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성 교수는 현재 서울대학교 외교학과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숙명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조교수를 역임하였다. 주요 저술로는 《한스 모겐소(Hans Morgenthau)의 고전적 현실주의 국제정치이론》, “라인홀드 니이버의 기독교적 현실주의 국제정치사상”, “현실주의 국제제도론을 위한 시론”,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와 베트남 파병을 둘러싼 미국의 대한對)정책”, “핵실험 이후 북한의 전략과 대응방안”, “한반도 평화체제의 건설: 쟁점, 과제, 전망”, “한반도 평화체제: 남북한의 구상과 정책 비교검토”, “한미동맹의 현황과 향후 과제” 등이 있다.

 

 


 

 

초록

이 글은 북한 사회주의 정권의 생존을 보장하고 향후 강성대국을 이룩할 수 있는 외교적 환경 마련에 중점을 두고 있는 선군 외교의 배경과 그 전개 과정을 살펴보고, 궁극적으로 선군외교가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제시한다. 또한, 북한 외교의 선진화 방안으로 선군외교에서 선경제, 선인민의 외교로 변환하는 3단계를 상정하고, 그러한 북한 외교전략의 진화에 필요한 주변국과 국제사회의 병렬적 노력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다. 북한은 탈냉전기와 21세기 정세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부분적으로는 현실주의 노선을 추구하지만 냉전적 국제상황인식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선군외교를 지속하고자 하는 국가전략을 추진 할 경우 대북 경제제재의 상시화 및 경제난의 심화가 야기된다. 따라서 외교적으로 북한의 생존과 정상적 발전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핵 포기 라는 전략적 결단(1단계), 체제 개혁 및 개방(2단계)에 이은 선경 및 선진화에 필요한 실용주의 외교를 추진(3단계)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북핵 문제를 대량살상무기 생산과 확산의 문제가 아니라 북한의 정치적 생존과 직결된 정치적 문제라고 파악하는 인식의 전환에 기초한 주변국과 국제사회의 대북 전략 공진화 노력이 중요하다.

 

 


 

 

1. 서론

 

냉전이 종식되고 구사회주의권이 몰락의 길을 걸으면서, 경쟁 상대이던 한국이 구소련과 중국과 수교하자 북한은 생존을 위한 지난한 길에 나서게 되었다. 북한과 같이 사회주의 건설을 위해 수십년간 집권해 온 공산주의 정권들이 자발적으로 혹은 외압이나 인민들의 압력에 의해 힘없이 무너지거나 탈공산주의 이행을 하는 모습을 목도하면서, 단순히 이행이 아닌 흡수통일까지 염려해야 하는 북한은 탈냉전의 상황에서 체제와 정권을 유지해야 하는 절대절명의 위기감을 느끼게 된 것이다.

 

사회주의권의 몰락과 함께 미국 주도의 자유민주진영의 발전은 더욱 가속화되었다. 냉전의 종식이라는 세력배분구조의 변화뿐만 아니라, 세계화, 정보화, 민주화의 거대 조류가 형성되면서 사회주의는 이미 이러한 거대조류에 맞설 수 있는 개방성과 민주성, 그리고 창조성을 결여한 체제로 판명되었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시장경제체제는 새로운 조류와 정합성을 가지며 발전하였다. 더욱이 북한의 숙적으로 지목되어 왔던 미국이 역사상 유래 없는 리더십의 조건을 가지고 유일무이한 패권체제를 만들어냄에 따라 북한은 더욱 위기감을 느끼게 되었다.

 

1991년과 1992년에 걸쳐 생존을 모색하던 김일성 정권은 1993년 1차 북핵 위기를 일으켰고, 이후 1994년 등장한 김정일 정권은 핵을 동결하는 대신 강력한 선군정치로 탈냉전의 위기상황을 탈출하고자 하였다. 이 과정에서 북한은 한편으로는 체제 내부를 정비하고 경제발전의 계기를 만들고자 노력함과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장기적으로 북한이 생존할 수 있는 외교환경을 조성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였다. 북핵 1차 위기 때 마련된 미북 양자외교관계를 기반으로 미국으로부터 소위 ‘대북 적대시 정책’이 철회되었다는 실제적 변화를 받아내려고 노력하는 한편, 선군정치를 축으로 군사력을 바탕으로 한 자위력 강화에도 주력하였다. 한국에 대해서는 흡수통일을 방지하면서 한국의 대북 포용정책을 활용하여 장차 체제발전에 필요한 실리를 취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이와 더불어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국가들과 실용적으로 관계를 개선하여 경제적, 외교적 지원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동시에 유럽 등 비아시아 국가들과 수교하여 부분적으로 얻어낼 수 있는 경제적, 외교적 실리를 찾는 실용주의적 외교노선도 추구하였다.

 

그러나 2001년 9•11 테러 이후 보수화된 미국의 외교정책과 반테러 국면에서 북한은 더욱 어려운 외교환경에 처하게 되었다. 결국 2002년 10월 2차 북핵 위기가 발발하여 북한은 핵프로그램과 핵무기를 중심으로 한 경직화된 핵 선군외교로 회귀하였다. 6자회담의 틀에서 북핵 폐기와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 등을 논의하는 장이 간헐적으로 지속되었지만, 북한이 핵 포기라는 전략적 선택을 할 수 없었고 북한에 대한 주변국의 안전보장에 북한이 만족하지 못하면서 핵문제를 축으로 북핵 문제는 여전히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북핵 문제는 핵무기라는 무기의 문제가 아닌 북한이라는 정치체의 생존의 문제이다. 북핵 외교 역시 핵무기를 둘러싼 외교가 아닌 북한의 생존외교이며, 이는 선군체제의 북한 체제 전반과 관련된 문제이다. 핵 선군외교와 북한의 선군체제가 상호작용하는 한 북한 외교만의 선진화는 불가능하다. 북한의 정치, 경제, 군사, 사회 등 모든 분야의 선진화가 상호 상승적으로 일어나지 않으면 북한 외교의 선진화도 불가능할 것이다.

 

또한 북한만의 선진화로도 바라는 목적에 이를 수 없다. 선진화를 바라는 북한 내 세력들을 뒷받침하고 강화하는 주변국의 대북 정책도 동시에 진화하여야 한다. 북한과 주변국이 공진화하는 속에서 북한의 정치적 우려가 해소되고, 장기적으로 북한이 동아시아 구도에서 차지할 위치에 관한 외교적 합의와 실행방안이 마련될 것이기 때문이다.

 

본 장에서는 북한의 외교가 강성대국 건설을 뒷받침하는 핵 선군외교의 길을 걸으면 결국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정상적이고 발전된 국가로 생존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 핵 포기의 전략적 결단을 통해 21세기 세계표준에 맞는 진정한 선진국가로 재탄생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북한체제의 선진화와 북한외교의 선진화가 상호작용을 하면서 작동해야 한다고 본다. 더불어 북한의 선진화를 뒷받침하는 주변국의 대북 정책 진화도 필요하다. 본 장은 우선 현재까지 북한 외교의 전개과정을 간단히 살펴본 후, 북한의 선군외교가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분석한다. 이후 3단계에 걸친 북한의 외교 선진화의 길을 상정해보고, 이를 통해 북한과 주변국이 공진화하여 북한 체제 전체가 정상적이고 선진적인 길을 걸을 수 있는 가능성을 타진해 본다.

 

2. 선군시대 외교전략의 내용과 평가

 

(1) 선군시대 외교전략의 내용

 

선군시대의 외교는 선군정치의 전략적 목적에 봉사하는 외교전략적 목표를 가진다. 선군정치가 냉전 종식 이후 북한 사회주의 정권의 생존과 향후 강화를 추구하기 위한 수단으로 군을 가장 중요한 주축으로 삼는 동시에 전 사회의 군대화를 추진하는 것이라면, 외교전략 역시 이러한 전략을 추진하기 위한 한 축이 된다. 따라서 선군시대의 외교, 즉 선군외교는 북한 사회주의 수령 중심정권의 생존을 보장하고, 향후 소위 강성대국으로 갈 수 있는 외교적 환경을 마련하는데 중점을 둔다. 또한 군의 권한과 힘이 강화되면서 외교정책 결정과정에서 군의 위상과 목소리가 강해질 수밖에 없으며, 외교정책의 수단 선택에 있어서도 군사적 방법을 빈번히 사용하게 된다. 핵무기를 개발하여 외교의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것도 선군정치체제의 한 파생물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북한의 선군정치에 대한 담론은 국제정세에 대한 평가 및 향후 대외정책의 방향설정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즉 선군정치의 환경을 분석하면서 ‘오늘날 시대가 제기한 근본과제’를 국제정치상황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제국주의 련합세력의 협공으로부터 세계사회주의의 보루인 주체사회주의를 옹호 고수하고 주체위업을 완성해가는 것”이 대외정책의 목표라는 것이다. 추가적 설명을 보자면 “지구상에 제국주의가 남아있고 제국주의의 침략책동이 계속되는 한 절대로 총대를 놓을 수 없으며 총대를 튼튼히 틀어쥐여야 주체위업의 종국적승리를 이룩할수 있다는 것, 군사정치적, 경제적힘을 총 발동하여 주체사회주의를 압살하려는 제국주의자들과는 끝까지 결판을 내고 자주적으로 평화로운 새 사회를 일떠세우자는 것이 선군사상에 맥박치는 기본정신” 이라는 것으로서 이는 외교전략의 방향을 보여주는 것이다.

 

선군외교는 구체적으로 군사적 억지력 강화와 대미 협상을 통한 생존환경의 보장, 경제적 자원을 획득하기 위한 실용외교, 대남 통일전략을 내걸고 한국으로부터의 경제지원 및 생존환경에 필요한 외교적 자원을 획득하는 대남 외교 등으로 구성된다. 생존환경에 대해 북한은 “침략전쟁만을 추구하는 제국주의호전세력에 대한 강력한 군사적대응만이 평화에로 이어 지는 길”이며 “선군정치야말로 조국통일의 전제인 평화적환경을 담보한다는 것”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또한 경제지원 획득에 관해서는 “공화국이 미국의 경제봉쇄, 군사적압살책동 때문에 일찍이 없었던 식량난, 에네르기부족으로 경제전반이 피해를 입게 되였을 때 군대가 그러한 분야들을 맡아 걸린 고리를 풀어나감으로써 경제전반을 활성해놓은 것은 선군정치의 결실”이라고 설명하며 “군대를 핵심, 주력으로 하여 전반적사회주의건설을 힘있게 다그쳐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대남 전략에 관해서는 “선군정치는 민족의 숙원인 조국통일을 우리 세대에 실현할 수 있는 가장 위력한 통일의 보검”이며 “그것이 미국의 북침전쟁도발기도를 좌절시킴으로써 민족통일의 근본전제인 통일의 평화적환경을 마련할수 있게 한다는 데” 있고 “그것은 선군정치가 조선반도에서 전쟁의 위험을 막는 전쟁억지력을 마련하는 정치방식이 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계속) 


[서장] 2032 북한선진화의 길 : 복합그물망국가 건설
[1호] 북한 공진화전략 연구 : 정치   

[2호] 북한 공진화전략 연구 : 외교
[3호] 북한 공진화전략 연구 : 군사   

[4호] 북한 공진화전략 연구 : 경제
[5호] 북한 공진화전략 연구 : 인권

6대 프로젝트

세부사업

북한 바로 읽기(Global NK Zoom & Conn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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