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Iㆍ중앙일보 ㆍ학진 공동

 

성년 맞은 6ㆍ10 민주화 항쟁, 대한민국은 여전히 ‘시위공화국’

 

✔ 집회시위 줄어들지 않아

✔ 주체, 참가자, 항의 대상의 다양화 나타나

✔ 시민사회의 역동적 에너지, 선순환 구조로 연결해야

 

 

87년 6월, 거리는 온통 민주화에 대한 시민사회의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청년학생은 물론 넥타이를 맨 채 집회시위에 함께 나선 넥타이부대에 이르기까지 모든 국민의 요구는 하나로 모아졌다. ‘민주화’였다. 그리고 6월 항쟁의 뜨거운 열기는 마침내 대통령을 국민의 손으로 직접 뽑는 직선제를 골자로 하는 절차적 민주주의를 쟁취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로부터 19년이 지난 지금도 한국의 시민사회는 거리 곳곳에서 집회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실제 노태우 정부 시기 이후부터 완만한 감소세를 보이던 시민사회의 집회시위 발생 건수는 2001년을 제외하고 97년 외환 위기 이후부터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한번 돌아선 상승세는 노무현 정부가 집권한 이후에도 줄지 않고 있다. 김영삼 정부와 김대중 정부 집권 시기였던 1993년부터 2002년까지의 연간 집회시위는 324건이었다. 2003년부터 2005년까지의 연간 집회시위는 363건이다. 집회시위가 줄지 않고 있음을 읽을 수 있는 결과다. 경찰청이 1994년부터 2005년까지 자체 조사하여 집계한 ‘연간집회시위통계’의 결과도 대체적인 경향에서 비슷하다. 1994년부터 2002년까지의 연평균 집회시위 발생은 9,333회였으나 2003년부터 2005년까지는 11,437회였다.

 

한국 시민사회의 집회시위가 줄어들지는 않았지만 다양성으로 요약될 수 있는 변화들이 발생했다. 우선, 주도하는 단체들이 다양화되었다. 90년까지만 해도 노동조합과 학생단체가 양대 축이었으나 최근에는 상황이 변했다. 학생단체들의 퇴조세가 뚜렷한 가운데 환경평화여성단체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경향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참가자들의 사회직업적인 범주 역시 다양화되었다. 특히 본 조사 결과 2000년 이후에는 화이트칼라가 블루칼라를 역전한 가운데 지역주민들이 급부상하는 반면 청년학생들은 급감하는 경향이 확인된다. 이러한 경향은 1,001명 이상이 참가한 비교적 규모가 큰 집회시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일단 1989년부터 2005년까지의 평균에서 블루칼라가 30.5%로 1위, 학생이 23.1%로 2위로 나타났으나 3위와 4위로 나타난 화이트칼라(22.1%)나 지역주민(12.9%)의 부상도 눈여겨볼만하다.

 

집회시위가 발생하는 장소에도 변화가 나타난다. 가장 주목할만한 변화는 도로와 거리가 집회시위 장소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1989년부터 꾸준히 감소세를 보이던 도로와 거리에서의 집회시위는 2001년을 기점으로 2002년부터 다시 급증하였다. 같은 시기, 집회시위의 행태도 평화적 시위보다는 질서위반 시위가 급증하였다. 도로와 거리에서 열리는 집회시위도 정당이나 정부기관 못지않게 질서위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집회시위의 대상에도 변화가 나타난다. 전체적인 분석 결과에서 행정부가 여전히 항의 대상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기업경영진과 대통령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반면, 국회와 정당 및 외국정부와 국제기관은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렇게만 놓고 본다면 집회시위의 대상도 ‘세계화’를 경험하고 있으며, 정부 영역에 대한 항의가 꾸준히 지속되는 것만은 사실이지만 대통령이 아닌 정치권에 대한 집회시위가 늘어난다는 경향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성년을 맞은 6ㆍ10항쟁의 자화상은 집회시위가 줄지 않고 있다는 것만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것들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변화의 평가와 전망을 단정적으로 행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한국 시민사회가 여전히 역동적이며 복잡다양화하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참여연구진

한 국 : 김병국 고려대학교 교수, 김선혁, 고려대학교 교수

대 만 : Yun-han Chu National Taiwan Univ, Chin-en Wu Academia Sinica

폴란드 : Grzegorz Ekiert Harvard Univ, Jan Kubik, Rutgers Univ

헝가리 : Bela Greskovits Central European Univ, Jason Wittenberg University of California-Berkeley

6대 프로젝트

문화와 정체성

세부사업

한국인의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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