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미국미래 2030" 특별 논평의 두 번째 보고서로, 미국 내 ‘백인성’의 정의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분석하고 미국 인종주의의 미래를 조망한 이수영 한양사이버대학교 교수의 워킹페이퍼가 발간되었습니다. 본 페이퍼에서 저자는 1790년대부터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미국의 인구조사를 통해 ‘백인성’의 형성과 이의 확장성 및 배타성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초기 앵글로색슨계 유럽인에게만 국한되었던 ‘백인성’이 현재 남동부 유럽을 포함한 유럽계 백인으로 그 의미가 확장되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여전히 비(非)백인에 대한 배제전략이 은밀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저자는 설명합니다. 또한, 이러한 배제전략이 트럼프의 등장으로 명시적으로 드러나게 되었다고 저자는 주장하며, 비유럽계 이민자 출신의 미국인에게도 ‘백인성’의 확장 혹은 변형을 통해 주류로 편입되는 것이 가능한지가 미국의 인종주의의 미래와 관련이 있다고 논의합니다.

 


※ 아래는 본 워킹페이퍼의 서론입니다. 전문은 하단의 첨부파일을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I. 들어가며

미국 인구조사국(United States Census Bureau)은 2015년 3월『2014년에서 2060년까지의 미국의 인구 규모 및 구성 전망에 대한 보고서』(Projection of the Size and Composition of the U.S. Population: 2014-2060)를 발표하면서 [그림1]과 같은 인포그래픽을 서두에 제시하였다. 이는 본 보고서의 내용 중 가장 주목할 만한 사실 중 하나로 지금과 같은 인구 변동 추세라면 ‘백인(White)’이 2044년을 기점으로 소수인종(minority)의 위치가 될 수 있으며, 이를 18세 이하 인구만으로 한정하면 그 시기가 24년이나 당겨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미국이 건국된 이래로 다수를 차지하는 단일 인종으로, 지금껏 미국의 주류로서의 위치를 지켜왔던 ‘백인’이 가까운 미래에 ‘소수인종’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인구학적 전망은 여러 가지 의미로 재생산, 확산되며 미국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2016년 트럼프의 등장과 함께 부각되기 시작한 ‘백인 민족주의(white nationalism)’ 현상도 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림 1> "Projecting Majority-Minority: Non-Hispanic Whites May No Longer Comprise Over 50 Percent of the US Population by 2044”

미국 역사 상 보통 정치경제적 상황이 급진적으로 변할 때 백인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방어벽으로 백인우월주의가 강화되는 현상을 보여왔다면(민정훈 1), 약 30여년 후에는 백인이 수적으로 ‘소수인종’이 될 수도 있다는 인구 전망은 그들에게 있어서 자신들의 기득권적 지위에 대한 강력한 위협으로 느껴졌다. 정치학자 다이애나 뮤츠(Diana Mutz)가 주장하듯이 트럼프가 2016년 선거에서 백인 남성 노동자들 계층의 지지를 받은 원인이 단지 20세기 후반 후기자본주의 사회의 산업구조의 변화와 이민자의 증가로 인하여 자신들의 안정된 일자리가 위협받는 것 등과 같은 경제적 요인에만 있는 것으로 보기에는 어렵다. 즉, 트럼프를 중심으로 하는 백인 인종주의의 부상에는 지금까지 ‘백인’ 그룹이 미국의 주류로서 누려왔던 기득권적 위치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과 같은 ‘비경제적인’ 요인에 그 원인이 있는 것이다(Mutz, 2018) 그리고 이러한 위기의식은 미국의 미래의 인구구조의 변화가 미국의 국가경쟁력이나 ‘백인’들의 삶에 실질적으로 얼마만큼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실증적인 증거와 상관없이 트럼프의 강력한 이민제한에 대한 지지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여러 가지 문맥에서 유통되고 있는 미국의 ‘백인’은 과연 누구를 의미하는 것인가? 역사적으로 미국 내 ‘백인성(whiteness)’의 의미는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었으며, 특히 ‘진정한 미국인(authentic American)’의 핵심적 조건인 ‘백인성’의 범주는 문화적, 법적, 정치적 논쟁의 대상이 되어왔으며, 그 과정 속에서 그 의미가 계속해서 재정립되어 왔다. 즉, 백인성의 범주는 ‘미국인의 정체성’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진정한 미국인’으로 인정하거나, 동시에 ‘비미국적(un-American)’인 것에 대한 차별적 배제의 근거로도 기능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역사적으로 ‘백인성’의 범주가 어떻게 재정의되어 왔는지를 그의 확장성과 배타성의 관점에서 살펴보려고 한다. 이는 최근 미국의 가장 큰 쟁점 중 하나인 반이민 정서와 백인 민족주의가 앞으로 미국의 국가 정체성 형성에 어떠한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 저자: 이수영_한양사이버대학교 영어학과 교수. 미국 텍사스 주립대학에서 미국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주요 연구 분야는 미국 소수 인종, 소수 민족문화, 미국 이민사, 아시아계 미국문학/문화, 소수민족 정체성 및 젠더 정치 등이다. 최근 연구로는 “Mapping Korean American Literary Studies in Korea 1994-2016”(2018), “Masculinity First, Asian After: Justin Lin’s Strategies to ‘Mainstream’ a New Generation of Asian American Men.”(2018) 등이 있다. 

 

■ 담당 및 편집: 이영현 EAI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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