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EAI는 중국의 미래 성장이 인류의 공생과 지속 가능한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바람직한 아태 질서 설계도를 마련하고 한국의 역할을 제시하고자, 2018년부터 “중국의 미래 성장과 아태 신문명 건축”이라는 중장기 연구사업을 기획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본 사업의 첫 단계 연구가 마무리됨에 따라, EAI는 그간의 연구 성과를 지난 4~5월에 걸쳐 영문 워킹페이퍼 시리즈로 발간하였습니다. 그 후속 시리즈로, EAI는 미중 관계의 미래를 조망하는 4편의 보고서로 구성된 “미중 경쟁의 미래: 4단계 경쟁 동학" 스페셜 이슈브리핑 시리즈를 기획하였습니다. 

그 시리즈의 마지막 보고서로, 전재성 EAI 국가안보연구센터 소장(서울대 교수)이 집필한 미중 군사안보 경쟁에 관한 이슈브리핑을 발간하게 되었습니다. 미중 양국 간 경쟁이 무역, 기술, 에너지 부문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군사안보 부문으로까지 확장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미국이 아직까지는 국방비, 군사기술, 군사동맹 등 여러 측면에서 중국에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기는 하나, 그 격차가 점차 좁혀지고 있고, 미중 양국의 국가전략 변화 및 상호관계 변화로 인해 군사력 사용을 고려할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저자는 분석합니다. 양국 모두 핵 보유국으로 어느 정도는 핵 억지 효과가 작용하겠지만, 그렇다고 하여 국지전 등 제한된 충돌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는 없다고 저자는 덧붙입니다.

 


 

문제 제기

미중 무역분쟁이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지속되면서 패권전쟁으로 전화(轉化)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비단 공정 무역을 놓고 양국이 충돌할 뿐 아니라, 지적 재산권, 기술표준 등 기술 신냉전의 표어가 등장하는 등 소위 “다차원적 복합게임”의 양상을 띠고 있다. 경제와 안보가 연계되는 양상도 강화되고 있다(이승주 2019). 더 나아가 ‘서구 대 비서구’의 가치관과 세계관의 차이 등 문명충돌론까지 등장하는 실정이다. 경제와 기술에서 시작된 충돌은 에너지, 사회문화 분야로 확대되고 결국 군사안보 분야로까지 확장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심각한 우려가 등장하고 있다.

현재 미중 간 군사 균형은 미국의 막대한 우위로 규정할 수 있다. 국방비, 군사기술, 군사동맹 등 여러 측면에서 미국이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 역시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강력한 군사개혁을 추구하며 싸워서 이길 수 있는 현대화된 군대를 건설하자는 강군몽을 제시하고 있다. 2017년 10월 19차 당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이 제시한 중국몽의 비전을 실현하는 단계별 목표로 2020년, 2035년, 2049년을 상정하고 궁극적으로 사회주의 특색을 가진 강대국을 건설하는 단계에서 이를 군사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국방비전과 개혁이 제시된 바 있다. 중국이 꾸준히 경제발전을 지속하고,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의 물결 속에서 군사기술을 현대화하여 강한 군사력을 확보한다면 먼 미래 미중 간 군사균형이 변화하여 실제 전쟁이 발발할지도 모를 일이다.

미중 모두 서로의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핵능력을 가지고 있어 핵 억지 효과가 전쟁 발발을 막아줄 것으로 기대할 수 있지만, 핵전쟁 확전을 상호 경계하면서 통상전쟁은 가능하다는 안정-불안정의 역설도 존재한다. 전쟁은 국지적으로 고강도의 단기 전쟁의 형태로도 발발할 수 있으며, 양측 모두 군사력 사용과 외교적 타협, 경제 제재 등의 수단을 배합하여 군사력을 운용할 수도 있기에 전쟁 발발에 대해 낙관론을 유지할 수만은 없다.

향후 미중 관계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많은 변수가 있다. 첫째, 중국의 경제발전과 국가전략의 진전 변수이다. 중국 스스로 명확한 연도를 제시하며 국가전략의 비전을 제시해 놓고 있고, 경제발전의 동력이 유지되는 한 GDP 기준으로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을 시점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미국의 국가전략 변화로 트럼프 정부 등장 이후 미국이 패권을 유지할 능력은 여전히 보유하고 있지만, 국제공공재를 제공할 의사는 이미 상당 부분 구조적으로 쇠퇴했다는 관측이 있다. 패권국의 위상보다는 자국의 이익만을 중시하는 강대국으로서의 미국, 이를 실현하고자 하는 소위 트럼프주의가 고착화된다면 미국의 동아시아 개입 역시 매우 약화될 것이다. 미국이 현재의 경제적 난관을 해결하고 다시 패권력을 회복하면서 패권국으로서의 전략적 의도까지 다시 되살릴 가능성도 물론 부정할 수는 없다. 향후 미국 전략의 변화, 이를 지지하는 국내 여론의 변화 등에 따라 미중 관계가 변화할 것이다.

셋째, 미중 상호관계의 변화로 우선은 미중 무역분쟁이 어떻게 일단락될 것인가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무역분쟁이 무한히 지속되기는 어렵기 때문에 서로의 이해관계 및 내구성에 따라 분쟁이 일단락될 것인데, 이때 상당한 불만을 가진 측이 존재한다면 군사안보 차원의 분쟁도 여러 가능성을 보일 것이다. 경제발전이 좌절된 중국 지도부가 관심전환용으로 군사력을 사용할 수도 있고, 대중 우위를 상실한 미국이 미래 역전을 우려하여 선제적 군사력 사용을 고려할 수도 있다.

이 글은 향후 미중 간 군사안보 관계를 분석하는 글로, 중장기적으로 미중 양국이 어떠한 군사전략, 군사력을 추구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충돌의 가능성이 있는지, 충돌한다면 어떠한 양상으로 전개될 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중단기적으로 미중이 본격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미중 간의 군사력 격차가 여전히 매우 크고 미국의 동맹국들 역시 중국에 대한 견제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장기적으로 세력균형이 변화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군사력의 차이가 크다고 해서 비대칭전략을 사용한 군사 충돌의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우선 미중 양국의 군사력, 군사전략, 상호 인식을 살펴보고 충돌 가능성을 살펴보기로 한다.

 

2019 중국 국방백서를 통해 보는 중국의 군사력과 국방전략

올해 7월에 발표된 중국의 국방백서는 2015년 이후 4년 만에 출간된 것이고 기존의 백서와는 달리 50쪽(영문, 중국어 27,000자))을 넘는 긴 분량의 내용을 담고 있다. 트럼프 정부 등장 이후 미국이 중국에 대한 본격적인 견제정책을 가시화한 가운데 출간된 것이며, 미국이 2017년 12월 국가안보전략(National Security Strategy Review)과 국방전략(National Defense Strategy)를 출간한 데 대한 대응의 성격도 담고 있다.

이들 보고서에서 미국은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명시하였고, 중국이 현상변경세력으로 미국의 안보에 큰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규정하였다. 2019년 6월 1일 미 국방부는 인도태평양전략보고서(Indo-Pacific Strategy Review)를 출간하여 인도태평양전략이 중국을 견제하는 군사적 전략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 같은 날 섀너헌 국방장관대행은 샹그릴라 국방장관 포럼 연설에서 중국은 미국이 주도해 온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저해하는 국가이며 현상변경세력이라고 명백하게 밝히고 있다. 주변국가들을 강압하는 다양한 정책도구들을 개발하여 사용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견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논하고 있다. 미국은 충돌을 원하지는 않지만 경쟁에 임하는 것을 회피하지 않을 것이며 규칙에 기반한 경쟁을 강화하고, 미국의 군사력을 극대화하며, 동맹국들과 안보관계를 강화하겠다고 예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의 웨이펑허(魏鳳和) 국방장관은 중국은 평화로운 부상을 추구하고 국제질서를 저해하는 정책을 펴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있다. 중국이야말로 항행의 자유를 포함한 국제질서를 준수하는 국가라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의 핵심이익에 해당하는 영토 문제, 특히 양안 관계에 개입할 경우 군사력을 동원하여 반드시 격퇴할 것이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하영선·전재성 2019).

중국의 국방백서는 미국의 국방정책에 대한 명시적인 비판을 담고 있다. 즉, 세계는 국제적인 전략 경쟁이 치열해지는 안보환경에 접어들고 있고, 특히 미국은 국가안보전략에 대해 일방주의 전략을 채택하여 국방비 지출을 크게 늘리고, 핵과 우주 공간, 사이버 및 미사일 방어에 대한 추가 역량을 강화하고 세계 전략적 안정성을 훼손시켰다고 분석하고 있다. 미국은 아시아 태평양 군사 동맹을 강화하고 군사 배치와 개입을 강화하여 지역 안보에 복잡성을 더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또한 한국의 사드(THAAD)의 배치가 지역 전략 균형과 지역 국가들의 전략적 안보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시켰다고 비판하고, 일본 역시 군사, 안보 정책을 강화함으로써 공격적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호주도 언급하면서 미호 군사 동맹이 강화되는 가운데, 아시아 태평양 지역 군사 협력이 강화되고 호주의 역할이 증가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국방백서는 중국의 군사전략의 핵심을 적극적 방어(active defense)라고 정의하고 있다. "공격받지 않으면 공격하지 않을 것이나 공격을 받으면 반드시 반격 할 것"이라는 원칙이 핵심이다. 또한 중국은 언제든지 어떠한 상황에서도 핵무기를 처음 사용하지 않는 핵 정책을 항상 견지하고 있으며 핵무기가 없는 국가나 핵무기가 없는 지역에 무조건 핵무기를 사용하거나 위협하지 않는다는 핵무기 선제불사용원칙도 확인하고 있다.

중국은 장기적인 국방발전의 전략 목표도 제시하고 있는데, 시진핑 주석이 19차 당대회에서 밝힌 장기 국가목표와 일치하는 것으로 2013년 이후 중국이 추구해 온 군사개혁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첫째, 2020년까지 크게 향상된 정보화와 전략 능력으로 기계화를 달성한다는 것이다. 둘째, 국가 근대화와 함께 군사 이론, 조직 구조, 군사력, 무기 및 장비의 현대화를 종합적으로 진전시키고, 기본적으로 국방 및 군사의 근대화를 2035년까지 완료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2049년을 기점으로 하는 21세기 중반까지 군사력을 세계 수준으로 완전히 변모시킨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중국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을 강조하며 군사기술 현대화에 큰 방점을 두고 있다. 국방백서는 새로운 기술 혁명과 산업 혁명에 힘입어 인공 지능(AI), 양자 정보, 빅 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및 사물인터넷과 같은 최첨단 기술이 군사분야에 빠르게 적용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에 따라 국가들 간 군사경쟁도 격화되고 정보화 기반의 첨단 군사 기술이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으며, 정보화 전쟁, 지능형 전쟁이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반면 중국 인민 해방군은 여전히 기계화 작업을 완료하지 못했으며, 정보화를 시급히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기술의 세대 격차 증가로 인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고 평가한다.

미국과 전반적인 군사력 균형에서 뒤쳐져 있지만 중국이 생각하는 핵심 이익에 관한 문제가 발생한다면 군사충돌이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국방백서는 중국의 군사력이 동중국해, 남중국해 및 한국 서해의 중요한 해역, 도서 및 산호초를 방어하고 인접 해역에 대해 공동 권리 보호 및 법 집행 업무를 수행하며 해상 및 항공 상황을 적절하게 대비하며 바다의 보안 위협, 침해 및 도발에 단호하게 대응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사실 주권 문제에 해당하는 핵심 이익이 훼손된다면 중국 지도부는 국내 정치정당성을 위해서라도 단호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2012년 이래 중국 군은 4,600 건 이상의 해상 보안 순찰과 72,000 건의 권리 보호 및 법 집행에 선박을 배치하고 해상 평화, 안정 및 질서를 지켜왔다고 논하고 있다.

중국의 국방비에 대한 내용 역시 향후 중국의 군사력 발전 추이를 볼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다. 현재 세계 1위와 2위의 경제력을 가지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국방비를 합치면 전 세계 국방비의 절반에 해당하고, 양국의 군사력은 300만을 넘어선다. 중국은 자국의 국방비 지출이 다른 국가에 비해 과도하지 않고, 증가율도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여 평화로운 부상과 방어 중심 전략을 강조하고 있다.

국방백서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국방비 지출은 국가 경제와 정부 지출의 증가와 함께 증가했는데, 국방비는 GDP의 비율로 1979년의 5.43 %에서 2017년의 1.26 %로 감소했고, 지난 30년간 2% 미만으로 유지되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국방비는 정부 지출의 비율로 1979년 17.37%였던 것이 2017년 5.14%로 12% 포인트 이상 하락했다고 기록하며 명확한 하향 추세에 있다고 주장한다.

중국의 국방비는 사용면에서 인력, 훈련 및 유지, 군비의 세 부문으로 나뉘는데, 인사 비용은 주로 국방 예산 지원을 받는 퇴역 군인뿐만 아니라 장교, 병사 및 계약 민간인에 대한 봉급, 수당, 음식, 의류, 보험, 보조금 및 연금을 포함하는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훈련 및 유지비는 주로 군대 훈련, 제도 교육, 설비 및 시설의 건설 및 유지 보수, 일상적인 소모품에 대한 기타 지출에 적용된다. 군비 비용은 주로 연구개발, 테스트, 조달, 수리, 유지 보수, 운송 및 무기 및 장비 보관에 적용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중국은 2012년 이후 국방비의 증가가 주로 다음과 같은 목적으로 지출되었다고 발표하고 있어 향후의 추세도 엿볼 수 있다. 첫째, 국가 경제 및 사회 개발 추세에 따라 복지를 개선하고, 정기적인 군복무를 보장하고, 군대의 근무, 훈련 및 생활 조건을 개선하는 등 경상비 지출, 둘째, 무기 및 장비 개발에 대한 투입을 늘리고 구식 장비를 단계적으로 없애는 한편, 기존 장비들을 업그레이드하고 항공기, 전투기, 미사일 및 주요 전차 탱크와 같은 신품을 개발 및 조달하여 무기 및 장비를 꾸준히 현대화하는 지출, 셋째, 군대 지도력 및 지휘 체계, 군대 구조 및 구성, 정책 및 제도의 주요 개혁을 지원하는 국방 및 군사 개혁의 확산비용, 넷째, 실제 전투 상황에서의 훈련 지원, 전략 수준 훈련 강화, 무기 훈련, 시뮬레이션, 네트워크 및 강제력 훈련 조건 개선 등의 비용 등이다. 중국 군사력의 전 세계적 투사도 점차 늘고 있어, 유엔평화유지군, 선박 보호 활동, 인도주의 지원 활동 및 재난 구호 노력을 포함한 다양한 군사 업무 지원 지출도 언급되고 있다.

국방비의 구체적인 측면을 보면,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중국의 국방비는 669.192억 위안에서 1,043.237억 위안으로 증가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이 기간 중국의 GDP과 정부 지출은 각각 9.04%와 10.43%의 평균 성장률을 보였으며, 국방비 지출은 평균 9.42% 증가한 것이다. 국방비는 GDP의 1.28%, 정부 지출의 평균 5.26%를 차지한다는 통계가 제시되었다. 중국의 국방비는 세계 2위이지만 이는 방어적 성격의 국방비용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고, 총 지출 측면에서 2017년 기준, 미국의 4 분의 1 미만이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중국의 평균 국방비는 GDP 대비 2012년부터 2017년까지 1.3 정도였는데, 이를 다른 주요 국가들과 비교하고 있다. 즉, 미국의 약 3.5%, 러시아 4.4%, 인도 2.5%, 영국 2.0%, 프랑스 2.3%, 일본 1.0%, 독일 1.2% 등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UN 안전 보장 이사회(UNSC) 상임 이사국 중 가장 낮은 수치라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정부 지출에 대한 지출 비율은 2012년부터 2017년까지 5.3%로 미국 9.8 %, 러시아 12.4%, 인도 9.1%, 영국 4.8%, 프랑스 4.0%, 일본 2.5%, 독일 2.8% 등에 비해 중간 수준이라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2017년의 중국의 1인당 국방비는 750위안으로 이 액수는 미국의 5%, 러시아의 25%, 인도의 231%, 영국의 13%, 프랑스의 16%, 일본의 29%, 독일의 20% 등으로 낮은 수준이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중국의 국방력 강화 군사전략 변화에 대한 미국의 인식

중국이 강조하는 평화로운 부상과 방어적 국방전략의 성격에 대한 이미지와는 달리 미국은 중국의 국방전략을 현상변경적이며 팽창적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미국은 2018년 5월 태평양 사령부를 인도태평양사령부로 명칭 변경하였고, 이후 중국을 염두에 둔 아시아 전략을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대중국 인식의 한 측면은 인도태평양사령부 필립 데이비슨(Philip S. Davidson)사령관의 청문회 발언에서 엿볼 수 있다. 데이비슨 사령관은 2019년 2월 12일 상원 군사 위원회 청문회에서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사령관은 지난 20년 동안 인민 해방군의 성장과 현대화를 위해 막대한 노력이 지속되었고 이제 대만 북부, 필리핀, 인도네시아를 거쳐 북부 일본을 잇는 소위 제1도련 국가들에 대해 중요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더 나아가 1도련을 넘어 군사력과 영향력을 투사할 수 있는 능력이 증강되고 있고 군사력을 현대화하며 동시에 플랫폼의 수를 늘리기 위해 질적 및 양적 노력을 추구하고 있다고 본다. 중국은 또한 대만 해협에서 연안 포병과 함께 실사격 운동을 실시했으며 공군 폭격기 역시 양안 사태에 대비한 연습을 실행해오고 있다는 보고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베이징 최초의 항공모함 그룹이 2019년 중국 해군에 합류하고 RENHAI 급 미사일 순양함은 2017년에 진수되었고, 2018년 3척이 추가되어 중국 해군의 주력군이 되었다. 또한 최근 항공모함 함대를 지원하는 FUYU급 고속 전투 지원함도 완성되었다고 보고하고 있다.

공군력으로는 중국 최초로 5세대 스텔스 전투기인 J-20이 2018년 2월에 개발되었고, 6세대 전투기도 개발 중으로 알려져 있다. 2016년에 국내에서 생산된 중장비 항공기인 Y-20이 배치되어, 이전 항공기보다 상당히 큰 적재 능력과 범위를 가지며, 중국의 전략적 공수 능력을 증강시켰다고 본다. 또한 2018년 4월 러시아에서 도입한 S-400 첨단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은 250 마일 범위를 가지고 있어 대만 해협 및 다른 지역에 대해 항공 적용 범위가 확장 될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중국은 첨단 무기 개발에도 주력하여 극초음속비행체, 유도에너지 무기, 전자기 레일건, 무인·인공지능 장착 무기 등을 계속 추구하고 있고, 미국의 탐지능력과 방어 무기의 효과를 크게 줄일 수 있는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 중국은 2014년부터 WU-14를 포함한 초음속 미사일을 시험했으며 속도는 마하 10에 근접했고, 2018년 8월 베이징은 최초의 초음속 항공기를 성공적으로 시험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데이비슨 사령관에 따르면 중국은 핵전력 능력도 현대화하고 있다. 중국 3세대인 096형 핵추진 탄도미사일 잠수함(SSBN)이 JL-3 해상발사탄도미사일(Sea Launch)로 무장하고, 2020년대 초반부터 건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중국은 중거리탄도미사일 DF-26이 이동식 발사대 배치된 것으로 보고, 제2도련(알류 샨 군도의 남부, 북 마리아나 연방, 괌, 팔라우 공화국, 파푸아 뉴기니 북부 연결선)까지 정밀타격 능력을 확대했다고 보고하고 있다. 중국은 최대 사거리 9,300마일의 DF-41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해양 분쟁에 대해서도 사령관은 중국이 2018년 4월 미사일과 전자전파기 등 중국의 전력투사 능력을 한층 강화하는 첨단 군사시스템을 배치해 전초기지의 군화를 지속했다고 보고하고 있다. 또한 수 차례 스프래틀리 군도에 군용 수송기를, 파라셀 군도에 장거리 폭격기를 착륙시켰고, 중국 해안 경비함들은 현재 중앙 군사 위원회의 지휘를 받아 필리핀과 다른 지역 국가들의 어선들에 공세행위를 하고 있다고 본다. 남중국해에 대한 영토 주장도 지속되고 있으며 수상 전투 순찰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본다.

중국은 중국제조 2025 전략 및 국가 지원 투자를 통해 전략적 산업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추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30년까지 인공 지능 분야의 세계적인 리더가 되고자 하고 중국이 목표로 삼고 있는 핵심 기술 중 다수는 여러 산업에서 발생하는 급속한 기술 변화에 필수적이다. 이러한 능력은 경제 성장뿐만 아니라 군사적 이점을 유지할 수 있는 미국에게도 핵심적인 고려사항이다(U.S. Department of Defense 2018).

이러한 인식과 더불어 메리 베스 모건(Mary Beth Morgan) 인도태평양 안보 문제 국방 차관보 역시 2019년 6월 20일 미중 경제 안보 검토위원회의 증언을 통해 중국에 대한 미국의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은 건국 100 주년을 내다보며 2020년, 2035년, 2049년에 주요 경제 정치 이정표를 세웠고 중국의 군사적 야심도 이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2035년까지 중국은 군사 현대화를 완료하고 2049년까지 세계 정상급 군대를 설립한다는 목표를 설정해 놓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중국의 노력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을 대체(displace)하기 위한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모건 부차관보는 인민해방군은 '강력한 군사 위협'에 대항하기 위해 주변 지역의 단기, 고강도의 분쟁에 맞서 싸우고 승리하기 위한,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군사 현대화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고 본다. 이를 위해 중국은 조직 개편, 인원 감축, 전략지원과 같은 새로운 기관 창설을 포함한 군부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계속 시행하고 있다. 또한 중국은 새로운 종류의 무기체계를 개발하고 배치하고 있는데 최근 몇 년 동안, 정밀 유도 순항 및 탄도 미사일 시스템, 두 번째와 세 번째 항공모함, 현대 전투 및 지원 항공기, 그리고 강력한 우주 발사 프로그램을 포함하고 있다고 확인하고 있다. 중국의 핵능력도 중국의 핵무기의 확장 및 다양화, 실행 가능한 핵 삼축체제의 추구, 미국 영토와 동맹국과 파트너들의 핵 정밀타격 시스템 개발 등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중국 지도자들은 중국의 경제적, 국가적 이익의 세계적 성격에 걸맞게 인민해방군의 운영 범위를 넓히는 데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본다. 2018년 언론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중동, 동남아시아, 서태평양에서 군사기지와 접근을 확장하고자 하며, 시진핑 주석은 2019년 1월 "해외 이익의 보호를 강화하고 해외 주요 사업과 인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안보 시스템의 완성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와 연관하여 인민해방군 해군은 외국 항구에 대한 권리를 얻기 위해 장기 임차뿐만 아니라 항만 건설 및 매입 등의 방법을 사용하여 타국의 기지를 획득하는 장기 전략을 추구해 왔다고 분석한다.

이러한 중국의 세계적 군사력 투사는 미래 중국의 에너지 수요와도 관련되어 있다. 국제 에너지 기구의 전망에 따르면 2035년까지 중국의 석유 수입 비율은 9% 증가하여 전체 수요 중 80%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향후 중국의 에너지 수입을 위해 인민해방군의 해외투사는 매우 중요한 조건이 된다. 일대일로 계획도 이와 연관되는데 중국은 항만 투자와 접근성 확보를 통해 인도양, 지중해, 대서양 등 먼 해역에서 해상 배치를 지속하려 하고 필요한 물류 지원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본다. 2018년 중국은 중동, 동남아, 서태평양 등지에서 군사기지 확보에 주력했고, 전 세계 110개 해외 공관을 통해 군사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본다. 이러한 관측은 중국 최초의 해외 기지인 지부티 활용 방식에서 나타나는데 중국은 해외 상업 항구, 물류 시설 등을 확보하여 해외 군사 물류 수요를 충족하는 것으로 본다. 지부티는 급속히 팽창하고 있는 인민해방군 해병대의 새로운 작전 지역으로 상당한 군장비를 배치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

중국 국방비와 관련하여 미국은 중국의 발표보다 국방비를 더 높게 책정하고 있으며 향후의 증가 가능성도 중시하고 있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중국이 발표한 국방예산은 연구개발(R&D)과 해외 무기조달 등 여러 주요 지출항목을 생략하고 있다. 실제 군 관련 지출은 2018년 2천억 달러 이상으로 추산되는 공식 예산보다 많다는 것이다. 중국의 회계 투명성이 떨어졌기 때문에 실제 군사비를 계산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앞으로 몇 년간 중국의 공식 국방예산은 연평균 6%씩 늘어나 2022년에는 2600억 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인민해방군은 2015년 중국의 개혁 이후 훈련, 운영, 현대화를 위해 규모를 30만명 축소하였고, 이로써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할 수 있게 되었다. 향후 경제전망에 따르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2018년 6.6%에서 2030년 3% 정도로 낮아져 향후 국방비 증가세가 둔화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한다. 아래 표에서 보듯이 전반적인 추세는 경제성장률이 하락해도 국방비 지출은 증가해 왔으며, 장기적으로 중국은 미국 외에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많은 돈을 쓸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Office of the Secretary of Defense 2019, 95).


<그림 1> 중국 공식 국방 예산 (2009~2018)

출처: Office of the Secretary of Defense (2019, 94)

 

미국 국방비 지출 추이와 대중 군사전략

미국은 막대한 예산적자에 허덕이고 있고, 군사비 지출을 삭감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 들어 국방비는 여전히 증가하고 있고 국방비 증액 상한선에 대한 의회의 제약도 계속 재조정되어 왔다. 트럼프 정부는 소위 “힘을 통한 평화”를 내세우고 있고 중국, 러시아에 대한 상쇄전략, 혁신의 필요성 등을 강조하고 있다.

2019년 3월 11일 트럼프 대통령은 7,830억 달러에 달하는 회계연도(FY) 2020년도 예산안을 의회에 보냈다. 예산은 신흥 공간 및 사이버 전쟁 영역에 대한 투자, 공중, 해상 및 육지 전투 영역의 현대화 능력, 경쟁 우위를 강화하기 위한 혁신, 병력 유지 및 준비태세 향상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은 미래의 전쟁이 공중, 육지, 해상뿐만 아니라 우주와 사이버 공간에서도 일어나 전쟁의 복잡성을 증가시킬 것이라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 2020년 예산에는 첨단 항공기 580억 달러, 20여 년 만에 최대 조선 요청인 350억 달러, 우주 시스템 140억 달러, 사이버 전쟁 100억 달러, AI와 자율 시스템 46억 달러, 초음속 무기 26억 달러가 포함되어 있다. 20년 만에 최대 규모의 선박 건조 요청과 70년 만의 최대 연구개발 요청 등 모든 전투영역 전반의 역량을 현대화하여 고급 싸움에 필요한 기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예산은 10년 만에 증가율이 가장 높은 3.1%의 군사 임금 인상을 상정하였고, 경쟁 우위 유지를 통해 중국과 러시아의 위협에 대처한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향후 미국 국방부의 2020~2023년 총 연간 비용은 2019년과 거의 동일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현재 해외비상작전 예산에 투입된 많은 비용을 기본 예산으로 옮기는 전환계획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기본예산에 포함된 비용은 연평균 470억 달러가 증가할 것으로 본다. 국방부 추정에 근거하여 의회예산국은 2019년 예산이 2023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지 예산은 2033년까지 735억 달러로 10년 동안 실질적으로는 11% 늘어난다. 여기에는 다양한 비용이 포함되는데 2024년부터 2033년까지의 전체 증가분의 약 25%는 군 인건비, 55%는 운용 및 유지 비용, 20%는 무기 시스템 개발 및 구입 비용으로 사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군사비 지출과 무기 개발은 향후 상당 기간 중국을 따돌리고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미국은 중국에 대한 군사력 증강에 있어 여러 이점을 소유하고 있다. 열거해 보자면, 첫째, 미국이 전투 및 지원 병력을 서태평양의 거의 모든 곳에 신속하게 전달 및 유지하며 전력을 투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점, 둘째, 한국, 일본, 호주 등 고도로 능력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지역 동맹국이 있다는 점, 셋째, 중국은 지상, 해상으로 군사력을 투사하는데 운영상의 어려움이 있다는 점, 넷째, 미국의 기술 우위로 인한 취약성 보호 능력, 다섯째, 통상전력 분야 중국에 대한 확전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중국 미래 군사력

향후 미중 간 군사균형에서 중국이 우위를 점하고 미국을 위협하기는 쉽지 않다. 우선 다음의 조건이 만족되어야 한다. 첫째, 중국의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여 군사비를 충당할 수 있는 자원을 공급해야 하고, 둘째, 군사기술 혁신을 위해 중국의 방위 산업이 지속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Rand Project AIR FORCE(PAF)에 따르면, 중국 경제의 성장률이 지난 30년과 같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랜드에 따르면 2025년까지 경제가 연평균 5%의 성장률 정도를 보일 것으로 추정하는데, 이에 따라 국방비 지출은 제약을 받을 것이 명백하다.

중국의 인구가 고령화되고 도시화됨에 따라, 정부는 연금과 의료와 같은 필요한 사회 프로그램과 공공 기반 시설에 더 많은 돈을 써야 하는 강한 압력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요구들은 중국이 군사 지출에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을 제한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중국의 방위산업은 여전히 기술적으로는 낙후되어 있지만 급속히 발전하고 있고 중국 정부가 개혁을 계속 추진하며 국방비를 늘릴 경우 이런 흐름은 계속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에 대항하기 위한 중국의 군사력은 꾸준히 증가할 것이고, 그 핵심은 A2AD 능력의 향상에 있다. 중국은 2030년까지 4척의 항모를 보유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랴오닝형 STOBAR 항모 2척과 재래식 CATOBAR 항모 2척일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전반적인 질적 우위를 누릴 것이지만, 중국은 분쟁 초기에 잠정적인 국지적 우위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또한 전 세계에 해군력을 분산시킬 필요 없이 잠수함과 수상함을 대량으로 배치할 것이다. 중국 공군은 B-21 레이더 스텔스 폭격기와 기존의 폭격기를 이용하고, J-10과 J-11을 출격시켜, 자국 함대를 미국의 F-15, F-16, F/A-18의 기존 병력과 맞먹게 할 것이다. 중국이 현대화 프로그램을 통해 군사력을 2030년까지 미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기에는 충분치 않을 것이지만, 격차는 좁혀질 것이다. 풍부한 기지와 엄청난 수의 탄도, 순항, 대공미사일을 배치하는 한편, 첨단 스텔스 항공기, 자율 무기, 초음속 순항 미사일, 그리고 다른 정교한 무기들을 활용하여 A2AD 전략을 효율적으로 강화할 수 있다.

2030년까지 변화의 한 축은 무인 플랫폼이 될 확률이 크다. 어떤 플랫폼이 중심이 될지는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지만, 공중, 해군, 해저 드론이 서로 경쟁하거나 유인 플랫폼과 함께 전투를 벌일 가능성이 있다. 이들 무인기는 대규모 정찰 및 통신 시스템 등에 사용되고 서로를 교란하는 전투도 치열할 것이다.

 

미중 무역분쟁과 군사안보 경쟁

현재 진행 중인 미중 무역전쟁이 어떻게 끝나는가에 따라 군사 경쟁과 충돌의 가능성이 보다 구체화될 것이다. 대략 다음과 같이 세 가지 시나리오를 설정해 볼 수 있다. 첫째 시나리오는 전면적 무역전쟁으로 미중의 경제가 최대한 분리(decoupling)되는 것이다. 미중 양측이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으며 독자적인 경제 영역을 최대한 구축하는 대안이다.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의 상향 조정은 중국 기업들이 미국에서 사업을 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높은 관세는 공급자, 제조업체, 소매업자 및 소비자에게 비용을 증가시키고, 물가가 오르면 생산량이 줄고, 이윤도 줄고, 기업은 폐업하고, 일자리는 없어진다. 중국은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중남미 등 시장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하고 미국도 마찬가지 행태를 보일 수 있다. 미국 기업들은 공급망을 최대한 중국에서 동남아로 이전하려 할 것이고 중국 회사들 역시 미국으로부터 다변화된 경제 상대를 모색할 것이다. 이러한 경우 미중 간 안보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은 당연히 높아진다. 미중 간 경제적 상호의존이 높은 상태에서 실제의 군사충돌을 막으려는 행위자들이 미중 양국에 존재한다. 일단 충돌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양국 모두 경제피해가 극대화되므로 단기적으로 충돌로 끝내고자 하는 압박이 심할 것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현상복원의 상태로 미중 모두 무역 적대행위를 종식시키고 양자 회담에서 합의하는데 동의하는 것이다. 애초의 미중 관계로 최대한 복원하여 상호이익을 추구하며 관세 인상을 철회하는 시나리오이다. 이전의 상호의존관계가 복구되지만 향후 다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최대한 예상하며 신중한 상호관계를 유지하게 될 것이다. 이 경우 미중 간 군사충돌 가능성은 줄어들 것이다. 미중이 경제 영역에서 상호이익을 도모하려 노력하고 분쟁을 양자협상에 의해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한 군사적 수단을 쓸 당장의 필요는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충돌을 예상하고 군비증강은 꾸준히 이루어질 것이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새로운 미중 경제관계의 규범을 확립하고 자유주의 국제경제질서의 기초를 세우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이는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고 비단 미중의 노력뿐 아니라 다른 국가들의 참여가 필요하다. 양 정부는 쌍무적 시장 접근, 지적 재산권 확보, 중국 민간 부문의 공정 경쟁, 그리고 규제와 통관 투명성 강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합의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노력이 성공적으로 귀결될 경우 안보 분야에서 협력도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미중 양국이 상호 발전을 호혜적으로 인식하고 이를 제도화할 수 있는 규범을 창출하는 한편, 다른 국가들도 이를 지원한다면 새로운 협력적 질서가 마련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중 군사 충돌의 시나리오

향후 10여년을 두고 미중 충돌 가능성을 예상해 볼 때 전면적 충돌의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중 경제 분쟁, 기술 분쟁, 더 나아가 에너지 경쟁 등이 지속되면서 군사력 사용에 대한 유인이 증가할 수 있다. 한정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군사작전, 미중 양국의 국내적 좌절, 예방적 선제 공격의 필요성 등에서 시작되는 충돌을 상정해볼 수 있는 있다. 2025년까지 미중 전쟁 양상을 분석한 랜드 보고서가 한 예다(Gombert et al. 2016). 전쟁이 발발하면 이는 동아시아에서 발발하고 동아시아에 국한될 것으로 본다. 전쟁의 양상은 해전, 공중전, 우주전과 사이버전의 다전장 전쟁의 양상을 띨 것으로 본다. 서태평양 지역이 주요 전장이 될 것이고, 전쟁이 악화되더라도 핵전쟁의 위험을 무릅쓸 만큼 전쟁이 악화된 것으로 양측이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은 사이버전을 제외하고는 미국 본토를 공격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데 중국이 충분한 군사력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은 동아시아 전투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중국 본토의 여러 목표를 타격 대상으로 설정할 수 있다.

군사기술이 발달하여 정찰, 유도무기, 디지털 네트워크, 다른 정보 기술이 모두 동원될 것으로 예상되는 바 미중은 서로에게 심각한 손해를 입힐 수 있다. 미중이 지상군을 동원하여 전투를 벌일 가능성은 매우 적다. 결국 전쟁은 산업, 기술, 군사력 동원의 싸움이 될 확률이 크다고 보아야 한다.

전쟁의 형태는 단기와 중기, 전쟁의 강도는 저강도와 고강도로 나눌 수 있다. 단기는 수 일, 혹은 수 주 정도의 전쟁일 것이고, 중기는 1년 안팍 정도를 임의로 상정할 수 있다.

전쟁의 승패에 영향을 미치는 군사적 손실은 공중전력, 함대, 잠수함, 미사일 발사대 및 저장고, C4ISR 체제, 사이버와 반위성 공격 능력 등을 들 수 있다. 사이버전이 강화되고 무역과 투자에 손실을 가하는 봉쇄나 제재가 지속되면 경제적 손실도 전쟁 의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향후 미중 간의 경제력 균형, 기술력 균형에 따라 전쟁의 양상과 승패가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2035년경 중국의 GDP가 1인당 2만 달러 정도에 도달할 즈음에는 미중 간 전체 GDP가 대등점을 향해 나아갈 것이고, 기술력에서도 중국이 상당 부분 미국을 따라갈 전망이다. 물론 현재 벌어지고 있는 미중 경제분쟁의 결과에 따라 다른 경로가 만들어질 수 있다.

첫째, 단기적이고 고강도의 전쟁이 벌어지면 양측의 군사력, 특히 첨단 기술 군사력의 균형이 중요할 것이다. 중국의 A2AD 능력이 얼마나 발전했는지가 중요하며 이에 따라 미국 해공군 전력의 피해가 결정될 것이다. 중국이 입는 군사적 타격도 매우 클 것이며, 중국 주변의 경제상황, 특히 대외 무역에 필요한 공급망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둘쨰, 장기적이고 고강도의 전쟁이 벌어지면 동아시아 전체가 전장이 될 것이며 미중 양국이 입는 타격은 매우 클 것이다. 중국의 A2AD 전력이 계속 발전하고 있으므로 미국의 군사적 손실이 클 것이며, 결국 미국은 중국 본토의 목표들을 타격하게 될 것이다. 서태평양에서 남중국해 전역에 걸친 전장이 형성될 것이므로 중국의 대외경제활동 여건은 매우 악화될 것이다.

셋째, 단기적이고 저강도의 전쟁이 벌어지면 양측은 최소한의 군사적 피해만 보고 타협 가능한 목표를 찾을 것이다. 국내정치나 경제적으로 큰 피해를 입기 전에 타협점을 찾아 이후 외교적 해법을 추구할 수 있다.

넷째, 장기적이고 저강도의 전쟁이 벌어진다면 양측의 군사적 손실도 점증하지만 국내정치적, 경제적 손실을 누가 더 많이 받는가가 중요한 싸움이 될 것이다. 장기 전쟁을 지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측이 승리할 확률이 높다.

전쟁이 지속되는 동안 미중 양측의 경제력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이 GDP가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볼 수 있는데, 랜드 보고서는 중국의 경우 25-35% 하락, 미국은 5-10% 하락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성장이 타격을 입으면 중국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도 가능하고 특히 중국 내 불만세력, 분리세력들의 목소리도 높아질 수 있다.

이외에도 동맹국이나 우호국의 참여가 매우 중요할 것이다. 일본이 집단자위권을 발동하여 미중 전쟁에 참여한다고 볼 수 있다. 호주 역시 일정 부분 참가할 수 있다. 반면 중국 편에서 러시아가 참전할 지는 명확치 않다. 미러 간의 군사 충돌은 더 큰 문제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A2AD에 투자할 수 있는 장기적인 경제력과 기술력이 전쟁의 양상을 좌우할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군사력이 증강된다고 하여 전쟁에서 반드시 미국에 승리한다고 볼 수는 없다. 미국이 전쟁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고 해서 중국가 승리할 것으로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중국의 비대칭전략과 기습 공격의 우위

미국이 중국의 A2AD 전략에 맞서기 위해 자국 중심의 군사력 사용을 주된 전략 내용으로 할 수 있지만 미국의 동맹국, 혹은 전략협력국의 적극적 거부(active denial) 전략을 지원할 수도 있다. 대만, 일본,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의 국가들이 미국과 협력하여 중국의 팽창적인 해양전략에 거부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다. 현재의 상황에서 중국이 대만, 동중국해, 남중국해 등에서 군사적 우위를 점하기는 쉽지 않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중국이 아시아에서 가지고 있는 해군력의 우위는 미국을 제외하더라도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니며, 특히 군사력 투사라는 공격적 능력의 사용은 방어적 능력 사용에 비해 훨씬 많은 비용과 노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대만 공격 혹은 봉쇄 전략도 대만의 군사력, 특히 미국의 지원을 고려해 볼 때 현재로서는 성공가능성이 높지 않다. 남중국해에서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의 국가들이 갖고 있는 중국 해군력에 대한 A2AD 능력 역시 중국이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동중국해에서 일본과의 대결은 중국으로서도 낙관할 수 없다(Beckley 2017).


<그림 2> 동중국해,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맞서고 있는 국가들과 중국의 군사력 비교 (1977-2017)

출처: Beckley (2017, 82)

물론 실제로 전쟁이 발생하면 미중 간의 지구적 군사력 균형, 혹은 동아시아 전체의 군사력 균형이 반드시 전쟁의 승패를 좌우할 것인가는 알기 어렵다. 미중 간에는 확실한 군사력 불균형이 존재하지만 비대칭위협과 비대칭전략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중 군사력은 아시아의 제한된 수의 기지와 2개의 항모 전단에 집중되어 있다. 중국이 A2AD 전력을 증강하여 이 기지들과 항모에 대한 공격을 집중적으로 가할 수 있다면 미국의 단기적인 대중 공격 전력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중국은 DF-21과 DF-26 등 미국의 기지는 물론 항모와 같은 이동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가고 있다.

현재 미일 동맹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대중 공격력에 대해 중국은 기습 공격으로 미국의 상쇄전력의 상당 부분을 파괴한 후 대만, 동중국해 등에 대한 공격 목적을 일정 부분 달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은 특히 중거리 핵미사일 협정에 묶여 있었던 반면 중국은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중국을 타격할 수 있는 지대지, 지대공 중거리 미사일을 운용할 수 없었다. 협정이 폐기된 이상 미국은 자국 및 동맹국에 대한 중국의 기습적인 공격력을 상쇄하기 위한 전력을 새롭게 운용하고자 할 것이다.

 

미중 핵전쟁 확전 가능성

패권 전이를 논할 때 과거의 경우 반드시 패권전쟁이 발생할 것으로 상정했지만, 20세기 이후에는 핵억지의 요인으로 패권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미중 간에 군사충돌이 발생해도 핵억지가 작용하고 있어 확전은 어려우며, 심지어 군사충돌 자체가 억지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그러나 미중 간에 군사 충돌이 일어나면 핵전쟁으로 확전되는 확률이 완전히 없다고 볼 수는 없다. 미중 전쟁 중 중국이 핵무기를 결코 사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낙관론과, 경우에 따라서는 핵무기를 사용할 것으로 보는 비관론이 함께 존재하고 있다. 중국은 핵무기로 공격받지 않으면 선제 핵공격을 하지 않는다는 핵무기 선제불사용 원칙을 준수해오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의 지휘통제 네트워크, 탄도 미사일 잠수함, 이동식 지상 미사일 발사대, 미사일 기지, 방공망 등을 초기에 공격하고 위협을 가할 경우 중국이 핵무기 사용을 고려할 수도 있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미중 간에 통상전이 지속되면서 미국은 중국 본토의 주요 군사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고, 여기에는 중국의 핵미사일 기지가 포함될 수도 있다. 미국은 전쟁이 일어나면 주요 군사 목표물로 미사일 기지, 잠수함 등을 공격할 수 있는데 이는 중국으로 하여금 미국이 핵운반 시설을 무력화시키는 공격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할 수 있다. 물론 중국은 핵무기와 통상무기 기지를 구별해 놓고 있고 미국도 중국의 A2AD 공격에 신중을 기할 것이기 때문에 핵전쟁으로의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Talmadge 2017). 그러나 중국이 미국의 통상 공격 속에서 핵전력이 점차 파괴된다고 평가하고 선제적인 핵사용을 고려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나가며

중국에 비해 압도적인 미국의 군사력이나 미국 주도의 동맹네트워크, 안보적 함의를 강하게 띠고 있는 인도태평양전략의 진화, 그리고 경제발전에 주력하여 사회주의 강대국을 실현해야 하고 국내적으로도 많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안정적인 국제환경이 필요한 중국의 상황 등을 고려해 볼 때 미중 군사충돌의 가능성을 쉽게 예단하기는 어렵다. 미중 관계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놓고도 많은 논란이 있고, 미국, 중국 내에서도 많은 의견과 전략 담론들이 공존하고 있으며, 경쟁의 단계도 무역에서 시작하여 많은 이슈 영역이 놓여 있다. 무역, 기술, 에너지 등 여전히 많은 분야에서 경쟁이 지속될 것이며, 이와 더불어 군비경쟁과 동맹 경쟁도 지속되고, 아마도 군사충돌은 나중에 이르러 가능해질 것이다.

그러나 군사충돌, 더 나아가 본격적인 전쟁까지 여러 단계가 남아있다고 해서 반드시 많은 시간이 남아있는 것은 아니다. 상황은 예상보다 더 빨리 악화될 수 있고, 경쟁의 단계는 조속하게 하나씩 완결되어 나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중 간의 경쟁은 정책 대결을 넘어서서 상대방의 정체성에 대한 불신과 체제 대결 구도로까지 번지는 경향을 보인다. 상호 관여에서 상호 대결로 정체성의 관계가 변화될 때 국가이익과 국민들의 인식도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양국에서는 전쟁을 상정한 다양한 논의가 점점 더 많이 나오고 있고, 미국의 경우 많은 학술논문들도 미중 간 군사충돌에 대해 구체적으로 연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자기실현적 예언이 되지 않도록 하는 일이 중요하다.

군사충돌이 돌이킬 수 없는 적대감을 산출하고 동아시아 국가 다수에게 큰 고난을 안겨줄 것이 명확하므로, 우리는 미중 경쟁이 가져올 피해를 예상하고, 미중 양국이 새로운 타협과 협력적 질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

 

 

References

이승주. 2019. “미중 무역전쟁: 다차원적 복합 게임.” EAI 스페셜 이슈브리핑. 7월 11일.

하영선, 전재성. 2019. “인도·태평양을 둘러싼 미중의 포석 전개와 한국의 4대 미래 과제.” EAI 특별기획논평. 6월 6일.

 

Beckley, Michael. 2017. “The Emerging Military Balance in East Asia: How China's Neighbors Can Check Chinese Naval Expansion.” International Security 42(2): 78–119.

Gompert, David C., Astrid Stuth Cevallos, and Cristina L. Garafola. 2016. War with China: Thinking through the Unthinkable. Santa Monica, Calif.: RAND Corporation.

Office of the Secretary of Defense. 2019. Military and Security Developments Involving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 2019. Arlington, VA: U.S. Department of Defense. May 2.

Caitlin Talmadge. 2017. “Would China Go Nuclear? Assessing the Risk of Chinese Nuclear Escalation in a Conventional War with the United States.” International Security 41(4): 50–92.

U.S. Department of Defense. 2018. Assessment on U.S. Defense Implications of China’s Expanding Global Access.

December.

 

 

저자: 전재성_ EAI 국가안보연구센터 소장, 서울대학교 교수.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외교부 및 통일부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국제정치이론, 국제관계사, 한미동맹 및 한반도 연구 등이다. 주요 저서 및 편저로는 《남북간 전쟁 위협과 평화》(공저), 《정치는 도덕적인가》, 《동아시아 국제정치: 역사에서 이론으로》 등이 있다.

■ 담당 및 편집: 최수이 EAI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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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대 프로젝트

미중관계와 한국

세부사업

중국의 미래 성장과 아태 신문명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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