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본 스페셜리포트에서 우충리 대만 중앙연구원 정치학 연구소 소장은 한국과 대만이 처한 대외 관계의 유사점을 강조합니다. 저자는 양국이 ‘문화적으로는 가까우나 군사적으로는 위협적인 신흥 부상국 중국’과 ‘오랜 기간 동맹 관계를 유지해온 우방국이자 기득권을 쥐고 있는 미국’ 사이에서 한 쪽을 선택하길 강요 받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진단합니다. 저자는 양국이 취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지로 균형과 편승, 중립, 헤징을 소개합니다.

 


 

미중경쟁은 한국과 대만의 핵심 정치의제로 부상하였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동북아 정세는 크게 사회경제적 환경, 국제체제 질서의 규범, 정치 인식의 차이라는 세 가지 요인의 상호작용 속에서 발전하였다. 우선, 사회경제적 측면을 보면, 중국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중국과 인접 국가인 한국, 대만 간 상호보완적인 산업구조가 형성되었다. 중국이 한국과 대만과 공유하는 인문, 역사, 언어, 문화적 측면의 동질성 또한 높다. 그 결과, 중국과 한국, 대만과의 경제적 관계는 긴밀해졌고, 민간 경제 및 무역 교류 또한 가속화되었다. 둘째로, 중국이 강대국으로 부상하기 이전, 미국과 여타 서방국가들은 아태지역의 평화적이고 안정적인 발전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2011년 이래 중국의 군사적 부상은 ‘투키디데스 함정,’(Allison 2017), ‘세력전이론’ (Abdollahian and Kang, 2008; Bremer 1992; Organski and Kugler 1980) 등과 같은 이론의 탄생을 야기하였다. 이는 한국과 대만이 각각 중국과 시너지를 이룰 수 있도록 하는 촉진제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한중 양국의 정치, 경제, 무역 관계는 1992년 한중 수교 이래 다양한 분야에서 빠르게 발전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대중, 대북 외교에서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하는지의 문제는 지속해서 관심을 끌어왔고, 대선마다 주요 이슈로 부상하였다. 크게 보면 한국의 여론에는 ‘적극적인 교류’와 ‘경계하고 삼가는(戒慎) 대응’ 두 가지의 상반된 관점이 내재하고 있다.

1996년~2008년 사이 대만은 리덩후이와 민진당의 천수이볜 정부를 거쳤다. 이 시기 베이징과 타이베이의 정치 지도자들은 인식의 차이를 보였다. 특히 ‘하나의 중국’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컸는데, 중국과 대만은 이에 대해 각자의 견해를 고수하였고, 상호 간 신뢰 부족으로 실질적인 관계 진전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후 2008년과 2012년에 국민당이 총통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양안 관계는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특히 2010년 대만과 중국이 경제협력기본협정 (Economic Cooperation Framework Agreement, ECFA)에 서명하면서 양안 간 경제협력의 가능성이 열렸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통합은 정치적 갈등을 야기했다. 2014 년 3월 '양안 서비스 무역 협정'(Cross-Strait Service Trade Agreement, CSSTA)이 체결된 이후 대만의 학생 단체들이 국회를 점령하는 이른바 ‘해바라기 학생운동’이 일어났고, 이로 인해 양안 관계는 악화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5년 11월, 마잉주와 시진핑이 1949년 이래 사상 첫 양안 정상회담을 싱가포르에서 주최한 것은 양안 관계의 발전에 있어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국민당은 2016년 총통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에서 참패했다. 민진당의 차이잉원이 당선되며 민진당이 다수의석을 확보했다. 2016년 5월 이후 차이잉원 정부가 양안정책의 현상 유지를 강조했으나, 중국이 국제무대에서 대만의 입지 좁히기에 나서며 2년간 5개국이 대만과 단교하였다. 그 결과 대만의 수교국은 17개국으로 줄었다. 양안 간의 교류는 중단되었으며, 대만의 경제도 고전했다. 수출입금액, 수출주문지수, 경제성장률은 하락했고, 실업률은 상승했다. 민진당은 2018년에 국회의원 선거에서 참패하였다. 그러나 2020년 민진당이 총통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에서 내놓은 중국 대항 정책 기조가 홍콩의 ‘반송중’ (反送中, 범죄인의 중국 송환 반대) 시위와 맞물리면서 차이잉원은 연임에 성공하였고 민진당은 국회의 다수의석을 차지할 수 있었다.

미중 관계에 있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은 2018년부터 중국이 미국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하고 기업 기밀정보를 탈취한 것에 대해 강하게 비난해왔다. 미중 무역전쟁은 심화하였고, 관세장벽이 세워지면서 미중은 서로의 상품에 더 높은 관세를 부과했다. 2020년 이후 코로나19는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현재, 미국, 독일, 영국, 러시아 및 중국에서 생산된 백신이 여러 국가로 공급되고 있으나, 백신 공급이 향후 동북아 지역 경제에 어떠한 효과를 미칠지는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더 중요한 것은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바이든이 트럼프를 제치고 당선되어 2021년 1월에 대통령으로 정식 취임하였다는 사실이다. 위와 같이 대립하고 있는 미중관계가 한국과 대만의 정치 및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는 불확실하다.

외교적인 측면에서 한국과 대만이 취할 수 있는 전략에는 균형(balancing), 편승(bandwagoning), 중립(staying neutral), 헤징(hedging)이 있다 (Archer, Bailes, and Wivel 2014; Keohane 1969; Lim and Cooper 2015). 그러나 미중의 양강 구도 하에서, 양국이 균형 혹은 편승을 선택하는 것은 최선의 전략이 아님이 분명하다. 중립을 취하는 것 역시 실무적인 차원에서 어려움이 있으며, 특히 지정학적 측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러므로, 헤징이 비교적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중요한 논제는 한국과 대만에 국가의 안전과 경제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구사할 수 있는 헤징 전략이란 무엇인가이다. 민주 정치는 국민에 의한 정책 결정을 강조한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미국과 중국에 대한 한국과 대만의 국민 여론이 어떠한지가 중요하다 (Wu and Lin 2019).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양강구도 체제하에서 문화적으로는 가까우나 군사적으로는 위협적인 신흥 부상국인 중국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오랜 기간 동맹 관계를 유지해온 우방국이자 기득권을 쥐고 있는 미국을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한국과 대만은 오랜 기간 정치발전 과정에서 유사한 특징을 공유해왔다. 양국은 경제사회의 전환기에 유사한 발전 궤도를 밟아왔고, 신기술 개발에서도 상호 경쟁하고 배우면서 발전해왔다. 한국은 중견국이며 대만은 약소국이라는 차이에도 불구하고, 두 국가는 같은 어려움과 선택에 직면해 있다. 미중이 대립하는 국제체제 속에서 한국과 대만의 대화와 교류 증대 방안을 모색하고, 양국이 경쟁이 아닌 상호의존성을 공유한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제이다. ■

 


 

■ 저자: 우충리(吳重禮)대만 중앙연구원 (Academia Sinica) 정치학 연구소 소장이자 연구위원. 주요 연구 분야는 미국 정치, 비교 정치, 도시 및 소수 정치, 그리고 선거 연구 등이다. 주요 논문은 Party Politics, China Quarterly, Asian Survey, Parliamentary Affairs, Political Studies Review, Social Science Quarterly, International Relations of the Asia-Pacific, Japanese Journal of Political Science, Journal of Black Studies를 비롯한 기타 전문 저널에 게재되어 있다. 연락처는polclw@gate.sinica.edu.tw이다.

 

■ 담당 및 편집: 백진경 EAI 연구실장

           문의: 02 2277 1683 (내선 209) j.baek@eai.or.kr

 

6대 프로젝트

세부사업

미중경쟁과 한국의 전략

중국의 미래 성장과 아태 신문명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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