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의 그늘

 

중국의 ‘사회주의 시장경제’가 성장이라는 차원에서 거둔 눈부신 성과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중국의 GDP 규모가 머지않아 미국을 따라잡을 것이라는 낙관적 예측 하에, 중국위협론과 G2라는 명칭이 일반화 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은 부작용들 또한 동반하였는데, 그 중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가 경제적 불평등이다. 성장과 효율을 강조하고, 부유해질 수 있는 사람부터 먼저 부유해지자는 ‘선부론’을 내세우면서 중국이 성공적으로 추진해온 시장화는 다양한 차원의 경제적 불평등을 야기했다. 시장개혁이 서서히 사회주의적 평등주의를 와해시키면서 중국은 개발도상국들 중 가장 평등한 사회에서 가장 불평등한 사회로 빠르게 이동하게 된 것이다. 현재 중국은 경제적으로 심각한 도농격차, 지역 간 격차, 그리고 지역 내 빈부격차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도농 및 지역 간 불평등

 

도농 간의 경제적 격차는 마오쩌둥 정권 하에서 호구제를 토대로 이미 구조화되어 있었으나, 개혁개방이 가져온 경제 시장화와 함께 더욱 심화되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09년에 도시와 농촌의 일인당 평균수입은 3.3 대 1로 최고치에 이르렀다. 이후 2013년까지 농촌의 복지 확충과 수입 증가를 통해 이 비율은 다소 감소하였으나, 여전히 3대 1 정도의 비율을 보이고 있다(Unicef 2015).

 

개혁개방이 시작된 이후 중국은 지방정부에 재정자율권을 부과함으로써 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동인을 제공하는 정책을 폈다. 그 결과 지역 간, 특히 지리적 이점을 지닌 해안도시와 척박한 서부 내륙지방 간의 경제적 격차가 매우 커졌는데, 1987년에서 2004년 사이 해안지역 도시 거주민들의 수입은 3배 증가하였다(Wu 2014). 성 또는 도시별 GDP만 놓고 보자면 2010년의 중국은 핀란드(상하이시)와 볼리비아(칭하이성)가 한나라에 함께 존재하는 것과 같았다(The Economist 2011). 지역별 일인당 GDP를 살펴보면, 2015년의 중국 내에는 일인당 GDP가 17,000달러 이상인 베이징, 톈진 등의 도시들과 5,000달러 이하인 구이저우성, 간쑤성, 윈난성 등이 공존하고 있다.

 

지니계수의 증가

 

1980년대 이후 중국의 지니계수(0이 완전평등, 1이 최대한의 불평등)는 꾸준히 증가하는데, 90년대 초에 이미 일반적으로 심각한 수준의 불평등으로 간주되는 0.4를 넘어섰다. 2013년 중국 국가통계국은 12년만에 처음으로 지니계수를 공식 발표하였는데, 그에 따르면 중국의 지니계수는 2008년 0.491로 피크를 이룬 후 2011년에 0.477, 2012년에 0.474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실제의 지니계수는 이보다 높을 것이라는 예측이 다수이다. 실제로 텍사스 A&M대학과 청두의 서남재경대학이 2013년에 함께 진행한 조사(China Household Finance Survey)는 2010년에 중 지니계수가 0.61에 이르렀다고 분석했다 . 2013년 현재 중국은 2백 7십만의 백만장자와 251명의 억만장자를 보유하고 있지만, 유엔 보고에 따르면 인구의13%가 여전히 하루에 미화1.25달러 이하로 생활하고 있다(Reuters 2013). 2012년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전체 부 중에서 상위 10% 부자가 통제하는 부의 비율이 1995년에는 30.8%였으나 2002년에 41.4%로 증가하며, 2011년에 이르면 심지어 86.7%에 달하게 된다(The Economist 2012).

 

비교적 관점

 

이러한 경제불평등 수준은 타국가들과 비교하더라도 심각하다. 중국 당국의 공식발표에 근거하더라도, 2012년 중국의 지니계수는 자유시장과 경쟁을 신봉하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대표적인 사례인 미국의 수준보다 높다. 미시건대학과 북경대학 학자가 공동으로 진행하여2014년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1980년대 이래로 중국의 수입불평등은 미국보다 훨씬 가파르게 증가하였는데, 이들은 1980년의 0.3이던 중국의 지니계수가 2012년에는 0.55에 이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80년대 이래 불평등 수준이 점진적으로 증가하여 지니계수가 0.45 수준에 이른 미국을 크게 앞지르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양국의 불평등 정도 차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급격히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같은 연구에 따르면, 중국의 불평등 정도는 같은 발전수준의 국가들의 평균마저 훨씬 넘어서고 있다(Xie and hou 2014). 상기 언급한 0.55 또는 0.61이라는 지니계수가 사실에 가깝다고 본다면, 중국은 지구 상에서 가장 불평등한 몇 개의 국가들 중 하나로 손꼽히게 된다.

 

경제불평등의 정치적 함의

 

물론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는 중국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중국이 여전히 사회주의를 표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경제적 불평등이 발생하고 있으며, 그 정도가 빠르게 심화되고 있다는 점은 중국 공산당의 정당성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 될 수 있다. 특히 현재의 불평등 수준은 ‘사회주의’ 중국이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미국은 물론이고, 유사한 발전수준의 국가들과 비교해서도 심각하다는 점에서, 더더욱 정치적•이념적으로 합리화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단위(单位)와 같은 사회주의적 제도들이 해체된 후 아직 제도적 사회보장이 미약한 상황 하에 자본주의적 경쟁과 생존의 논리가 팽배해지면서, 경제적•사회적 약자의 곤란과 박탈감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중국의 화려한 경제적 성공의 이면에는 불평등이라는 짙은 그늘이 감추어져 있다. 전체 경제의 파이가 계속 커지고 다수의 삶이 적어도 과거보다 나아졌다는 믿음이 있는 상황에서는 무마되던 대중의 불만이, 경제성장의 속도가 둔화되고 파이가 줄어들기 시작하면서는 보다 가시화될 수도 있다. 경제적 성공이 정치적 위기를 낳는 ‘성공의 위기’가 중국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가정을 가지고 중국을 관찰한다면, 그 미래를 단순히 낙관할 수만은 없다. ■

 

 


 

저자 

 

정주연_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미국 스탠포드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컬럼비아대 포스트닥 펠로우 및 캐나다 알버타대 정치학과 조교수를 역임하였다. 비교정치분야에서 중국을 주요사례로 하여 국가와 시장의 관계를 주로 연구한다.

 

 


 

 

<차이나 브리핑>은 중국 주요 현안에 대해 다양한 전문가들의 심층적인 분석을 통해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기획된 브리핑 시리즈입니다. EAI는 어떠한 정파적 이해와도 무관한 독립 연구기관입니다. EAI가 발행하는 보고서와 저널 및 단행본에 실린 주장과 의견은 EAI와는 무관하며 오로지 저자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6대 프로젝트

무역ㆍ기술ㆍ에너지 질서의 미래

미중관계와 한국

세부사업

중국의 미래 성장과 아태 신문명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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