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연구원(EAI)은 "리처드 하스(Richard Haass)와의 신세계 질서 대담" 온라인 세미나를 개최하였습니다. 본 세미나에서 EAI는 미국외교협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 CFR)의 리처드 하스 회장을 초청하여 하영선 EAI 이사장(서울대 명예교수)과 함께 변화하는 세계질서에 대해 논의하였습니다.

 

  • 일시: 2020년 9월 11일(금), 9:00-10:00 (KST)

  • 발표자: 리처드 하스 (미국외교협회 회장)

  • 사회자: 하영선 (EAI 이사장; 서울대 명예교수)

 

 

I. 혼란(disarray)에서 무질서(disorder)

                                                                   

세계화의 폐해, 무질서의 시대를 열다

  • 리처드 하스 회장은 21세기를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국제 사회 무질서의 시대로 제시한다. 지금은 국제관계의 전통적인 위협과 더불어 코로나19, 기후변화, 북핵문제 등 세계화로 인한 새로운 부담까지 종합적인 어려움을 마주한 역사적으로 대단히 어려운 시기라는 것이다. 지역적 수준과 국제적 수준 모두에서 나타나는 문제들과 함께 심화되는 경제적 불평등, 기존 제도의 한계, 권력의 분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이 시대는 특별히 이전 시대와 구별된다.

 

질서 구축을 위한 첫걸음, 미중 전략 대화

  • 시진핑 주석이 이끄는 중국 정부는 억압적인 국내정책과 독단적인 외교정책을 추구하며 이전 정부와는 다른 행보를 보인다. 중국 정부는 홍콩 국가보안법을 시행하고, 각종 첩보 행위에 연루되며 비군사화 공약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중국의 단독적 행동에는 대가가 따를 것임을 주지해야 한다.
  • 미중 갈등이 심화되고 있지만, 하스 회장은 현 국제 정세를 ‘신(新)냉전’으로 표현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21세기 중국은 전 세계적으로 경제적 통합망을 구축하고 있으며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의 국제적 확산에 대한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등 20세기 소련과는 다른 노선을 걷고 있다.
  • 세계가 질서의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이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을 시작으로 양국간 갈등을 완화해야 한다. 두 국가가 경제, 군사 등의 영역에서 첨예하게 맞서는 만큼, 하스 회장은 양국의 긴밀한 외교 채널을 통해 전략적 대화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두되는 국제기구 무용론, 해법은 개별 국가의 의지

  • 전통적으로 질서와 무질서는 적절한 균형관계를 유지하며 공존해왔고, 세력 균형과 국가 간 합의의 정도에 좌우되어 왔다. 마치 공식과 같이, 세력 균형과 합의는 평화롭고 안정적인 상태를 의미하였고 세력 균형이 없거나 위협을 받는 시기는 충돌을 뜻했다.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국제질서에서 이러한 현상이 가장 잘 드러난다. 이와 대조되게 21세기의 무질서 상황에서는 단순히 세력 균형과 합의로만 평화로 나아갈 수 없으며, 개별 국가의 의지와 결단이 새로운 변수로 떠오른다. 원칙적으로 합의한 사안에 대해서도 진정한 세력균형을 이루어내고 갈등을 피하기 위해서는 각 국가가 글로벌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얼마나 강력한 의지를 가졌는지가 중요하다.
  • 올해 가을, 다가오는 유엔 창설 75주년을 앞두고 유엔의 역할은 시험대에 올라와 있다. 지금까지의 유엔의 성과로 미루어보았을 때, 유엔은 강대국 정치나 세계화의 폐해를 해결하는 데에 의미있는 역할을 수행해오지 못했다. 이러한 혼란의 시기에 요구되는 것은 동아시아연구원(EAI)이나 미국외교협회 (Council on Foreign Relations, CFR)와 같은 싱크탱크의 연구 활동을 비롯한 창의적 접근이다. 그리고 진정한 질서의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 더 중요한 것은 미국과 중국의 정치적 결단과 의지이다.
  • 혼란을 야기하는 사건들이 반복되어 발생하면, 질서와 무질서의 균형은 깨지고 세상은 무질서를 향해 나아가기 마련이라고 하스 회장은 경고한다. 무질서의 세계는 더 많은 갈등을 낳고, 실패국가들과 기후위기의 폐해가 가득한 세상이 될 것이며, 현재 코로나19 사태는 미중경쟁과 전 지구적 불평등과 같은 세계화의 추세를 더욱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세상은 중국 주도의 세상도 아니고, 미국 주도의 세상도 아닌 승자 없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예고한다. 질서와 무질서의 균형은 깨지고, 기존의 해결책과 제도로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하기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암담한 미래 속 긍정적인 소식은 이런 미래를 멈출 방법이 있다는 것이고, 부정적인 소식은 이런 미래가 오지 않으리란 확신이 없다는 점이다. 그러나 현재 무질서로 향한 질주를 멈추기 위해 충분한 노력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하스 회장은 전한다.  

 

II. 트럼프가 남긴 차기 정부 과제

 

트럼프 , 미국의 외교정책 기로에 서다

  • 트럼프 정부 삼 년 반의 외교적 성과를 평가하기에 앞서 리처드 하스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주자였던 당시 트럼프 타워에서 자신에게 외교정책을 자문했던 순간을 회고했다. 대통령 당선 이전부터 골프와 뉴욕 생활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친분이 있던 하스 회장은 자유무역에 비판적이고 대외정책을 경제적인 이익의 측면에서만 바라보는 트럼프의 대외 인식을 경계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당선 이후에는 트럼프의 정책 기조도 전통적인 미국의 정책 방향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잠시, 트럼프만의 대외정책을 유지해나가고 있다.
  • 트럼프 대통령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집권한 미국의 대부분의 대통령과는 달리 유례없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하스 회장은 그를 19세기형 앤드루 잭슨(Andrew Jackson) 대통령으로 표현했다. 혹은 20세기의 미국 상원의원을 역임하였던 여러 고립주의자, 그리고 최근에는 일방주의, 고립주의와 보호주의를 지지했던 정치인 팻 뷰캐넌(Pat Buchanan), 또는 로스 페로(Ross Perot)를 연상케 하기도 한다. 그는 역대 대통령들과는 다른 외교 정책 경향을 보이며 현재까지 외교 정책이 트럼프 대통령을 변화시킨 것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외교정책을 변화시킨 면이 더 크다.

 

차기 대통령에게 바란다: 동맹관계와 혼란의 미국 상황 바로잡기

  • 11월 3일 치러질 미국 대선은 전국적인 우편투표 시스템을 도입하여 투표용지 처리가 관건이 될 것이다. 하스 회장은 본 선거가 매우 폐쇄적이고 치열한 경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예측한다. 두 후보 중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든 그는 ‘매우 어려운 숙제(very difficult inbox)’를 받아들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하스 회장은 미국이 유럽과 아시아의 동맹국들과의 관계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rans-Pacific Partnership, TPP)과 같은 다자주의 협정에 다시 가입할 수 있다고 본다. 만약 바이든이 당선된다면 동맹관계 회복은 미국 정부의 우선순위 과제가 될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지금껏 그래왔듯 동맹관계는 미국 대외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하스 회장은 트럼프가 미국의 대(對)중정책을 진지하게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은 일방적인 대중정책보다는 동맹국 및 파트너 국가들과 함께하는 대중정책을 추구해야 하며, 바이든은 이미 이러한 협업의 가치를 인식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든 미중관계는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가 될 것이다.
  • 한편, 혼란스러운 국내 상황을 안정화하기 위해 미국은 교육, 인프라 등에 더욱 투자해야 하며 인종차별과 이민정책으로 인한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실업자가 수천만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지금, 정치적 분열은 더욱 깊어지고, 이러한 대립적 구조는 11월 대선에서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다. 차기 대통령은 ‘외교 대통령 (foreign policy president)’이라는 사치를 더는 누리지 못하고 ‘국내 대통령 (domestic president)’까지 아우르는 과제를 떠맡게 될 것이다. 

 

III. 북핵문제와 한반도

 

북핵문제의 대안, Something-for-Something

  • 북핵문제의 해결은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 없으며, 이미 모든 종류의 해결책을 시도해본 지금, 본질적으로 다른 방안을 구상할 수 없다. 이에 비핵화를 장기적인 목표로 설정하고, 단계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 리처드 하스 회장의 견해이다. 비핵화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 잠정협정 체결을 통해 가까운 미래에 단계적으로 이루어나가야 할 것이며 ‘something-for-something’의 상호호혜의 원리에 입각하여 해결해 나가야 한다. 비핵화로 나아가는 과정에 참여하는 대가로 북한 제재를 완화하는 등 다양한 대안을 제안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대화의 과정에서 한국, 미국, 일본, 중국과 러시아 5개국의 긴밀한 협력이 요구될 것이다. ■

 


 

리처드 하스 (Richard Haass)_미국외교협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 회장. 미국 국무부의 정책기획부장과 콜린 파월(Colin Powell) 前 국무장관의 수석 고문을 역임했다. 미 상원으로부터 대사로 임명받은 하스 회장은 아프가니스탄과 북아일랜드 평화프로세스를 위한 미국 특사를 역임했다. 조지 H.W. 부시(George H.W. Bush) 대통령의 특별보좌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근동남아시아 담당 선임국장을 역임하였으며, 1991년 걸프 전쟁 때의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시민 훈장을 받았다. 최근 저서로는 The World: A Brief Introduction (2020), A World in Disarray: American Foreign Policy and the Crisis of the Old Order (2017) 등이 있다.

하영선_ EAI 이사장,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원로자문회의 위원과 대통령국가안보자문단을 역임했다. 서울대학교 외교학과 교수 (1980-2012)로 재직했으며 미국 프린스턴대학 국제문제연구소와 스웨덴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의 초청연구원이었다. 최근 저서 및 편저로는 『사랑의 세계정치: 전쟁과 평화』(2019), 『한국외교사 바로 보기: 전통과 근대』(2019), 『미중의 아태질서 건축경쟁』(2017),하영선 국제정치 칼럼 1991-2011(2012), 복합세계정치론(2012), 북한2032: 선진화로 가는 공진전략 등이 있다.

 

■ 담당 및 편집: 김세영 EAI 연구원  |  문의: 02 2277 1683 (내선 208)  sykim@eai.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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