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본 스페셜리포트에서 이용욱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위안화 국제화에 따른 미국과 중국의 국제 기축통화 경쟁전략을 탐구합니다. 저자는 미-중 통화경쟁전략(currency statecraft)이 국제 기축통화 결정요인인 경제력, 통화의 신뢰성, 국내금융시장의 유동성 및 제도적 기반, 통화 네트워크, 군사력에 영향을 주는 방식으로 구사될 것으로 예측하며 논의를 전개합니다. 미국 달러 체제와 위안화를 포함한 복수기축통화체제 가운데, 저자는 한국의 종합적 국익과 세계 질서의 안정과 번영에 도움이 될 방안에 대하여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정책 선택폭 확대를 위하여 수출시장 다변화, 핵심 기술 보유 등의 기초체력을 지속해서 키워 나가야 한다고 덧붙입니다.

 


※ 아래는 일부 내용을 발췌한 것입니다. 전문은 상단의 첨부파일을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1. 들어가며

2019년 미-중 무역 분쟁 개시이래 미-중 충돌은 화웨이를 비롯한 IT 산업인 위쳇, 틱톡, 텐센트 제재로 날로 확전되어 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 최근 디지털 위안화 출시와 맞물려 달러와 위안화의 격돌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부시 행정부 당시 재무부 장관이었던 헨리 폴슨(Henry Paulson)이 포린어페어지(Foreign Affairs) 2020년 5월 19일 자에 중국 위안화 도전에 직면한 달러의 미래에 대해 기고하였을 뿐만 아니라 벤자민 코헨(Benjamin Cohen, 2017, 2019), 헤롤드 제임스(Harold James, 2020), 에스워 프라사드(Eswar Prasard, 2017, 2020) 등 저명한 국제금융통화 전문가들이 달러 패권의 종언 가능성을 논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후술하듯 2009년 이후 진행된 위안화 국제화는 당초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고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안화의 현재 위상은 달러보다 현저히 미약하다. 또한 대다수의 전문가 역시 단기간에 위안화가 달러에 필적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 따라서 달러의 미래에 대한 미국발 경고음은 다음의 두 가지 모두 혹은 적어도 두 가지 중 하나의 해석 가능성을 열어둔다. 먼저, 달러 패권을 뒷받침하고 있는 미국의 정치, 경제, 사회적 조건이 급속하게 악화되고 있다는 판단일 수 있다. 다음으로, 중국의 위안화 국제화가 그동안의 투자 기간을 거쳐 소기의 성과를 거두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은 중국의 위안화 국제화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방관하는 태도를 취하였는데 최근 입장을 선회하여 위안화 국제화에 대응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이하 연준)가 디지털 위안화에 대응하는 디지털 달러 출시를 고려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임으로써 미-중 통화경쟁이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고 있음을 시사한다.

주지하다시피 통화전쟁은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다. 위안화가 달러에 대응할 만큼 국제화를 이루면 미-중 관계는 근본적으로 변화하게 된다. 먼저, G-7, G-20 등에서 미국의 리더십은 크게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와 재정적자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세계 거시경제 조정을 미국의 뜻대로 실행할 수 있는 것은 통화 패권을 기반으로 한 미국의 금융 권력 때문이다. 위안화 국제화는 이러한 미국의 일방주의를 약화시킬 수 있다. 둘째, 미국의 거시경제 자율권의 대폭적 감소도 예상된다. 다시 말해 미국이 인플레이션 걱정 없이 달러를 마구 발행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달러가 기축통화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전 세계적인 달러 수요는 달러 유동성 증가로 인한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일정 부분 상쇄시킨다. 마지막으로, 달러가 기축통화의 지위를 잃게 되면 미국의 차입 비용이 증가하여 이에 따른 군사비 지출이 제약된다. 미국의 막강한 군사력이 달러체제에 의존하고 있다는 의미이다(이용욱 2017, 165-166). 

이러한 맥락에서 이 글은 미국과 중국의 국제 기축통화 경쟁전략을 탐구한다. 미국의 달러 방어 대전략은 무엇일까? 경제번영네트워크(EPN: Economic Prosperity Network)처럼 미국의 동맹국과 우호국을 달러동맹으로 묶을 것인가? 미국이 위안화 국제화를 약화시킬 목적으로 사용 가능한 정책 수단은 무엇인가? 초기 진압 수단은 무엇일 수 있으며 중장기 전략은 어떤 선택지가 있을까? 적극적인 위안화 국제화 정책과는 별도로 중국이 미국 공세에 대응하며 달러 체제를 약화시킬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일까? 이 글은 위안화 국제화와 달러 체제 방어 과정에서 미-중 양국이 상대방 압박을 위해 동원할 수 있는 전략과 이러한 전략이 쌍방 간에 끼칠 피해규모 산출의 근거를 초보적으로나마 제시해 본다.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유로, 파운드, 엔화의 비중이 합쳐서 평균 30~35% 내외라고 볼 때, 위안화 국제화를 둘러싼 미-중간의 전략 경쟁은 위안화의 비중이 10~15%를 상회하기 시작할 때 첨예하게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때 달러 비중은 50% 미만으로 지금과 같은 패권적 통화 지위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 글은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2장은 중국의 위안화 국제화 추진 배경과 현황을 간략히 검토한다. 정량적 분석과 정성적 분석을 혼합하여 위안화 국제화의 성과를 살펴보는데 최근 전개되고 있는 달러 체제의 위기 징후와 위안화 상승 국면을 주목해본다. 3장은 미-중 통화경쟁전략을 분석한다. 미-중 통화경쟁전략(currency statecraft)이 국제 기축통화 결정요인인 경제력, 통화의 신뢰성, 국내금융시장의 유동성 및 제도적 기반, 통화 네트워크, 군사력에 영향을 주는 방식으로 구사될 것으로 예측하며 논의를 전개한다. 4장은 한국의 대응 전략을 피력하며 이 글을 마무리한다.

 


 

■ 저자: 이용욱_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미국 캔자스 대학에서 동아시아학을 전공하고 남캘리포니아 대학교(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연구분야는 국제정치경제, 구성주의, 동아시아 지역협력 및 금융지역주의, 그리고 다자주의 무역 질서이며 저서 및 편저로는 《동아시아 지역질서의 복합 변환과 한국의 전략》(2014, 공편), 《국제정치학 방법론의 다원성》(2014, 공편), 《China’s Rise and Regional Integration in East Asia: Hegemony or Community?》(2014, 공저) 등이 있다.

 

■ 담당 및 편집: 백진경 EAI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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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대 프로젝트

세부사업

미중경쟁과 한국의 전략

중국의 미래 성장과 아태 신문명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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