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0 총선과 민주당 정권의 탄생

 

일본의 민주당이 지난 8월 30일 중의원 선거에서 총 의석 480석 가운데 308석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두었다. 민주당은 2007년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이미 총 의석 237석 중 118석을 차지한 바 있어 이제 중의원 압승을 통해 양원을 강력하게 장악한 셈이다. 한편 종래 중의원 의석 수에서 304석을 차지했던 자민당은 119석만을 얻음으로써 1993년과 1994년 사이 10개월간의 짧은 비자민 연립정권 시절을 제외하고 1955년 자민당 창당 이후 54년간 누렸던 권좌에서 물러난 것이다. 민주당은 장기 집권해 온 자민당 보수는 물론 혁신정당인 사회당과 공산당에도 반대하는 리버럴 제3당으로 1996년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결성되어 자민당과 신진당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정당으로 출발한 바 있다. 민주당이 비자민 야당의 결집세력으로 확대 성장하게 된 계기는 1998년 참의원 선거 당시 신진당 탈당파 등을 흡수해 제2당으로 성장하면서부터이다. 이후 민주당은 쇠락을 길을 걷다 2003년 9월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가 이끌던 자유당과 합당하면서 다시 지지도 상승의 계기를 맞는다. 자민당에 비하면 여전히 지지율과 의석규모에 있어 왜소했던 민주당이 최근 양원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2001년부터 2006년까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내각 5년간의 신자유주의적 개혁에 대한 반발과 고이즈미 이후 아베(安倍―)후쿠다(福田―)아소(麻生)로 이어지는 자민당 단명내각의 무능이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민주당의 집권으로 국내외 정책 변화가 상당할 것으로 여겨진다. 국내적으로는 관료에 대한 정치 통제를 강화하고 아동수당과 농가보조금 등 생활복지를 중시할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미일동맹을 기본으로 하되 자민당보다는 대미 독립성을 추구하고 아시아 외교를 중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과거사에 대한 전향적 입장을 취하면서 한일관계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대세이다. 요약하자면 대외정책은 상대적으로 연속성이 강하고 개혁정책은 주로 국내정책에 치중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본 논평에서는 민주당의 외교안보정책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향후 일본의 외교안보정책의 변화와 한일관계를 전망해 보고자 한다.

 

민주당 정권의 외교안보정책 전망

 

민주당 정권의 외교안보정책은 2009년 7월27일과 8월11일에 각각 발표된 정권공약 매니패스토 및 그 확정판, 그리고 2009년 7월23일에 발간된 민주당의 2009년판 정책자료집 등에서 살펴 볼 수 있다. 또한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당대표나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간사장, 그리고 오자와 이치로 전 대표 등이 여러 차례에 걸쳐 피력한 외교정책구상을 참조하여 민주당의 외교안보 구상은 다음과 같이 대미 정책, 대아시아 정책, 그리고 방위정책의 항목으로 정리해 볼 수 있다.

 

호언(豪言)적 대미정책으로 변화

 

민주당은 기존 자민당의 대미 정책을 대미 추종외교이자 대미 의존외교였다고 비판한다. 사실 민주당은 지난 2001년 이래 미국이 수행한 대테러 전쟁 및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지원하기 위해 자민당이 주도한 테러대책특별조치법(2001년), 이라크 부흥지원 특별조치법(2003년), 보급지원법(2008년) 등에 대해 반대입장을 취해온 바 있다. 민주당은 미국의 대테러 및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유엔을 위시한 국제사회의 동의 없이 수행된 전쟁이며, 때문에 유엔의 승인을 받지 않은 미국의 일방주의적인 군사행동에 일본이 협력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 왔다. 선거 직전의 시점까지 민주당이 대테러 전쟁 지원의 일환으로 인도양에 파견되어 급유지원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해상자위대 함정의 파견기한 연장을 승인하지 않겠다고 주장했던 것은 이러한 입장의 연속선상에서 나온 것이다.

 

민주당은 자민당의 대미 의존적 자세를 비판하면서 보다 대등하면서도 긴밀한 미일동맹 구축을 공약사항으로 제시하였다. 구체적으로는 미군재편과 주일미군 기지의 협상 재검토, 미일지위협정의 개정 등을 제시하고 있다. 민주당은 2005년-2006년간 미일간에 합의된 미군기지 재편 구상 가운데, 특히 오키나와 후텐마 기지의 오키나와 북부 슈와브 지역으로의 이전 계획을 수정하여 오키나와 외부 지역으로의 이전을 미국과 새롭게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일지위협정에 관해서도 일본 내 미군 병사가 범한 범죄에 대한 일본측의 사법적 관할권이 확대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주장하고 있다.

 

동시에 민주당은 자신들의 대미 정책구상으로 인해 미국 내에 미일동맹의 신뢰성에 대한 불안과 우려가 나타나는 것을 보고, 보다 현실적인 방향으로 정책구상을 완화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다. 예컨대 지난 7월 17일 하토야마 당대표가 애초의 주장과 달리 해상자위대에 의한 인도양 급유활동을 내년 1월의 기한 종료 이후에도 지속할 수 있다는 요지의 발언을 하였고 7월 27일 발표된 공약집에서도 급유활동에 대한 구체적 언급을 빼는 등 현실적인 정책으로의 입장 변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따라서 보다 대등한 미일동맹의 구축을 표방하는 민주당의 대미정책은 미일동맹 간에 합의된 기존 합의를 준수하고 이행하려는 미국측의 입장과 충돌하면서 변경될 여지가 있다고 여겨진다. 대신 새롭게 요구되는 미국의 후방지원에 대해서 부정적일 전망이다. 예를 들어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지역의 안정을 위한 일본의 지원은 미일동맹보다는 유엔 활동의 일환이라는 명분이 있어야 가능해 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미국은 동일 지역에서 한국군이 보다 적극적으로 기여해 줄 것을 기대하게 될 것이다.

 

아시아 중시 정책으로 선회

 

민주당은 미국 못지 않게 아시아를 중시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하토야마 유키오 당대표는 여러 차례에 걸쳐 자신의 외교이념을 ‘우애(友愛)외교’라고 설명하였다. 그리고 그 구체적인 방책 가운데 하나가 동아시아 공동체의 구축, 동아시아 통화의 실현 등에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에 따르면 동아시아에서 과잉된 민족주의를 억제하고 아시아 경제통합과 집단적 안전보장제도를 확립하는 것이 일본 헌법의 이상인 평화주의와 국제협조주의를 실현하는 길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오자와 전대표와 오카다 간사장 등 여타 민주당 주요 지도자들도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를 중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유하고 있다. 오자와 전 대표는 매년 민주당 대표단을 인솔하고 중국 공산당과의 당대당 교류를 추진해 왔고 아시아 국가들의 입장을 배려하여 야스쿠니 신사에서 A급 전범을 분사해야 한다는 입장을 지론으로 견지해 왔다. 오카다 간사장도 재일 외국인 참정권 문제에 대해 일본이 전향적인 입장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하며 한국측 요구를 수용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독도 문제 등을 둘러싼 한일간의 잠재적 갈등에 대해서도 일본의 입장을 주장하기 보다는 양국간 갈등의 확산을 관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민주당의 동아시아 정책과 관련하여 주목할 것은 오카다 간사장 등이 제안하는 동북아 비핵지대 구상이다. 민주당내의 핵군축추진 의원연맹을 주도하고 있는 오카다 간사장은 일본이 남북한 및 몽골과 더불어 동북아 비핵지대를 구축할 것을 제안한다. 그리고 미국, 러시아, 중국 등 이 지역의 핵보유국들이 상호 선제 핵불사용을 선언하고 핵군축을 추진하며 이를 조약화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오카다의 동북아 비핵지대 구상은 하토야마 당대표가 제창하는 동북아 공동체의 안전보장을 구성하는 핵심 축으로 위치 지워질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공동통화 실현이나 집단안보공동체 실현은 아직 구체적인 구상이 제시된 것은 아니며 역내 개별 국가들의 이해갈등이 얽혀있는 문제여서 민주당 지도부의 이상적인 구상이 어디까지 실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방위정책의 제자리 찾기

 

민주당의 방위정책은 자민당과 부분적 차별성은 있으나 해양이나 우주 등을 무대로 기본적 국가이익을 확대하려는 안보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은 일본의 국제적 지위와 국력에 상응하여 미국이 수행하는 대테러 전쟁 및 아프간 전쟁을 지원하는 등 자위대의 안보활동 반경을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해 왔다. 특히 자민당의 아소 다로 수상은 2009년 1월, <안전보장과 방위력에 관한 간담회>를 조직하여 종전에 제정된 방위계획대강을 수정하고자 하였다. 이 간담회의 보고서는 새롭게 개정될 방위계획대강에 그 동안 행사가 보류되어 왔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부분적으로 용인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적기지 공격능력 보유도 어떤 형태로든 반영되어야 한다고 권고하였다.

 

반면 민주당은 일본의 자위권 행사는 전수방위(專守防衛)의 범위에 한정되어야 하며, 유엔의 승인을 얻지 못한 국제안보활동에의 관여는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자민당이 추진하였던 방위계획대강 개정의 작업은 보류되거나 내용적으로도 전수방위 원칙을 재천명하는 방향으로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해서 민주당이 일본 안보체제의 강화에 무관심한 것은 아니다. 민주당은 대부분의 안보관련 법률에서 자민당이 주도한 법률안에 반대했지만, 해양권익을 강화하려는 목적을 가진 해양기본법(2007년 4월 제정)이나 우주의 평화적 이용원칙을 변경하여 방위목적을 위해서도 우주를 이용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우주기본법(2008년 5월 제정)에는 자민당과 동일 보조를 맞추어 왔다. 또한 향후 민주당 정권 내의 안보정책을 주도할 것으로 보여지는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전 당대표나 나가시마 아키히사(長島昭久) 의원 등이 자민당 내 의원들에 못지 않는 현실주의자들임도 기억해야 한다. 이들의 영향 하에 민주당은 대규모 테러나 자연재해 등 위기관리에 대응하는 체제 구축을 위해 위기관리청을 신설하고 정보수집체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을 공약에 담았다. 또한 종전에는 문부과학성이나 경제산업성 등 정부 각 부처에서 각개약진식으로 추진되어 왔던 우주정책의 폐단을 시정하여 내각부에 우주청을 신설하여 방위목적까지 포함한 우주정책을 일원적으로 추진하려는 정책구상도 제기하고 있다.

 

따라서 자민당과의 부분적인 차별성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하의 일본도 해양이나 우주 등을 무대로 기본적 국가이익을 확대하려는 안보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한일관계 재도약 전망

 

민주당 정권은 자민당 정권과 달리 야스쿠니 신사참배나 우익교과서 등의 과거사문제로 한국을 자극하지 않으려 할 것이며, 동아시아 가운데서도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중시하여 보다 안정적이고 전향적인 한일관계를 구축하려 할 것이다. ≪민주당정권집 인덱스 2009≫는 외교방위분야 20여 개 정책에서 ‘한일 양국의 신뢰관계 강화’를 신시대 미일동맹 확립과 아시아 외교 강화 다음으로, 일중관계의 협력 심화 이전에 열거하고 있다. 독도문제를 포함한 영토문제의 평화적인 조기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대화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으나, 이 때문에 한국과 외교관계를 약화시키는 위험부담을 감수할 가능성은 극히 적어 보인다. 반면에, 한일 FTA 체결의 경우는 양국간 주요 어젠다의 하나로 보고 있어 재협상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한일 신뢰관계가 강화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로는 민주당 지도자들의 전향적인 역사인식을 들 수 있다. 민주당 지도자들은 일본이 과거의 전쟁에 가해자였으며 근린 아시아 국가들에 피해를 끼쳤다고 사과한 1995년 ‘무라야마(村山) 담화’를 계승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으며 야스쿠니 신사를 대체할 전몰자 추도시설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 민주당 정권의 이런 역사문제의 전향적 입장을 고려할 때, 한일합방 100년을 맞는 내년은 한일 양국이 과거의 불행한 역사를 보다 적극적으로 청산하고 동북아지역의 평화구축을 위해 협력한다는 미래지향적 공동성명을 발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게 된다. 1998년에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수상 간에 발표된 한일 파트너십 선언을 한 단계 더 높이려면 동북아지역의 장래 비전을 담아야 할 것이며, 이러한 공동성명은 중국과 북한의 참여를 적극 요청할 수 있어야 한다.

 

대북문제에 있어서 민주당 정권은 납치자 및 북핵 문제에 대해 원칙론적으로는 유엔 제재의 이행 등을 지지하는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하토야마 당대표가 밝혔듯이 상황에 따라서는 전격적인 일북 정상회담을 통한 일북관계 정상화 및 양국간 문제해결의 방식을 추구할 수 있다. 하토야마 당대표의 조부였던 하토야마 이치로(鳩山一郞) 당시 수상은 1956년도에 전격적인 소련 방문을 통해 일소관계를 정상화시킨 업적을 갖고 있다. 하토야마 민주당 대표는 자신의 조부가 대소 관계에서 이룩한 업적을 대북 관계에서 구현해 보려는 꿈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핵문제에 관한 북한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조건이 되기는 하겠지만, 이 같은 일북관계 정상화 추진은 우리의 바람이기도 한 북한의 핵포기와 평화적 체제 변화에 긍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민주당 정권의 핵질서 구상도 한반도 비핵화 및 동북아 비핵질서 구축에 토대가 될 수 있다. 일본 민주당 정권은 자신들의 동북아 비핵지대 구상을 남북한 및 여타 핵보유국들에게 제안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으로서는 핵무장이 안보정책의 대안이 아닌 이상 동북아 비핵지대 구상을 나름대로 수용하여 미국의 핵우산과 병행하는 동북아 비핵공동체 구상으로 우리의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구상으로 북한의 핵포기를 압박하고 일본의 핵무장 가능성도 봉쇄할 수 있을 것이다.

 

민주당 정권은 동아시아 공동체를 제안하면서, 공동통화 구축과 집단안보체제 구축을 제시하고 있다. 이 같은 구상이 동아시아 역내 국가들의 복잡한 상호이해 관계 속에서 당장 구현되기에는 여러 곤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동아시아 공동체 구축에 소극적이었던 일본이 민주당 정권 하에서 기조를 바꿀 경우 우리의 정책목표와 부합될 소지가 많다. 중층적 안보위협에 직면한 가운데 보다 개방된 역내 경제체제를 바라는 우리로서는 동아시아 역내의 보다 협력적인 경제관계 구축 및 안보협력체 구축을 중장기적으로 추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본 민주당 정권과의 사이에 금융, 통화, 안보, 환경, 에너지 분야에 걸친 양국간 협력 어젠다를 개발하고, 이를 동아시아 지역에 확산하는 정책적 노력을 기울일 것이 요청된다.

 

반세기 만에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일본의 정권교체로 등장한 민주당 정권은 일본 국내에 적지 않은 변혁의 기운을 몰고 올 것이고 이 같은 변혁의 기운은 동아시아 역내 질서에도 새로운 조류를 불러 올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로서는 일본과의 다양한 협의 채널을 조속히 구축하고 새로운 민주당 정부와 협력하여 한일관계의 안정적 발전,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나아가 동아시아 지역협력 확대 등 공통의 목적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일 정책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이러한 한일 협력과 신뢰관계의 강화가 자칫 중국을 소외시키지 않고 한•중•일 3국의 협력관계 강화로 확장될 수 있도록 외교적 균형도 도모해야 할 것이다■

 

 


 

 

박영준 (국방대학교)

이숙종 (EAI 원장, 성균관대학교)

 

[EAI 논평]은 국내외 주요 현안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통해 깊이 있는 분석과 적실성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EAI 논평]을 인용하실 때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6대 프로젝트

한일관계 재건축

세부사업

미래 일본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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