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률 교수는 중국 북경대학교(北京大学) 국제관계학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동덕여자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며 EAI 중국연구패널 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상현 수석연구위원은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 연구실장으로 재직중이다. 이상현 수석연구위원은 미국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University of Illinois at Urbana-Champaign)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외교통상부 정책기획관을 역임한 바 있다.

 

 


 

 

동아시아연구원(East Asia Institute: EAI)은 최근 동아시아지역 내 국가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방공식별구역(Air Defense Identification Zone ADIZ) 문제에 관한 시리즈 스마트 Q&A 인터뷰를 진행했다. EAI는 12월 10일 이번 문제를 국제규범의 시각에서 분석하기 위해 서울대학교 구민교 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했고, 이어 12월 12일에는 동덕여자대학교 이동률 교수와 세종연구소 이상현 수석연구위원을 초빙하여 이번 사안을 미중관계의 시각에서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지, 그리고 향후 한국은 어떤 지역외교를 펼쳐나가야 하는지에 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방공식별구역을 둘러싼 미•중의 입장 차이와 그 배경

 

“중국: ① 해양에서 점차 확대되는 핵심이익을 적극 수호하려는 목적 ② 지속적 국력부상 환경 조성을 위해 주변국과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는 후속조치 동시 진행”

“미국: 중국이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략의 일환으로 미국의 의지를 시험하고 있다고 보고 초반부터 물러서면 향후 더 많은 사안에서 양보해야 할 수 있다는 우려”

 

Q. 방공식별구역 문제를 둘러싼 미•중의 공식입장은 어떻게 정리할 수 있는가?

 

이동률 중국은 이번 방공식별구역 선포 문제와 관련하여 첫째, 이것이 중국의 주권과 영공 안전 확보를 위한 조치이고, 둘째, 국제법과 국제관행에 적합한 행동이므로 주변국과 미국이 이를 존중해 주길 희망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다. 중국이 이번에 국제법과 국제관행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지난 2010년 남중국해 분쟁과 관련하여 “항행 자유”의 규범문제를 미국이 핵심적으로 제기하면서 중국이 국제사회의 비판에 직면했던 것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상현 미국은 중국의 일방적인 방공식별구역 선포를 인정할 수 없다는 공식입장을 내놓았다. 큰 틀에서 미국은 중국의 이번 조치가 “책임있는 이해당사국”에 부합하지 않는 행동이라며 문제를 제기한다. 오늘날 중국은 국제질서에서 미국과 함께 중요한 축을 담당하는 행위자로 부상했기에 미국은 지속적으로 중국에게 국제규범과 규칙에 맞는 행동을 요구해 왔다. 일방적으로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한 것이 국제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중국이 사전 상의 없이 한국과 일본의 방공식별구역과 중첩되도록 자국 구역을 선포했고, 모종의 군사적 조치를 취할 수 있음을 암시하는 위협적인 언어를 사용했다는 점이 미국의 우려를 자아냈다. 이는 책임있는 이해당사국의 모습이 아니며, 미국은 중국이 아직 국제사회에서 충분히 성숙한 행위자로 인정받지 못한 상태에서 이처럼 지나치게 공세적인 행보를 보임으로써 역내 불안정성을 높이고 있다고 우려한다.

 

Q. “신형대국관계”(新型大国关系) 기조를 유지해온 중국이 이번에 방공식별구역 문제를 “일방적”이고 “도발적”인 방식으로 제기한 배경은 무엇인가?

 

이동률 예상치 못한 시점에 중국이 방공식별구역 문제를 갑자기 제기하고 나섰기 때문에 그 배경이 무엇인지를 두고 많은 논란이 있다. 일각에서는 국내정치적으로 권력 불안정성을 극복하고 체제 정당성을 제고하기 위해 시진핑(习近平) 정부가 강경 대외정책 기조를 들고 나오면서 이번 조치가 비롯되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으나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를 찾기는 어렵다. 오히려 중국은 내부적으로 불안요인이 있을 때 외부 환경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려는 전통이 있다. 국내정치적 불안요인과 외부 위협이 겹쳐 발생한 내우외환(內憂外患)으로 체제 위기에 직면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1958년 대약진 운동이나 1989년 천안문 사태 이후 중국이 주변국가들과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려 노력했던 과거 사례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이번 사태에 앞서 지난 10월 25일 중국 정치국 상무위원 7인이 모두 모인 “주변국 외교 좌담회”에서 중국 지도부는 “중국의 꿈”(中国梦) 곧,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주변국가들과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중국의 이번 방공식별구역 선포는 두 방향의 정책기조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첫째, 2010년 이후 강조해온 핵심이익의 수호이다. 현재 중국의 핵심이익은 국력부상과 맞물려 자연스럽게 해양에서 점차 확대되고 있다. 방공식별구역 확대는 주변국에게 상당히 위협적인 행보로 비춰질 수 있으나, 중국의 핵심이익 자체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중국의 입장에서는 방어적인 측면이 있다. 다만, 과거에는 반응적이고 수세적이었던 중국이 이번에는 선제적이고 주도적인 행보를 보였다는 점은 확실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향후에도 중국은 핵심이익이 걸려있는 사안에 있어서는 선제적인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 둘째, 이와 동시에 중국은 부상 국면의 지속을 위해 미국 및 주변국과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해 나가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방공식별구역 문제에서도 중국은 선제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뒤 이에 대한 주변국의 대응을 면밀히 관찰해 후속조치를 취하고 상황을 관리하는 등 점진적인 방식을 취했다.

 

Q. 미국이 이번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에 대해 초반부터 전략폭격기까지 동원하며 강하게 대응한 배경에는 무엇이 있다고 보나?

 

이상현 미국은 방공식별구역 문제 그 자체를 매우 중차대한 사안으로 여기기보다 이것이 향후 중국이 더욱 공세적인 행보를 보일 전조(前兆)라는 판단 때문에 우려하고 가지고 있다. 현재 중국은 서태평양지역에서 미국의 전략적 투사(投射, projection)를 차단하는 반접근•지역거부(anti-access/area denial A2/AD) 전략을 펼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이러한 전략을 추구하면서 이번 방공식별구역 사태와 같은 개별 사안들로 미국의 의지를 하나씩 시험해 보고 있다고 판단한다. 만약 이번 조치가 앞으로 시도될 더욱 본격적인 ‘미국 몰아내기 행보’의 출발점이라면, 초반부터 미국이 물러서는 모습을 보일 때 향후 더 많은 사안에서 양보를 강요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이다. 더욱이 현재 지역 내 정세가 불안정하여 우발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미국을 견제하려는 중국의 시도에 미국이 충분하게 대응하지 않을 경우 지역 내 동맹국들에게 미국의 의지를 충분히 입증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번에 중국이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하자마자 미국이 정찰기, 전투기, 폭격기를 대동한 무력시위에 나선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미중시대 양국의 이익이 병존 가능하다는 인식이 널리 확산되어 있지만, 적어도 아태지역 내 양국의 전략적 이익은 여전히 제로섬(zero-sum)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2014년 미중관계 및 향후 동아시아정세 전망

 

“미•중이 직접 충돌할 가능성은 낮지만, 긴장이 조성된 상황에서 우발적 충돌 및 오판 가능성 높아져”

“일본이 공세 일변도로 나올 경우 중•일 충돌이 미•중 갈등으로 비화될 가능성 있어”

“장기적 동아시아 지역정세 변화의 열쇠는 결국 미국이 쥐고 있어”

 

Q. 이번 행보를 통해 읽을 수 있는 미•중 양국의 전략적 포석을 염두에 둘 때, 2014년 미중관계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하나?

 

이상현 중국이 방공식별구역 선포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기 때문에 당분간 미•중 양국 사이 긴장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재균형 정책(Asia-Pacific Rebalancing strategy)과 중국의 ‘공세적 부상’이 만나 양국간 군사•외교•경제적 경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상황은 매우 복합적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 가운데 방공식별구역, 집단적 자위권, 센카쿠 분쟁, 북핵 6자회담, 미사일방어(Missile Defense MD) 등 갈등이 일어날 수 있는 여러 사안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미•중이 어느 수준에서 위기관리를 하게 될 지가 핵심이다. 당분간 양국이 여러 사안들을 두고 직접 충돌할 가능성은 낮지만, 현재와 같이 긴장이 조성된 상황에서는 불가피하게 불확실성이 높아진다는 사실에 유념해야 한다. 우발적 충돌 및 오판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역내 불안정성이 커지게 되는 것이다.

 

이동률 이번 방공식별구역 사태는 장기적인 맥락에서 미중관계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중국은 그동안 자국의 부상에 따라 확대되는 핵심이익과 이를 수호하려는 행동이 미국을 자극할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그런데 미국이 이번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우려했던 것만큼 중국의 적극적 행보가 미국의 강한 저항에 부딪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확인한 셈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중국은 향후 더 많은 영역에서 행동에 나설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본다. 앞으로 중국은 미국과 직접적인 갈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면서 점진적으로 자국 핵심이익의 영역을 확대하여 지속적인 부상 국면을 유지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Q. 향후 동아시아 정세를 전망하고 대비할 때 각별히 유의해야 하는 사안이 있다면 무엇인가?

 

이상현 중단기적으로 미중관계 전개 양상의 핵심변수는 일본이다. 중국이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전략적 방어선(defense perimeter)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동안 지역 내 해양에서 일본이 누려왔던 독점적 영향력이 상쇄되고 있다. 이번 방공식별구역 선포는 해양에서 일본에 대한 균형(balancing) 전략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가운데 공중에서도 균형을 달성하려는 중국의 시도로 해석될 수 있다. 현재 미•중 모두 양국 관계가 충돌로 비화되지 않도록 관리하려는 의지가 높은 상황에서 중국의 부상을 심각한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는 일본의 향후 행보가 중요한 독립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동률 동의한다. 실제 중국의 이번 방공식별구역 선포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추구를 미국이 승인함에 따라 미일동맹이 자국의 부상을 봉쇄하려 한다는 의구심이 중요하게 작동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일본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중국을 더욱 위협적으로 인식하는 동시에, 지역 내 미국의 영향력을 다소 불신하게 되었다고 본다. 일본이 앞으로 더욱 공격적인 대응을 함으로써 상황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일본이 적극적인 공세로 나올 경우 중국도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중•일 갈등이 고조될 여지는 적지 않다.

 

이상현 이런 맥락에서 가장 우려되는 문제는 중•일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분쟁이다. 특히 일본은 센카쿠 열도가 일본의 영토이며 이것이 미•일 안보조약의 적용 대상이라고 밝혀 중•일 간의 갈등이 미•중 간 갈등으로 비화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이것이 지역정세 위기로 이어질지 안정적으로 잘 관리될지 여부는 아직 확정적이지 않으며, 이는 불확실성이 커진 현재 국면에서 관련국들이 얼마나 적극적인 위기관리 의지를 보이느냐에 달렸다. 미국과 중국이 문제를 확전하기로 마음먹는다면 사태는 겉잡을 수 없이 나빠질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양국 모두 패자가 되는 선택이 될 것이므로 서로 직접적인 충돌은 피하고자 할 것이며, 따라서 아직은 미•중•일 모두 이 문제를 조심스럽게 다룰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더 높다.

 

Q. 동아시아지역에서 미•중의 전략적 이익이 제로섬적인 양상을 띌 수 밖에 없다면, 장기적으로 두 국가의 충돌은 불가피한 것 아닌가?

 

이동률 중국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동아시아정세 변화의 열쇠는 여전히 미국이 쥐고 있다. 중국이 말하는 “신형대국관계”의 핵심은 시진핑 주석이 말했듯이 태평양이 미•중 양국의 이익을 수용해 낼 만큼 충분히 넓기 때문에 상호 핵심이익을 존중해 주면서도 얼마든지 공영(共榮)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재균형 정책이 중국의 부상을 봉쇄하는 방식으로 전개되어 중국 핵심이익을 저해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경우에는 불가피하게 양국 간 정면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양국이 상호이익을 존중한다면 평화적 공존도 가능하다. 중국은 과거 강대국 부침의 역사를 학습하면서 강대국으로 부상하는 것 못지 않게 부상한 이후 어떻게 강대국 지위를 안정적으로 유지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은 지역 내 단일 패권을 확보하기보다 미국과 공존할 수 있는 길을 계속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중국이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면서도 이에 대한 미국의 대응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있는 것이며, 따라서 중국 행보에 대한 미국의 반응이 지역정세를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이상현 동의한다. 동아시아의 장기적 미래는 무엇보다 미국이 아태지역 국가들에게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 전략을 실행할 확고한 의지가 있음을 입증할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렸다. 현재 미국은 시리아 사태로 대표되는 중동문제와 “오바마 케어”(Obamacare)로 불리는 건강보험개혁법(Patient Protection and Affordable Care Act)과 같은 국내정치문제로 인해, 공표한 전략적 지향에 부합하는 아태지역 내 미국의 실질적 역량 강화를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이는 중국의 공세적이고 적극적인 행보에 대해 미국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고, 자연히 역내 동맹국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의 대응방향

 

“한국의 대담한 리더십 필요: 미•중•일이 격돌하는 가운데 한국의 외교적 입지 높여야”

“현재보다 더 전략적이고 유연한 외교 필요: 단순히 대응적 조치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미리 준비한 전략적 밑그림 위에서 움직이고, 한일관계 개선 위해 노력해야”

 

Q. 한국 정부의 이번 방공식별구역 확대 발표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이상현 이번 방공식별구역 사태와 관련하여 한국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확대에 나선 것은 이어도 상공 문제가 걸려있어 불가피한 부분이 있었기에 해야 할 일을 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동률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이번 정부의 KADIZ 확대 시도가 별다른 갈등을 야기하지 않고 잘 정리된 것에는 외교부의 노력도 있지만 다른 국제 변수들의 영향이 있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에게는 한국보다 일본의 반발이 훨씬 크게 부각되었고, 미국이 중국과 정면으로 충돌하지 않는 방향으로 논의 방향을 정하게 되면서 한국의 KADIZ 확대 발표는 덜 예민한 문제가 된 측면이 있다. 이처럼 지역정세에서 한국의 행보가 점차 독립변수가 아닌 종속변수가 되어가고 있는 현상이 장기적으로 한국에게 유리하지 않다는 사실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Q. 향후 동아시아 정세에 대한 전망을 토대로 집권 2년 차를 맞이하는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관해 제언을 부탁드린다.

 

이상현 현재 박근혜 정부가 내걸고 있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동북아 평화협력구상, 중견국 외교,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등의 외교정책 기조는 전반적으로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2014년부터 집권 2년 차에 들어서면 단순한 정책기조나 원칙제시를 넘어 구체적인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아직까지 정부 외교정책 기조는 방향성 제시 차원에 머물러 있고 구체적인 행동방안(action plan)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지역 강대국 관계에서 갈등 발생 위험성이 커지고 있는 현재 상황은 한국 운신의 폭을 좁힐 수도 있지만, 역으로 한국이 대담한 제안을 할 때 주변 강대국이 이를 귀담아 듣게 되는 기회의 국면이기도 하다. 이명박 정부가 “글로벌 코리아”를 제창하며 국제무대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임으로써 적지 않은 반향을 이끌어 냈던 경험을 토대로 삼아 박근혜 정부 또한 지역질서 구축을 위한 창의적인 방안을 제시한다면 한국의 외교적 입지를 크게 넓힐 수 있을 것이다.

 

전략적으로 많은 이익을 공유하는 일본과의 관계개선이 필요하다. 지난 여름까지만 해도 미국 사회에서 역사적 문제를 강조하는 한국 입장에 동조하여 한•미•일 안보협력의 저해요인으로 일본의 책임을 묻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요즘 들어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미국 내 정책연구가들 사이에서 안보이익을 공유하는 국가들이 서로 협력하여 통합 국방력을 강화한다는 “연합방위”(federated defense) 개념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이는 대규모 국방예산 삭감 속에서 지역 동맹국과 협력을 강화하는 문제가 미국에게 매우 절실한 사안이 되어가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역사문제를 내세워 한•미•일 협력의 증진을 저해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미국 정책전문가 그룹 내에서 높아진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한국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는 중대한 문제이다.

 

이동률 동의한다.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한국의 외교는 더욱 전략적이고 유연해져야 한다. 단순히 발생하는 사안에 따라 그때그때 대응하는 식의 상황논리에 입각한 외교로는 현재 지역정세의 높은 파고를 넘기 어렵다. 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한국의 국익을 지켜낼 수 있는 전략적 밑그림을 준비해야 한다. 최근 일본 내 여론조사 결과 한국이 과도하게 중국에 경도되어 있다고 보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음을 냉정하게 주시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의지 및 실제 의도와 무관하게 한국이 중•일, 나아가 미•중 간 갈등의 희생양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주의 깊게 살피며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전략적 준비가 필요해 보인다. ■

 

 


 

 

동아시아연구원(EAI)은 미국 맥아더 재단(The John D. and Catherine T. MacArthur Foundation)으로부터 중견국 외교 연구의 재정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EAI는 국내외 전문가를 대상으로 동영상 인터뷰 형식의 스마트 Q&A를 진행해오고 있으며, 관련 분야 전문가와의 질의응답을 통해 현안에 대한 시의적절하고 심도 있는 분석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본 원고는 EAI 아시아안보연구센터 EAI 연구원이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전문가 개인의 의견이며 동아시아연구원의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스마트 Q&A를 인용하실 때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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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경쟁과 한국의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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