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도 신년사를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이 가운데, 하영선 동아시아연구원 이사장 ?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는 김 위원장이 당 중앙위원회 제 8기 제4차 전원회의에서 발표한 “2022년도 당과 국가의 사업방향에 대하여” 연설을 통해 북한의 속내를 살펴볼 수 있다고 말합니다. 김 위원장은 “삼중고”로 인한 경제난과 북미관계 ? 남북관계가 악화일로를 치닫았음에도 불구하고, 2021년은 성공적인 해라고 총평하고 병진노선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본 논평을 통해 북한이 핵무력건설과 경제개발을 추구할 때 머지 않아 중대한 난관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새해를 맞이해서 신년사를 발표하는 대신에 지난 연말 당 중앙위원회 제 8기 제4차 전원회의의 “2022년도 당과 국가의 사업방향에 대하여” 라는 연설에서 금년 한 해 북한의 나갈 방향을 밝혔다.

 

2021년 자체 평가

 

연설에서 우선 “2021년은 엄혹한 난관 속에서 사회주의 건설의 전면적 발전에로의 거창한 변화의 서막을 열어 놓은 위대한 승리의 해”였다고 총평 했다, 구체적으로는 첫째, 경제부문에서, 농업에서 진일보를 이룩했고, 대 건설 과제들을 추진하여 우리식 사회주의의 발전상과 저력을 과시하였고, 5개년 경제 계획의 첫 해 과업 수행에서 개선과 실적이 이루어졌다고 지적했다. 둘째, 정치 사상분야에서는 당 확립에 전환이 이루어 졌고, 사회주의 발전을 위한 전 인민적인 사상의식이 강해졌다고 평가했다. 셋째, 국방 공업 부문에서 정확한 발전 계획에 따라 첨단 무기체계들을 계속 개발해서 군사력의 선진성과 현대성을 과시해서 올 해 성과에서 대단히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다고 요약했다.

 

북한은 2020년에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로 인해 계속되는 국제 경제제재, 코로나 바이러스 19를 막기 위한 국경 봉쇄, 자연 재해의 3중고 속에서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대’ 이후 최악의 경제 침체를 겪어야 했다. 2021년에 들어서서도 계속되는 3중고의 ‘엄혹한 난관’ 속에서 사회주의 건설의 전면적 발전이라는 목표를 향한 노력은 명실상부하게 벅찬 여정이었다.

 

2022년 방향 설정

 

2022년의 투쟁은 “우리식 사회주의의 전면적 발전과 인민의 행복을 위한 결사전” 이라고 하면서 첫째, 사회주의 건설의 기본전선인 경제부문에서 생산을 활성화하면서 정비 보강사업을 힘있게 추진하여 나라 경제를 정상 궤도에 올려 놓으며 인민들에게 안정되고 향상된 생활을 제공하는데 초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둘째, 과학, 교육, 보건, 문화 분야의 사업을 혁신하여 사회주의 건설의 전면적 발전을 추동하기 위한 중요 과업을 제시했다. 셋째, “날로 불안정해지고 있는 조선반도의 군사적 환경과 국제정세의 흐름은 국가 방위력 강화를 잠시도 늦춤없이 더욱 힘있게 추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당 제8차 대회 결정에 따라 이룩한 성과들을 계속 확대하면서, 국방공업의 주체화, 현대화, 과학화 목표를 계획적으로 달성해 나가도록 한다. 넷째, “다사다변한 국제정치 정세와 주변 환경에 대처하여 남북관계와 대외사업 부문에서 견지해야 할 원칙적 문제들과 일련의 전술적 방향들을 제시하였다.” 다섯째, 사회주의 건설의 새 승리를 위한 중대 과업을 성과 있게 수행하기 위하여 당을 강화하고 그 영도적 역할을 높일 과업을 제시했다.

 

마음 읽기

 

북한의 사회주의 역량 강화는 어려운 삼중고에 직면해 있고, 한국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고, 미국은 대북정책을 조심스럽게 다루고 있는 속에, 2022년의 사업방향 연설은 국내역량 강화를 위한 우리식 사회주의 건설을 위해 상세하게 주요 분야의 과업을 설명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남북관계와 대외사업 분야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요약하고 구체적 내용을 전혀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2022년의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제대로 전망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 가기 위해서 밝히고 있지 않은 내용을 밝힐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우선 중요한 것은 내 마음대로 남의 마음을 읽어서 주관적 낙관론이나 비관론에 빠지지 않는 것이다. 다음으로 김정은 위원장이 현재의 남북한과 국제 정세를 가슴 속에서 어떻게 형상화하고 있는가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김 위원장의 언행을 단순한 내용 분석이나 빅데이터 분석을 넘어 해석학적 분석을 해서 보다 심층적인 형상화의 지평을 찾아야 한다. 이러한 원칙에 따라서 김정은 위원장의 현재 마음을 가장 잘 보여주는 2021년 1월초 8차 당대회 보고 와 함께 9월말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 과 10월 국방발전 전람회의 연설을 조심스럽게 다시 읽어 볼 필요가 있다.

 

남북 관계

 

김정은 위원장은 남북한 관계에 대해서 8차 당대회 보고에서 3대 원칙을 강조했다. 첫째, “남북관계에서 근본적인 문제부터 풀어나가려는 입장과 자세를 가져야 하며 상대방에 대한 적대행위를 일체 중지하며 남북선언들을 무겁게 대하고 성실히 이행해 나가야 한다.” 따라서 방역협력, 인도주의적 협력, 개별관광 대신에 첨단군사장비 반입과 미국과의 합동군사연습 중지를 강조하고 있다. 둘째, 한국이 “이중적이며 공평성이 보장되지 않는 사고관점” 에서 계속 북한을 몰아붙이면 북한도 한국을 달리 상대할 수밖에 없다. 셋째, 한국의 태도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가까운 시일 안에 남북관계가 다시 3년전 봄날과 같이 평화와 번영의 새 출발점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9월말 시정연설에서 한국이 근본 문제로서 제시한 종전 선언에 대해서 “ 종전을 선언하기에 앞서 서로에 대한 존중이 보장되고 타방에 대한 편견 적인 시각과 불공정한 이중적인 태도, 적대시 관점과 정책들부터 먼저 철회되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가 계속 밝히고 있는 불변한 요구이며 이것은 남북 관계를 수습하고 앞으로의 밝은 전도를 열어 나가기 위해서도 선결되어야 할 중대 과제”라고 말했다.

 

북한이 남북한 관계를 바라다보는 지평의 중심은 두 번째 원칙이다. 따라서 한국이 남북한 문제를 풀기 위한 근본 문제로서 제안한 종전 선언에 대해서 북한에 대한 이중적 태도와 적대시 정책의 철회를 선결 과제로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높은 남북 상호 불신 속에서, 한국의 지평에서 보면 북한도 스스로 제기하고 있는 선결 조건을 충족해야만한다. 현재로서는 이러한 이중적 난제를 동시에 풀 수 없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따라서 종전선언이 명실상부한 종전선언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남북한 지평의 커다란 차이를 먼저 상호 솔직하게 인정하고, 지평 공유를 위한 실천적 방안 모색에서 출발해야 한다.

 

북미 관계

 

8차 당대회 보고서는 대외 관계에 대해서 3대 원칙을 제시했다. 첫째로 존엄 사수와 국위 제고, 국익 수호를 외교의 제일 사명으로 하고, 대외활동에서 자주의 원칙을 확고히 지킨다. 둘째, 혁명발전의 기본 장애물이고 최대의 주적인 미국 제압에 초점을 맞추고, 미국의 실체와 대조선정책의 본심은 변하지 않으므로 대미전략을 책략적으로 수립하고 반제 자주 역량과의 연대를 확대한다. 셋째,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의 열쇠는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 철회에 있고, 앞으로도 강대 강, 선대 선의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한다는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시정 연설에서 새 미행정부의 지난 8개월간 대북 군사적 위협과 적대시 정책은 전혀 달라진 것이 없으며 오히려 표현 형태와 수법은 더욱 교활해지고 있고, 미국의 ‘외교적 관여’ 와 ‘전제 조건 없는 대화’ 주장은 국제사회를 기만하고 자신의 적대행위를 가리기 위한 허울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대외사업부문에서 미행정부의 대북한 동향, 미국의 정치정세 전망, 급변하는 국제 역량의 상호 관계에 대한 엄밀한 연구 분석을 기초로 하여 대미 전략 구상을 집행하기 위한 전술적 대책 마련을 강조했다.

 

2022년의 북미 관계는 지나친 기대를 하기 어렵다. 2019년 하노이 정상회담의 실패와 뒤에 이은 스톡홀름 실무 협상의 좌절이 명확하게 보여 준 것은 양측의 셈법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따라서 양측이 새로운 셈법으로 만나지 않는 한, 실무 협상이 진전된다 해도 또 한 번의 정상회담이 열리기는 어렵다. 바이든 정부가 등장한 이후 현재까지 나온 공식적인 입장은 “실용적이고 조율 가능한 접근”(calibrated practical approach)이다. 그러나 미국이 받아들일 수 있는 조율의 최대치는 완전 비핵화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핵 동결이다. 그러나, 북한의 병진 노선은 현재까지 완전 비핵화의 전략적 결단을 하지 않고 있다. 북한이 제시하고 있는 조율의 한계는 하노이 정상회담 당시 셈법으로, 제재 완화와 단계적 동시 행동에 따라 영변 핵시설을 포기하는 부분 비핵화다. 미국의 ‘진정성 있는 동결’ 요구와 북한의 ‘부분 비핵화’는 그 접점을 찾기 어렵다.

 

북한 비핵화

 

김정은 위원장은 10월 국방발전전람회에서 한 기념 연설에서 한반도 주변의 군사적 긴장이 조성한 위험은 과거 10년, 5년, 또는 3년전과도 다르다면서 한미 공동 군사 연습과 최근 한국의 군비 현대화를 강하게 비판하고, 미국은 최근 북한에 적대적이지 않다는 신호를 빈번히 발신하고 있지만 믿을 수 있는 행동적 근거는 하나도 없다고 하면서 “한반도에 조성된 불안정한 현 정세 하에서 우리의 군사력을 그에 상응해서 부단히 키우는 것은 우리 혁명의 시대적 요구이고 우리들의 혁명과 미래 앞에 걸머진 지상의 책무로 됩니다.” 따라서, 조선 노동당 8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국방공업 혁명 제2차 5개년 계획 (2021-025)에 따라서 “전쟁 억제력을 질량적으로 강화하고 국가 안전을 위한 필수적인 전략 전술적 수단의 개발 생산을 더욱 가속화” 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제 8차 당대회에서 경제건설과 핵 무력 건설의 병진노선을 추진한 지 4년 만인 2017년에 완성한 ‘핵 무력 건설대업을 역사에 다시없을 기적이며 후대들에게 남기는 민족사적 공적’이라고 자부했다. 따라서 김정은 위원장은 국방공업 제2차 5개년 계획기간에도 핵무기와 운반 수단인 미사일을 질과 양에서 강화하는 노력을 계속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머지 않아 2대 난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첫째, 김정은 체제의 경제건설과 핵 무력 건설의 병진노선은 시간이 갈수록 상호 보완이 상호 모순의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부분 비핵화 만으로는 북한이 원하는 수준의 국제 경제 제재 완화를 확보하기 어려우므로, 북한은 이중 택일의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둘째, 첨단 기술의 혁명적 발달로 세계군사질서는 격변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미국은 핵억제를 넘어선 통합억제의 새로운 길을 걷기 시작했고, 전통 공간을 넘어서 사이버와 우주 공간을 중시하는 새로운 복합 전쟁 공간을 창출하고 있으므로, 북한 핵무력의 정치 및 군사적 효용성은 빠른 속도로 체감할 것이다.

 

따라서, 북한은 21세기의 새로운 생존 번영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현재와 같은 구시대적인 병진 노선을 넘어서 새로운 셈법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격변하는 외부세계의 변화를 김정은 위원장의 내부 세계인 마음 속에 제대로 형상화시킬 수 있는 북한의 정보화가 핵심적인 과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 본 논평은 원문인 “Reading Chairman Kim Jong Un’s Mind” 의 국문 번역본입니다.

 


 

하영선 _EAI 이사장,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미국 워싱턴 대학교(University of Washington)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서울대학교 외교학과 교수, 미국 프린스턴 대학국제문제연구소 초청연구원, 스웨덴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 초청연구원, 서울대학교 국제문제연구소장, 미국학연구소장, 한국평화학회회 회장, 한일신시대 공동연구 한국 측 공동위원장, 대통령 국가안보자문단,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원로자문회의위원 등을 역임하였다. 현재는 EAI 이사장과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 저서 및 편저에는 <사랑의 세계정치: 전쟁과 평화>, <한국외교사 바로 보기: 전통과 근대>, <미중의 아태질서 건축경쟁>, <사행의 국제정치: 16-19세기 조천•연행록 분석> 등이 있으며,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에 “하영선 칼럼”을 7년동안 연재했다.

 


 

담당 및 편집:이승연_EAI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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