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서정건 경희대 교수는 민주당의 선전으로 귀결된 중간선거 결과로 인해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나서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봅니다. 북한의 안보 위협이 현실화되는 경우 대통령 선거를 앞둔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는 강경 대응 이외에 선택지가 없기 때문에, 남은 임기 내 대북 관계 개선을 위한 혁신적 방안을 모색할 가능성은 줄어들었다고 평가합니다. 이로 인해 교착상태에 놓인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향후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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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미국 중간 선거는 11월 8일에 열렸고 하원 의원 435명을 전원 새로 뽑는 동시에 상원의 1/3인 35개의 상원 의석을 놓고 유권자가 선택하게 되었다. 잘 알려진 대로 미국 중간 선거에서는 대통령 소속 정당이 의석을 잃고 선거에 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양당제를 구축한 이래 링컨의 첫 중간 선거였던 1862년부터 트럼프 중간 선거였던 2018년까지 40차례의 중간 선거 결과 대통령 소속당이 의석을 잃은 경우는 36회에 달한다. 특히 1934년 이후 중간 선거에서 대통령 당은 하원에서 평균 28석, 상원에서 평균 4석을 잃었다. 대통령 지지율이 관건인데 50퍼센트 이하면 대통령 정당이 평균 37석을, 50퍼센트 이상이면 평균 14석을 상실해 온 역사적 추세 또한 있다.

 

이번 미국 중간 선거 결과는 예상대로였을까, 의외였을까? 선거를 앞두고 두 가지 가설이 등장했다. 가설 1. 인플레이션과 범죄율, 자동차 기름 값과 국경 혼란 등으로 인해 대통령 소속 정당인 민주당이 전례대로 참패할 것이다. 가설 2. 연방 대법원의 낙태 관련 일방적 결정과 선거 결과를 수용하지 않는 극단주의 후보들을 걸고넘어진 바이든 민주당이 크게 지지는 않을 것이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경합 지역 승부의 열쇠를 쥐고 있던 중도층 유권자들과 청년 세대의 투표 참여가 비교적 높았고 이들이 대체로 민주당 편에 섰다는 출구조사가 확인된다. 남아 있는 개표 결과와 상관없이 민주당은 선전했고 공화당은 저조했다는 총평이 가능하다. 결국 정치는 기대의 게임인데 선거 후 바이든은 웃었고 트럼프는 화를 냈다고 한다. 정리해보자면 40년 만에 겪는 최악의 인플레이션 책임을 대통령과 소속당에 묻는 전통적인 중간 평가 의미는 크게 줄어들었다. 대신 강경 보수로 기운 연방 대법원과 민주주의의 기초를 부정하는 후보들에 대한 반발과 응징이 이번 선거의 핵심 줄거리였다. 물론 선거 공정성이라는 절차 민주주의를 중시하는 시민들의 관심이 커진 점은 바람직하다. 동시에 경제 실패를 냉정하게 평가하던 심판 민주주의의 역할이 약화된 사실은 둘로 쪼개진 미국 민주주의가 앞으로도 직면하게 될 딜레마다.

 

사실 바이든 대통령에게 이번 중간 선거는 중요한 의미를 가졌다. 선거 결과에 따라 향후 2년간의 국정 운영과 더불어 재선 도전이 크게 영향을 받게 되기 때문이었다. 하원이 공화당에게 넘어가게 된다면 사실 상원 선거 결과와 크게 상관없이 바이든은 향후 임기 동안 자신의 의제를 입법화하기 어려워진다. 2018년 중간 선거 이후 공화당 대통령 트럼프와 민주당 하원 펠로시는 보호무역 및 중동 평화 등의 영역에서 합의에 성공했다. 달라진 미국이 중시하는 자국 우선주의와 비(非)개입주의가 그 배경이다. 반대로 민주당 대통령과 공화당 하원 간의 정책 협조 사례는 대통령의 우클릭을 제외하면 훨씬 드물다. 따라서 상원 외교위원장 출신인 바이든 대통령은 대외 정책으로 관심을 돌리게 될 것이 분명하다.

 

문제는 2024년 대선이다. 이번 중간 선거에서 참패를 당한 후 재선 포기라는 충격적 결정을 했더라면 바이든이 남은 임기 동안 혁신적인 대북 관계를 모색할 가능성도 있었다. 2000년 당시의 클린턴처럼 다음 선거가 없는 민주당 대통령은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적임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이든과 민주당의 선전으로 귀결된 선거 결과인 만큼 트럼프를 이미 한 번 이긴 전력을 명분으로 재선에 나서게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렇게 되면 바이든 대통령의 선택지는 오히려 줄어들 것이다. ICBM 발사를 비롯한 북한의 안보 위협이 또다시 현실화되는 경우 선거를 앞둔 민주당 대통령은 강경 대응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진핑에게 압력을 가하거나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도 사용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결국 현재로서는 바이든이 선제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역설적으로 우리 정부가 움직여야 하고 선도할 수 있는 시점과 공간일 수도 있다. 물론 북한의 핵위협에 대한 우리의 확고한 안보 태세 확립이 최우선 과제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미국 상황을 돌아보면 블링컨, 설리번, 셔먼, 캠벨 등 북한을 잘 아는 바이든의 외교 안보 라인업이 북한 문제와 관련하여 새로운 돌파구 모색에 관심을 가지게 될 수도 있다. 다만 북한에 관한 경험이 많다는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닌 게 워싱턴 외교팀의 문제다. 북한에 대한 신뢰가 워낙 낮은데다 트럼프 식 톱-다운(top-down) 접근에 대한 반감도 크다. 따라서 일종의 집단 사고(group thinking)에 의해 북한 관련 돌파구를 뚫기가 여느 행정부보다 더 어려울 수도 있다. 한편 미국이 과거의 적성 국가들(former adversaries)과 관계 정상화(normalization)를 해 온 역사가 일종의 주기성(regularity)을 보인다는 측면을 주목할 만하다. 관계 정상화는 주로 대사관 상호 설치를 주된 내용으로 하고 국교 수립으로 이해될 수 있는 관계 개선을 뜻하는데 의회의 사전/사후 승인이 없었고 주로 사후의 의회 독자적인 입장/입법 정도가 있었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잘 알려진 예로 미국과 중국의 1979년 관계 정상화 발표는 전격적으로 이루어졌고 이에 반발한 미국 의회는 Taiwan Relations Act를 통과시킨 적이 있다.

 

실제로 트럼프 시기 북미 협상 결렬은 소위 빅딜(Bid Deal)의 비현실성을 보여 주었다. 하지만 소위 단계적 접근(phased approach) 역시 시간이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북미간의 낮은 신뢰 문제가 또 다시 불거지면 체계적 이행에 어려움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빅딜 보다는 단계를 밟는 내용을 포함한 합의가 필요하지만 동시에 단계적 접근보다는 담대한 접근이 더욱 필요한 상황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북미 관계 돌파구 내용으로는 적어도 워싱턴과 북한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이상은 되어야 의미가 있다. 현실적으로 미국과 북한 간에 어떤 카드를 서로 맞교환할지에 대해서는 한국과 미국 간에 긴밀하고 지속적인 협의가 절실하다.

 

※ 본 논평은 “The Future of U.S.-North Korea Relations after the 2022 U.S. Midterm Elections” 의 국문 번역본입니다.

 


 

서정건_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텍사스 대학(오스틴)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에서 미국 의회와 외교 정책을 주제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교(윌밍턴)에서 조교수(2007-2012)를 지냈고 현재 경희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미국 우드로우 윌슨 센터 풀브라이트(Fulbright) 펠로우(2019)와 미국정치연구회 회장(2020)을 지냈고 현재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한국연구재단 책임전문위원, KBS 객원 해설위원 등으로 활동 중이다. 공저인 <미국 정치가 국제 이슈를 만날 때(2019)>와 <미국 정치와 동아시아 외교정책(2017)>은 모두 대한민국 학술원 우수도서로 선정되었고 논문인 “The China Card: Playing Politics with Sino-American Relations”는 미국정치학회(APSA) 외교 정책 분야 최우수 논문(2009)으로 뽑힌 바 있다. 이외에 “Vote Switching on Foreign Policy in the U.S. House of Representatives,” “미국 중간선거에 관한 역사적 고찰,” “트럼프 행정부와 미국외교의 잭슨주의 전환” 등 다수의 논문을 출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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