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미 국무장관의 중국방문과 중미관계:동상이몽(同床異夢)과 동주공제(同舟共濟)의 이중주"

 

탐색을 위한 여정(試探之旅)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의 첫 아시아 방문은 이미 출발 이전부터 오바마 정부 외교정책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사건으로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 배경에는 우선 미국 신정부 국무장관의 첫 해외 방문지가 이례적으로 아시아라는 의외성이 자리하고 있다. 이번 방문이 오바마 정부 외교정책의 우선순위가 동아시아에 있음을 시사하는가에 대한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또한 오바마 정부는 그 바닥을 가늠키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경제위기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 급격히 부상하고 있는 중국을 첫 방문한다는 자체가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 국제관계에서 새삼 가장 주목되는 양자관계인 미중관계를 전망하는 단서를 발견할 수도 있다는 기대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클린턴 장관의 중국방문은 경제위기라는 배를 이제 막 함께 타고 기약 없어 보이는 항해를 출발해야 하는 상황에서 매우 조심스럽게 동승자들의 의중과 행보를 탐색하려는 상견례 차원 성격이 강했다. 클린턴 장관 스스로 언급했듯이 이번 방문길은 방문국의 입장을 경청하면서 향후 정책방향의 구체화를 모색하는 ‘탐색을 위한 여정’試探之旅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실제로 클린턴 장관은 방문 국가별로 예견된 쟁점과 현안을 의제화하기보다는 오히려 각국이 미국에 대해 지니고 있는 우려를 불식시키는 선물을 통해 다가가면서 탐색을 시도하는 외교 행보를 선택했다. 예컨대 일본에게는 ‘저팬패싱’Japan passing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아시아의 첫 방문지이자 오바마 정부의 첫 초청 정상외교라는 선물을 안겨주었다. 한국에게는 북핵문제 해결에서 한국 소외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언질을 수차례 강조하여 한국정부를 안심시키고자 했다. 그리고 중국에게는 인권, 티베트, 대만 등 인화성 높은 전통적 갈등 요인을 적극적으로 회피했을 뿐만 아니라, 예견된 환율, 통상문제까지도 피해가는 조용한 외교를 전개했다.

 

‘미국 주도와 중국의 전략적 수용’이라는 관성의 미묘한 변화

 

그럼에도 이번 방문에서 발견할 수 있는 향후 미중관계를 조망하는 몇 가지 의미 있는 징후와 현상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 클린턴 장관의 예상 밖의 조심스러운 행보가 단순히 탐색의 여정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미국의 대중정책 변화의 징후인지에 대해서는 보다 세심한 관찰이 필요해 보인다. 왜냐하면 클린턴 장관의 조용한 외교는 오바마 정부 등장 이후 나타나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중국의 ‘환율 조작국’ 논쟁에서도 결국은 미국이 예상되었던 최소한의 강경한 입장마저 견지하지 않았다. 반면에 중미전략경제대화(2009.02 09)에서는 왕치산王岐山 중국 부총리가 대미 최대 채권국의 입장에서 미국경제에 훈수를 두는 듯한 발언을 한 바 있다. 이는 미중 양국관계에서 유지되어 오던 ‘미국 주도와 중국의 전략적 수용’이라는 기존의 관성에서의 미묘한 변화라 할 수 있다. 최근 중국 내에서는 미국발 금융위기는 미국식 자본주의의 실패와 미국 힘의 상대적 쇠퇴를 반증한 것으로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위상과 영향력을 제고할 수 있는 호기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중국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위기인 동시에 중국의 강국화 일정을 가속화시킬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을 필두로 중국 지도부 4명이 이미 2009년 첫 두 달 사이에만도 각기 역할 분담을 하며 남미, 중동, 아프리카 19개국을 순방하는 등 공세적 외교를 펼치는 가하면 G-20 정상회의에서도 보호주의 경향을 비판하는 등 독자적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6대 프로젝트

미중관계와 한국

세부사업

중국의 미래 성장과 아태 신문명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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