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지난 3월 15일 막을 내린 제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 제2차 회의에서는 특별히 중요한 안건은 다뤄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작년과 달리 시진핑 주석에 비해 리커창 총리의 목소리가 높아진 점에 주목하면서 합의 정치의 부활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고 양갑용 박사는 분석합니다. 특히, 이러한 변화가 나타난 배경으로 저자는 미중 무역갈등에 주목합니다. 미중 무역갈등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시 주석에게 부담으로 작용했고, 이에 시 주석은 '당과 인민'을 강조하면서 스스로는 '몸을 낮추는' 방식으로 대응한 것이라고 해석합니다. 반면, 이러한 외부 변수에 대한 대응으로 리커창 총리는 '시장화'와 '민영화'를 강조하면서 자신의 목소리 높였고, 이는 시진핑 주석의 '핵심 지위' 획득으로 부각됐던 일인지배체제에 미세하지만 변화의 조짐이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다만, 이러한 변화가 시 주석의 권력 약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기존의 권력 강화 노력이 예상치 못한 외부 변수에 의해 '합의'를 통한 방식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고 덧붙입니다.

 


 

논의를 시작하며

전국인민대표대회는 헌법 제3장 국가기구에서 제1절에 지위와 역할이 규정될 정도로 매우 중요한 중화인민공화국 국가기구이다. 헌법 57조에 따르면 전국인대대표대회는 중국의 최고국가권력기관이며, 국가 입법권을 행사하는 헌법 기구이다. 이는 당의 결정을 국가의 결정으로 바꾸는데 매우 중요한 기제라는 의미이다. 헌법 61조 규정에 따라서 전국인민대표대회는 매년 1회 전체회의를 개최한다. 물론 전국인대 상무위원회의 요청이나 전체 대표 1/5 이상이 소집을 요구하는 경우 임시 전체회의가 개최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매우 특별한 경우에 해당한다. 이번 제13기 전국인대 제2차 회의도 역대 전체회의 개최 관행에 따라 열렸다. 그러나 그 안에 내포되어 있는 함축적 의미는 기존 제2차 회의의 성격과는 약간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관행의 지속과 변화

이번 전국인대 전체회의는 지난해 개최된 1차 회의와 비교하여 특별히 중요한 안건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총리의 <정부업무보고>가 있었고, 중국외상투자법이 새롭게 만들어졌으며, 장롱순(張榮順)의 전국인대 상무위원회 위원직 사임 안건 등이 다뤄졌다. 헌법 제62조는 전국인대 직무 권한으로서 헌법 수정, 헌법 실시 감독, 기본 법률 제정 등 16가지를 적시하고 있다. 16가지 임무 가운데 이번 전체회의에서는 법률(외상투자법) 제정과 인사(장롱순 사임 건) 안건 처리 등이 주목을 받았다. 전국인대 제2차 회의는 구조적으로 주목을 받을 수 없는 회의라는 사실을 이번 회의에서 잘 보여주었다. 만약 지난 해 하반기 기존 관례대로 19기 3중전회가 열려서 집권 2기 청사진을 제시했다면 정책 논쟁이 벌어지는 등 회의의 성격은 달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19기 3중전회가 앞당겨지고 내용이 바뀌면서 집권 5년의 구체적인 정책 의제가 부각되지 못했다. 중국은 여전히 2017년 10월에 개최된 19차 당대회 <보고>에 기초한 정치가 계속되고 있다.

당의 정치일정의 변화와 달리 전국인대는 예정된 의사일정을 소화했다. 이는 여전히 중국에서 예측 가능한 정치가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난해는 헌법 수정을 둘러싼 다양한 논쟁이 있었다. 올해 전국인대 전체회의는 상대적으로 조용하게 지나갔다. 정치 일정을 무난하게 소화했다는 의미이다. 예측 가능한 정치가 작동하고, 전국인대 전체회의가 일탈 없이 개최된 것은 제도의 지속 측면에서는 충분히 긍정할만하다. 예측 가능한 제도화된 정치의 일면을 잘 보여주었다. 헌법에 규정된 의사일정을 변경하면서까지 무리수를 둘 정도로 전국인대가 당대회와 비견될 정도로 의미 있는 정치 행사가 아니라는 점을 반영한 것일 수도 있다.

작년 제1차 회의와 비교하여 리커창 총리의 주목도가 올라가고 시진핑 주석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는 이례적이며 일종의 조용한 변화이다. 작년 전국인대 전체회의가 시진핑 주석에 의한, 시진핑 주석을 위한 회의였다는 비판적 평가와는 사뭇 다르다. 중국 관방 언론도 리커창 총리의 <정부업무보고>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정부업무보고>에 대한 긍정적 관심은 상대적으로 시진핑 주석을 덜 주목하게 만들었다. 지난해 전국인대는 헌법 수정을 통해서 이른바 ‘시진핑 사상’을 헌법 전문에 넣었다. 국가주석의 연임 제한 규정도 철폐했다. 그러나 총리의 연임 제한 규정은 그대로 두었다. 결과적으로 시진핑 주석의 개인 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회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당시 중국 주요 언론도 권력 강화와 집중에 대한 당위성을 선전하는데 집중했다. 그러나 이번 회의에서는 리커창 총리로 상징되는 다른 목소리에 비교적 많은 관심을 드러냈다. 이러한 흐름의 변화는 당장 시진핑 주석 개인 권력 집중 완화 내지 약화를 불러오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덜 중시되었던 집단 권력의 작동 가능성에 다시 관심을 돌리게 했다. 이것이 이번 회의의 새로운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당과 인민, 시장화와 민영화

전국인대 전체회의는 각급 인민 대표들이 참여하는 회의이다. 형식적으로는 인민의 대표성을 가지고 인민의 수요와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서 다투는 정치 경연장이라고 할 수 있다. 주요 행위자들의 쌍방향 소통이 일어나는 장소이다. 중앙 지도자들에게는 기층의 다양한 요구에 정책으로 답하는 자리이다. 인민 대표들에게는 자신들의 요구를 중앙에 표출하고 전달하는 유용한 자리이다. 전국인대 개최 기간 중앙 지도자, 특히 정치국 상무위원들은 각급 대표단 전체회의에 참석한다. 기층의 요구와 상황을 청취하고 중앙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오랜 관행이다. 시진핑 주석도 이번 회의 기간 네이멍구 대표단 전체회의 등 6개 대표단 회의에 참석했다. 리커창 총리도 광시자치구 대표단 전체회의 등에 참석했다. 특히 리커창 총리는 <정부업무보고>와 폐막식 후 내외신 기자회견을 통해서 자신의 견해를 적극적으로 피력했다. 회의 기간 두 최고 지도자들의 강조점이 약간 달랐다. 이번 회의 특징 가운데 하나로 해석할 수 있다.

회의 기간 시진핑 주석은 당과 인민을 강조했다. 리커창 총리는 시장화와 민영화를 강조했다. 미국과의 무역 갈등이라는 외부변수를 대응하는 시각에서 두 사람은 약간의 차이를 보여 주었다. 물론 이 두 사람이 파벌적 성격을 갖는 당파적 정략에 따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또 그렇게 볼 필요도 없다. 상호 협력이 정치적 이익을 가장 극대화한다는 것을 두 사람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미 외부 변수가 중국 국내정치에 깊숙이 그리고 현저히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두 사람의 엇박자가 중국 외부로 표출될 가능성은 없다. 당내 합의를 통해서 당과 국가의 시각과 관점, 입장이 표출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두 사람이 극단적 대립 구도를 갖는 파벌적 이익에 경도되어 행동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정책의 우선순위와 경중에서는 약간 결을 달리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시진핑 주석은 군중주의적 방식으로 난관을 돌파하는데 관심이 높고, 리커창 총리는 국내수요 창출과 국내시장 활성화를 통해서 외부변수에 대응하려는 듯 보인다.

시진핑 주석은 대표단 회의에 참석하여 자신의 견해를 설파했고 리커창 총리는 <정부업무보고>와 폐막식 기자회견을 통해서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다. 이번 회의에서 시진핑 주석의 키워드는 당과 인민이었다. 3월 4일 문화예술계, 사회과학계 대표단 회의에서는 ‘인민’을 대변할 것을 주문했다. 3월 5일 네이멍구 대표단 회의에서는 ‘생태환경’을 거론했다. 3월 7일 깐수성 대표단 회의에서는 ‘빈곤문제’를 거론했다. 3월 8일 허난성 대표단 회의에서는 ‘향촌진흥전략과 삼농(三農)’을 강조했다. 3월 10일 푸젠성 대표단 회의에서는 ‘양안’ 문제를 언급하고 대만 사람들을 내국인과 동등하게 대할 것을 주문했다. 3월 12일 해방군과 무장경찰부대 대표단 회의에서는 빈곤탈출 업무에 군이 나설 것을 주문했다. ‘인민’을 중심에 둔 군중주의적 작풍을 재차 강조했다. 외부변수의 영향을 당과 인민의 결속을 통해서 뚫고 나가려는 의지로 읽힌다. 반면에 리커창 총리는 국내시장과 국내수요 증진을 통해서 외부변수에 대응하고자 했다. 국유기업 개혁, 자본시장 확대, 취업의 거시전략화 등을 주장했다. 그 방법으로 시장화와 민영화를 강조했다.

 

일인지배에서 다시 합의의 정치로

‘신시대’를 표방하고 출발한 시진핑 집권 2기는 2018년 4월부터 본격화된 미중 무역 갈등이라는 암초를 만나 방향을 잘 잡지 못하고 있다. 단기간에 끝날 줄 알았던 미중 갈등은 해를 넘기고 1년여를 끌고 있다. 이번 전국인대 전체회의는 사실상 미중 갈등으로 불리는 외부변수를 국내에서 어떻게 대응할지를 놓고 중국에게 깊은 고민을 안겨주었다. 여기에 이러한 국면이 비교적 상당히 오래 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더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시진핑 주석은 자신이 주창했던 신형국제관계, 인류운명공동체, 일대일로 등에 대해서 다시 사고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당장 무역 갈등으로 촉발된 경기 위축 혹은 하강 압력은 당의 통치 정당성을 위협하고 시진핑 체제의 연착륙에도 의구심을 자아내게끔 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몸을 낮추는 것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번 전국인대 전체회의에서 보여준 시진핑 주석의 움직임은 매우 조심스럽다. 자신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 것이었다. 대신에 리커창 총리는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면서 다시 합의의 정치 가능성을 부활시키고 있다.

<정부업무보고>와 기자회견을 보면 리커창 총리는 예전에 비해서 공급 측 구조개혁, 중국의 꿈 등 시진핑 주석이 강조했던 워딩보다는 시장화, 민영화, 민생 등 자신이 강조했던 워딩을 비중 있게 거론했다. 그리고 매우 상세하게 민생 부분을 챙기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예컨대, 취업우선 정책을 거시 정책 차원에서 다루겠다고 선언하고, 대규모 SOC 건설 등 국가투자를 늘려 경기를 진작시키고, 국내수요 창출 및 국내시장 활성화를 위해서 민간 투자를 증대하고, 도시 호구가 없어도 도시 상주 주민에게 도시 주민과 동등한 혜택을 주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이데올로기로서 민생이 아니라 구체적인 정책으로서 민생에 중점을 두겠다는 리커창식 거버넌스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는 리커창 총리의 개인적인 소신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당내 합의가 전제되어야만 표출될 수 있는 의제이다. 다시 말해 리커창 총리가 주장하는 여러 가지 국내시장 활성화 조치들이 사실은 당내 합의의 결과라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이번 제13기 전국인대 제2차 회의는 과거 시진핑 주석으로 집중되었던 ‘핵심’의 정치가 다시 ‘합의’의 정치로 변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가능한 회의라는 점이다. 이는 외부 변수가 심대하게 국내정치에 영향을 미친 결과의 한 단면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미세한 변화가 시진핑 주석의 ‘핵심’으로서의 권위 약화를 의미한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기존의 일인 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일련의 노력이 외부 변수로 인해서 다시 합의의 정치 부활로 연결되는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합리적으로 추론할 수 있다. 전국인대, 특히 두 번째 열리는 제2차 회의는 밋밋하고 특별할 게 거의 없는 회의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회의에서 외부변수의 국내정치 영향은 시진핑 주석과 리커창 총리의 움직임에 미세한 변화를 이끌었다. 이것이 ‘핵심’에서 다시 ‘합의’로의 회귀를 불러오는 정치 변화를 촉발할지 지켜볼 것을 주문하고 있다.

 

글을 마치며

전국인대 제2차 회의는 제1차 회의에 비해서 긴장감이 떨어진다. 제1차 회의에서 설계한 대로 첫 해를 보낸 것에 대한 평가가 주를 이루고 대부분 그 성과를 높이 평가하는 의례적인 수순을 밟기 때문이다. 회의 개최 시기와 다루는 내용은 관행의 지속성에 따라 큰 변화가 없다. 이번 회의도 마찬가지였다. 관행은 지속되었다. 그러나 제1차 회의에 비해서 시진핑 주석이 덜 주목받고, 리커창 총리가 더 주목 받은 것은 미세한 변화이다. 제1차 회의를 압도했던 시진핑에 비해서 이번 회의에서는 리커창 총리의 움직임도 주목 받았기 때문이다.

시진핑 주석은 여전히 ‘핵심’ 지위를 통해서 군중노선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냈다. ‘당’과 ‘인민’의 강조는 이것이 여전히 중국에서 중요하고 관건이 되는 의제임을 확인시켜주었다. 리커창 총리도 과거와 달리 자신의 색깔을 드러낸 ‘시장화’와 ‘민영화’에 대해서 주목 받는 목소리를 냈다. 이는 ‘핵심’ 지위 확보, 헌법 수정, 집권 연장 제한 조항 철폐 등 그 동안 일인 지배 권력을 꾸준히 강화시켜오던 시진핑식 거버넌스와는 약간 결을 달리한다. 외부변수의 영향으로 중국 정치가 일인 지배에서 다시 합의의 정치로 변하는 것은 아닌지 제13기 전국인대 제2차 회의는 우리에게 새로운 해석을 요구하고 있다. ■

 


 

■ 저자: 양갑용_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대외젼략연구실. 중국 푸단대학교(復旦大學) 국제관계와 공공사무학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주요 연구 분야는 중국공산당 집권의 내구성과 간부, 엘리트 정치 등 집권의 내적 동력과 메커니즘이다.

 

 

6대 프로젝트

세부사업

미중경쟁과 한국의 전략

중국의 미래 성장과 아태 신문명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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