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부상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이는 2008년 미국발 세계경제위기 이후 미국은 상대적 쇠퇴의 길을 걷는 것에 비해, 중국은 두 자리수에 가까운 경제 성장률을 유지해 나감에 따라 탈냉전 이후 지속되어온 미국 주도의 국제정치 구조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이러한 구조적 변화는 공교롭게도 2010년 들어 구글사태, 대만무기판매, 달라이 라마 방미, 위안화 절상 문제 등으로 인해 불거진 ‘공세적 중국’(assertive China) 논의와 맞물리게 되었다. (Swaine 2010) 이 때문에 세력전이 이론이 경고하듯(Chan 2007, 2 ; Kugler and Lemke 1996, 7-10), 미중간 힘의 격차가 줄어듦에 따라 기존 패권국인 미국과 부상하는 중국 사이에 본격적인 갈등의 막이 오른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 사례를 살펴볼 때 이러한 우려는 타당한 측면이 있다. 국제정치 ‘구조’(structure)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언제나 ‘과정’(process)의 격변을 불러일으켰다. (Nye 2000, 34-35) 유럽대륙에서 독일의 부상은 결국 1차 대전과 2차 대전으로 이어졌고, 미소 냉전시대는 한국전쟁과 함께 시작되었다. 냉전의 종식은 ‘역사의 종언’(Fukuyama 1993)이 되기보다 이데올로기 논쟁으로 억눌러왔던 각종 문제들이 봇물처럼 터지는 사태를 야기했고, 국가 이외의 다양한 행위자들을 국제정치 무대의 중심으로 끌어들이며 결국 9•11사태를 맞이했다. 그런데 9•11사태 이후 복잡해진 국제정치 구조에 대응함에 있어 미국은 ‘일방주의적 국제주의 정책’(unilateral internationalism)을 선택하고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전쟁을 일으켰으며, 이는 국제사회에서 미국 리더십의 정당성 위기로 이어졌다. 만약 이 같은 미국의 정당성 위기가 2008년 경제위기 이후 물질적인 수준에서 실질적인 역량의 쇠퇴로까지 이어진다면, 중국의 지속적인 부상은 또 한번 국제정치 구조의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구조적 변화가 어떤 과정적 격변을 일으키게 될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러한 구조적 변화가 다른 어떤 나라들 보다 한국에게 더욱 곤혹스러운 일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한국전쟁 당시 남북으로 분단된 한국이 양대 패권국인 미국과 소련 사이에 끼어 냉전시대의 개막이라는 국제정치 구조적 변화의 중심에 설 수 밖에 없었던 것처럼, 2008년 이후 진행되는 구조적 변화에 있어서도 한국이 다시 한 번 격변의 중심에 서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국은 미국과 군사동맹 관계를 반세기 넘게 유지하고 있고, 한미동맹이 한국 외교안보 전략의 중추를 이루고 있는 만큼 한국의 안보에 있어 미국이 가지는 의미는 매우 크다. 그런데 동시에 한국은 모든 무역 상대국들 가운데 중국에 대한 무역의존도가 가장 높다. 지난 해 이미 한국의 전체 수출량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분의 1을 넘어섰다. 특히 한국의 국내총생산 (Gross Domestic Product: 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50퍼센트에 육박한다는 점을 염두에 둘 때 중국이 한국 경제에 차지하는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따라서 미중간의 첨예한 갈등이 지속될 경우 한국은 그 어느 국가보다 더 난감한 상황을 맞이할 수 밖에 없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이 추구해야 할 가장 이상적인 전략은 미국과 중국을 동시에 끌어안는 ‘비대칭적 연미연중 전략’ (〈EAI 논평 제17호〉 2011/1/31)이라 할 수 있다. ‘비대칭적 연미연중’ 전략은 한국이 미국과 중국에게 각각 다른 차원의 네트워크를 형성해 나가야 함을 강조한다는 측면(“인접 그물망”과 “연결 그물망,” 하영선 2010, 11-13)에서 “이중헤징전략”(dual hedging strategy, Heginbotham and Samuels 2002) 보다 복잡하고 정교한 외교정책을 제안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이중헤징전략이 가지고 있는 위험요소를 공유하고 있다. 즉, 헤징을 거는 양자에게 모두 버림받을 수 있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효과적인 외교를 통해 이러한 위험을 일정부분 극복할 수 있겠지만 이는 매우 불안정한 전략이므로, 궁극적으로는 양자 사이를 매개하는 ‘다리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략적으로 가장 취약하다고 할 수 있는 한국의 약점, 즉 다른 어떤 나라들보다 더 미중 양자 모두에게 높은 수준의 비대칭적 상호의존성을 가지고 있는 점은 역으로 다른 어떤 나라보다 매개역할을 할 수 있는 여지가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한국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중관계를 대립국면으로 접어들게 하는 핵심적인 변수가 무엇인지 파악하여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이는 양자 사이에서 근본적인 불만 또는 불신을 갖게 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파악해야만 실타래처럼 얽힌 문제들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고, 바로 그 부분에서 한국이 적극적인 중개 외교를 펼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

 

이런 맥락에서 동아시아연구원(EAI)은 미중관계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가 보다 활발하게 일어나게 되기를 바라며 미중관계(U.S.-China Relations: UCR) 시리즈를 아래와 같이 기획하였다.

 

UCR 공식성명일지〉(UCR Statement Factsheet)에서는 매일 수집한 미국과 중국의 공식성명 자료를 이슈별로 분류하고, 각각의 성명 내용 가운데 핵심적인 부분을 인용문(quote)으로 뽑아 정리한 자료를 제공한다. 는 매월 발표될 예정이며, 이를 통해 각종 현안들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공식입장들을 지속적으로 추적해 나가고자 한다.

 

UCR 브리핑〉(UCR Briefing)에서는 미중관계의 현재와 미래를 이해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변수들과 핵심이슈들에 주목하여 의 내용을 분석하고, 미중관계 동향 및 전망을 제시하고자 한다.

 

UCR 워치〉(UCR Watch)에서는 여론분석 데이터를 토대로 미중 간 힘의 격차 및 미국과 중국에 대한 여론의 인식을 분석하고자 한다. 특히, 여론 추이를 분석함에 있어 는 미중관계에 대한 대중의 인식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인들을 이해함에 초점을 둔다.■

 

 

6대 프로젝트

세부사업

미중경쟁과 한국의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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