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지난달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의 방한에 이어, 최근에는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한중일 3국을 방문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도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대화보다는 중국과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함으로써 북한의 비핵화를 도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이러한 압박 수단에는 군사적 조치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실제 군사적 수단을 사용할 가능성이 낮음에도 이를 배제하지 않는 것은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여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고 박원곤 교수는 주장합니다. 즉, 예측 불가한 트럼프 행정부의 극단적 선택 가능성이 북한에는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트럼프는 선거기간 동안 북핵 문제에 대한 여러 가지 접근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김정은과 이른 바 ‘햄버거 회담’으로 알려진 직접 대화에서부터 북한에 대한 초강력 대처까지 다양한 견해를 피력하였다. 특히 트럼프는 2016년 4월 “(북한이 한•일에 전쟁을 일으키면) 끔찍한 일... 행운을 빈다. 알아서 잘 해봐라”라는 거침없는 언급으로 한국을 긴장시켰다.

 

그러나 트럼프는 대통령에 취임한지 13일 만에 제임스 매티스(James Norman Mattis) 국방장관을 내각 각료로는 처음으로 해외 순방을 보냈고, 대상국으로 한국을 선택하였다. 2017년 2월 2일 한국을 방문한 매티스 장관의 일성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양국간 동맹을 우선순위로 생각하고 있음을 분명히 전해달라는 당부가 있었다.”라는 것이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핵 문제를 안보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삼고 있다는 언급도 했다. 이로써, 거의 1년간 지속되었던 트럼프의 대북정책과 대한국 동맹정책에 대한 핵심 의구심이 해소되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핵을 방치하는 한편 한국에 대한 핵우산도 거둬들여 사실상 동맹을 와해시킬 생각은 전혀 없음이 확인되었다. 2017년 3월 17일 방한한 렉스 틸러슨(Rex Wayne Tillerson) 미 국무장관은 대북정책과 관련된 보다 구체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우선, 오바마 행정부가 시도했던 전략적 인내는 실패로 규정하고, 대북정책으로 “새로운 범주의 외교•안보•경제 조치들을 모색하고 있다”고 천명하였다. 원칙적인 차원이지만 군사적 조치를 비롯한 모든 선택지를 검토할 것이라는 발언도 하였다. 또한 대화를 강조하는 중국을 겨냥하여 핵 동결만을 기반으로 한 대화는 시기상조라면서 '중국 역할론'을 강조하고 중국의 대북 원유 지원을 문제 삼았다. 워싱턴의 트럼프 발언도 점차 강경해지고 있다. 특유의 형용사를 반복하는 어법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은 우선순위가 매우, 매우 높다”(2017.2.12.), “북한은 크고 큰 문제이다”(2017.2.13.), “김정은 매우, 매우 나쁘게 행동 한다”(2017.3.19.)라며, 비난의 대상을 북한에서 북한 최고 지도자로 확대해가고 있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종합해볼 때,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대중국 압력 강화를 통한 북한 비핵화 도출과 군사적 타격을 포함한 대북 압박 등으로 귀결되면서 북한과의 직접 대화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이 제안한 북한 핵•미사일 시험 중단과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맞교환하는 ‘쌍중단’(雙中斷)과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협정을 동시에 진행하는 ‘쌍궤병행’(雙軌竝行)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3월 15일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의 면담에서 H. R. 맥매스터(Herbert McMaster)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중국의 제안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3월 18일 틸러슨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에도 중국 측에 대화보다는 대북제재를 강화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틸러슨은 중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중국은 북한 정권이 도발을 다시 생각하게 할 정도의 영향력을 갖고 있지만 그 동안 충분히 쓰지 않았다”는 발언도 하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이 대북 원유 공급 중단과 같은 강력한 조치를 시행하면 북한의 핵 포기가 가능하다면서 중국 책임론을 제기하였다. 이에 대해, 중국을 방문한 틸러슨 미 국무장관과의 회담 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답변처럼 “한반도 문제의 본질은 북한과 미국간의 문제”라면서 중국은 자국의 책임론을 부정한다. 이같이 미중 양측의 입장이 대립하고 있으므로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압박에 의한 북한 비핵화 도출은 결국 미중관계라는 큰 틀에서 성패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트럼프는 교묘하게 중국의 전략적 이해를 건드리고 있다. 결국 철회되긴 했지만 ‘하나의 중국’ 정책에 문제를 제기하여 중국을 긴장시켰고, 취임 첫 주 백악관 대변인을 통해 두 차례나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을 부정하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어떠한 수준에서 중국의 전략적 이해를 문제시 삼고 중국을 압박할 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미중관계가 당분간 갈등 국면에 머물러 있을 것임은 비교적 분명해지고 있다. 특히 현재 공세를 취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이고 중국은 방어적 입장에 있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이전 미국 행정부와는 달리 국제규범을 존중하지 않고 불예측성을 기반으로 극단적인 정책을 오가는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중국은 남중국해 및 대만 문제와 같이 사활이 걸린 지역을 우선적으로 지키려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럴 경우, 그 외의 다른 의제와 지역에 대해서는 미국과 타협할 의사를 내비칠 수도 있다. 북핵 문제는 이 과정에서 미중 간의 타협과 갈등의 일정 지점에 위치할 것이고, 중국이 ‘순망치한’(脣亡齒寒)의 대북 전략적 이해를 일정 부분 포기하고 미국과 타협한다면, 트럼프의 중국 압박을 통한 북한 비핵화 정책은 탄력을 받을 것이다. 미국 측 변수는 중국과 갈등하고 타협하는 과정에서 미국이 다른 이익을 희생하면서까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중국을 충분히 압박할 지의 여부이다. 국내 지지 기반이 갈수록 취약해 지고, 나토를 비롯한 유럽 국가와의 관계도 쉽지 않으며, 시리아 사태와 이란 핵 문제도 여전히 진행 중인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 우선주의’ 관점에서 얼마만큼 자산을 활용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원한다면 중국을 압박할 수단은 보유하고 있다. 우선, 미국은 중국 기업 ZTE(中興)에 외국기업으로는 역대 최고인 11억 9,200만 달러 제재금을 부과한 것과 같은 조치를 대폭 확대해 최종적으로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을 전면 시행할 수 있다. 또한, 미국은 사드 포대를 한반도에 추가 배치하거나 한반도 서해에서 대규모 한미일 해상 작전 훈련을 정례화하고, 전술핵을 포함한 전략무기를 한반도에 상시 순환 배치하며 중국의 턱을 노리는 전력적 위치에 있는 평택 기지에 공세적 무기 체계를 전개하고, 남중국해에 미 항모 전단 순시를 강화하는 등의 군사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이러한 조치는 ‘힘을 통한 평화’를 주창하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고려할 수 있는 군사적 선택지이고, 이것이 시행된다면 중국이 느끼는 압박은 상당할 것이다. 중국은 미국의 이 같은 조치 철회와 대북 원유 공급 중단과 같은 강력한 압박을 통한 북한의 비핵화 사이에서 정책을 저울질하게 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고려하고 있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또 다른 방안은 군사적 타격을 포함한 대북 압박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군사적 수단 사용 가능성은 행정부 출범 이후 정부와 의회에서 지속적으로 언급되고 있다. 틸러슨 국무장관은 2월 8일 “군사력 사용을 포함한 대북 접근법을 마련하겠다”고 밝혔고, 3월 방한 시 다시 한번 군사적 조치가 미국의 고려사항에서 완전히 배제되지 않았음을 확인하였다. 데빈 누네스(Devin Nunes) 공화당 하원 정보위원장은 3월 18일 폭스 뉴스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무기 운반 능력 개발이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우리는 일종의 선제타격을 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미국의 대북 군사 공격 가능성은 매우 제한적이다. 현재 군사적 조치로 선제타격과 예방타격이 제시되고 있다. 선제타격은 적국의 공격 징후가 임박했을 때 먼저 타격하는 것으로, 북한의 경우 핵미사일로 한국을 공격하려는 순간에 선제공격을 하는 것이다. 명확한 징후가 확인된다면 자위권 차원에서 당연한 선택이지만, 실제 상황에서 탐지하거나 식별하기가 매우 어렵고 타격을 위한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다. 북한이 2월 11일 발사한 고체연료 미사일인 이른 바 ‘북극성 2형’은 기존의 1시 30분에서 3시간 가까이 소모되는 액체연료 미사일과는 달리 연료 주입 시간이 10분 미만이다. 산술적으로 10분 내에 북한 미사일이 한국을 목표로 한 핵 탑재 미사일인지를 탐지•식별하고 타격을 결심하여 파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선제 타격의 어려움은 사드를 포함한 탄도 미사일 방어체제 구축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적국의 공격 징후가 임박하지 않더라도 위협이 되는 시설, 무기 등을 공격하는 예방타격은 시행하기가 더욱 어렵다. 예방타격의 목적은 적대국이 부과하는 위협의 원천을 사전에 제거하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이미 다량의 핵을 보유하고 있고, 핵 시설의 경우 영변 원자로 외에도 우라늄 농축 비밀 시설을 여러 곳에서 운용하고 있다. 또한 미사일 기지도 동창리를 비롯하여 산재해 있으며, 특히 100여기의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를 갖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을 무력화하는 예방타격의 목적을 달성하기에는 목표물이 너무 많고, 목표물에 대한 사전 정보도 부족하다. 더욱이 비용효과의 편익계산을 중시하는 트럼프 행정부가 선제•예방타격을 실제로 선택할 가능성은 이전 행정부보다 더욱 제한된다. 전면전으로 확대될 경우, 미국이 연루되고 막대한 비용이 지출되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힘을 통한 평화’를 강조하여 강군 건설을 천명하였지만, 미국 본토가 직접 공격 받는 상황을 제외하고는 군사력 사용에 신중한 입장이다. 특히 트럼프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전쟁을 비판한 바 있고, 타국의 정권교체를 추구하는 것은 어리석은 정책으로 인식하고 있으므로 한반도 전쟁 가능성을 상정한 군사적 조치를 채택할 가능성은 낮다.

 

그럼에도 트럼프 행정부에서 군사적 수단 사용이 지속적으로 언급되는 것은 대북 시그널링(signaling) 차원이다. ‘믿을만한 위협’(credible intimidation)을 북한에 가함으로써 핵•미사일 개발을 지속하는 북한을 압박하는 것이다. 위협이 믿을 만하기 위해서는 능력과 사용의지의 현시가 필요하다. 트럼프가 트위터를 통해 북한의 핵과 ICBM 개발을 중단하기 위한 명확한 방법과 수단을 밝히지 않은 채 “이루어지지 않을 것”(It won't happen)이라고 표현한 것도 군사적 수단을 배제하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여 북한을 압박하려는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트럼프는 선거 때는 물론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에도 불예측성을 기반으로 하는 대외정책 운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트럼프 자신도 “종잡을 수 없다”는 평가를 본인이 가진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로 내세우면서 “기습은 승리를 안기고,” “패를 드러내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라고 수 차례 밝힌 바 있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가 실제로 군사적 수단을 사용할 가능성은 제한적이지만, 그럼에도 쉽게 그 패를 내려놓지는 않을 것이다. 관건은 이러한 미국의 선제•예방타격의 가능성을 북한이 실체로 인식하는지의 여부이다. 북한이 트럼프 행정부의 불예측성과 극단적 정책 선택의 가능성을 우려할 경우, 핵•미사일 개발에 대한 부담은 크게 증가할 것이다. 그러나 전술한 선제•예방타격의 한계를 북한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면 트럼프의 대북 시그널링 작업은 제한된다.

 

결론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북한에게 믿을만한 위협을 가하면서 중국을 최대한 압박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정립되고 있다. 강압과 위협 등이 우선시되고 대화와 타협의 가능성은 뒤로 미뤄지는 양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부동산 사업에서 상대방을 압박하고자 활용하였던 ‘충격과 공포’의 전략을 취임하자마자 TPP 탈퇴, 멕시코 국경 장벽 설치, 무슬림 입국 금지 발표 등으로 전광석화처럼 표출했을 때 세계는 경악하였다. 자유 민주주의의 상징이자 국제규범과 원칙을 정립하여 세상을 예측 가능하게 만들고자 했던 미국이 김정은의 북한과 같은 국가나 선택할 만한 불확실성을 기반으로 한 극단적 정책을 시행한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지난 20년 이상 해결되지 못한 북핵 문제는 기존의 틀과 사고에서 벗어난 ‘충격과 공포’의 전략이 오히려 답이 될 수도 있다. 김정은의 북한이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모두가 전제하는 북핵을 단념시키기 위해서는 규범과 원칙을 무시하면서 그 경계를 넘나드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유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선제공격에 대한 오인(誤認) 및 방어와 공세에 대한 혼동으로 심화될 수 있는 안보 딜레마를 통제해야 한다. 아울러, 이러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과의 갈등 심화도 불사하는 비용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할 것이다. ■

 

 


 

 

저자

박원곤_ 한동대학교 국제어문학부 국제관계 전공교수. 국방부•통일부 자문위원. 서울대학교에서 외교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주요 연구 분야는 동북아 국제관계, 안보론, 외교사, 북한연구, 한미동맹 등이다. 주요 연구로는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안보전략 평가와 신행정부 대외전략 전망"(2016) (공저), "정당한 전쟁론 연구: 평화주의, 현실주의와의 비교"(2016), "Changes in and Prospects for the East Asian Security Order: A South Korean Perspective"(2016), "A Theoretical Review and Critical Analysis of South Korea’s Proactive Deterrence Strategy"(2015), "한미동맹 미래 구상: 지휘구조 개편을 중심으로"(2014) 등이 있다.

 

 

6대 프로젝트

북한 바로 읽기

미중관계와 한국

세부사업

대북복합전략

중국의 미래 성장과 아태 신문명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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