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지난 5월 14~15일간 중국 베이징에서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이 개최되었습니다. 5월 10일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본 포럼에 첫 외교사절단을 파견하면서 국내 관심도 높아졌습니다. 양일간 진행된 포럼에서 시진핑 주석은 일대일로 참여국들의 공동발전과 세계자유무역 강화를 주창하면서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보호무역으로 돌아선 트럼프 행정부와는 차별되는 행보입니다. 이러한 중국의 움직임에 국제사회에서도 상당한 지지를 보내고 있어, 올해 말 제19차 당 대회를 앞두고 있는 시진핑 주석에게도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인도를 비롯한 일부 동남아 국가들이 중국의 공격적 투자행태에 반발하고 있어, 일대일로 전략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서는 주변국의 신뢰 확보라는 어려운 과제가 남아있다고 민귀식 한양대 교수는 분석합니다.

 

 


 

 

중국의 존재감이 부각된 독무대

 

중국이 야심차게 준비한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이 5월 15일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29개국 정상과 130여 국가에서 1,500여 명이 참석한 대규모 국제회의에서 중국은 감독과 주연을 겸해 국제사회의 리더임을 충분히 증명했다. 여기에서 시진핑은 일대일로 관련국가의 공동발전과 세계자유무역 강화를 주창함으로써, 트럼프의 반세계화와 미국 우선주의와 대비되어 더욱 돋보이는 주인공이 되었다. 그 결과, 시진핑은 제19차 당 대회를 앞두고 세계 지도자로서의 안목과 위상을 갖췄다는 이미지 구축에 상당한 효과를 거뒀고, 중국 대중들은 ‘중(中) 제국의 부흥’을 실감한 듯 자부심으로 충만해 있다. 미국과 인도 그리고 일부 서방국가들은 이 행사를 중국의 돈 잔치라고 폄하하지만,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일대일로가 추구하는 가치와 그 성과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특히 아세안과 중앙아시아 및 아프리카의 빈국들은 이번 정상포럼을 앞다퉈 칭송하며 중국의 지원을 바라는 모습을 보여 중국의 힘을 실감하게 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사드(THAAD) 문제로 수교 이후 가장 큰 갈등을 겪고 있는 우리에게는 이 행사가 양국 관계를 회복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측면만 부각돼, 이 포럼이 내포하고 있는 국제사회의 정치·경제적 의미를 파악하는데 소홀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것은 우리나라가 일대일로의 직접적인 수혜 국가가 아니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양국갈등의 폭과 깊이가 너무 컸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는데 모든 관심이 집중된 것을 반영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대일로가 성공적으로 추진된다면 우리는 이를 활용하여 큰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에, 중국의 야심찬 계획을 면밀히 분석하여 적극적으로 협력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가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에 협력하는 것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추진하는 사업에 참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육상 실크로드를 통해 중앙아시아와 유럽으로 나가는 전략적 기회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의 공감 확장하는 일대일로 정신

 

중국은 2013년 일대일로를 제기한 이후 개념과 목표를 정치하게 다듬어 왔다. 시진핑 주석이 2015년 3월 보아오 포럼(Boao Forum for Asia)에서 “공동협력, 공동건설, 공동향유” 원칙을 강조한 이래, 이번 포럼에서는 더 나아가 “하나 더하기 하나는 둘보다 크다”면서 세계화와 자유무역시대에 국제협력의 중요성과 협력 효과를 강조하는 개막연설로 이어졌다. 그는 일대일로를 ‘세계경제 성장의 새로운 동력’이라고 규정하면서 “복숭아와 오얏나무는 말이 없어도 그 아래 자연히 길이 생긴다”는 고사를 인용하면서 일대일로 성공에 자신감을 내보였다. 이것은 일대일로 5대 목표인 ‘정책소통, 시설연통, 무역융통, 자금융통, 민심상통’을 중심으로 경제네트워크를 건설하여 “중국식 세계화 2.0”을 실현하려는 의지의 발로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중국은 이제 “세계는 하나로 통한다”고 주장하고 싶어 한다.

 

이런 중국의 시도는 지금까지 국제사회의 상당한 지지와 공감을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탈레브 라파엘 유엔세계관광기구 사무총장은 “세계가 지금 ‘문화적자, 경제적자, 평화적자’라는 거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는데, 일대일로가 이런 적자를 관리하는데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또한 일대일로는 2016년 3월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S/2274호)를 거쳐 동년 11월 193개국 회원국 전원 찬성으로 전체회의 결의(A/71/9호)에 포함됨으로써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지지를 획득하기에 이르렀다. 즉, 일대일로 이니셔티브는 아프간 및 지역경제 발전에 공헌하였고 안전보장 환경을 구축하는데도 기여하였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현재까지 56개 국가 혹은 지역협력기구에서 일대일로와 관련한 연합성명을 발표했고, 러시아·몽골·파키스탄 등 9개 국가는 자국의 발전전략이 일대일로와 긴밀한 연관성이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이런 공감대는 이번 정상포럼에서도 보호주의를 배격하고 일대일로 협력을 강화한다는 공동성명을 채택함으로써 확인되었다. 공동성명은 △자국발전과 세계 공동발전 결합, △실크로드 정신에 기초한 협력 강화 및 호혜상생 실현, △정책과 발전전략 협력 가속화, △협력 핵심분야와 행동방식 확정, △고위급 포럼 기반의 실질적 협력 모색 등 5개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선언은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색채와 선명하게 대비되면서 그 울림이 더욱 커지는 여건을 조성하고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번 포럼은 중국으로서는 매우 성공적인 대회였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풍부한 자금 앞세운 협력 성과

 

중국은 막대한 위안화를 앞세워 이번 ‘일대일로 정상포럼’에서 몇 가지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고, 참가국들은 중국에게서 상당한 지원을 약속 받는 실리를 챙겼다. 우선, 이틀간 진행된 이번 정상포럼에서 중국과 협력 프로젝트에 서명한 나라 또는 국제기구가 68개에 이르렀고, 협약내용도 5개 분야 76개 항목에 270여 구체조항으로 구성된 매우 포괄적이면서도 구체적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성공은 실크로드 펀드에 1,000억 위안(약 145억 달러)을 추가로 출연하고, 개발도상국과 국제기구에 600억 위안(약 87억 달러)의 원조자금을 제공한다는 돈 보따리를 앞세운 결과였다. 남사군도 소유권 분쟁을 겪고 있는 필리핀은 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대신 5억 위안의 자금지원을 받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횡재했다”고 말하는가 하면, 아세안과 파키스탄 등 주변국가들은 중국의 선물보따리를 챙기는 잔치에 적극 가담했다.

 

두 번째 성과로는 2019년에 제2회 대회를 개최하기로 함으로써 일대일로를 주제로 한 정상포럼이 2년마다 열리는 정례회의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는 일대일로 이니셔티브가 ‘비전에서 현실로, 이념에서 행동으로’ 진화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만큼 중국의 영향력과 집행력이 커졌으며, 일대일로 관련 국가들과 중국의 정치·경제 네트워크가 강화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러한 영향력의 증가는 57개국으로 창립된 AIIB가 2년 만에 77개 회원국으로 확대된 것에서도 증명된다.

 

세 번째 성과는 일대일로 관련 국가에 대한 경제적 기여도가 높아져 중국이 경제 성장의 외부 출로를 확보한 것이다. 2014~16년까지 중국과 일대일로 관련 국가들과의 무역은 3조 달러를 초과해 중국무역의 25.9%를 점하게 되었다. 2016년 이 지역에 대한 수출 증가율 또한 26.2%로 중국의 전체 수출 증가율을 크게 앞서고 있다. 아울러, 이들 나라에 56개 경제무역협력지구가 건설되어 중국 기업이 5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11억 달러의 세수 증가와 18만 개 일자리를 창출했다. 미국 자문회사 맥킨지는 2050년이 되면 일대일로 연선 국가가 세계 경제성장에 대한 기여도가 80%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하여 중국을 더욱 고무시키고 있기도 하다.

 

일대일로 연계 국내발전전략의 심화

 

일대일로의 출발점 가운데 하나는 과잉투자 해소를 위한 해외진출 전략의 수립이었다. 따라서 모든 지방정부는 일대일로를 심각한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새로운 발전동력으로 삼아, 32개 성시(省市) 가운데 31개 성시가 일대일로 연계발전전략을 수립했다. 중앙정부의 <비전과 행동>에 맞춰 각 정부는 자신의 비교우위를 활용하여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자 하는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이는 ‘자유무역지대’ 선정을 위한 경쟁으로 전환되었는데, 현재 중국은 11개 성시가 자유무역지대로 선정되어 ‘21세기 신 실크로드’ 개척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국은 자유무역지대로 상하이를 포함한 동남연해지역, 동북지역을 대표하는 랴오닝성, 창강과 황하에 걸쳐 있는 중앙지대를 전략적으로 결정하였다. 이는 해상 실크로드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한편, 육상 실크로드와 연계된 국내 지역경제 네트워크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따라서 세계경제의 ‘룰 메이커’(rule maker)가 되기 위해 개방수준을 더욱 높이고 있는 중국은 자유무역지대를 중심으로 일대일로를 확산하는 국내전략 수립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다.

 

실제 이번 정상포럼에서 합의된 5개 분야에는 국제협력과 정책·전략 같은 중앙정부 차원의 협약도 있었지만, 지방정부가 주최가 되는 인문교류 및 각 영역의 실무협력이 더 많았다. 즉, 이는 지방정부가 매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앞으로 정상포럼이 정례화될 것에 대비해 지방정부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실어 준다.

 

주변국 신뢰확보라는 난관 넘어야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와 관련해서 중국은 이미 40여 개 국가 및 50여 개 국제기구와 약정을 체결하였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시진핑 주석은 “중국은 방관자나 추종자가 되지 않고 참여자와 인도자의 역할을 다 할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러한 자신감은 2016년 세계경제에 대한 중국의 기여도가 33.2%로 미국의 2배가 넘는 현실을 기초로 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 군사경쟁을 피하는 대신 일대일로 참여국들과 ‘경제적 파트너십’을 강화하여 영향력을 키운다는 서진전략으로 미국에 맞서고 있다. 그래서 중앙아시아·서남아시아가 중국에게는 전략지역이 된다. 이것이 바로 중국이 일대일로 핵심사업으로 ‘6대 회랑’을 추진하고, 특히 ‘카스-콰다르’ 루트 건설에 집착하는 이유이다.

 

그런데 이 사업은 인도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인도는 이번 정상포럼에 불참한 유일한 주요 국가이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쿤밍-싱가포르 철도’ 건설에 동남아 국가들이 참여를 거부하는 등 중국의 공격적인 투자행태에 대한 반발도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아프리카 포럼’을 통해 자원과 에너지를 약탈적으로 수입하는 중국의 행태가 재연된다고 비판한다. 실제로 이번 정상포럼에서 체결한 협약 가운데 에너지 협력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비판의 근거가 된다. 일대일로가 중국과 참여국들의 공동번영에 기여한다는 평가가 일반적이기는 하나, 아직까지는 중국이 이웃 국가에 충분한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영향력을 키워가는 중국이 극복해야 할 어려운 과제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정상포럼은 중국이 찬란한 태양 아래 섰다는 것과 그만큼 그림자도 짙다는 것을 보여준 대회였다고 볼 수 있다. ■

 

 


 

 

저자
민귀식
_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중국학과 교수. 중국사회과학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주요 연구 분야는 중국 경제, 중국 에너지, 중국 정치, 중국 사상 등이다. 주요 연구로는《한·중 관계와 문화 교류》(2013) (공저),《중화전통과 현대중국》(2012) (공저), "베이징의 도시계획과 주거환경 변화"(2015), "후농업시대 중국 향진거버넌스 변화: 기층정부 각 행위주체의 이익관계 변화를 중심으로"(2015)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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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대 프로젝트

미중관계와 한국

세부사업

중국의 미래 성장과 아태 신문명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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