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부터 국가안보패널(위원장 하영선 동아시아연구원 이사장)이 진행해 온 “2020 한국외교 10대 과제” 프로젝트의 핵심 정책제안을 담은 Executive Summary 보고서가 발행되었습니다. 국가안보패널은 2010년대 한국외교가 직면한 과제들을 중장기적으로 전망•분석하고 구체적인 정책을 제안하기 위하여 ‘거버넌스,’ ‘안보.’ ‘경제.’ ‘환경’의 4개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이슈들 간의 네트워크적인 연결을 고려한 복합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본 보고서는 아래 NSP Report 시리즈를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

 

 


 

 

거버넌스클러스터

 

미중관계의 변화와 한국의 미래 외교 과제
전재성(서울대학교), 주재우(경희대학교)

 

안보클러스터

 

이동선(고려대학교)

 

이동률(동덕여자대학교), 서봉교(동덕여자대학교)

 

김성배(국가안보전략연구소)

 

구민교(서울대학교)

 

경제클러스터

 

김치욱(울산대학교)

 

이용욱(고려대학교)

 

이승주(중앙대학교)

 

환경클러스터

 

환경 및 기후변화 국제 정치와 한국 외교

신범식(서울대학교)

 

신성호(서울대학교)

 

김연규(한양대학교)

 

 


 

 

 

환경 : 외교환경 변화와 신세계질서 건축

 

2010년대 외교환경의 변화

 

21세기의 첫 10년 동안 세계는 격변의 역사를 겪었다. 9•11 테러, 미국발 세계금융위기, 유로존 재정위기를 맞이했고, 전통적 선진국의 상대적 쇠퇴와 신흥국의 빠른 부상을 체험하였으며, 지구 거버넌스의 위기를 경험하였다. 이러한 변화는 세계화, 정보화, 민주화로 대표되는 거대한 흐름에 따라 나타났으며, 향후 10년도 이러한 조류가 세력배분구조, 세계정치 이슈, 행위자, 권력자원의 차원에서 복합적인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 변화하는 시대적 조류를 능동적으로 활용하는 국가와 그렇지 못한 국가의 격차가 커지면서 지구 및 지역차원에서 세력배분구조가 변화하고 있다. 특히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미국, 일본, 유럽은 상대적 정체의 길을 걷고 있는 반면, 중국을 선두로 한 신흥 국가들은 견고한 성장세를 기록하면서 국제사회에서 위상을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중심의 단극체제를 대체하는 새로운 세계질서의 모색이 이루어지고 있다.

 

둘째, 세계화, 정보화, 민주화의 흐름 속에서 테러집단, 기업, 비정부기구, 개인과 같은 비국가행위자의 숫자와 영향력이 급격히 증대되면서 국가 대 국가의 관계를 넘어 다양한 행위자들과의 복합 네트워크 구축이 중요한 외교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셋째, 세계화와 정보화 그리고 인구변화는 환경파괴, 대량살상무기와 테러의 확산, 자원고갈, 불균형 등 지구촌에 새로운 문제군들을 던져주고 있으며 이들은 전통적 문제군들과 연계되어 위험의 연쇄반응을 일으키면서 위기 국면을 초래하고 있다. 이슈영역간 연계의 양상을 면밀히 파악하고 복합적으로 대응하는 능력이 요청되고 있다.

 

넷째, 새로운 행위자, 이슈영역의 등장과 관련된 도전에 대응해 나가기 위해 국가중심의 행위자를 네크워크 파워로 강화하고 군사력과 경제력의 전통적 하드파워 권력자원을 문화력, 환경력, 지식력, 통치력 등과 같은 새로운 소프트 권력자원과 현명하게 복합화하여 투사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새로운 거버넌스의 건축

 

현재의 지구 및 지역질서의 구건축은 세력분포, 행위자, 이슈영역, 권력자원의 새로운 변화를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는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21세기 세계정치는 미국패권의 상대적 쇠퇴와 빠르게 부상하고 있는 신흥국가들의 지구 및 지역 거버넌스 참여와 함께 다양한 국가•초국가행위자들이 복수의 이슈영역에서 네트워크적으로 연결하여 자율적으로 문제를 관리하고 조정하는 네트워크 거버넌스를 겪고 있다. 즉, 21세기 세계질서는 힘의 각축과 세력균형이란 근대 질서와 네트워크를 통한 통치라는 탈근대이행이 중첩되어 복합화되고 있다.

 

2010년대 세계는 급변하는 현실 속에서 새로운 거버넌스를 건축하여 당면한 과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한국의 경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유로존 재정위기로 이어지면서 장기침체의 길로 접어드는 세계경제의 재생을 위해 금융, 무역, 에너지•자원, 개발, 환경 등 이슈영역에서 지구 거버넌스의 재건축, 지정학적 경쟁과 경제적 상호의존의 갈등을 극복하면서 동시에 2010년대에 걸맞은 동아시아와 한반도 신질서의 건축이라는 사활적 과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도전 : 미중시대의 동아시아 신질서, 북한 김정은 체제와 한반도, 지구 거버넌스의 공동참여

 

동아시아 세력배분구조의 변화, 새로운 국제정치 이슈들의 등장, 행위자의 다양화, 권력자원의 변화 등 다양한 외교환경 변화 속에서 2010년대 한국 외교는 세가지 당면과제를 우선적으로 풀어야 한다. 첫째, 미중 간 지정학적 경쟁과 경제적 상호의존이 동시에 심화되는 속에서 변화하는 동아시아 지역질서의 재건축 과제, 둘째, 북한의 김정은 체제와 새로운 전략적 관계를 설정하면서 미래의 한반도 거버넌스를 마련하는 과제, 셋째, 통상, 금융, 개발협력, 에너지•자원, 환경 부문 등의 지구 거버넌스 건축에 중견국으로서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과제다. 특히, 미중시대의 동아시아 신질서 와 북한 김정은 체제의 탈선군화 문제는 향후 전략 수립과 이행에 따라 21세기 한반도의 미래가 좌우될 것이다.

 

미중시대의 동아시아 신질서

 

현재 세계질서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중국의 빠른 국력증강이다. 경제력 측면에서 2020년대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미국을 능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급속한 경제성장에 따라 지난 10년간 중국은 일본, 한국, 대만, 호주 등 아시아 주요국들의 제1 무역상대국으로 부상했고, 필리핀과 말레이시아를 제외한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과의 무역액에서 미국을 추월하였다. 특히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에는 동아시아 지역의 생산네트워크 중심기지 역할을 넘어 서서 막대한 외환보유고와 금융력을 바탕으로 역내 경제적 주도권을 보다 확대하고 있다.

 

군사력의 측면에서 중국은 연 15퍼센트 이상 국방비를 늘려 왔으며, 2011년 중국(1,200억 달러)은 미국(6,980억 달러)의 1/6 수준의 국방비를 지출하며 세계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은 향후 10년간 국방비 4,780억불을 감축해야 하는 미국과 군사비 격차를 더욱 줄여 나갈 것이다. 아울러 중국은 우주선 개발, 위성 요격, 미사일 및 핵무기 등 전략무기 증강, 최신예 전투기 실전배치, 핵잠수함 및 항공모함 건조 등 군사 현대화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중국 국력의 증강은 두드러지지만 미국 국력과의 상대적 평가는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 첫째, 강대국간 단순 경쟁과 패권 경쟁은 근본적으로 다른 문제다. 단순 강대국과 달리 패권국이 되기 위해서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압도적인 힘을 보유하는 한편 국제질서를 생산하고 이에 대한 다른 국가들의 동의를 얻을 수 있는 힘까지 포함해야 하기 때문에 패권 경쟁은 세계질서의 주도권 경쟁을 포함한다. 현재의 미중경쟁이 강대국간 단순 경쟁에 머물게 될지 본격적인 패권 경쟁으로 치닫게 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중국이 경제력, 군사력의 측면에서 빠르게 부상해도 미국을 대체할 패권국으로 성장할 역량을 갖출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더욱이 중국 스스로 패권을 지향하지 않음을 강조하고 있는 현실에서 미중경쟁의 패권경쟁화는 조심스러운 검토가 필요하다.

 

둘째, 국력측정 방법도 경제적, 군사적 수치의 단순 비교 이외에 21세기 국력을 크게 좌우할 과학기술•정보•지식 수준 등을 함께 고려하면 미중 간의 국력 격차 축소는 보다 장기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예를 들어, 세계화가 미국의 패권유지를 위한 부담을 무겁게 하여 미국의 상대적 쇠퇴를 빠르게 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미국에게 유리한 구조적 이익을 가져 옴으로써 오히려 미국의 패권이 장기적으로 유지되는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군사력의 경우도 단순 군사비 비교를 넘어 자원배분 측면에서 보면 지정학적인 이유로 강한 육군력을 유지해야 하는 중국은 해공군력 양성에 주력할 수 없는 반면 강대국과 접경하고 있지 않은 미국은 국방비를 해공군력 육성에 집중 투자할 수 있다. 따라서 해공군력 면에서 우세한 미국은 해양지역에서, 우월한 육군력을 갖춘 중국은 인접 대륙지역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것이라는 전망도 가능하다.

 

한편 미국은 국력의 상대적 쇠퇴 속에서 세계 리더십 유지를 위해 고투하고 있다. 미국은 부시행정부 8년의 우세(primacy)전략 혹은 패권전략을 마감하고 오바마 행정부 들어 다자주의에 기반한 선택적 개입전략을 선택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9•11 테러 이후 안보위기와 정당성 위기를 겪고 2008년 경제위기까지 겪으면서 기존의 패권전략을 추진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특히 미국은 “아시아 회귀” 선언 이후 동아시아 지역 내 위상과 지위 회복을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아울러 미국의 아시아 정책 목표가 경제성장, 지역안보, 민주주의, 인권증진과 같은 가치이며 주요 정책 수단은 양자동맹, 중국과 같은 신흥국과의 파트너쉽, 그리고 다자주의 기구임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은 단기적으로는 강대국 간 관여와 협력의 구도를 추구하면서 대중 균형전략의 시기를 조정하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중국의 패권도전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한편으로는 중국을 미국의 틀 속에 묶어두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을 견제하는 장치들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국은 탄력적 권위주의체제를 견지하면서 ‘취약한 안정’(fragile stability)이라는 독특한 상황을 상당기간 유지해갈 가능성이 높다. 한편으로 경제성장과 사회복지, 행정적 효율성, 대외정책상의 성과, 그리고 중화민족주의 고양을 통해서 정당성을 확보하고, 다른 한편으로 내부적으로 엄격한 통제를 통해 체제를 유지해 갈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노동자, 농민 등 소외계층의 불만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명료하지 않기 때문에 사회적 소요와 불안정은 갈수록 심각해질 가능성이 크다. 정치 민주화 문제 역시 공산당의 단합과 경제성장이 지속되는 한 당분간 지연시킬 수는 있지만 경제성장이 되면 될수록 언젠가는 풀어야 할 과제다.

 

중국 경제 역시 단기간에 급격한 성장 둔화의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성장 방식에서 민간소비를 확대하고 빈부격차를 줄이고 인플레이션을 적정 수준에서 통제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대외변수의 불안정성도 커다란 위협요인이다.

 

중국 당과 정부는 정치, 경제적 위기 요인들이 체제의 근본적 위협이 되지 않도록 이러한 위기를 중국의 부상 실현을 통해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와 기대를 갖고 있다. 향후 10년 중국은 전면적 소강사회(全面小康社會) 건설을 목표로 안정된 경제발전과 내수진작, 국내경제불평등 해결 등을 위해 집중할 것이며, 이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조기의 과도한 패권경쟁을 추구하는 것을 회피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핵심이익” 담론을 통해 첫째, 중국의 국가 정치체제(國體), 정권의 구성형식(政體) 및 정치적 안정, 둘째, 중국의 주권 안전, 영토 완정(完整), 국가 통일, 셋째, 중국 경제사회의 지속가능 발전 보장과 같이 국가전략 차원에서 절대 양보할 수 없는 핵심이익이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중국 역시 단기적 차원에서 미국에 대한 균형전략을 본격적으로 사용할 의도는 없다. 경제위기로 미국의 지도력이 약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국가전략 차원에서 위기해결을 위한 공동노력은 중국의 대전략과도 일치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단기적으로는 강대국 간 협력을 추구하면서 경제 발전을 우선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중국이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여 패권적 세력전이를 추구할지, 아니면 강대국 간 경쟁관계로 그칠지는 앞으로의 동아시아 신질서를 어떻게 건축할 것인가에 크게 좌우될 것이다.

 

미중 세력전이를 둘러싸고 세력전이론, 공세적 현실주의, 자유주의, 구성주의와 같은 기존 국제정치이론들이 낙관론과 비관론을 제시하고 있지만, 미중관계는 단기적으로는 전반적 협력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만무기판매, 달라이라마의 미국 방문, 천안함 사건 이후 한미 공동해상군사훈련, 남중국해 분쟁 및 센카쿠 분쟁 등에서 보듯, 양국이 구조적 협력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상당기간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규정한 핵심이익의 문제와 결부된 다양한 현안들에서 전략적 불신과 경쟁이 쉽사리 고조되고 이것이 관련 국가들로 확산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아울러, 이러한 전략적 경쟁과 불신의 기억이 축적될 경우 세력전이론이나 공세적 현실주의가 지적하듯 장기적으로 미중간 패권경쟁이 촉발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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