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가족은 사랑입니다”,“가족은 희망입니다” 경제 위기 심화 이후 가족을 소재로 한 광고 카피들이 부쩍 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5월 첫 라디오 연설을 통해“가족은 행복의 시작이자 끝”이며 힘들 때일수록 가족의 가치를 되새기자고 강조한다. 그러나 대통령 자신도 한국에서의 이혼율과 자살률이 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인 현실을 “개탄스러운 일”로 규정하고 “우리가 지난 50년 동안 세계가 깜짝 놀랄 기적을 이룬 원동력도 바로 우리 민족 특유의 가족정신이었다”며 가족을 그 해법으로 제시한 바 있다 (14차 라디오 연설, 2009년 5월 4일 KBS 라디오).


경제위기 국면 하에서 가족의 문제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미 1998년 IMF 경제위기 당시 국가경제의 위기가 가계경제의 파탄 뿐 아니라 가정해체와 개인 삶의 질의 악화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을 충분히 목격한 바 있다. 가정생활이 사회경제적 위기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는 것은 우선, 대부분의 가정의 경우 가족구성원들의 사회경제활동을 통해 가계경제를 꾸려가고 있기 때문에 경제적 위기상황은 가족구성원들의 소득감소나 자산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며 이는 가계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이 된다.


또한 현대사회에서 과거 가족이 담당했던 기능을 사회제도나 프로그램에 위임하는 비중이 커지고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는 데 경제침체기에 가정경제의 위축은 곧바로 이러한 비용 지출에 대한 부담을 증가시키게 된다. 대가족형태가 급격히 줄고 핵가족이 보편화되면서 과거에 가족이 담당했던 자녀 양육이나 노부모 부양 등의 역할이 빠르게 사회적 제도와 시설에 이전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사회가 가족의 역할을 대신하는 비중이 증가할수록 필요한 비용과 부담도 증가한다. 한국처럼 복지제도 및 국가의 복지지출이 많지 않은 나라에서는 이러한 비용을 대부분 사적으로 충당하게 되며 결국 가족의 기능과 역할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선 사회경제적 능력과 여유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될 수밖에 없다.


이제 사랑이나 희망이라는 추상적 개념이나 민족 특유의 가족정신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가족이 사회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를 설명하거나 완화할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종합하면 2008년 하반기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된 지금 한국사회에서 경제위기는 가족의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대통령이 나서서 경제위기 시대에 가족의 가치에 대해 강조한 것은 이러한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경제위기상황의 발발 이래 정부차원에서나 사회적 차원에서는 주로 거시적 차원에서 문제진단과 경제회복 방안이 제시되고 사회적 약자층이 직면한 위험에 대해서도 주로 실직, 임금감소 등과 같은 경제적 차원에서 접근이 이루어져 왔다. 최근 무역수지의 흑자, 소비심리지수 등 각종 경제지표의 회복 소식이 들려오면서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경제성장률, 실업률, 물가지수 등의 거시적 차원의 경제지표나 정부재정지출의 규모와 같은 객관적 수치들은 그 시기를 견디며 살아가는‘사람들’의 실제 체감하는 고통과 위기의 심각성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한다. 오히려 가족이라는 생활터전에 경제위기가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며 국민 개인이 그로부터 체감해야 하는 고통과 고립감이 객관적 수치가 제공하는 추상화된 희망에 덮일 수 있다.


특히 우리는 ‘경제위기’라는 국가적, 전 사회적 위협요인이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에게는 ‘가족의 위기’와 중첩된(overlapped) 이중의 위기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4월 정기 테마조사의 주제로 “경제위기와 가족”을 정했다. 본 연구는 정부 차원이나 사회적으로 진행되는‘거시적 위기진단과 정책논쟁’과는 다소 거리를 두면서 사회경제적 환경의 악화가 국민 개개인의 기본적인 생활터전이 되는 가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그 심각성은 계층적으로 어떠한 차이를 보여주는 지 국민 자신의 목소리를 통해 담아내고자 한다.


<주요 목차>

들어가며

사회경제적 지위와 가정 만족도

경제위기와 중첩되는 가족위기

- 가정생활 최대 위협요인 : 소득감소, 실직, 부채

- 계층별 위협요인 비교

안전망으로서의 가족 : 취약계층의 이중고

- 취약계층의 위기발생시 가족 의존도

사회적 취약계층에 집중된 가정병리 현상

- 가정병리현상에 노출된 계층

- 미래 전망의 양극화

참고 조사자료


<주요 조사결과>

가정생활 만족도 71.1점

소득 낮을수록 만족도 낮아져, 연령대별 만족도 50대 이상에서 급격이 하락


경제위기와 가족 : 사회경제적 취약계층, 경제고와 가족문제 이중고

가정 위협요인 : 불안한 가계경제 > 자녀 교육문제 > ‘가족 구성원의 건강’ 順

20대와 50대 이상은 가계경제, 30대와 40대는 자녀 교육문제 비중 커

소득 낮을수록 가계경제와 가족건강, 소득 높을수록 자녀 교육문제 비중 높아져


문제발생 시 가족 의존도 40% 그쳐, 믿고 의지할 곳 없는 계층 37.1%

걱정거리 해소 의지 대상 가족 40.0%, 나 자신 27.3%, 의지할 데가 없다 9.8%

저소득층, 저학력층, 50세 이상 장년층는 가족을 믿고 의지한다는 응답 저조

전문가를 찾는다 1.8%에 불과, 친척에 의지 0.9%, 이웃에 의지 0.3%


가정문제로 인한 병리현상 - 사회취약계층에 집중, 비관적 미래

지난 1년간 우울증이나 정신질환 경험했다 8.5%, 자살을 생각해보았다 6.2%, 가족 간의 폭력이 있었다 4.4%, 별거나 이혼을 경험했다 3.5% 1년 후의 가족 관계 지금보다 좋아질 것 47.3%, 지금과 비슷할 것 47.3%, 지금보다 나빠질 것 4.0%

저자

정한울, EAI 여론분석센터 부소장

정원칠, EAI 선임연구원

6대 프로젝트

문화와 정체성

세부사업

한국인의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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