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미래일본 2030" 특별 논평의 두 번째 보고서로, 일본의 정치시스템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향후 민주주의의 유형을 전망한 이주경 부산대학교 한국민족문화연구소 전임연구원의 워킹페이퍼가 발간되었습니다. 저자는 일본의 정치시스템이 국내외 환경 변화에 대한 국내 정치-사회 구조의 변화와 대응을 보여준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면에서 일본은 현재 정권 선택-내각 리더십형의 정치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며, 현 정지치스템은 자민당의 우위체제와 정당 간 경쟁으로 인해 정권 선택의 기회를 저하한다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그러나 최근 자민당 신진세력은 일본의 사회정책 및 국회개혁 방안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신진세력의 노력과 기성 정치세력의 대응, 그리고 두 세력의 정책 경쟁에 따른 제도배치는 차후 일본의 민주주의의 향배를 결정할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 아래는 본 워킹페이퍼의 서론입니다. 전문은 하단의 첨부파일을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I. 들어가며: 자민당 1강 구도와 내각 리더십

국제 정치경제의 유동성과 국내정치의 불확실성을 마주하고 있는 현재, 일본 정치의 방향성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자민당 1강구도가 심화되고 있으나, 한편으로는 시기와 상황에 따라 유동적인 유권자 의식은 예측을 더욱 어렵게 하는 부분이 있다.  이에 대해 본 연구는 1990년대 이후 일본 정치-사회가 새로이 모색한 정치시스템의 작동 원리와 문제점을 살펴봄으로써 근미래 일본 정치의 향방을 조망하고자 한다.

이 연구가 정치시스템에 주목하는 이유는 첫째, 이것이 일본 정치-사회가 국내외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가운데 도출해 낸 결과를 집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총체적 구조전환의 위기감이 일본 사회 전반에 확산되었던 것은 최근의 일은 아니다. 인구, 노동, 산업, 사회복지, 재정 등 정부 정책 전반에 대한 구조 전환의 필요성은 이미 1990년대 무렵부터 대두되었으며 여기에 새로운 국내외 변수가 더해지면서 변화와 대응을 반복해온 과정이 오늘날 일본 정치의 현주소이다. 지난 30년간 일본 정치 변화의 기축이 된 것은 55년 체제 하의 ‘일본형 시스템’을 대체할 새로운 체제로의 이행이었으며, 이는 선거과정에서 정권교체를 통한 책임정치 실현을 목표로 한 것이었다. 즉 급변하는 국내외 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 가능한 체제, 정당본위를 기반으로 한 정책 경쟁, 정부-여당 일원화를 통한 정책결정의 투명성과 신속성을 담보하는 정치시스템을 구현해 온 과정이라 할 수 있다(이주경 2018, 25). 그 결과 현재 일본에서는 대내외 환경 변화에 민첩한 대응을 가능하게 하는 기제로써 강한 내각 리더십, 그리고 내각의 신속한 정책 추진을 담보하는 기제로써 선거를 통한 정권 선택을 양 축으로 하는 ‘정권 선택-내각 리더십’형 정치시스템이 안착하였다.

둘째, 현재 안착한 정치시스템이 일본 정치에 또 다른 과제를 던져주고 있기 때문이다. 양당제 기축의 정책 경쟁과 유권자의 정권 선택을 유도하는 체제 안착을 추구해 온 일본 정치는 자민당 일당우위라는 예측 외의 결과를 노정하였다. 이 때 주목할 것은 정권 선택-내각 리더십형 정치시스템과 일당우위 정당체계 사이의 부정합성이다. 현재 선거과정에서는 민주당 정권의 실패 이후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자민당의 정권 운용이 약체화된 야당세력과 대비되면서 자민당 우위 현상이 굳어져 가고 있으며, 정책과정에서는 수상 및 집정부(core executive)의 정책결정권 강화, 정부-여당 응집력 강화, 정책결정 프로세스의 간소화 및 신속화를 특징으로 하는 관저주도형 정책결정이 관례화되었다. 2012년 12월 발족한 제2차 아베 정권 이후 선거 승리에 기반한 내각의 강력한 정책 리더십과는 대조적으로 자민당 안팎으로 대항세력의 영향력(opposition effect)이 약화된 오늘날의 정치 지형은 정당 간 경쟁에서 대안정부 세력의 약체화를 의미하는 것이자, 자민당 내부에서도 정책 아이디어의 발현과 확산을 저해하는 요소가 있다. 결과적으로 선거결과를 통해 다수의 유권자를 대표하는 내각 리더십의 정당성(legitimacy)이 정책결정 프로세스에 가하는 압력은 강해졌지만, 역으로 내각이 추진한 정책에 대한 점검과 검증이 약화됨으로써 정책추진의 정당성과 정권 선택을 잇는 정치시스템의 선순환이 이루어지고 있지는 못하다 (<그림1> 참조).

<그림1> 정권 선택-내각 리더십형 정치시스템

이처럼 현행 정치시스템이 일본 정치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변화의 근간이라고 한다면 앞으로 일본 정치시스템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 이 질문에 답을 찾는 과정에서 논의의 핵심은 어떠한 시각을 통해서 ‘변화’를 바라볼 것인가로 집약된다. 일본 정치의 현주소를 고려한다면 단순히 정권교체의 가능성을 예측하기 보다는 자민당 일당우위에 대한 현실적 고려와 함께 여기에서 파생되는 정치시스템의 구조적 문제점을 어떤 정치세력이 어떠한 방식으로 시정할 것인가라는 전략적·규범적 방향성에 관한 숙고가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해 본 연구는 정치세력의 질적 변화, 그 결과로 도출 가능한 정치과정의 가변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자민당 일당우위가 지속된다 하더라도 세대 교체에 따른 정책결정 행위자의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2030년 이후 일본의 정치리더로 부상할 40대 전후의 신진 정치가들의 인식과 행동에 주목하여 이들이 지향하는 정치 리더십과 정책지향을 살펴봄으로써 향후 일본의 선거과정과 정책과정에 어떠한 변화에 예상되며, 이것이 정권 선택-내각 리더십형 정치시스템을 어떠한 방식으로 변화시킬지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예컨대 차세대 정치 리더들은 현행 정치시스템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 만약 여기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면 이들이 지향하는 정치 리더십 구상은 무엇이며, 어떠한 정책 아이디어를 갖고 대응하고자 하는가. 더불어 이들의 대응은 가까운 장래에 현실정치에 투영 가능한 전략적 유효성을 갖고 있는 것인가. 만약 그 대응이 정치적 장에서 발현될 경우, 관저주도형 정책결정 프로세스는 어떠한 변화가 예상되며, 책임정치를 어떻게 담보(또는 보완)할 것인가. 위의 질문에 답을 찾는 과정에서 일본 정치시스템의 변화상을 제시하는 것이 주된 목표이다.

주요 분석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선 정권 선택-내각 리더십형 정치시스템 변화 이후 일본의 선거과정과 정책과정에서 발현되는 문제들을 살펴봄으로써, 현행 정치시스템의 문제점을 제시할 것이다. 다음으로 2030년대에 부상할 차세대 정치리더(신진세력)의 인식과 대응을 알아보고, 이들이 지향하는 정치 리더십과 선거 대응 방식은 무엇인지 검토할 것이다. 더불어 정치세력의 인식과 대응을 토대로 상정 가능한 일본 정치시스템의 방향성을 제안하고자 한다. 끝으로 결론에서는 분석 내용을 중심으로 일본 정치의 향배에 대한 이 연구의 함의를 제시한다.

 


 

■ 저자: 이주경_ 부산대학교 한국민족문화연구소 전임연구원. 일본 호세이(法政)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동(同)대학에서 객원연구원을 역임하였다. 연구분야는 일본정치, 정책과정, 정당정치 등이다. 주요 논문 및 저서로는 “TPP 협상과 농업문제를 둘러싼 자민당 중앙-지방 정치가의 상호작용” (2019), “일본 참의원 선거와 정당의 집표전략” (2015), <자민당 정권의 정책 변경 메커니즘> (2014) 등이 있다.

 

■ 담당 및 편집: 김세영 EAI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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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대 프로젝트

한일관계 재건축

세부사업

미래 일본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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