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미국미래 2030" 특별 논평의 네 번째 보고서로, 미국의 의회 정치 및 대통령-의회관계의 변화를 추적하고 미국 행정부의 미래를 조망한 이종곤 이화여대 교수의 워킹페이퍼가 발간되었습니다. 본 페이퍼에서 저자는 1980년대 이래 민주당과 공화당의 정당 양극화는 미국 정치에 있어 가장 대표적인 현상이 되었고, 미국 의회가 심각한 입법 지체 현상에 처하게 되었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기존의 문헌들은 변화하고 있는 미국의 의회정치를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며, ‘트럼프 점수(Trump Score)’를 활용하여 트럼프 대통령이 찬반 의사를 명확히 밝힌 의제에 대해 정당과 계파 그리고 상하원에 따라 투표 행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봅니다. 저자는 대통령-의회 관계에 있어 정당 내부 계파들이 다변화된 모습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논의하며, 현재와 미래의 미국의 의회정치를 정당 양극화라는 단일한 프레임으로 설명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 아래는 본 워킹페이퍼의 서론입니다. 전문은 하단의 첨부파일을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서론

1990년대 이후 미국의 의회정치 혹은 대통령-의회 관계를 규정하는 대부분의 연구들의 논의는 크게 정당 양극화(party polarization), 분점 정부(divided government) 및 입법 지체(legislative gridlock), 그리고 대통령의 대통령령(executive order) 제·개정을 포함한 단독행위(unilateral action)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1960년대와 70년대 미국에서 인권운동(civil right movement)이 고도화되면서 특정 이데올로기를 지닌 시민단체가 증가하고, 선거에서 이들 단체들의 정치력이 높아지면서 정당 구성원의 이데올로기 역시 중도적인 이데올로기에서 보다 진보/보수적인 이데올로기로 점차 변화하였다. 그 결과 정당 양극화가 심해지고, 분점 정부하에서 정당 양극화는 의회를 통한 법률(public law)의 형성을 크게 저해하였다 (Binder, 1999; Jones, 2001). 이 과정에서 정부의 정책 의제의 주체가 과거 의회 상임위원회(standing committee)에서 정당으로 옮겨지기 시작하였다. 또한 의회 통과된 법률안에 대한 거부권과 단독 행위를 통해 의회 동의 없이 정책결정이 가능한 대통령이 정당 리더로서의 입지를 굳히며, 의제 설정에 있어 큰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Devins, 2017). 특히 2010년대 들어 정당간 대립 현상이 더욱 심해지며 주요 법안들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 하였을 뿐 아니라, 건강보험 및 이민 문제와 관련한 대통령의 주요 의제에 대해 정당간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장기간에 이르는 정부 폐쇄(government shutdown)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그 결과 대통령은 의회를 회피하여 대통령령을 포함한 다양한 단독행위들을 통해 정책을 결정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Howell, 2003; Ostrander & Sievert, 2013; Rottinghaus & Warber, 2015).

 이러한 학계에서의 기존 논의들은 현 미국의 의회 정치와 대통령-의회 관계에 있어 큰 그림을 보여주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기존의 논의들이 미국의 의회 정치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는 모든 변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정당 양극화가 심한 2010년대말에도 민주당과 공화당의 의원들은 자신들의 정당의 주류 견해에 반대하는 표를 의회에서 던지는 모습을 자주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2017년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오바마케어 약화 법률안에 대해 공화당의 주류 견해는 이 법안을 빠르게 통과하는 것이었지만, 다수 공화당 의원들의 반대 하에 해당 법률안은 수정을 거듭하였으며, 실제 의회 투표에서도 많은 공화당 의원들이 해당 법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실제로 115대 의회의 미국 건강보건법(American Health Care Act; H.R. 1628)이 입안되었을 때, 해당 법안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까지 나서서 공화당 의원들의 적극적인 찬성을 독려하였지만, 20명에 달하는 공화당 하원 의원들이 해당 법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마찬가지로 116대 의회에서 입안된 미국 군대를 예멘 지역에서 철수하는 상원 결의안(S. J. Res. 7)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강력하게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지만, 16명에 달하는 하원의원들은 해당 법안에 찬성 투표를 하였다. 또한 대통령령을 포함한 대통령의 단독 행위의 횟수가 정당 양극화와 입법 지체 현상에도 불구하고 큰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 않는 것 역시 주류 학계 견해와 반대되는 현상으로 지적할 수 있다. 실제로 빌 클린턴(Bill Clinton) 및 조지 W. 부시 (George W. Bush) 시절에 대통령령을 포함한 대통령의 단독 행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였음에 반해,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정부에 와서는 대통령령을 발한 횟수가 상당 부분 줄어들었다. 예를 들어, 로널드 레이건(Ronald Reagan) 시절 381건의 대통령령은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시절에 조금씩 더 줄어들다가 버락 오바마 때 276건으로 감소했으며, 서명성명(signing statement)의 경우도 조지 W. 부시 시절 매년 20건에 달했으나,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들어 5건 이하로 줄어들었다.

이러한 학계의 주류 견해와 다른 경향들은 현 미국의 의회 정치에 있어 정당 양극화, 입법 지체, 대통령의 단독 행위가 주요한 부분이기는 하나, 이것들이 모든 미국의 의회 정치를 반영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특히 2019년 현재 시점이 아닌 10년 혹은 20년 후의 미국의 의회 정치와 대통령-의회 관계를 예측하려 할 때, 기존의 정치 행태 속에서 어떠한 변화가 시작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에 본 글에서는 이러한 관점에서 기존의 견해만으로는 설명하지 못 하는 미국 의회 정치 및 대통령-의회 관계에 있어서의 변화들을 추적하여 어떠한 변화가 시작되고 있으며, 그것이 앞으로의 미래에 어떠한 의미를 갖고 있는지 살펴보려고 한다.

 


 

■ 저자: 이종곤_ 이화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미국 UC Berkeley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주요 연구 분야는 관료정치 및 정책결정 등이다. 최근 연구로는 Faction Polarization and Ideological Realignment in South Korea (2018), Network Ties and Congressional Delegation to U.S. Federal Agencies (2018), Executive-Legislative Conflict and Regulation Outcomes: The Case of the U.S. FCC (2016) 등이 있다.

 

■ 담당 및 편집: 이영현 EAI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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