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본 스페셜리포트에서 이왕휘 아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새로운 경쟁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미중 간 디지털 통화 경쟁에 대하여 설명합니다. 2008년 최초의 암호자산 등장은 국제사회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저자는 중국이 주도하는 "디지털 위안"에 맞서 전자화폐 시장을 먼저 선점하려는 미국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 질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그러나 디지털 통화 경쟁에서 미국과 중국이 가지고 있는 각국만의 유리한 조건으로 인하여 최종 승자를 예측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 아래는 일부 내용을 발췌한 것입니다. 전문은 상단의 첨부파일을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1. 머리말

2008년 역사상 최초로 암호자산(cryptoasset; 加密资产)인 비트코인이 등장한 이후 약 2,000여 종 이상의 가상화폐가 거래되고 있다. 2019년 6월 페이스북은 27개 핀테크 기업들과 함께 세계통화(global currency)를 지향하는 리브라(libra; 天秤币)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IT기업과 금융기관 뿐만 아니라 중앙은행도 디지털 통화(digital currency; 数字货币)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현재 노르웨이, 동카리브, 바하마, 스웨덴, 스위스, 싱가폴, 영국, 일본, 중국, 캐나다, 태국, 프랑스, 홍콩 및 유럽연합(EU) 중앙은행들이 중앙은행디지털통화(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中央银行数字货币)의 발행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 중 캐나다, 영국, 일본, ECB, 스웨덴, 스위스 중앙은행은 2020년 1월에 디지털화폐 연구 그룹을 결성하였다(Adrian and Mancini-Griffoli 2019; Nelson 2019; Kiff et al. 2020; Allen 2020; 한국은행 2019). 코로나 19위기 발생 이후 바이러스의 전파를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와 봉쇄의 결과 금융 거래에서 비대면(untact) 지급 결제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디지털 통화의 사용 범위와 금액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디지털 통화 개발 경쟁에서 가장 앞서있는 국가는 중국이다(Wang 2019). 2014년부터 블록체인(blockchain; 区块链)에 기반을 둔 디지털 통화를 개발해온 중국인민은행은 2019년 말부터 CBDC인 디지털통화전자지불(Digital Currency Electronic Payment; 数字货币电子支付)― 이하에서는 디지털 위안으로 약칭―을 주요 민간 금융기관들과 함께 시범 운용하고 있다. 중국이 디지털 통화 경쟁에서 미국을 앞서게 될 수 있었던 계기는 비트코인 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2013∼17년 중국은 비트코인의 최대 채굴국이자 최대 거래국이었다. 금융시장 불안정 증폭과 자본도피의 통로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트코인을 강력히 규제하였지만, 중국 정부는 핀테크 발전을 위한 블록체인 개발은 적극적으로 장려하였다(이왕휘 2017). 이런 점에서 디지털 위안은 암호자산 산업이 시행착오를 통해 얻는 시장 경험과 기술 발전의 성과물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디지털 위안에 대한 미국의 최초 대응은 정부가 아니라 민간에서 나왔다. 세계 최대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업인 페이스북은 27개 핀테크 기업들과 함께 2019년 6월 디지털 통화인 리브라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는 10월 23일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 위원회 청문회에서 리브라가 달러화 패권에 대한 중국의 도전을 제어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중국이 몇 달 안에 비슷한 아이디어를 착수하기 위해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중이다. 리브라는 주로 달러화에 기반을 둘 것이기 때문에 나는 리브라가 세계에서 미국의 금융 지도력은 물론 우리의 민주적 가치와 감독을 확대할 것이라고 믿는다. 미국이 혁신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금융 지도력은 보장되지 않는다(Zuckerberg 2019, 1).

 

저커버그의 중국 경고론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 의회 및 중앙은행은 리브라를 디지털 통화로 공인하지 않았다. 미국 정부와 의회는 페이스북의 독점적 지위가 시장경쟁은 물론 국내정치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력을, 중앙은행은 리브라가 법화 (legal tender)를 독점적으로 발행할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할 가능성을 심각하게 우려하였기 때문이다. 이런 반대 분위기 속에서 페이스북은 2020년 4월 리브라를 전 세계에서 통용될 수 있는 디지털 통화보다는 국가별로 사용될 수 있는 지급결제 수단으로 전환하였다. 그 결과 리브라는 더 이상 디지털 위안의 경쟁자 역할을 하기 어렵게 되었다.

디지털 위안의 상용화가 가까워지자, 그동안 CBDC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었던 미국 중앙은행이 CBCD- 이하에서는 디지털 달러로 약칭 -의 개발을 선언하였다. 2020년 8월 13일 라엘 브레나드(Lael Brainard) 연방준비제도 이사는 “중국이 자체적인 CBDC 버전 개발에서 빠르게 앞서고 있다”(Brainard 2020b)고 지적하였다. 디지털 달러의 플랫폼 개발과 관련된 실무는 보스턴연방준비은행과 MIT 디저털 통화 이니셔티브(Digital Currency Initiative)가 담당하기로 하였다.

CBCD가 향후 기축통화 경쟁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디지털 위안이 위안화 국제화를 추동시키는 데 성공한다면, 세계통화금융질서는 달러화 블록과 위안화 블록으로 양분될 수 있다(Bansal 2020). 이렇게 되면, 그동안 기축통화로 군림해왔던 미국 달러화의 과도한 특권(exorbitant privilege)은 상당히 제한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디지털 달러가 출범하여 디지털 위안을 견제한다면, 위안화 블록의 확대는 어려워질 것이다. 이 때문에 디지털 통화를 먼저 선점하려는 미중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다.

 


 

■ 저자: 이왕휘_ 아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영국 London School of Economics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연구분야는 국제정치경제와 기업·국가 관계이다. 공저로는 《일대일로: 중국과 아시아》(2016), 《동아시아지역 거버넌스와 초국적 협력》(2019), 《남·북·중 경제 협력 방안 연구》(근간) 등이 있으며, 주요 논문으로는 〈일대일로 구상의 지경학: 중아합작(中俄合作) 대 연아타중(連俄打中)〉(국가안보와 전략 2017), 〈핀테크(金融科技)의 국제정치경제: 미국과 중국의 경쟁〉 (국가전략 2018), 〈미중 무역전쟁: 미국 내에서 보호주의에 대한 저항과 중국의 대미 로비〉(국가안보와 전략 2018) 등이 있다.

 

■ 담당 및 편집: 백진경 EAI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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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대 프로젝트

세부사업

미중경쟁과 한국의 전략

중국의 미래 성장과 아태 신문명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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