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권위주의 체제 하에서 발생하는 시민불복종 및 저항은 민주적 가치의 억압, 빈곤의 심화 등 전통적인 사회경제적 문제 차원에서 제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의 ‘적응적 권위주의(adaptive authoritarianism)’는 이러한 사회경제적 차원에서 비롯될 수 있는 불안정을 성공적으로 통제해 온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최근 증가하고 있는 환경시위의 양상은 중국의 양적 경제성장이 점점 정치적 한계에 봉착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지난 한 세대 동안 중국은 저비용 생산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오염을 유발하는 산업의 유치 및 육성 전략을 고수하고, 오염물질 배출에 대한 규제를 상대적으로 경시하였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작동했지만, 오늘날 맞닥뜨리고 있는 심각한 환경오염은 중국의 성장을 직접적으로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일례로, 중국환경보호국에서는 환경오염이 야기하는 비용이 대략 중국 GDP의 3.5%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였고 , World Bank는 이 비용의 규모를 중국 GDP의 9%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한다 .

 

2017년 새해가 밝자 마자 중국 전역에는 역사상 유래 없는 최악의 스모그 현상이 발생했다. 베이징 일부 지역에서는 대기오염의 수준을 측정하는 대기 질 지표(Air Quality Index)가 700 이상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데, 이는 지표 상에서 대기오염으로 인해 질병이 야기될 수 있는 수준을 의미하는 ‘위험’ 기준의 2.5배에 달하는 수치이다 . 미국 예일 대학교 연구팀에 따르면 중국의 연평균 미세먼지 수준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으며, 이는 미국 환경보호국이 설정한 미세먼지의 일일 안전 기준치를 훨씬 뛰어 넘는 수준이다 . 현재의 중국 대기오염은 하루 2갑의 담배를 흡연하는 정도의 영향을 미치며, 이로 인해 중국에서는 연간 140만 명이 목숨을 잃는 것으로 추정된다 . 대기오염 외에도 중국은 매우 심각한 수질오염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현재 중국 전역의 강과 호수 중 70%가 위험 수준까지 오염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심지어 관개수로도 사용이 불가능할 정도이다. 특히 음용수의 주요 공급원인 지하수의 경우 60% 정도가 접촉만해도 신체에 매우 해로운 영향을 끼칠 정도로 심각하게 오염되어 있다고 보고된다 . 토양오염의 경우에는 관련 자료가 2014년까지 국가 기밀로 분류되어 있었던 까닭에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최근 공개된 일부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 면적의 1677배에 달하는 면적의 토양이 독성 중금속 물질에 의해 심각하게 오염되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

 

환경오염은 거시 경제지표에 악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개인의 생명을 실질적으로 위협한다는 인식이 강화되면서 이에 대한 해결 요구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공산주의청년단 기관지인 중국청년보(中國靑年報)가 2014년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국 국민들은 그간 정부에서 최우선 순위로 추진해왔던 반부패활동보다 환경오염에 대한 대책 마련을 더 우선적으로 다뤄야 할 사안으로 보고 있다 . 당연한 결과로서 환경오염의 심각성에 대한 대중의 각성은 이제 행동으로 표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 중국 국민들의 정치적 의사 표현은 직접적인 행동보다는 주로 정부에 대한 탄원과 대책 수립을 촉구하는 수동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져 왔다 . 그러나 오늘날 커져가는 환경오염의 위협은 이전의 수동적인 의사표현 방식을 뛰어넘어 더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실력행사를 주된 정치적 의사표현의 방식으로 자리잡게 하고 있다. 더욱이 이러한 직접행동은 종종 폭력을 수반한 격렬한 시위의 형태로 이어진다. 실제로 ‘웨이보’로 대표되는 소셜네트워크가 집단행동의 장애요인을 어느 정도 완화해주면서 폭력시위 발생 빈도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다 .

 

환경시위와 관련해 특기할 만한 사항으로는 예전의 시위가 주로 농촌에서 일어났던 반면에, 최근에는 도시지역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 이는 환경오염이라는 이슈가 대중적으로 공감을 얻기 쉽고,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중국 공산당의 지배 자체에 대한 정치적 저항을 내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양한 계층을 아우르는 지지를 획득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러한 환경시위의 증가는 국민들이 경제 성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음에도 그것이 오염을 야기하여 생활수준의 실질적 하락을 발생시키는 경우에는 더 이상 정부를 지지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한 정치적 사안이다. 따라서 중국에서의 환경오염문제는 단순한 관리 차원의 행정 영역을 뛰어넘어 공산당 정권의 안정적 유지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슈로 작동하게 된다.

 

문제는 중국 공산당이 현재 시행하고 있는 정책으로는 환경오염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경제 성장 이후의 서구 선진국들은 오염을 유발하는 산업을 저개발국으로 이전하는 방식을 통해 산업 발전 과정에서 수반된 자국의 환경오염을 완화시켜 왔다. 그러나 중국은 서구 선진국들과는 달리 이러한 전략을 사용할 수 없다. 이는 거대한 인구규모를 부양하기 위해서 오염을 유발하는 소위 굴뚝산업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필요성 때문이다. 물론 최근 중국에서 최첨단 하이테크 중심의 고부가가치 산업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대규모의 고용을 가능하게 하는 굴뚝산업은 중국의 입장에서 쉽게 포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양적 경제 성장과 자연 파괴의 교환이라는 파우스트 거래에 기반한 중국의 경제성장 전략은 애초에 환경 보전을 통한 삶의 질 개선이라는 명제와 융합할 수 없다는 근본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중국의 환경문제는 단순히 중국만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중국의 거대한 인구규모와 더불어 환경오염의 영향이 국경에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볼 때 그렇다. 따라서 중국의 환경오염 문제는 전지구적 차원의 접근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 특히 오늘날 중국이 세계 질서 속에서 새로운 글로벌 리더로 부상하는 과정에서 환경오염 문제의 해결은 필연적으로 맞닥뜨리게 될 수밖에 없는 숙제이다. 다시 말해 중국은 국내 정치의 안정 및 공산당 통치의 정당성 확보는 물론이고, 국제정치적 맥락에서 리더로서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기 위해서라도 자국의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해야만 하는 입장에 처해있는 것이다. 특히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의 많은 개발도상국가들이 중국식 개발 모델을 모범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볼 때, 중국의 환경오염 문제 및 환경정책이 가져오는 전지구적 파급력은 점차 배가되고 있다. 더 이상 자국의 환경오염 문제에 대한 비판을 서구 선진국들의 사다리 걷어차기라고 치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중국은 기존의 서구 선진국들을 모방한 자연 파괴적 경제성장 전략에서 벗어나 지속적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물리적 토대를 구축하는 새로운 성장 모델을 수립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아가 이러한 모델 하에서 인간과 자연에 대해 새롭게 설정된 보편적 가치와 규범을 현실 속에서 구현하기 위한 실천적 방안(예: 도시화의 목표와 방향)을 제시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 근본적 자연관의 전환에 기반해, 중국이 문제의 본질을 올바르게 인식하고 그에 맞는 해결책을 모색한다면 오늘날 점점 심각해지는 환경오염 문제는 앞으로 닥쳐올 재앙의 전주곡이 아닌 대안적 문명 탄생의 필요성을 주지시키는 기능을 담당할 수도 있을 것이다. ■

 

 


 

 

저자
이응균_ 고려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미국 MIT에서 정책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주요 연구 분야는 정보기반 환경규제, 규제준수 이론, 기후변화 등이다. 최근 연구로는"The role of trade associations in environmental compliance under limited enforcement"(2016), "Investigating supportive conditions for participation in voluntary environmental programs"(2016), "The potential role of boundary organizations in the climate regime"(2014), "도시화가 1인당 탄소 배출에 미치는 영향”(2016)이 있다.

 

 


 

 

<차이나 브리핑>은 중국 주요 현안에 대해 다양한 전문가들의 심층적인 분석을 통해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기획된 브리핑 시리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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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대 프로젝트

무역ㆍ기술ㆍ에너지 질서의 미래

미중관계와 한국

세부사업

중국의 미래 성장과 아태 신문명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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