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중국 공산당의 제18기 중앙위원회 제6차 전체회의가 10월 24-27일간 베이징에서 열렸습니다. 중국 공산당은 전체회의 결과를 담은 <공보>에서 처음으로 시진핑 주석을 ‘핵심’으로 표현함으로써, 시 주석의 지위가 격상되었음을 대내외적으로 공표했습니다. 양갑용 성균중국연구소 연구교수는 중국이 새로운 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고, 시 주석의 지위 격상은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한 당의 고도의 정치적 전략이었다고 평가합니다. 그러나 ‘핵심’ 지위 확보로 시 주석의 권력이 강화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당내 합의를 중시하는 전통이 강하게 남아 있어, 1인 집권체제가 시작됐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주장합니다.

 

 


 

 

중국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6차 전체회의(이하 6중전회)에서 <공보>(公報)를 통해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중앙’(以習近平同志爲核心的黨中央)이라는 표현이 공개적으로 언급됐다. 이 표현은 시진핑이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7명 가운데 유일하게 ‘핵심’ 지위를 확립했다는 의미이다. 물론 2016년 초 리홍중(李鴻忠) 당시 후베이성(湖北省) 서기가 “시진핑은 중국 공산당 중앙의 ‘영도핵심’이고 당원과 간부들은 ‘자발적으로 시진핑 영도핵심을 수호’하고 시진핑을 모범으로 삼을 것”을 주장한 적이 있다. 이후 간헐적으로 시진핑과 관련해 ‘핵심’이란 단어가 사용되기도 했지만, 이번과 같이 중앙위원회 전체회의라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핵심’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처음이다. 이는 시진핑의 지위가 격상됐음을 대내외적으로 공표하는 동시에, 당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던 시진핑의 권력 강화 논의가 현실화됐음을 의미한다. 또한 향후 제19차 당대회(2017년 하반기 개최 예정)와 제20차 당대회(2022년 하반기 개최 예정)에서 지도체제 개혁과 지도부 승계에 있어 시진핑의 역할이 확대되고 강화될 것임을 예시(豫示)한다는 점에서 중국의 엘리트 정치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치에서 ‘핵심’ 지위를 가진 지도자는 마오쩌둥, 덩샤오핑, 장쩌민 3명 뿐이었다. 후진타오는 ‘후진타오 총서기를 중심으로 하는 당중앙’이라는 문구로 표현되었기에 ‘핵심’이란 단어가 공식적으로 사용된 적은 없었다. 후진타오 집권 시기 ‘제4세대 지도자의 핵심’, ‘후진타오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제4세대 영도집단’(以胡錦濤同志爲核心的黨的第四代領導集體)이라는 표현은 한 두 차례 사용된 적이 있지만, 이는 외국 언론이나 지방 신문에서 잠깐 언급되었을 뿐 중앙에서 공식적으로 후진타오를 ‘핵심’으로 표현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이러한 과거 사례에 비추어 볼 때, 18기 6중전회 <공보>를 통해 시진핑을 당 중앙의 ‘핵심’으로 언급했다는 것은 시진핑의 지위가 후진타오를 추월해 마오쩌둥이나 덩샤오핑의 지위로까지 격상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시진핑의 ‘핵심’ 지위 격상은 그동안 물밑에서 꾸준히 준비해온 결과로 보인다. 중국 정치에서 ‘핵심’ 지위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널리 확산돼 있었고, 이러한 분위기를 확산시키기 위한 물밑 작업이 지속적으로 진행돼 온 것이다. 이미 지난 2016년 1월 29일 중공중앙 정치국 회의에서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전국인대 상무위원회, 국무원, 전국정협, 최고인민법원, 최고인민검찰원 당조 공작 보고와 중앙서기처 공작 보고의 종합 상황 보고 청취와 연구>(中央政治局常委會聽取和研究全國人大常委會, 國務院, 全國政協, 最高人民法院, 最高人民檢察院黨組工作彙報和中央書記處工作報告的綜合情況報告) 심의에서도 ‘핵심’이라는 용어가 언급된 바 있다. 당시 회의에서 정치국 차원에서는 처음으로 ‘정치의식(政治意識), 대국의식(大局意識), 핵심의식(核心意識), 모범의식(看齊意識)’ 등 ‘네 가지 의식’이 공개적으로 언급되었다. 이를 시작으로 전국 각급 당위원회 서기와 학자들이 관련 논의를 전개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핵심’에 대한 논의가 확산되었다. 예컨대, 지난 2016년 1월 11일 왕동밍(王東明) 쓰촨성(四川省) 서기는 쓰촨성 당위원회 상무회의에서 “시진핑 총서기, 이 핵심을 굳건히 수호하자”(堅決維護習近平總書記這個核心)라고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이틀 후인 1월 13일 황쉐쥔(王學軍) 안휘성(安徽省) 서기도 안휘성 당위원회 상무위 확대회의에서 “시진핑 총서기를 모범으로 삼고, 중앙권위를 수호하고, 시진핑 총서기, 이 핵심을 굳건히 수호하자”(堅決維護習近平總書記這個核心)라는 동일한 표현을 사용했다. 같은 날 펑칭화(彭清華) 광시장족자치구 당위원회 서기도 광시장족자치구 당위원회 상무위 확대회의에서 "시진핑 총서기, 이 핵심을 굳건히 수호하자"라고 언급했다. 이어서 2016년 1월 15일 궈진롱(郭金龍) 베이징시 서기는 시진핑의 민주생활회 발언 학습 관철 회의에서 "우리는 어느 때보다도 굳건하고 강력한 영도 핵심이 매우 필요하다"(我們比任何時候都更需要一個堅強的領導核心)라고 언급했다. 궈진롱은 지방 당위원회 서기지만 중앙정치국 위원의 지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시진핑에 대한 '핵심' 지위 논의가 이미 정치국 차원에서도 비공식적으로 회람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지방 차원에서의 논의를 총합한 결과가 바로 18기 6중전회에서 시진핑의 '핵심' 지위 확립으로 이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 공산당 내부에서 '핵심'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는 이미 오랜 전부터 이뤄져 왔다. 예를 들어, 마오쩌둥(毛澤東)은 "중국 공산당은 전국 인민의 영도핵심이다. 이러한 핵심이 없다면 사회주의 사업은 승리할 수 없다"(中國共產黨是全中國人民的領導核心. 沒有這樣一個核心, 社會主義事業就不能勝利)라고 강조했으며, 덩샤오핑은 "어떠한 영도 집단도 모두 핵심이 있어야 한다. 핵심이 없는 영도는 부실하다"(任何一個領導集體都要有一個核心,沒有核心的領導是靠不住的)라며 '핵심'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언급한 적이 있다.

 

중국 공산당 역사에서 마오쩌둥, 덩샤오핑, 장쩌민의 '핵심' 지위 획득 과정을 돌아보면, 모두 일정 시간이 경과한 후 혹은 전략적 차원에서 '핵심' 지위를 확립한 것으로 나타난다. 마오쩌둥도 1935년 준이회의(遵義會議)에서 사실상 당·정·군 권력을 장악했음에도 '핵심' 지위는 1945년 중공당 제7대에서야 비로소 확립되었다. 덩샤오핑도 개혁개방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점진적으로 '핵심' 지위를 확립해 나갔다. 그러나 장쩌민은 집권과 동시에 덩샤오핑에 의해서 의식적으로 핵심 지위를 부여 받았다. 당시에는 천안문 사건 등 국내외 여건 상 당의 지도력과 통치의 합법성이 흔들리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당·정·군 최고 지도자라는 제도적 권위에 부합하는 카리스마적인 지위를 부여하기 위해 장쩌민에게 '핵심' 지위를 전략적으로 부여했다.

 

그러나 시진핑은 덩샤오핑이나 장쩌민과는 달리 기층에서부터 '핵심' 지위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시켜가면서 4년 동안의 준비 과정을 통해 '핵심' 지위를 확립했다고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당의 영도와 통치 혹은 당의 관리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집권 후 4년간 시진핑의 활동은 사실상 중국 공산당에 왜 ‘핵심’이 필요한지를 충분히 보여준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시진핑은 집권 기간 동안 전면 심화개혁, 4대 전면(四個全面)의 확산, 국제사회에서의 적극적인 역할 강조 등을 통해 중국과 중국 공산당에 권위 있고, 힘을 가진, 능력 있는 지도자가 새로운 정치의 핵심으로 등장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를 다져왔다

 

여기에는 지난 집권기에 취약했던 후진타오의 국정 장악 능력을 지켜본 시진핑 개인의 ‘정치적 인식’도 중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개혁개방의 길을 걸어온 지 30여 년이 지난 지금 새로운 모멘텀을 통해 중국의 새로운 도약, 이른바 ‘대개혁’을 추진해야 하는 시진핑의 입장에서 지도력의 강화는 이미 중국 국내 정치에서는 그 필요성이 충분히 공감되고 확산됐던 것 같다.

 

이러한 과정은 모두 ‘성장’과 ‘발전’을 패러다임으로 하는 이른바 덩샤오핑식 발전 전략을 수정할 시기가 도래했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대개혁’이라는 이름의 중국이 직면한 새로운 도전이기도 하다. 따라서 지금이 ‘시진핑식’(習式) 정치와 사상이 필요하고 ‘시진핑식’으로 재해석된 사회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공감대가 널리 퍼져있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로 볼 때 시진핑의 ‘핵심’ 지위 획득은 중국의 새로운 변화를 준비하는 중국 공산당의 현실 인식에 따른 처방의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핵심’에 대한 이러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 하더라도 현 시점에 시진핑의 ‘핵심’ 지위가 필요한지, ‘핵심’ 지위 확립이 바로 시진핑의 개인 권력 강화를 의미하는 것인지, 강화된 권력은 지도부 승계 과정에서 시진핑의 영향력 강화로 투사되어 나타날지는 또 다른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

 

먼저, 지금이 적기냐는 시기상의 문제 의식이다. 중앙위원회 전체회의는 대략 1년에 한번 꼴로 개최되는데, 18기 중앙위원회는 사실상 이번이 마지막 회의라고 할 수 있다. 내년에 개최되는 제18기 7중전회는 제19차 당대회 준비를 위한 실무 관련 사항을 결정하고 점검하는 회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진핑 집권 전반기 5년의 마지막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당 중앙의 이름으로 시진핑의 ‘핵심’ 지위 확립을 결정한 것은 당의 이름으로 시진핑에게 월계관을 씌워준 고도의 정치적 전략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시진핑이 ‘핵심’ 지위를 획득하기는 했지만, 당분간 개인의 권력 강화로 연결될 것 같지는 않다. ‘핵심’ 지위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핵심’ 지위를 공식화했다 하더라도, 여전히 중국은 집단지도체제를 중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시진핑도 자신의 권위를 ‘핵심’ 지위까지 끌어올렸지만 여전히 집단지도체제에 대한 유용성과 필요성, 당위성을 부정하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집단지도체제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시진핑 개인에게 ‘핵심’ 지위를 부여했다는 뉘앙스가 공존하는 상황에서 단기간 개인 차원의 권력 강화는 숨 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핵심’ 지위를 수호하는 한편, 집단지도체제를 활성화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은 셈이다

 

결국, 이는 시진핑이 ‘핵심’ 지위 획득으로 당장 시진핑의 1인 집권체제가 시작됐다거나 ‘핵심’ 지위를 이용해 후계구도를 좌지우지 할 수 있다고 평가하기에는 이르다는 것이다. ‘핵심’ 지위 강화와 집단지도체제 유지라는 두 가지 상호 대립적인 문제가 중국의 현실에서는 공히 필요한 제도라는 당위성의 차원에서 당분간 공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개인의 권위와 집단의 권위가 조화롭게 조응하는 구도가 정착되는 체제적이고 실천적인 방안을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라는 고도의 복잡한 정치 싸움이 기다리고 있는 형국이다. ‘핵심’ 지위 획득을 통해 시진핑이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할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은 분명하지만, 19차 당 대회, 20차 당 대회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시진핑의 지도력이 관철될 지에 대해서는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18기 6중전회는 시진핑의 지위를 ‘핵심’으로 끌어올리고 시진핑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그러나 당은 여전히 합의를 중시하는 전통적 테두리 안에 있으며, 오히려 이번 회의를 계기로 중국 공산당은 시진핑의 ‘핵심’ 지위를 수호하는 한편, 집단지도체제를 활성화해야 하는 과제에 봉착했다고 볼 수 있다.

 

 


 

 

저자

양갑용_ 성균관대학교 성균중국연구소 연구교수. 중국 푸단대학교(復旦大學) 국제관계와 공공사무학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주요 연구 분야는 중국공산당 집권의 내구성과 간부, 엘리트 정치 등 집권의 내적 동력과 메커니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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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대 프로젝트

미중관계와 한국

세부사업

중국의 미래 성장과 아태 신문명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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