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본 논평에서 이상민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북한군사연구실장은 북한의 이번 화성-17형 시험발사 의의를 평가하고 향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능력 개발 방향을 전망합니다. 저자는 한국이 미국과 함께 통합억지력 및 서울 핵방호 대비체계 구축에 힘써야 한다고 제언합니다.

1. 화성-17형 시험발사 평가

 

2022년 3월 25일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24일에 발사된 화성-17형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 ICBM)의 사진과 제원을 공개하였다. 화성-17형은 최대정점고도 6248.5㎞까지 상승하며 거리 1090㎞를 4052초간 비행해 동해 공해상의 예정 수역에 정확히 탄착 됐다고 밝혔다. 이보다 앞선 3월 16일에 실시한 시험발사에서 실패하고서 8일 만에 재발사에 성공한 셈이다. 4년 4개월 전인 2017년 11월 29일 발사했던 화성-15형은 한번 만에 성공했던 데 비해 화성-17형은 50% 수준의 신뢰성을 갖춘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다만, 실패 후 8일 만에 재발사에 성공한 것은 기술적인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ICBM 개발에서 최대의 난관은 마하(Mach) 20 이상의 극초음속으로 지구 대기권을 뚫고 지상의 목표물을 타격하는 재진입 기술에 있다는 점에서 화성-17형을 완성된 무기체계로 평가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다. 화성-17형 개발에서 북한에게 남은 과업은 다탄두를 각각 별개의 목표물로 유도하는 다탄두 각개목표설정 재돌입 비행체(Multiple Independently-targetable Reentry Vehicle: MIRV) 기술과 지구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라 할 수 있다.

 

2. 북한의 ICBM 개발 전망 및 과제

 

이번 시험발사를 통해 북한은 이동식 미사일발사대(Transporter-erector Launcher: TEL)에서 단시간에 발사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공개함으로써 ICBM의 신속발사능력을 과시하였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ICBM은 액체추진방식보다 신속하게 발사할 수 있는 고체추진방식이 선호된다. 북한도 2017년 열병식에서 중국의 DF-31A 및 러시아의 토폴(Topol)-M과 비슷한 외형의 고체추진방식의 ICBM 모형을 공개한 바 있다. 따라서 머지않은 시점에 고체 추진 ICBM의 시험발사도 실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고체 추진 탄도미사일은 대체로 “북극성”이라 명명하고 있는데, 북극성-2형을 제외한 북극성-1/3/4/5형은 모두 해상발사탄도미사일(Submarine-launched Ballistic Missile: SLBM)이다.

 

북한이 대구경 장사정의 SLBM 개발에 성공하고 나면 이것을 지상형으로 개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극성-2형도 마찬가지로 북극성-1형을 잠수함이 아닌 지상의 TEL 탑재형으로 바꾼 것에 불과하다. 북한의 고체 추진 ICBM 개발이 지연되고 있는 이유는 고체 추진 로켓의 노즐(nozzle) 개발에 있다고 판단된다. 사거리가 길어질수록 노즐이 고온 • 고압의 상태에 노출되는 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에 고성능의 내열 소재 기술이 요구된다. 지난 2017년에 북한이 공개한 화학재료연구소에서 이러한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새로운 시설의 조감도를 공개함으로써 피력한 바 있다. 전략물자로 지정되어 수입이 쉽지 않고 자체 개발할 기술적 수준도 높지 않아서 북한은 관련 기술 개발에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기술은 핵탄두의 고속 재진입 기술과 동일한 기술이라는 점에서 북한에게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업이라 할 수 있다.

 

3. 북한의 전략핵무기 개발 이후

 

화성-17형은 북한이 추구하는 ICBM의 최종 목표일 수 있지만, 전략핵무기의 완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ICBM을 보유한 핵보유국들이 SLBM과 전략폭격기를 추가로 개발하는 이유는 핵전략을 구현함에 있어서 유용하기 때문이다. 북한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전략잠수함과 SLBM을 병행하여 개발하거나, 군사위성을 발사하려고 하는 것은 북한의 핵전략에서 그것들이 필수적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화성-17형의 개발에 만족하지 않고, 미국을 비롯한 연합전력의 한반도 개입을 저지하기 위해 북한식 반접근/지역거부(Anti-Access/Area Denial: A2/AD) 전력을 구비하려 노력하고 있다. 해상의 이동 표적을 탐지하고 추적할 수 있는 군사 위성과 중거리 순항미사일이나 대함탄도미사일(Anti-ship Ballistic Missile: ASBM) 등 해상의 이동하는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의 개발을 통해 한반도를 고립시키려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4. 북한의 전술핵 개발 위협

 

북한은 한반도에서의 핵 사용을 전제로 한 핵무기 개발을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판단된다. 북한은 미국의 한반도에서의 전쟁 개입을 저지하기 위해 미 본토를 핵으로 타격할 수 있는 화성-17형과 같은 전략핵무기를 개발하는 동시에, 한반도 주변에서의 군사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재래식 전력의 열세를 상쇄시킬 수 있는 전술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미 8차 당대회에서 전술핵무기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음을 스스로 밝혔으며, 최근 개발되고 있는 신형전술유도무기로 불리는 북한판 이스칸데르(Iskander), 철도기동탄도미사일, 극초음속미사일, 소형 SLBM, 중단거리 순항미사일 등은 비교적 짧은 사거리를 갖고 있으므로 한반도 전역용 전술핵탄두의 운반수단인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은 이러한 다양한 투발 수단에 탑재할 수 있는 수준으로 핵탄두의 소형경량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동시에, 다양한 전술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인명살상력을 높인 중성자탄이나 광범위한 지역에 동시적으로 전자기적 파괴를 가져올 수 있는 핵전자기(ElectroMagnetic Pulse: EMP)탄도 개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전술핵무기는 특정한 물질을 기존의 핵 분열탄 주위에 추가하여 핵분열 간 발생하는 중성자나 감마선의 방출량을 높이는 것만으로도 달성할 수 있지만, 핵실험을 통해 기술적 진전을 도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5. 북핵 억제를 위한 한국의 대응방향

 

한국은 재래식에 의한 핵 억제력의 구축을 위해 노력해왔다. 전략타격체계, 한국형미사일방어, 압도적 대응이라고 하는 핵•대량살상무기(Weapons of Mass Destruction: WMD) 대응체계가 바로 그것이다. 비록 우리의 핵•WMD대응체계가 재래식 전력에 의존하고 있지만, 미국이 새롭게 내놓은 통합 억제(Integrated Deterrence)는 우리의 이러한 재래식 전력 뿐만 아니라 한미가 보유한 모든 역량을 총동원한 억제력을 의미한다. 북한이 미 본토를 핵무기로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어 미국이 북한에 대한 핵 보복을 꺼리는 상황이 오더라도, 만일 북한이 한반도에서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미국의 저위력 핵무기(전술핵)를 위시한 한미의 막강한 재래식 전력으로 북한 지도부를 타격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 지도부는 핵전쟁에 대비하여 평양을 요새화 시켰으며, 대피할 수 있는 방호 시설을 오랫동안 구축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례로 평양 지하철 깊이는 지하 100m 이하에 구축되어 있는 반면 서울은 핵 방호 대비가 거의 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방호의 비대칭성”은 “공포의 불균형화”를 가져오게 되었다. 우리는 핵 공격에 취약하기 때문에 더 많은 공포를 느끼게 되고, 평양주민들은 핵 공격에 상대적으로 덜 취약하므로 공포를 덜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불균형화를 해소하지 않고는 북한의 핵 사용을 억제하는 것이 제한될 것이다. “공포의 재균형화”를 위해서는 북한이 공포를 느끼도록 하거나 우리의 공포심을 줄이는 방법이 있다. 어느 한쪽을 선택하기 보다는 우선순위를 두고 대비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 본 논평은 “An Assessment of North Korea’s ICBM Technology and
South Korea’s Countermeasures” 의 국문 번역본입니다. 

 


 

이상민_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북한군사연구실) 연구실장. 육군사관학교 졸업 후 일본 방위대학교에서 석사, 도호쿠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 전문위원, 국방부 테스크포스팀원, 일본 금속재료연구소(Institute for Materials Research) 박사후연구원,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방문학자 등을 역임하였다. 전문분야는 북한, 핵, 미사일, 대량살상무기이다.

 


 

담당 및 편집: 이승연 _EAI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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