 자연재해의 삼중고를 지속적으로 겪어야 하는 북한은 3대 혁명역량 강화라는 과거의 시야를 넘어서서 21세기에 걸맞은 미래의 시야에서 생존 번영 전략을 새롭게 짜야한다. 한반도가 자리 잡고 있는 아시아 태평양은 코로나의 전 세계적 감염과 미중의 전략적 경쟁이라는 이중적 영향 속에서 본격적인 질서 재건축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북한도 19세기적 자력갱생을 넘어선 21세기적 공생을 위해서 비핵 북한의 자생적 노력과 관련 당사국들의 공동 진화적 협력이 함께 어우러지는 청사진을 새롭게 마련하고 아시아 태평양 신(新)질서의 새로운 주인공으로 부상해야 한다.■

 

 

■ 저자: 하영선_ EAI 이사장,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원로자문회의 위원과 대통령국가안보자문단을 역임했다. 서울대학교 외교학과에서 학사와 석사학위를, 미국 워싱턴대학교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외교학과 교수 (1980-2012)로 재직했으며 미국 프린스턴대학 국제문제연구소와 스웨덴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의 초청연구원이었다. 최근 저서 및 편저로는 『사랑의 세계정치: 전쟁과 평화』(2019), 『한국외교사 바로 보기: 전통과 근대』(2019), 『미중의 아태질서 건축경쟁』(2017), 『1972 한반도와 주변4강 2014』 (2015), 『하영선 국제정치 칼럼 1991-2011』(2012), 『복합세계정치론』(2012), 『역사속의 젊은 그들』(2011) 등이 있다.

 

■담당 및 편집: 서정혜 EAI 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07) / jhsuh@eai.or.kr

 


 

[EAI논평]은 국내외 주요 사안에 대해 전문가들이 의견을 개진하고 정책적 제언을 발표할 수 있도록 마련된 담론의 장입니다. 인용할 때에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EAI는 어떠한 정파적 이해와도 무관한 독립 연구기관입니다. EAI가 발행하는 보고서와 저널 및 단행본에 실린 주장과 의견은 EAI와는 무관하며 오로지 저자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6대 프로젝트

북한 바로 읽기

세부사업

대북복합전략

Related Publica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