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어때?’ 외교관시험을 준비 중인 A양과 국제대학원 석사과정 친구인 B양 그리고 대학원진학을 준비 중이던 후배 C군에게서 몇 일 간격을 두고 연락이 왔습니다. 국제정치 공부를 하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알 수 밖에 없는 분인 하영선교수님의 한 학기 강의와 해외답사에 무료로 참여할 수 있는 사랑방 과정에 대해서 다들 관심을 가지며 지켜보고 있었고, 제가 사랑방을 수료한 후 질문이 쏟아진 것입니다. ‘엄청 좋았어! 너도 꼭 지원해’ 같은 짧은 대답은 줄 수 없었습니다. 아니, 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저는 오히려 반대로 질문을 하였습니다. 일주일에 절반 이상을 절대적으로 사랑방에 투자하며 치열하게 공부할 준비가 되어있는지, 지금까지 소화해보지 못한 어마어마한 양의 읽기와 쓰기과제들을 매주 감당할 각오가 되어 있는지, 공부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마주할 수 밖에 없는 스스로에 대한 부족함과 '꿈', '삶', '앎', '함'에 대한 질문들에 제대로 마주할 자신이 있느냐고 말입니다.

 

사랑방 이전, 진짜 공부를 찾아서

 

“고지학자위기(古之學者爲己), 금지학자위인(今之學者爲人)” 논어 14편25장에 나오는 말입니다. 옛날 학자들은 자신을 위한 공부를 했지만, 지금의 학자들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공부를 한다라는 뜻입니다. 대학시절 한국이 국제정치의 소용돌이 속에서 일본과의 관계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일본에 대해 제대로 아는 학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품은 이후 석사과정까지 공부를 진행했지만, 그 과정에서 항상 허기짐을 느꼈습니다. 예를 들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서는 저자의 핵심을 빨리 파악하여 소화하는 공부에 중점을 두어야 했고, 글을 깊이 있게 읽으며 의미 있는 성찰을 이끌어낸다는 것은 저의 욕심이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하고 있는 공부가 공자가 말하는 소위 남에게 보여주는 공부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자주 들었습니다. 과연 학문을 하며 진정 자신을 연마하는 공부가 가능할 수 있을까? 이런 저의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어 주었던 것이 바로 사랑방의 정신적 지주 하영선 교수님과의 만남이었습니다.

 

사랑방의 시작이자 끝, 하영선 교수님

 

하영선 교수님을 다양한 국제정치 서적, 동영상, 세미나 등을 통해서는 접할 기회는 많지만, 실제로 만나서 가르침을 받게 된다는 것이 흔한 기회는 아닙니다. 하지만 사랑방을 통해서는 한 학기 동안 일주일에 한번 교수님에게 4시간 동안 정기적으로 가르침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사랑방 수업의 핵심은 교수님의 50년 공부내공을 우리가 얼마나 많이 배워갈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사랑방 수업 전에는 항상 상당한 양의 읽기를 소화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매주 수업 전에 예습일기를 써야 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오랫동안 공부해오신 교수님과의 대화 전에 우리가 해야 할 최소한의 준비였던 것 같습니다. 그와 더불어 매주 현지답사와 관련된 연구보고서 작성준비도 함께 병행해야 하는데, 제 학교생활을 통틀어 이 정도로 많은 공부를 소화하는 수업이 없었습니다. 그 정도로 하영선 교수님과의 만남은 한 주라도 땀과 열정 없이는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사랑방 수업, 존재론에 대한 질문을 하다

 

항상 공부의 양에 압도되어 힘이 들 때, 그래도 저를 계속 지탱해 주었던 것은 바로 시험을 위한 공부, 어느 무언가를 위한 공부가 아니라, 진정 공부를 위한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즐거움이었습니다. 본격적인 수업에 들어가게 되면 날카로운 교수님의 지적과 존재론적인 질문들이 쏟아지게 됩니다. 사랑방 수업을 관통하는 질문들은 근본적으로 저자 혹은 본인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게 되고, 사랑방 학생들의 대부분은 공부를 하면서 자기 자신의 ‘꿈’, ‘삶’, ‘앎’, ‘함’에 대해서도 함께 치열하게 고민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홉스, 마키아벨리, 루소, 칸트 등의 글을 읽으며 교수님은 그들의 입장이 되어 이해하기를 끊임없이 요구하시고, 그 과정 속에서 ‘왜’ 라는 질문을 무수히 던지게 됩니다. 그리고 수업 중에는 그 인물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밝히며 자연스럽게 스스로에게 ‘왜’ 라는 물음을 다시 던지게 됩니다. ‘나는 왜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지? 나에게는 무슨 의미가 있지?’ 사랑방 참가자들 대부분이 사랑방 프로그램이 깊이 있는 공부와 함께 본인을 제대로 성찰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는 소감을 밝히는 이유가 여기에 있고, 이것이야 말로 제가 찾고 있었던 제대로 된 공부였습니다.

 

사랑방 답사, 특별한 우리의 특별한 시간

 

한 학기 동안의 쉼 없는 진짜 공부는 해외현지답사로 마무리 됩니다. 사랑방 답사를 한마디로 말하자면 특별합니다. 왜냐하면 답사의 모든 것이 온전히 하영선교수님과 참가학생들에 의해서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인 답사장소는 정해져 있지만 답사일정과 모든 준비는 교수님과 학생들이 함께 진행하고, 학생들이 맡은 각각의 장소에 대해 미리 조사를 해서 그와 관련된 한가지 주제를 가지고 연구를 진행한 후, 현지답사 때 각자 조사한 것을 발제 합니다. 저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임진왜란의 전초기지로 사용한 ‘나고야성터’가 제 답사장소였고, 이곳과 연결하여 평소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던 한국인의 일본심상에 대해 발제 하였습니다. 한 학기 동안 연구한 대본을 가지고, 답사 현장은 자연스럽게 무대가 되면서 발제는 흡사 연기를 펼치듯 진행됩니다. 발제를 거치면서 답사지가 더욱 의미 있는 곳으로 다가오게 되는 경험은 참으로 독특했습니다. 무엇보다 매주 벅차는 공부를 소화하면서 끈끈해진 동료애는 고된 사랑방 일정 속에서 절정으로 피어나게 됩니다. 엄격한 심사를 거쳐 뽑히게 된 우수한 학우들과 타국에서 비슷한 고민들을 가지고 진심으로 공감하고 응원하는 사이에 사랑방 답사는 답사 그 이상의 특별한 시간들로 가득 찰 수 있었습니다.

 

사랑방 그 후, 꿈을 직시하다

 

저의 꿈은 일본지역전공으로 새로운 한일관계를 열어갈 수 있는 학자가 되는 것입니다. 지금은 이렇게 명쾌하게 말할 수 있지만, 사실 사랑방 이전에 저는 ‘나는 공부를 계속 해도 되는 걸까?’ 라는 남모를 고민과 학자로서의 자질이 많이 부족하다는 자괴감에 빠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 학기 동안 치열하게 다양한 동서고금의 학자들과 지평을 넘는 대화, 하영선교수님의 가르침, 학우들과 열띤 토론을 하는 가운데 답을 찾게 되었습니다. ‘나는 진정 나를 위한 공부를 계속 하고 싶다’ 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교수님과의 ‘지적 유격훈련’을 통해 나의 한계를 뛰어넘는 공부가 얼마나 나를 성장시켜 주는가를 발견하면서, 부족한 만큼 더욱 노력하자는 의욕도 생겨났습니다. 물론 저와는 다른 결론을 내리거나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한 친구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한 목소리로 말하는 것은 치열하고 진지하게 공부해 나가는 과정 속에서 나 자신과 마주하는 과정이 너무나 값진 시간이었고, 힘들었지만 다시 시간을 되돌린다 해도 다시 지원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제 친구들과 같이 ‘사랑방 어때?’ 라면서 고민하면서 이 글을 읽는 분들 모두 사랑방에 꼭 지원해 보길 바랍니다. 한국 최고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연구원의 일원으로 저명한 국제정치학자이신 하영선 교수님의 지도 하에, 공부에 진지하게 임하는 친구들과 진짜 공부다운 공부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야말로 강력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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