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현재 진행 중인 북핵협상이 순조롭게 이뤄져 평화협정이 체결될 경우, 주한미군의 지위와 역할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크게 주한미군 '철수론'과 '유지론'이 맞서고 있는 양상입니다. 전자는 평화협정 체결 시 주한미군의 주둔 명분이 사라진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후자는 주한미군의 국제법적 근거로 볼 때 이는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정경영 한양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는 동 이슈를 국제법 및 해외 사례에 비추어 볼 뿐만 아니라, 유관국과 역대 한국 정부의 입장, 국내정치 및 경제, 군사안보, 국제역학관계 등을 고려하여 다각도에서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평화협정이 체결된 후에도 한반도 및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과 평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주한미군의 임무와 역할을 조정하는 것이 한국의 국익에 부합한다고 정 교수는 주장합니다.

 


 

“주한미군 주둔의 국제법적 근거는 1954년 11월 18일 발효된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의 상호방위조약’에 있다. 주한미군은 한미상호방위조약 제4조 “미국은 그들의 육·해·공군을 한국의 영토 내와 그 부근에 배치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며 한국은 이를 허락한다.”와 제3조에 “양국은 각 당사국의 행정 지배하에 있는 영토를 위협하는 태평양 지역에서의 무력공격을 자국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간주하고 공통의 위험에 대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북한 위협을 명시하지 않고 태평양 지역에서의 무력공격 등 공통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존재한다는 것이 주한미군의 법적 근거이므로 북한과 평화협정을 체결할 경우 더 이상 북한과 적대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주한미군의 주둔 명분이 사라질 것이라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평화협정 체결 시 주한미군 미래에 관한 유관국의 입장은 어떠할까?”

“미국 입장에서 보면 주한미군은 인도-태평양 전략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중국의 베이징, 칭따오, 따롄 등 전략적 중심에 비수(匕首) 역할을 할 수 있어 이들의 전략적 중요성은 예전보다 더욱 커졌다. 중국의 반접근지역거부 전략(The Anti-Access & Area Denial Strategy)과 도련선 전략(The Chain Island Strategy)을 봉쇄시킬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주한미군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북한은 주한미군을 대남적화 전략목표 달성에 있어 최대 장애물로 인식하고 있다. 북한은 6·25 남침 시 낙동강까지 점령을 했는데 미군이 개입함으로써 무력적화 통일을 할 수 없었다고 보고 있다. 북한이 궁극적으로 지향하고 있는 한반도의 공산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고 한미동맹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것이 기본 인식이다.”

“중국은 주한미군이 주둔한 상태에서 한반도 평화체제가 구축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미국이 중국을 포위한다는 피포위 의식이 강하고, 주한미군은 중국의 핵심이익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중국이 북미관계의 밀착에 민감한 이유는 베트남 사례와도 무관하지 않다. 베트남 전쟁 시 중국의 군사적 지원을 받은 북베트남이 무력으로 통일된 이후 중국과 갈등관계를 유지하다가 결국 미국 세력권에 편승, 중국을 견제하는 세력이 되었다. 따라서, 중국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입장이다.”

“진보, 보수 정부를 떠나 역대 한국 정부는 국가안보에서 한미동맹의 중요성과 통일 이후에도 주한미군의 지속 주둔에 대한 인식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 역대 정부가 공히 한미동맹은 한국 안보의 기본축이며, 주한미군은 통일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주둔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이다.”

“주한미군의 경제적 가치와 철수 시 경제에 미치는 파장도 심대할 것이다. 28,500여명의 주한미군이 보유한 장비가치는 약 17~31조원으로 추정되며, 이 전력을 대체하기 위해서 그 만큼의 추가 소요가 예상된다. 특히 전시에 미 증원전력의 가치는 120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며, 미군이 보유한 유사시 필수 소요전력인 전쟁 예비탄(豫備彈)만도 5조원에 달한다.”

“군사안보적 차원에서 주한미군은 한반도 유사시 서해의 제해권 차단과 전투기 폭격과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한반도를 방어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서해에 대한 제해권 장악은 전쟁의 승패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임진왜란, 청일·러일전쟁, 6·25 전쟁에서도 서해에서 누가 제해권을 장악했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렸다.”

“주한미군은 한반도뿐만 아니라 지역 안정과 평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임무와 역할이 조정되어야 할 것이다. 주한미군이 지역역할을 수행하게 될 경우에 다자안보체제와 긴밀한 협조체제로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변국들이 주한미군과 그 전력 운용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지 않도록 공감대 형성과 보다 적극적인 전략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정전협정 관리의 주체로서 기능을 수행하는 유엔사는 평화협정 체결 시 평화유지 임무로 전환하고, 전작권 전환 시 한반도에서 전쟁이 재발할 경우 유엔사는 전력제공(Force Provider) 임무를 수행하며, 유엔사의 일원으로 참전하는 전투부대의 전술통제(Tactical Control)를 미래연합사령관에게 전환하여 단일지휘체제에 의해 군사작전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저자

정경영_ 한양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미국 메릴랜드대학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합동참모본부와 한미연합사에서 군사전략 개발에 참여하였으며, 국방대와 가톨릭대에서 교육전담교수를 하였다. 국가안전보장회의 (NSC), 대통령직인수위 및 국방부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통일을 향한 안보의 도전과 결기》(2017), 《한국의 구심력 외교안보정책》(2015), 《오바마 행정부와 한미전략 동맹》 (2009, 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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