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조영남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시진핑 주석의 권력 연임은 10년 주기로 최고 지도자가 교체되는 중국 공산당의 기존 권력 승계의 규범을 파괴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앞으로 지배층의 자정 기능은 약화되고, 새로운 권력 승계 규범을 수립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또한, 최고 지도부 전원이 시진핑계로 채워져 막강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지만, 정치는 집단 결정과 개인 책임 분담의 결합 원칙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당헌?당규에는 변화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향후 시진핑의 ‘일인 지배’는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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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공산당(이하 공산당) 20차 당대회는 이전과 비교했을 때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 번째 특징은, 시진핑이 총서기직에 다시 취임하면서 권력 승계의 새로운 모델이 등장했다는 점이다. 권력 승계 모델은 원래 두 가지였다. 첫째는 주요 직위를 순차적으로 이양하는 단계적 승계다. 2002년 공산당 16차 당대회에서 장쩌민은 후진타오에게 공산당 총서기직을 이양한 이후, 2년 뒤에 중앙군사위원회(중앙군위) 주석을 넘겼다. 둘째는 모든 직위를 동시에 이양하는 전면적 승계다. 2012년 공산당 18차 당대회에서 후진타오는 시진핑에게 공산당 총서기직을 포함해서 모든 직위를 동시에 이양했다. 그런데 이번 공산당 20차 당대회에서는 시진핑이 모든 직위에 다시 취임하는 권력 연장 모델이 등장했다.

 

시진핑의 권력 연임은 10년 주기로 최고 지도자(총서기)가 교체되는 기존의 규범(norm)을 파괴한 것이다. 이는 중국 엘리트 정치에 새로운 현상이 출현했음을 의미한다. 첫째, 권력 승계의 불확정성이 증가하면서 정치 불안정이 초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권력 승계 문제는 사회주의 정치 체제의 아킬레스건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정치는 물론 경제와 사회 등 전 분야에서 안정을 기대할 수 없다. 개혁기 중국에서 정치 안정이 유지된 비결은 바로 정기적인 권력 교체를 통해서 이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이다. 이제 이 규범이 파괴되면서 중국은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도 있다.

 

둘째, 최고 지도자의 교체가 중단되면서 새로운 정책이 등장하여 중국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줄어들었다. 10년간의 통치는 성과도 낳지만 동시에 많은 문제도 낳는다. 그래서 새롭게 등장하는 최고 지도부는 성과를 계승하면서 동시에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 집중한다. 이런 방식으로 공산당은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을 키워왔다. 이것이 바로 ‘권위주의 끈질김(authoritarian resilience)’의 비결이다. 그런데 이제 이런 장점이 사라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셋째, 한번 무너진 권력 승계 규범을 다시 수립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 때문에 공산당은 새로운 권력 승계 규범을 수립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떠안게 되었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권력을 승계할 것인가? 누가 권력 승계의 후보자가 될 것이고, 그런 후보자를 어떻게 선출할 것인가? 만약 시진핑이 5년 후 혹은 10년 후에도 계속 권력을 유지하겠다고 고집을 부린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시진핑이라는 ‘제2의 마오쩌둥’이 출현하는 것을 그대로 방치할 것인가? 아니면 그를 강제로 끌어내릴 것인가? 이는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공산당 20차 당대회의 두 번째 특징은 이번 당대회를 통해 엘리트 정치의 유형이 변화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말해, 중국의 엘리트 정치는 집단 지도에서 시진핑의 일인 지배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사회주의의 엘리트 정치는 크게 집단 지도(과두제)와 일인 지배로 나눌 수 있고, 이는 세 가지 기준에 따라 결정된다. 첫째는 권력원(power source)(즉 제도적 권위와 개인적 권위)과 권력 집중도다. 둘째는 지도자 간의 권력관계다. 셋째는 권력 운영 방식이다. 이번 당대회를 통해 이와 같은 세 가지의 기준에 변화가 발생하면서 시진핑의 ‘일인 지배’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첫째, 시진핑은 ‘제도적 권위’에 더해 ‘개인적 권위’까지 획득함으로써 단순히 총서기로서가 아니라 ‘위대한 지도자’로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시작은 2021년 11월 공산당 19기 6중전회에서 통과된 ‘제3차 역사 결의’였다. 이 결의에 따르면, 시진핑은 중국 역사에서 ‘신시대(新時代)’를 개막한 지도자로, 2012년 집권 이후 10년 동안 위대한 업적을 달성했다. 이는 시진핑이라는 ‘위대한 지도자’가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사상’(이하 ‘시진핑 사상’)을 제기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공산당은 ‘두 개의 확립(兩個確立)’을 공식으로 결정했다. 첫째, 공산당은 시진핑의 당 중앙 및 전당의 핵심 지위를 확립한다. 둘째, 공산당은 ‘시진핑 사상’의 영도 지위를 확립한다. 이런 결정을 통해 시진핑은 이제 총서기라는 ‘제도적 권위’에 더해 위대한 업적을 달성한 지도자라는 ‘개인적 권위’까지 획득하게 된 것이다. 이는 공산당 20차 당대회의 ‘정치 보고’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이처럼 시진핑은 ‘신시대’를 개척한 지도자로서 위대한 업적을 달성함으로써 권력을 연장할 수 있다는 정당성(legitimacy)을 마련할 수 있었다.

 

또한 시진핑은 ‘개인적 권위’를 확보함으로써 그 결과로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즉 시진핑으로 권력이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는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회와 정치국의 인선 과정을 통해 분명히 드러났다. 단적으로 7인의 정치국 상무위원은 전원 ‘시진핑 세력(習家軍)’으로 충원되었다. 반면 경쟁 세력이었던 ‘공청단파(共靑團派)’ 지도자는 한 명도 정치국 상무위원에 선임되지 못했다. 24인의 정치국원 중에서도 최소한 12인이 ‘시진핑 세력’이고, 나머지 대다수도 시진핑에 의한 발탁된 인물이다. 이는 시진핑이 인사권을 완전히 장악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둘째, 시진핑과 다른 정치국 상무위원 간의 권력관계에도 변화가 발생했다. 시진핑 본인을 제외한 6인의 정치국 상무위원 중에서 3인은 시진핑의 직속 부하였고, 나머지 3인은 시진핑에 의해 발탁된 인물이다. 따라서 시진핑과 이들 간의 관계는 형식적으로는 평등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주중관계’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이전의 상황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아직까지는 마오쩌둥과 다른 지도자 간에 존재했던 ‘군신 관계’ 라고까지 말할 수 없지만, 불평등한 관계가 등장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셋째, 그러나 권력 운영 방식에서는 변화가 발생하지 않았고, 그 결과 시진핑의 ‘일인 지배’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권력 운영과 관련된 공산당 <당헌(party constitution)>과 당규(party laws)는 이번 당대회에서 수정되지 않았다. 따라서 미래에도 <당헌>과 당규에 따라 엘리트 정치는 여전히 집단 지도 원칙, 즉 집단 결정과 개인 책임 분담의 결합 원칙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중요한 정책과 인사는 총서기 개인이 아니라 정치국 상무위원회와 정치국의 심의를 걸쳐 집단적으로 결정되어야 하고, 그렇게 결정된 정책은 지도자들이 자신이 맡은 역할에 따라 책임지고 집행해야 한다. 결국 권력 운영 방식의 규정이 바뀌지 않음으로써 시진핑의 ‘일인 지배’는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본 논평은 “China Under Xi Jinping’s One-Man Rule” 의 국문 번역본입니다.

 


 

조영남_ 2002년부터 현재까지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정치학과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 베이징대학 현대중국연구센터 객원연구원(1997-98년), 난카이대학 정치학과 방문학자(2001-02년), 미국 하버드-옌칭연구소 방문학자(2006-07년)를 역임했다. 연구 성과로는 『중국의 통치 체제 1/2』(2022), 『중국의 엘리트 정치』(2019년), Local People's Congresses in China (2009년) 등 모두 17권의 단독 학술서와 많은 학술 논문이 있다. 서울대학교 연구공로상(2007년), 니어(NEAR) 재단 학술상(2008년), 한국정치학회 학술상(저술부문)(2020년)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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