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지난 11월 6일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이 각각 하원과 상원을 차지함으로써 8년만에 분점정부 상태가 도래했습니다. 이러한 권력 구도를 고려할 때, 적어도 향후 2년 간 트럼프 행정부의 가시적인 입법 성과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손병권 중앙대 교수는 분석합니다. 국내 인프라 투자 및 미중 무역전쟁 등 양당 간 정책적 이념이 충돌하지 않는 사안에 대해서는 일정 수준의 합의가 가능하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던 추가적인 감세조치나 오바마 케어의 폐지는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에 막혀 원천적으로 추진 자체가 힘들 것이라고 저자는 덧붙입니다. 

 


 

2018년 중간선거의 맥락

2017년 취임 이후 제도권 대통령보다는 선거운동형 대통령의 모습을 고수해온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은 지속적으로 보수적 지지층을 염두에 두면서 정책을 펴왔다.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트럼프 대통령이 TPP 탈퇴를 지시하고, 파리 신기후체제 동참을 거부한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우선주의에 따라서 아시아 및 유럽의 동맹국에 대해 방위비 분담을 압박했고, 다자적인 협의기구를 무시해 왔으며, 미국의 주권이 상시적으로 행사될 수 있는 방식의 거래를 지속적으로 모색했다.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한국에 대해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개정을 촉구했고, 이윽고 미중 무역이 미국의 대중적자를 누적시키고 중국제조 2025가 미국의 안보에 위험이 된다고 보면서 중국에 대해 전방위적인 무역전쟁을 개시했다. 또한 유럽 동맹국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이란과의 다자 핵협상인 P5+1에서 탈퇴하였고, 국내의 종교적 보수주의자들을 염두에 둔 듯이 예루살렘으로 미국 대사관을 이전하기도 했다. 그리고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을 추진하고 국경안보를 강화했으며 지속적으로 엄격한 이민정책을 지속적으로 고수해 왔다. 더 나아가 보수적인 대법원 판사를 지명하고, 평등한 민권보다는 종교적 자유를 강조하여 보수세력의 지원을 유도하기도 했다.

2018년 11월 6일 중간선거 역시 이러한 미국우선주의 맥락에서 역대 어느 선거보다도 극심한 정당 간 분열과 반목 속에서 치러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스로가 공화당 최고의 선거운동 지원군으로 활약하면서 양원선거 공화당 후보의 지원연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아슬아슬했던 텍사스 상원선거에서 크루즈 의원의 재선 성공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원유세가 효과를 발휘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CNN, NBC, 뉴욕타임즈 등 주류 자유주의 언론을 싸잡아서 ‘가짜뉴스’로 비판하고, 지속적으로 트위터을 통해서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투표참여를 호소하였다. 뿐만 아니라 미국 남쪽 한참 멀리에서 접근해 오는 남미 난민행렬인 캐러번(caravan)에 테러분자가 섞여 있다는 근거 없는 주장으로 보수층의 공포심을 자극하는가 하면, 이들이 미국 국경에 근접해 올 경우 무력을 동원해서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이라고도 언명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종차별 발언과 여성비하 발언 등으로 소수인종 유권자, 도시 근교 거주자, 고학력 여성의 지지를 지속적으로 잃어가면서도, 이왕의 양극화된 미국의 정치지형을 염두에 두고 보수적인 지지 베이스를 공고히 하는 전략을 활용하여 이번 선거에 임하였다.

이와 같이 트럼프 대통령이 보수층 지지 베이스에 대한 고수전략을 취하면 취할수록 반트럼프 세력의 결집현상도 두드러졌다. 역대 어느 선거보다 경선과 본선에 다수 출마한 여성후보들의 선전은 트럼프의 여성혐오 발언 및 행태에 저항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가능했다. 또한 트럼프의 거의 노골적인 백인 민족주의에 대항해 소수인종 유권자 역시 더욱 적극적으로 선거에 참여하면서 민주당의 하원탈환 가능성을 더욱 높여주기도 했다. 한편 민주당은 역대 어느 중간선거보다 많은 정치자금을 지출하면서 하원의 탈환에 전력을 집중했다.

이러한 양당 전력투구의 2018년 중간선거는 국민적 위임의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가늠하기 쉽지 않은 결과를 보여주었다. 제116대 의회의 선거결과는 양당이 모두 나름대로 승리를 주장할 수 있는 근거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2018년 중간선거의 결과

11월 6일의 중간선거는 종료되었지만, 상원의 경우는 미시시피주 결선투표를 남겨두고 있고 플로리다주에서는 아직도 수작업 재검표가 진행되고 있으며, 하원의 경우는 이 글을 적고 있는 시각까지도 6개 지역구의 선거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대강 지금까지의 선거결과를 보면 하원선거에서는 민주당이 2010년 제112대 중간선거 이래 잃어버렸던 다수당의 지위를 탈환하는데 성공했고, 상원선거에서는 공화당이 이미 제115대 상원 당시 의석인 51석 이상의 의석을 확보하여 여전히 다수당으로 남을 것이 확실하다. 사실상 미시시피주의 결선투표는 공화당이 차지할 것으로 보이며 플로리다 수작업 재검표의 결과가 이전 결과와 뒤바뀌지 않는다면, 공화당은 이번 제116대 중간선거를 통해서 상원에서 2개의 의석을 늘려 전체 53석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당의 이러한 성과는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이 각각 어느 정도 체면을 세운 선거라고 자평할 수 있는 근거가 되고 있다. 공화당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베이스 동원전략의 결과로 - 미시시피주와 플로리다주에서 공화당 후보가 승리한다고 가정할 때 - 상원의석을 2석 늘린 것은 1974년 중간선거 이래 대통령 소속정당이 상원의석을 증가시킨 두 번째 사례에 속한다. 즉 트럼프 대통령의 공화당은 이번 선거를 통해서 1974년 이래 상원 중간선거에서 의석을 늘린 두 번째 사례를 만들어냈으며, 의석 증가 규모에서 가장 앞서게 되었다. 이는 40%의 지지율을 넘어서지만 50%의 지지율에는 못 미치는 대통령을 지닌 정당의 중간선거 성과로는 주목할 만한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보수층 결집 전략이 나름대로 상원선거에서는 먹혀 들어간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민주당은 2016년 대통령 선거 당시 트럼프 후보가 모두 승리한 중서부 5개주(위스컨신, 미시간, 펜실베니아, 오하이오, 인디애나주) 가운데 인디애나주만을 공화당 후보에게 내어주고 나머지 주에서 모두 민주당 현역의원이 모두 재선된 것을 위안으로 삼을 수는 있을 것이다.

한편 민주당 역시 과거 민주당이 승리한 하원선거와 비교해 볼 때 가볍게 볼 수 없는 성과를 거두었다. 선거 이전 193개의 의석을 지니고 있었던 민주당은 현재 229석을 확보하여 하원 다수당의 지위를 탈환했을 뿐만 아니라, 소수당인 공화당에 대한 의석 격차를 36석 정도 벌여 놓고 있다. 이러한 성과는 1974년 워터케이트 스캔들로 인해 공화당으로부터 49석의 의석을 쟁취한 이래 민주당이 역대 하원선거에서 가장 큰 폭으로 의석을 증가시킨 사례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인기가 매우 낮았던 점, 여성유권자가 대규모로 이반한 점, 소수인종의 적극적인 투표참여 열정 등의 이유로 인해서 1994년이나 2010년 중간선거처럼 이보다 훨씬 큰 폭의 정당 간 의석변동이 있는 ‘파도선거’(wave election)를 기대했던 사람들은 이러한 성과에 대해 우호적인 평가를 내리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2010년 인구조사 이후 민주당에 불리하게 설정된 하원선거구, 2017년 12월 감세조치 이후 미국 경제의 호황국면 지속, 스타가 부재한 민주당의 상황,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베이스 결집노력에 따른 보수파의 만만하지 않은 선거동원력 등을 고려해 볼 때, 민주당의 하원탈환 및 상당한 의석격차의 승리는 결코 작은 성과로 치부될 수는 없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볼 때 선거개표가 진행되면서 네바다주와 아리조나주의 상원선거에서 민주당이 의석을 쟁취하여 상원의석 격차가 개표 초반 당시의 예상처럼 크게 벌어지지 않은 결과가 나타났고, 하원에서 민주당이 상당히 선전했음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번 선거를 트럼프가 주도한 선거라는 단선적인 평가를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대통령 소속정당인 공화당이 상원의석 2석을 늘린 것은 1974년 이래의 선거에 국한해서 볼 때 전례가 없는 성과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2016년 트럼프 후보가 승리한 미시간주, 일리노이주, 펜실베니아주 등 중서부지방에서 하원의석을 각각 2석, 2석, 3석을 늘렸으며, 전국적으로 골고루 하원의석을 증가시키는 성과를 보이면서 분점정부를 만들어낸 민주당의 성과 역시 평가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격 거점으로서 ‘하원 교두보’를 확보한 민주당 성과의 울림은 “여전히 공화당 단점정부로 귀결되었으면 어땠을까?”라는 가상적인 질문을 해 보면 스스로 명확해 질 것으로 보인다.

 

2018년 중간선거의 특징

2018년 중간선거의 특징과 관련하여 이번 선거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중심으로 진행된 선거였다는 점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러한 대통령 중심의 의회선거 진행 현상은 단지 이번 선거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다. 이러한 선거결과는 다음 도표에서 보듯이 1994년 이래 미국 의회선거의 전국선거화 경향 및 의회제 선거화 경향을 반영하는 지속적인 현상의 연속선 위에서 파악되어야 한다. 다만 이번 선거는 이러한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중심으로 한 선거경향이 더욱 심화되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표 1> 대통령 지지에 근거한 하원선거 출구조사 결과, 1994-2010 (단위: %)

선거연도

대통령 지지

대통령 지지여부는 변수가 아님

대통령 반대

1994
(중간선거)

17.4

55.1

27.5

1996

-

-

-

1998
(중간선거)

18.0

61.6

20.4

2000

10.0

71.9

18.1

2002
(중간선거)

36.6

45.3

18.2

2004

-

-

-

2006
(중간선거)

22.2

40.9

36.9

2008

-

-

-

2010
(중간선거)

23.5

39.1

37.4

출처: Samuel J. Best and Brian S. Krueger, 2012.
Exit Polls: Surveying the American Electorate, 1972-2010, Washington, D.C.: CQ Press의 p. 252: Table 5.3의 내용을 필자가 필요에 따라서 취사선택함; 이 자료는 원래 미국 CBS방송 단독 혹은 CBS와 뉴욕타임즈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를 토대로 베스트와 크루거 두 사람이 작성한 것임.

1994년 이후 2010년까지 하원선거의 출구조사 응답을 보면 중간선거의 경우 클린턴 대통령 재임 당시의 중간선거인 1994년 선거를 변곡점으로 해서 하원선거가 대통령에 대한 유권자의 호불호(好不好)를 평가하는 선거로 변화된 모습을 보인다. 과거 1970년대 말에서 1980년대 중반에 걸쳐서 하원의장을 역임한 민주당의 오닐(Tip O’Neill)이 “모든 정치는 지역정치이다(All politics is local).”라는 언급이 무색해질 만큼, 미국 의회선거는 이미 지역구의 상황이 아니라 대통령의 정책이나 워싱턴 정가의 상황 등 중앙정치가 압도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선거로 변화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아래의 세 도표에서도 확인된다.

 

<표 2> 하원선거에 부여하는 의미: 부시 대통령의 경우

 

민주당후보 투표

공화당후보 투표

부시 지지(22%)

6%

93%

부시 반대(36%)

93%

5%

부시는 변수가
아님(39%)

41%

56%

출처: 2006년 중간선거 CNN 출구조사
http://edition.cnn.com/ELECTION/2006/pages/results/states/US/H/00/epolls.0.html

 

<표 3> 하원선거에 부여하는 의미: 오바마 대통령의 경우

 

민주당후보 투표

공화당후보 투표

오바마 지지(19%)

93%

6%

반대(33%)

5%

92%

오바마는 변수가
아님(45%)

55%

43%

출처: 2014년 중간선거 CNN 출구조사
http://edition.cnn.com/election/2014/results/race/house/#exit-polls

 

<표 4> 하원선거에 부여하는 의미: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민주당후보 투표

공화당후보 투표

트럼프 지지(26%)

4%

95%

반대(38%)

94%

4%

트럼프는 변수가 아님(33%)

44%

52%

출처: 2018 중간선거 CNN 출구조사
https://edition.cnn.com/election/2018/exit-polls(이하 도표도 같은 출처임)

하원선거가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의미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CNN 출구조사의 응답결과는 부시, 오바마, 트럼프 대통령 당시에 각각 실시된 2006년, 2014년, 2018년 중간선거를 중심으로 볼 때 “그렇다”라는 긍정적인 답변을 제시해 주고 있다. 대통령에 대한 찬성과 반대를 불문하고 현직대통령이 유권자의 선택에 변수가 아니라고 응답하는 비율은 세 차례 선거에서 각각 39%, 45%, 33%로 나타나 절반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사실은 현직 대통령에 대해서 찬성과 반대의 의사를 표명하는 유권자의 경우, 그러한 의사에 일치하는 방향으로 각 정당의 하원후보를 선택하는 유권자의 비율이 모두 90%를 넘어서서 95%까지 이르는 경우까지 있다는 점이다. 더욱 주목할 만한 사실은 이러한 비율이 이번 2018년 중간선거에서 가장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이다. 즉, 2018년 제116대 중간선거를 대통령에 대한 긍정 혹은 부정의 평가로 보는 비율이 64%로 나타나 앞의 두 선거의 경우보다 상당히 높다. 그리고 이번 중간선거를 대통령에 대한 평가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평가와 일치하는 방향으로 각 정당의 하원후보를 선택하였는데, 그 비율은 무려 94%와 9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컨대 이번 2018년 중간선거는 정치현황 판단에 대한 미국인들의 호불호의 중앙에 서 있었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중심으로 진행된 선거라는 특징을 가장 강하게 드러냈다. 기록적인 선거자금 모금, 여성후보자의 대거 등장, 투표 참여에 대한 높은 열정 등은 모두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유권자의 찬성과 반대의 의지가 빚어낸 부산물이라고 보인다.

 

2018년 중간선거 이후의 전망

이번 중간선거가 끝난 직후인 11월 7일 민주당의 펠로시 전 하원의장은 기자회견에서 공화당 및 트럼프 행정부와의 초당적 협력을 언급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트럼프 공화당 행정부에 대한 공세적 태세를 분명히 했다. 먼저 행정부에 대한 견제와 관련하여 민주당은 제116대 하원 개원 이후 감독 및 정부개혁위원회(Oversight and Government Reform Committee)를 통해서 트럼프 행정부의 권력남용을 통한 재산증식이나 이권개입 등 각종 비리를 파헤칠 태세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국정 운영의 최고책임자이면서도 자신의 사적인 기업이익을 지속적으로 추구했는지를 엄격하게 조사하겠다는 것인데,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커넥션에 대한 멀러(Robert Mueller) 특검의 결과와 함께 이러한 민주당의 공세에 대해서 극도로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자신 역시 적극적으로 대결할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이와 같이 트럼프 공화당 행정부에 대해서 와신상담 의회 내 반격의 교두보를 확보한 민주당의 결의와 이를 절대 용납 못하겠다는 대통령의 반발이 마주보고 달리는 열차처럼 충돌할 경우, 미국의 향후 2년의 정국은 끝을 알 수 없는 교착상태로 빠져들 가능성이 다분하다. 

이와 같이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으로 재등극한 분점정부의 도래와 양당 대치의 정국을 고려해 볼 때 제116대 의회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가시적인 국내적 입법성과는 크게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내 인프라 투자 등 양당 간 정책적 이념이 충돌하지 않는 사안에 대해서는 일정수준 합의가 가능하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추가적인 감세조치나 오바마 케어의 폐지는 민주당이 지배하는 하원에 막혀 그 추진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12월 통과시킨 기왕의 감세안은 소득 상위계층에 대한 혜택이 매우 큰데 비해서 중하위 계층의 혜택은 상대적으로 작았기 때문에, 민주당은 추가적 감세안이 상위소득자에 대한 감세를 유지할 경우 이에 반대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번 중간선거의 CNN 출구조사에서도 지난 2017년 12월의 감세안이 도움이 되었다고 답한 유권자는 전체 응답자 가운데 29%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도움이 되지 않았거나(22%) 별 영향이 없었다고 응답했으며(45%), 이렇게 부정적으로 응답한 사람들의 절대다수(각각 83%와 62%)는 이번 하원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였다. 이를 알고 있는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감세안에 쉽게 응할 리가 만무하다.

한편 의료문제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이 남달랐던 이번 선거에서 오바마 케어 이슈가 또다시 강하게 제기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CNN 출구조사에 따르면 기존 병력(pre-existing conditions)을 지닌 환자에 대해서 의료보험 혜택을 유지하기에 어느 정당이 더 적합한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 공화당보다는 민주당이 적임자라는 응답비율이 57%로 높게 나타났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의료보험이 가장 중요한 이슈로 작동했음을 감안할 때, 민주당은 이러한 유권자의 판단을 토대로 공화당의 오바마 케어 폐지 노력을 적극적으로 저지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관련 외교정책의 경우, 하원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전횡을 방지하기 위해서 외교위원회나 국방위원회 등을 통해서 적극적으로 대통령의 정책을 견제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중간선거를 전후하여 언론보도 등을 통해 많이 알려져 있는 바대로 민주당은 트럼프 행정부의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미국이 북한에 속은’ 실패한 정책으로 여기면서 대북정책과 관련하여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서 정기적인 상황 보고를 요구하는 등 압박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제115대 의회 당시 소수당인 민주당은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이 자신들과의 대화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점에 대해서 이미 상당한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이제 하원에서 다수당의 지위를 점한 민주당은 외교, 국방과 관련된 상임위원회의 조사권한이나 보고요구 권한, 혹은 재정적 권한 등을 활용하여 트럼프 행정부를 적극적으로 견제할 것이 확실해 보인다.

반면, 미중 간에 현재 진행 중인 무역전쟁은 양당이 초당적으로 협력하기에 가장 적합한 정책영역에 속한다고 판단된다. 2016년 대통령 선거 당시 민주당 경선과정에서 비주류였던 샌더스(Bernie Sanders) 의원이 강세를 보인 것은 바로 자유무역의 폐해를 절감한 블루칼라 노동자들의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노동자들의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민주당은 특히 2020년 대선을 바라보면서 대중국 무역압박에 있어서는 공화당과 큰 이견을 드러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민주당 역시 중국의 국가 주도의 경제 운영과 중국 기업의 미국 진출로 인한 자국의 기술안보 문제를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값싼 중국 제조품의 미국 시장 점유율 증대와 미국 소유의 지적 재산권에 대한 중국 정부의 미진한 보호정책 등에 대해서 매우 큰 불만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던 간에,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무역압박은 중국에 곡물을 수출하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이번 선거에서 큰 영향력을 미치는 요소로 나타나지는 않았다. 비록 중간선거 이전인 11월 1일 시진핑 주석과 무역문제에 관해서 ‘길고도 매우 좋은 대화’를 가졌다고 트위터에 밝혔으나,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한데다 2020년 재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벌여놓은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본인이 원한다고 해서 쉽게 물러설 수만은 없는 상황에 맞닥뜨린 것으로 보인다. 어느 정도 미중 정상 간 절충안이 도출될 것으로 예상되기도 하지만, 11월 말 아르헨티나 G20 정상회담에서의 시 주석과의 섣부른 타협은 오히려 민주당에 대해 공세의 빌미를 제공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민문제를 백인 정체성에 대한 위협 및 미국 사회에 대한 불안요인으로 과대포장하고 이를 선거에 이용하려는 일종의 ‘공포전술’(fear tactic)은 공화당에 여전히 유용한 전술일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하여 자유주의적 이민정책을 옹호하고 미국 사회를 개방사회로 이해하려는 사람들을 민중과 동떨어진 인식을 지닌 엘리트로 싸잡아 공격하는 민중주의는 백인의 인구가 소수화되어 가는 추세 속에서 이들의 불안감에 편승하려는 보수적 정치인이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적절한 이념적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향후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극단적인 방식으로 이민문제와 백인의 공포를 활용하는 권위주의적 민중주의자가 미국 공화당 내에서 지속적으로 배출될지는 미지수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동원능력을 관찰한 공화당의 정치인이라면 선거국면에서 이러한 공포정치를 활용하고 엘리트와 민중을 대립시키는 전략에서 전적으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

 

 

■ 집필: 손병권_ 중앙대학교 정치국제학과 교수. 미국 미시간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주요 연구 분야는 미국 정치, 미국 외교정책, 비교의회 및 정당론 등이다. 최근 연구로는 "Causes of Distrust and Conflict in the ROK-US Alliance: With a Focus on the Roh Moohyun Era" (2016), "통일한국의 의회제도" (2015), "티파티 운동과 공화당 보수주의의 재형성" (2013) 등이 있다.

■ 담당 및 편집: 최수이 EAI 선임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105) I schoi@eai.or.kr

 


 

[EAI논평]은 국내외 주요 사안에 대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심층적인 분석을 통해 의견을 개진하고 정책적 제언을 발표할 수 있는 담론의 장을 마련하고자 기획된 논평 시리즈입니다. 인용할 때에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EAI는 어떠한 정파적 이해와도 무관한 독립 연구기관입니다. EAI가 발행하는 보고서와 저널 및 단행본에 실린 주장과 의견은 EAI와는 무관하며 오로지 저자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6대 프로젝트

세부사업

미중경쟁과 한국의 전략

Related Publica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