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이동률 EAI 중국연구센터 소장(동덕여대 교수)은 한중수교 이후 지난 30년간 중국은 북한 및 북핵 정책에서 변화보다는 관성을 유지해왔지만, 위기가 고조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대화를 견인하고 긴장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해왔다고 강조합니다. 아울러, 중국이 그동안 한반도 전략 지형에 중대한 변화가 일어날 때마다 적극적으로 개입해 영향력 확보를 추구해왔음을 고려하여, 한국은 중국의 정책 기조 변화 요인들에 대한 정확한 인식 위에 북핵문제에 관한 중국 역할의 최대치를 냉정하게 설정해야 한다고 제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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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정치외교 관계 30년의 역사는 사실상 북한 및 북핵 문제가 압도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한국의 대중국 외교에서 북한 및 북핵 문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 한중 수교 이후 최근까지 북한 및 북핵 문제에서의 ‘중국 역할’에 대한 논란은 지속되어 왔다. 한국은 중국과의 수교이후 경제협력을 중심으로 비약적으로 관계 발전이 진행되면서 북한 및 북핵 문제에서 중국 역할을 한국의 희망대로 견인할 수 있다는 기대를 키워왔다. 특히 2015년 한중관계가 이른바 ‘최상의 관계’로 발전했다고 자평하면서 북핵 문제에 있어서 ‘중국 역할’에 대한 기대도 함께 상승하였다. 즉 2015년 9월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이후 중국의 한반도 통일 지지에 대한 기대로 중국역할론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그런데 정작 2016년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중국 역할이 시험대에 올랐을 때, 중국은 한국정부가 기대하고 요청했던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 않았다. 중국 역할에 대한 한국정부의 기대가 자의적 희망이었음이 확인되었다. 곧바로 중국에 대한 실망과 비판으로 이어지면서 북핵 고도화에 대한 ‘중국 책임론’이 등장했다. 그리고 중국책임론은 급기야 사드 배치와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를 통한 중국 압박으로 빠르게 전개되었다. 2018년 평창올림픽 이후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연이어 개최되면서 이제는 ‘중국소외론(china passing)’이 등장하였다. 그런데 시진핑 집권이후 7년간 중단되었던 북중 정상회담이 2018년 3월에 전격적으로 재개되면서 북중관계는 빠르게 회복되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배후설을 제기하면서 중국의 개입을 견제했다. 하노이에서의 북미 정상회담은 결렬됐고 남북한 관계도 다시 교착상태에 빠진 반면에 북중 관계가 오히려 복원되면서 한반도에서의 중국 역할에 대한 논의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였다.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 역할에 대해 혼란스러울 정도의 다양한 논란이 이어졌다. 그런데 정작 중국은 북한 및 북핵 정책에서 기본적으로 변화보다는 관성을 유지해왔다. 중국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 빠르게 고도화되고 있는 국면에서도 이른바 북핵 3원칙이라는 기존 원칙을 시종일관 고수해왔고, 그 연장 선상에서 이른바 쌍중단(雙中斷)과 쌍궤병행(雙軌竝行)이라는 방안을 제시했다. 중국은 지난 30년간 사실상 큰 틀에서 일관되게 ‘현상유지를 통한 한반도의 안정화’라는 정책 기조를 견지해왔다. 시진핑 집권 전반부에 관행적으로 진행되던 연례 정상회담조차 성사되지 않을 정도로 북중관계가 경색되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중국은 여전히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고려하고 북한과의 관계 회복을 위한, 또는 최소한의 관계 유지를 위한 시도들을 지속해왔다.

 

중국은 대북한 북핵 정책 기조를 유지해오는 과정에서 나름의 역할을 모색해왔다. 1993년 3월 12일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하면서 북핵 위기가 시작되었고 그 이후 중국은 크게 4회의 주목할만한 서로 상이한 대응과 역할을 도모했다.

 

첫째, 중국은 1차 북핵위기시 기본적으로는 막후에서 조정 역할을 하는 소극적인 태도를 취했다. 그런데 1994년 10월 중국을 배제한 채 북미간 제네바에서의 협상을 통해 기본합의서를 채택했다. 당시 중국은 천안문 사건이후 여전히 미국의 견제와 압박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자국이 배제된 상황에서 북미관계가 개선되는 움직임에는 예민하게 반응했다. 중국은 북미 합의에 대응해서 한국에 외교 공세를 펼쳤다. 1994년 10월 수교 이후 처음으로 리펑 총리의 한국방문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이듬해인 1995년 4월에는 챠오스(喬石) 전인대 상무위원장이 방한한데 이어서 11월에는 장쩌민 주석마저 국빈방문을 함으로써 2년 사이에 중국권력 서열 1,2,3위 모두가 한국을 방문하는 유례없는 상황이 진행되었다. 특히 리펑 총리는 한국 방문시 “새로운 평화체제가 수립되기 전까지는 기존의 정전체제가 유효하며, 따라서 정전협정이 준수되어야 한다.” 고 하여 당시 정전협정 자체를 무력화시키고 미국과 직접 평화협정을 논의하려던 북한에 대해서도 일종의 견제 메시지를 보냈다.

 

둘째, 2003년 1월 10일 북한이 NPT 탈퇴를 선언하고 2차 북핵 위기가 불거지면서 중국은 새로운 역할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북한과 미국사이에서 셔틀 외교를 펼치며 중재에 나서 북미중 3자회담과 6자회담을 연이어 주선했다. 북중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부분적으로 압력과 설득의 방식을 병행했고, 2차 6자회담 이후부터는 북한에 대한 경제원조를 통한 설득의 방식을 위주로 영향력을 행사했다. 북한이 초기에는 거부했던 북핵 6자 회담의 참여를 유도했다는 측면에서는 분명 중국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 것이다. 중국이 2003년 이후 적극적 중재자로 변신하게 된 이면에는 미국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공격이었다. 즉 부시 행정부는 북한을 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이라고 지칭하면서 북한 역시 미국 공격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중국이 북한 체제 위기를 관리하고자 적극적 중재자로 변신한 것이다.

 

셋째, 2017년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중국은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고강도 대북제재에 참여했다. 중국은 북핵실험이후 9일만에 북한에 대한 유류 공급을 제한하는 고강도의 추가 제재가 포함된 채택에 동의했다. 북한의 연이은 핵과 미사일 도발에 트럼프 정부에서 이른바 ‘코피 전략’이라는 정밀 선제타격 가능성이 제기되고 한반도의 위기가 고조되자, 중국이 북한에 대한 제재 강도를 이례적으로 강화하면서 한반도의 위기 고조를 관리하고자 했다.

 

넷째, 2018년 2월 평창올림픽 이후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 전격적으로 개최되면서 ‘중국소외론’이 등장하자 중국이 다시 역할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2011년 이후 7년간 중단되었던 북중 정상회담이 급작스럽게 재개되었을 뿐만 아니라 매우 이례적으로 2018년 3월부터 2019년 6월 사이에 4회 연이어 김정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포함하여 총 5회의 북중 정상회담이 이루어졌다. 김정은의 2차, 3차 방중 이후에는 중국의 개입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경계심을 드러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북미회담 취소 서한을 보내는 과정에서 ‘중국 배후’ 에 대한 의구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 결과 다시 한반도에서의 중국 역할에 대한 논의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한중수교 이후 지난 30년간 중국이 북핵문제에서 역할을 모색한 4개의 사례는 중국의 한반도 정책 기조와 북핵문제에 대한 인식과 입장의 특징을 잘 드러내주고 있다. 2003년과 2017년 북핵 위기 국면에서 중국이 각각 대화 중재와 제재 강화라는 다른 방식으로 역할을 했지만 공통점이 있었다. 모두 미국의 군사 옵션 사용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북한 체제와 한반도 정세의 위기가 고조되었다. 중국은 비핵화는 결국 북미간의 문제이므로 중국의 역할은 제한적인 상황에서 불필요하게 ‘카드’를 소모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반면에 위기가 고조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대화로 견인하고 긴장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해왔다. 그럼에도 북한 체제의 불안정이나 위기가 고조되거나 북중관계가 파국으로 갈 정도로는 북한을 압박하지는 않는 신중함도 유지했다. 중국은 북한 체제의 위기 역시 한반도의 주요한 불안정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1994년과 2018년 두 사례는 중국이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배제된 채 북미관계가 급진전되거나 종전선언과 같은 한반도의 전략 지형에 중대한 변화가 모색될 때 중국은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한반도에서의 중국의 입지와 영향력을 확보하고자 했다.

 

요컨대 중국은 미국과의 대립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전략적 완충 지역으로서의 북한의 가치가 부각되었고, 그에 따라 북한 체제 유지와 관리를 위한 최소한 역할을 수행해왔다. 중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 못지않게 북한체제의 위기 역시 중요한 안보 도전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즉 중국이 역할을 모색하는데 있어 미국과 북한이 중요한 변수였다. 북한 및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정책 기조와 변화 요인들을 객관적으로 정확하게 파악하고 한국이 설득하고 견인할 수 있는 중국 역할의 최대치를 냉정하고 명확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 미중 전략 경쟁이 고조되고 북핵 실험이 임박한 상황에서 최소한 북한발 한반도 위기를 관리하는데 있어 중국의 역할을 견인하는 것은 여전히 매우 중요하고 현실성이 있다.

 

※ 본 논평은 “Reviewing 30 Years of China’s Role in North Korea’s Nuclear Issue” 의 국문 번역본입니다.

 


 

저자: 이동률_ EAI 중국연구센터 소장. 동덕여자대학교 교수. 중국 북경대학교 국제관계학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현대중국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외교부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로는 중국의 대외관계, 중국 민족주의, 소수민족 문제 등이며 최근 연구로는 “한반도 비핵,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중국의 전략과 역할,” “1990년대 이후 중국 외교담론의 진화와 현재적 함의,” “시진핑 정부 ‘해양강국’ 구상의 지경제학적 접근과 지정학적 딜레마," “Deciphering China’s Security Intentions in Northeast Asia: A View from South Korea,” 《중국의 영토분쟁》(공저) 등이 있다.

 


 

담당 및 편집: 박정후_EAI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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