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나정원 SPN서울평양뉴스 연구위원은 올해로 집권 10년 차를 맞이한 북한의 김정은을 유행에 민감하고 진취적인 MZ세대 지도자로 묘사하며, 최근 들어 달라진 북한의 모습에 대해 서술합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로 2019년을 마지막으로 김일성화 축전, 김정일화 축전이 자취를 감춘 것을 지적하며 이들에 대한 우상화가 축소되는 대신 애국주의와 우리국가제일주의가 강조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아울러, 2016년 5월 제7차 당대회를 복원한 것을 시작으로 주요 정책을 당대회와 당 전원회의에서 결정하는 것은 김정은 위원장이 체제 내구성을 향상시키고, 제도화된 기구를 통한 통치를 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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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집권 10년 차가 되는 2022년은 북측 표현으로 소위 꺾어지는 해에 해당한다. 김정은이 당과 국가의 최고지도자가 된 지 10년이라는 세월이 흐름과 동시에 그의 조부와 부친 생일이 110년, 80년이 되는 해로 기념되는 올해는 정치적 의미가 큰 해로 기록되는 중이다.

 

김일성의 카리스마가 세습된 정치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북측 정권에서 예상했던 대로 김일성-김정일을 기념하는 각종 행사는 ‘수령’의 지위에 있는 김일성의 생일 4월 15일까지 지속된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김일성-김정일을 칭송하는 공연 무대들이 줄을 이었고, 각종 표창과 군 승진, 기념주화, 기념 우표 제작 등이 진행되었다.

 

다만 김정은 시대의 색깔이 확고해진 2022년 현재 이전과 달리진 풍경들도 포착되고 있다. 가장 확연하게 눈에 띄는 변화는 김일성화, 김정일화가 자취를 감춘 것이다. 2019년을 마지막으로 김일성화 축전․김정일화 축전이 자취를 감추는 등 김일성-김정일에 대한 상징은 축소되는 대신 국가에 대한 상징화가 강화되고 애국주의와 우리국가제일주의가 강조되고 있다.

 

MZ세대 지도자 김정은의 취향에 맞게 그 빈자리를 장미꽃이 채우고 있다. 장미에 대한 종자 개발과 보급사업은 김정은 정권 내내 일관되게 강조하고 있는 세계적 추세의 지향과도 연관되어 있다. 이외에도 10가지 국가상징(국호, 국장, 국기, 국가, 국어, 국화, 국수, 국조, 국견, 국주)을 발표하는 동시에 애국주의 고취와 제도화된 기구를 통한 통치의 흐름이 이어지는 중이다.

 

또 한 가지는 과거에 김일성의 집무실로 이용했던 혁명사적 건물 5호 댁을 허물고 《경루동》의 보통강강안 다락식주택구를 건설한 사례를 들 수 있다. 김정은 집권기에 들어서면서 군부대 유휴공간을 활용하여 승마클럽과 비행장 부지를 개조하여 대규모 온실농장을 건설한 사례는 지속되어 왔지만, 이번에 김일성 혁명사적 건물을 허물고 그 자리에 주택을 건설한 것은 상징적 의미가 있어 보인다. 현실 수령 지위에 오른 김정은이 김일성의 혁명사적 건물 자리에 대규모 아파트단지를 건설함으로써, 필요에 따라 북측 전역의 수많은 김일성-김정일, 그리고 김정은의 혁명 사적들에 대한 개발 가능성을 열어준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김일성-김정일 선대 수령과 수령의 지위에 오른 김정은의 현지 지도는 수없이 이어져 왔으며, 이들의 손길이 닿은 장소나 물건 등은 보존 대상이 되어 자원의 비효율을 초래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북측 당국의 이와 같은 인식은 수령의 상징화에 대한 과거 언론 동향을 통해서도 드러나게 되는데, 김정은이 2019년 제2차 전국초급선전일꾼대회 참가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수령의 혁명 활동과 풍모를 신비화하면 진실의 가리게 된다.”는 것을 경계한 바 있으며, 2020년 5월 20일 자 로동신문 《축지법의 비결》 제목의 기사에서는 항일무장투쟁시기 김일성의 투쟁을 “사실 사람이 있다가 없어지고 없어졌다가 다시 나타나며 땅을 주름잡아 다닐 수는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단기적으로는 수령의 혁명사적에 대한 개발가능성이 김일성의 카리스마에 뿌리를 둔 지배체제의 근본적 변화로는 이어지지 않을 전망이지만, 미세한 변화도 나타나는 중이다. 2016년 5월 제7차 당대회를 복원한 것을 시작으로 북측 내 주요 정책은 제도화된 당대회와 당 전원회의에서 결정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김정일 시대 고착화된 현지 지도를 통한 통치는 경로의존성에 따라 김정은 집권 초기 집중되다가 이후에는 제도화된 기구를 통한 통치로 그 무게중심이 옮겨지고 있는 것이다.

 

집권 이래 2017년 중반까지 김정은의 공장, 기업소 등 경영 현장 현지 지도(준공현장 제외)는 더 이상 관측되지 않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자체의 경영전략, 기업전략에 따른 경영을 명문화한 ‘기업소법(2010.11.11 제정/ 2013.11.05./2015.05.21/2020.11.04 개정)과도 연관이 있다. 국정 지도자의 경영 현장 방문과 그에 따른 발언이 기업 자체의 총적 방향 또는 총적 목표(비전), 그에 따른 하부 단위에서의 실행 목표와 단계별 과업 등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고, 기업의 경영권을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요컨대 제도화된 기구와 제도를 통한 통치는 김정은 시대를 대표하는 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 2021년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는 2016년 조선로동당 제7차 대회에 이어 5년마다 개최되는 당대회 복원의 신호탄이었으며, 2022년 신년사 또한 제도화된 통치기구인 당 전원회의로 대체되었다.

 

그리고 2021년 당대회에서는 《경제발전의 중심 고리 역량을 집중하여 인민 경제 전반을 활성화하고 인민 생활을 향상할 수 있는 토대 구축》을 경제부문 총적 방향(비전)으로 설정하였으며, 나아가서 2021년 6월 당 제8기 제3차전원회의 당 전원회의에서는 《획기적 발전의 5년과 대변혁의 5년》을 공식화하고, 15년 안팎의 사회주의 강국 건설이라는 중장기 구상을 공개함에 따라 5년을 주기로 도약함으로써, 15년 안팎에 사회주의 강국을 건설한다는 구상을 표명하였다.

 

요컨대 MZ세대 지도자 김정은의 행보는 체제 내구성을 향상시키는 방향을 지향하고 있으며, 제도화된 기구를 통한 통치로 이어지는 중이다. 북측 관영매체들에서 흘러나오는 기사의 헤드라인 제목은 그 증거로 볼 수 있는 것으로, 김정일-김정은 집권 초기 모든 행위의 중심은 수령에 있었지만 정권 안정기에 접어든 현재 제도화된 기구의 행사 개최 또는 폐막이 현실 수령 김정은의 참가보다 우선한다. 예컨대 김정일 집권기였다면, 당대회 또는 당 전원회의에 앞서 김정일 동지가 당대회 또는 당 전원회의에 참석하였다는 내용이 기사의 중심에 있었다면, 김정은 집권기 중반에 진입한 현재는 당대회 또는 당 전원회의 개막/폐막의 내용이 김정은의 참가 여부에 우선하여 기사의 제목이 작성된다.

 

이 밖에도 제도화된 통치기구 및 법령제정에 따른 규격화 및 표준화, 재자원화, 산업미술과 상표와 관련된 흐름은 북한의 변화를 알 수 있는 척도라고 할 수 있다.

 

2022년 12월 새것에 민감하고 진취적인 MZ세대 지도자 김정은이 이끄는 북측의 변화는 현재진행형이다. ■

 

※ 본 논평은 “A Decade Under the Millennial Supreme Leader Kim Jong-Un” 의 국문 번역본입니다.

 


 

나정원_2004년 북한학 입문 이후 북측 문헌과 영상, 사진 자료를 통해 북한의 변화를 연구하여 2018년 박사의 학위를 받았다. 경영학적 관점과 소유(Possession)의 시각에서 북측 정권을 조망한다. 주요 연구로는 김정은시대 북한의 경영학 연구동향(Current Research Trends in Management Studies in North Korea during the Kim Jung Un`s Era), 북한 김정은의 기업가정신과 혁신정책 연구(A Study on Entrepreneurship and Innovation Policy of North Korean Kim Jong-un), 소유의 변증법적 논의에 의한 미래 적 소유잠재성(Future Possession Potential According to the Dialectical Discussion of Possession) 등이 있다. 현재 SPN 서울평양뉴스에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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