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시진핑 집권 2기를 알리는 제19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가 지난 10월 24일 막을 내렸습니다. 시 주석의 이름을 명기한 ‘시진핑 사상’이 당장에 삽입되는 파격 행보에 이어, 공산당 최고 지도부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인선에서도 시 주석의 측근들이 중용되면서 시 주석의 권력 기반이 한층 강화된 것으로 평가됩니다. 그러나 그만큼 정치적 부담도 커졌습니다. 향후 5년간 지도부가 제시한 장미빛 비전에 걸맞은 구체적인 성과를 거둬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시진핑 집권 2기는 강국 플랜의 실현을 위해 국내 발전 및 안정에 보다 집중하는 한편, 상대적으로 저비용의 안정된 국제관계를 지향할 것으로 보인다고 이동률 동덕여대 교수는 분석합니다.

 

 


 

 

시진핑 집권 2기 출범의 의미

 

중국 공산당 19차 전국대표대회를 통해 시진핑 집권 2기가 새롭게 출범했다. 예상을 넘어서는 강력한 시진핑 중심 체제가 등장했다. 집권 2기가 시작됨과 동시에 ‘시진핑 사상’(시진핑 신시대 중국특색의 사회주의 사상)이 당장(黨章)에 삽입되는 파격적인 행보가 있었다. 이제 시진핑 주석은 중국 공산당사에서 적어도 형식상으로는 덩샤오핑을 넘어서 심지어 국부(國父)인 마오쩌둥의 반열에 올랐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자신의 이름이 담긴 ‘사상’을 당장에 명기한 것은 마오쩌둥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1중전회(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정치국과 정치국 상무위원회의 인선도 마무리되었다. 정치국원 25명 가운데 15명, 정치국 상무위원 7인 가운데 5인이 교체되었으며, 그 가운데 다수가 시진핑 측근 인사들로 중용되었다. 향후 5년 시진핑의 ‘신시대’를 펼칠 수 있는 확고한 권력 기반이 구축되었다.

 

시진핑 권력의 강화는 중국 정치발전의 흐름에서 보면 ‘신시대’에 부합하지는 않는다. 집단지도체제는 후퇴했고, 권력교체의 예측성과 안정성을 담보해왔던 격대지정(隔代指定)의 관행도 지켜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20차 당대회(2022년)이후 중국의 후계구도가 모호해지면서 권력승계가 중요한 정치 과제로 남게 되었다. 19차 당대회에서 관행의 파격이 있기는 했지만, 공식 제도와 절차를 통해 당장도 수정했고 최고 지도부도 재편되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19차 당 대회장에는 ‘신시대’를 역설하는 시진핑의 좌우에 장쩌민과 후진타오 두 전임 총서기가 나란히 배석하면서 당내 합의를 통해 시진핑의 권력 강화가 결정되었음을 상징적으로 확인해주었다. 따라서 덩샤오핑 이후 진전되어 왔던 관행을 통한 정치제도화는 일부 후퇴했지만 시진핑 체제는 오히려 더욱 견고해졌다.

 

요컨대 집권세력 내부에는 공산당 일당체제 유지와 강화라는 공동의 절대 목표가 있으며, 이에 대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시진핑 중심의 권력 강화가 진행된 것이다. ‘신시대’라는 새로운 국면에서 권력을 집중하는 것이 공산당 체제의 강화와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신시대, 신사상(新思想) 등장의 의미와 과제

 

마오쩌둥 시기는 혁명이 시대정신이자 과제였고, 덩샤오핑으로부터 시작되어 장쩌민과 후진타오까지의 이른바 개혁 지도부는 고도성장 신화를 기반으로 공산당 집권의 정당성을 확보해왔다. 그런데 시진핑 체제는 ‘신창타이’(新常態)가 상징하듯이 더 이상 성장신화를 유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게 되었다. 성장신화를 통해 덮어 왔던 사회의 다양한 욕구와 불만들을 수렴할 수 있는 정치개혁이 요구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시 주석은 지난 5년 간 정치개혁보다는 반부패 캠페인과 중화민족의 부흥이라는 기치를 내세워 집권의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했다. 그런데 두 가지 방식 모두 일정한 한계와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반부패 캠페인의 경우 지속성의 피로감이 있을 수 있고, 중화민족주의는 양날의 칼이라는 위험성이 있다. 시진핑 체제는 집권 정당성의 새로운 원천을 발굴해야 하는 난제에 직면해 있으며 그러한 고심의 결과가 ‘신시대’와 ‘신사상’ 담론을 통한 강력한 리더십의 확보로 표출된 것이다.요컨대 19차 당대회 보고는 기본적으로 ‘중국특색의 사회주의 완성’과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거대 담론과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강력한 리더십을 갖춘 공산당 체제의 강화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신시대’의 과제는 ‘인민들의 더 나은 삶(美好生活)에 대한 수요와 불균형하고 불충분한 발전 간의 모순’을 해소하여 ‘공동부유(共同富裕)와 강국화(强起來)’의 길로 향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즉, 인민들의 변화된 요구에 부응하는 질적 발전을 통해 명실상부한 강국이 되고자 한다는 것이다. 향후 중국은 개혁개방 40주년(2018), 건국 70주년(2019), 소강사회의 전면적 건설(2020), 공산당 창당 100주년(2021), 그리고 20차 당대회(2022) 등 연이은 일정들을 활용하여 강국화의 의지와 능력을 국내외에 보다 확고하게 전달하고자 한다.

 

그런데 중국은 향후 시진핑 2기 5년 동안 ‘중국의 꿈’ 실현에 대한 높은 기대에 부응하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성과를 이루어 내야 하는 정치적 부담과 과제를 안게 되었다. 특히 역대 지도자들과는 달리, 시 주석은 임기 중반에 ‘시진핑 사상’을 조기에 당장에 명기함으로써 향후 5년 간 ‘시진핑 사상’의 실체와 성취에 대한 검증 논란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어 이 또한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

 

시진핑 2기는 강력한 권력 기반을 확립하고 장미빛 비전을 제시하며 화려하게 출범했지만 실제 직면하고 있는 도전과 과제는 적지 않다. 시진핑 2기가 제시하고 있는 강국 플랜을 실질적으로 진척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국내 발전과 안정에 더욱 집중해야 하며 대외적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관리가 중요해졌다

 

시진핑 2기 외교전략의 변화와 지속성

 

‘7’로 끝나는 해의 당대회는 2기 정부가 출범하기 때문에 외교 전략은 기본적으로 변화보다는 지속성이 강하다. 실제 18차 당대회 ‘보고'와 비교하여 새로운 외교담론이 제기되지는 않았다. 다만 ‘신형국제관계’와 ‘인류운명공동체’ 수립이 특히 강조되고 있는 반면에 ‘해양강국’ 구상이 언급되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시진핑 중심의 권력 강화의 이유가 국내 취약성과 그에 따른 권력내부의 위기 공감대에 있든, 아니면 반대로 강국으로의 부상 실현에 대한 기대 공감대에 기인하든, 어느 경우에도 시진핑 2기 체제가 외교보다는 내치에 우선순위를 두게 될 가능성이 높으며 상대적으로 저비용의 안정된 국제관계를 지향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적으로 중국 부상 일정에 유리한 국제 환경을 조성하면서 아시아에서부터 중국의 영향력을 확장하기 위해서라도 우선적으로 악화된 주변 정세를 관리할 필요성이 있다.

 

실제로 18차 ‘보고’에서 강조했던 ‘해양강국’ 담론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일대일로’(一帶一路)가 대체하고 있다. ‘해양강국’ 구상은 미국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과 맞물리면서 아시아 각국들과 영유권 분쟁을 격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중국의 발전전략으로서의 해양 진출도 어려움에 직면했다. 따라서 해양강국 구상과 전략이 야기한 지정학적 경쟁과 안보딜레마를 완화하면서 해양으로의 진출을 활성화하는 대안으로 ‘일대일로’을 전면에 내세워 중국의 해양 진출이 ‘이익공동체’라는 공공재를 창출할 것임을 설득하는 지경제학적 접근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시 주석은 ‘보고’에서 누차에 걸쳐 강조했듯이 ‘중화민족의 부흥’을 목표로 구체적인 일정까지 제시할 정도로 강국화에 대한 의지는 확고하다. 따라서 시진핑 정부는 미국 트럼프 정부의 신고립주의 경향이 지속된다면 미국과의 직접적인 충돌을 우회하면서 글로벌 리더십을 확장시킬 수 있는 중요한 전략적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대외개방, 국제협력, 국제주의, 인류에의 공헌을 당대회 보고에서 강조하고 있다. 중국은 “글로벌 거버넌스 체제 개혁과 건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중국의 지혜와 역량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왕이 외교부장은 당대회 직후 토론회에서 인류사회에 대한 중국의 역할과 공헌을 강조했다.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발전을 통해 개도국의 현대화에 새로운 경로(path)를 제공하고, 인류의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의 방안(solution)을 제시하고 더 좋은 사회제도를 탐색하는데 중국의 지혜(wisdom)로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전통대국과는 다른 강국화의 길을 흔들림 없이 걸어갈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요컨대 중국은 강국화 일정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가능한 한 미국과의 직접적인 충돌을 우회하면서 점진적으로 미국과 차별적인 강국으로서의 역할과 글로벌 리더십을 확장해가고자 하는 의지를 더욱 선명하게 표출하고 있다.

 

한편, ‘중국의 꿈’ 실현이라는 비전은 체제 정당성 확보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인민들의 민족주의 정서를 과도하게 고양시킴으로써 중국 외교가 융통성을 발휘하는데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 이는 이미 중국이 해양 영유권 분쟁과 같이 핵심이익이라고 규정한 이슈에서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만일 시진핑 정부가 부상 일정을 진행하기 위해 안정적인 주변 환경을 추구하는 외교 전략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인접국들과 주권, 영토 등 핵심이익과 관련된 분쟁이 재차 발생할 경우, 중국 인민들의 고양된 기대와 국제사회의 경계를 여하히 조율할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따라서 중국은 향후에도 사안과 이슈에 따라 복잡하고 상이한 대외 행동 패턴을 반복할 가능성이 있다.

 

동시에 시진핑으로의 권력집중은 정책 결정을 신속하게 하고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외교의 유연성이 제약될 가능성이 있다. 예컨대 시 주석이 직접 사드 배치 반대를 명확히 하자 그 어느 누구도 유연성 있는 해결 방안을 쉽사리 제시하기 어려운 국면이 조성되면서 사드 갈등은 좀처럼 돌파구를 찾을 수 없게 되었던 사례가 있다. 즉, 향후 중국 체제의 안정성이 확보되면서 외교의 공세성(assertiveness)은 다소 완화될 수 있지만 오히려 경직성(rigidity)은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한중관계에도 새로운 회복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한중관계의 경색 국면이 오래 지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국익을 둘러싼 갈등이 한중관계에 내재된 국민간 감정대립으로 확대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서도 관계회복은 필요하다. 정상회담이 신속하게 관계 회복을 보여주는 데는 매우 효과적이기는 하다. 그런데 정상회담 개최가 바로 양국관계의 회복이라고 해석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정상 간 관계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외교 방식이 갖는 취약성에 대한 지난 4년의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중국은 19차 당대회 이후 시 주석으로의 권력이 집중된 결과 향후에도 한중관계는 정상회담이 주도하는 패턴을 탈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럼에도 정상 간 관계를 국가관계, 국민관계로 확장하여 제도화하려는 노력은 한국의 입장에서는 중요하다. ■

 

 


 

 

저자

이동률_ 동덕여자대학교 교수, EAI 중국연구센터 소장. 중국 북경대학교 국제관계학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통일부 정책자문위원과 한중전문가 공동연구위원회 집행위원을 역임하였다. 주요 연구 분야는 중국 대외관계 및 중국 소수민족, 중국의 민족주의 등이다. 최근 연구로는 "시진핑체제 외교정책의 변화와 지속성," "China's policy and influence on the North Korea nuclear issue: denuclearization and/or stabil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중국 미래를 말하다》(편저), 《중국의 영토분쟁》(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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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대 프로젝트

세부사업

미중경쟁과 한국의 전략

중국의 미래 성장과 아태 신문명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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