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미세먼지농도 확인이 일상이 되어버릴 정도로 미세먼지는 이미 우리의 삶에 깊숙이 침투해 있습니다. 더욱이 미세먼지와 같은 대기오염 물질의 경우, 국경을 초월해 자연의 법칙에 따라 이동하기 때문에 일국의 노력만으로는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국가 간 협력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한국과 중국의 경우, 90년대부터 환경오염 문제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으나, 초미세먼지를 연구 대상에 포함한 이후에는 양측 간 실질적인 공동 연구나 발표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이태동 연세대 교수는 지적합니다. 실제 국가 간 공동 대응이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우선 대기오염이 초국적 문제임을 인식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공동 연구가 이루어져야 하며, 이러한 연구 결과가 실제 정책 결정 과정에 반영되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한국의 미세먼지가 중국에서 온 것인지에 대한 충분한 근거가 있는지 모르겠다… 이 문제는 과학적 태도에 따라야 한다."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 2019. 3. 6)

"미세 먼지, 중국발 원인이 있는 것은 사실" (강경화 외교부장관 2019. 3. 7)

"중국 생태환경부 장관이 중국발 미세먼지가 한국에 영향을 주는 부분을 분명 시인했다." (조명래 환경부장관 2019. 3. 7)

 

대기환경 문제의 특징 중 하나는 대기오염 물질이 국가 간 경계를 고려하지 않고 자연의 법칙에 따라 이동한다는 점이다. 이는 대기오염 물질을 관리하는 데 있어, 국가 간 관할권(jurisdiction)을 정하고 시행하는 데 어려움을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월경성 대기오염(transboundary air pollution)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국가 간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것도 의미한다. 그러면 국가 간 협력은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는가?

미세먼지, 황사와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선결되어야 하는 조건이 있다. 우선 대기오염 물질이 어디에서 발생해서, 어떻게 이동하며, 어디에 어떠한 결과를 가져오는가에 대한 과학적 사실에 대한 공동의 인식이 필요하다. 환경정치학자인 피터 하스(Peter Haas)는 지구 환경 문제에서 전문적 지식을 바탕으로 과학적 사실에 대한 인과적 과정에 대한 믿음을 공유한 과학자 네트워크인 인식 공동체(epistemic community)가 국제기구와 국가가 당면한 환경 문제에 대한 정책을 만드는 데 큰 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과학자들 간에도 연구 방법과 결과, 이론에 대한 이견이 존재하며, 이를 줄이기 위한 지속적이고 다양한 자연과학 및 사회과학 공동 연구가 필요하다.

앞서 살펴본 한중 간 외교 수사는 오랜 한중 협력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아직 미세먼지를 비롯한 월경성 대기오염 물질의 원인, 이동 경로, 결과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90년대 중반부터 한국과 중국은 환경오염 문제에 공동으로 대처하려는 노력을 시작하였다. 2000년부터는 ‘한중일 장거리이동 대기오염물질 공동연구사업’(Long-range Transboundary Air Pollution: LTP)을 시작했으며, 대기 모델링 시스템 구축, 황산화물, 질소산화물에 대한 배출원-수용지 관계 분석, 미세먼지 국가 간 상호 영향 평가가 이루어졌다. 특히 LTP의 일환인 2013년 미세먼지 배출원-수용지 영향분석 모델링의 결과, 계절적 변화에 따른 증감이 있지만, 한국 미세먼지 중 47% 가량이 국내 요인이고, 나머지는 중국과 북한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밝혀졌다. 환경부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미세먼지의 국외 영향은 평상시에는 30-50% 정도이지만, 고농도 시에는 60-80%로 높아진다고 한다. 그러나 이후 초미세먼지를 공동연구 대상에 포함시킨 후, 중국 측은 세부 연구 결과를 발표하지 않았다. 실질적 공동 연구와 공동 연구 결과 발표 부재로 인한 과학적 불확실성은 동북아 월경성 오염물질 환경 협력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미세먼지 등 월경성 대기오염 물질을 저감하기 위한 동북아 협력을 저해하는 다른 요소는 인식의 차이이다. 이는 정책을 결정하는 정책 결정자뿐만 아니라 학자들과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도 월경성 오염 물질에 대한 한중 간의 인식차이는 크다. 김상규와 김동연(2018)의 연구에 따르면, 1990-2017년 한국의 국내 학위 논문 및 국내 학술지 논문의 내용을 분석한 결과, 산성비, 황사, 미세먼지, 환경오염, 대기오염과 중국을 핵심어로 사용한 논문은 적게는 0.75%(해양오염 695편 중 해양오염+중국 5편)에서 3.44%(산성비 261편 중 9편)에 다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같은 기간 중국의 학위논문과 중국 국내 학술지 논문에서 황사와 한국을 연결하여 연구한 논문은 1편(1,966편의 황사 관련 논문 중)에 불과하며, 미세먼지를 연구한 논문 중에서도 한국을 언급하여 관련 짓고 있는 논문도 1편(4,328편의 미세먼지 관련 논문 중) 밖에 없었다. 이는 중국의 환경오염이 심각해 질수록 중국의 환경과 대기오염 관련 연구는 늘어나지만, 이를 한국과 연결 지어 연구하고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일반시민의 경우, 한국에서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미세먼지 유입과 관련해 중국의 책임을 물을 것을 요구하는 청원이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던 것과 비교해, 중국에서는 미세먼지와 한국 및 기타 아시아 지역에서의 영향을 걱정하는 목소리를 듣기 쉽지 않다.

월경오염물질의 원인, 이동 경로, 결과에 대한 정량화된 과학적 분석 결과는 국가 간 협약에서 오염자부담원칙(Polluter Pay Principle: PPP)에 의해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기제로 작용하여 오염국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월경성 대기오염에 있어 순전한 오염자나 피해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중국은 몽골로부터 월경성 오염 물질에 의해 피해를 입을 수 있으며, 일본은 중국과 한국으로부터 월경성 오염물질의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월경성 오염 물질에 대한 동아시아 국가의 공동 연구와 분석은 비난이나 책임 회피의 근거이기보다는, 동아시아 지역의 대기질 향상을 위한 기초 자료로 인식될 필요가 있다. 또한 동아시아 지역 대기오염에 대한 인식 공동체가 실질적으로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이를 함께 발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발표 결과를 토대로, 동아시아 정책 결정자들과 일반 시민들이 공동으로 문제를 인식하고 함께 해결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동아시아 연구자들이 과학적 방법론으로 공동 연구한 결과가 도출되어 공유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정책 결정자들이 간과하면, 문제 해결의 첫 단추와도 같은 문제에 대한 ‘공동 인식’이 어려워진다. 그렇게 될 경우, 미세먼지를 비롯한 월경성 오염물질저감협력 효과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신뢰할만한 정보와 데이터 분석을 제공하는 초국적 연구 결과가 정책 결정 및 협력 단계에까지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과학자와 정책결정자 간 연결고리가 필요하다.

다행히 최근 들어 한중 간 양자 협력과 동북아 지역 월경성 대기오염 저감을 위한 다자간 협력의 플랫폼들이 생겨나고 있다. 양국 당국은 한중 환경협력계획(2018-2022)을 통해 한중 간의 환경 협력계획에 대한 서명과 함께 ‘한중환경협력센터’를 공동으로 설치, 운영하기로 합의하였다. 센터의 주요 임무 중 하나는 ‘대기질 공동연구단’과 ‘환경기술 실증지원센터’를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환경협력 컨트롤 타워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환경부 2017). 그 밖에도 2018년 10월에는 동북아 6개국(한, 중, 일, 러, 몽골, 북한) 다자 협력틀로서 동북아청정대기파트너십(North-East Asia Clean Air Partnership: NEACAP)이 출범하였고, 이는 미세먼지 등 역내 대기오염 저감을 위해 정책결정자-과학기술 전문가 간 네트워크 형성을 표방하고 있다.

한중 간 미세먼지 협력의 첫 단추는 문제에 대한 공동의 인식과 연구이다. 특히 자국 내의 대기오염 문제에 대한 인식을 넘어, 대기오염이 국가의 경계를 넘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인식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연구가 필수적이다. 공동의 연구가 시민들의 문제 인식과 정책 결정 과정에 반영될 때 국제 환경 협력 강화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 사람들을 숨막히게 하는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자국 내 저감 조치를 자발적으로 강력하게 추진하는 것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동시에 국내적 노력이 국제적인 환경 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양자 간, 다자 간 협력 채널을 활용해야 할 때이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모든 시민에게 자유롭게 깨끗한 공기를 숨쉴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

 

참고자료

김상규·김동연. 2018. “월경성 환경오염문제에 관한 한중 인식 차이와 협력 분석: 평화적 갈등 해결 논의를 중심으로.” «평화학연구» 제19권 제1호: 253-277.

남상민. 2019. "미세먼지, 동북아 협력은 가능한가." «참여사회» 4월호. 통권 264호.

신범식 외. 2018. «지구환경정치의 이해». 서울: 사회평론아카데미.

원동욱. 2008. "과학적 불확실성과 동북아 환경협력의 딜레마." «한국정치학회보» 제42집 제4호: 367-385.

이태동. 2017. «토론으로 배우는 환경-에너지 정치». 서울: 청송미디어.

이태동·정혜윤. 2019. "한중 대기 환경협력의 정치: 미세먼지와 기후변화 비교연구." 기후변화학회발표논문.

이혜경. 2017. «동북아 장거리 대기오염물질 공동연구(LTP)». 서울: 국회입법조사처.

환경부. 2017. "정상회담 계기 〈한∙중 환경협력계획〉 서명." 환경부.

 

 

■ 저자: 이태동_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부교수. 동 대학 환경·에너지·인력자원 연구 센터장. 연세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도시 및 지역계획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미국 워싱턴 대학(University of Washington)에서 세계 도시와 기후변화(Global Cities and Climate Change: the Translocal Relation of Environmental Governance, Routledge)를 주제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된 관심사로 도시의 기후변화와 에너지 정책을 국제관계와 비교정책의 관점에서 분석하는 연구를 하고 있으며, 환경-에너지 정치, 마을학개론, 시민사회와 NGO 정치 등의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마을학개론»(2017), «우리가 만드는 정치»(2018)와 같은 저서를 학생들과 함께 출판하였다.

■ 담당 및 편집: 최수이 EAI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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