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박원곤 EAI 북한연구센터 소장(이화여대 교수)은 2024년 북한이 자력갱생과 핵무력 고도화, 한국 및 미국에 대한 장기전을 계속 추진할 것이며, 아시아 및 태평양의 미국 동맹국을 대상으로 한 핵 타격 능력 확보에 주력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또한 북한이 남한에 교전국 관계를 선포하고 적대적 발언 수위를 높이는 이면에는 전쟁 시 남한에 대한 핵공격을 정당화하는 동시에, 남북 간 국력 차이가 현격함으로 인해 비현실적 통일정책을 정리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진단합니다. 저자는 확장억제 등 한미 군사 협력에 따른 북핵 억제 강화, 경제 분야의 성과 부족, 북중러 연대의 이합집산 가능성 등이 앞으로 북한의 상황을 더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2023년 12월 말에 개최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8기 9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총비서는 2023년을 다음과 같이 평가하였다.

 

2023년은 국력제고에 있어서나 국위선양에 있어서 공화국의 영광스러운 발전행로에 큰 자욱을 새긴 명실공히 위대한 전환의 해, 위대한 변혁의 해이다(「조선중앙통신」 2023/12/31).

 

작년에 이룩한 “획기적인 성과”를 기반으로 노선 변경 없이 올해를 끌어가겠다는 의미이다(「조선중앙통신」 2023/12/31). 본고는 북한이 스스로 평가한 2023년을 다각도로 고찰한 후 2024년을 전망하고자 한다. 큰 틀에서 북한은 2019년 12월 채택한 ‘정면돌파전’을 2024년에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면돌파전은 경제 분야에서 ‘자력갱생,’ 국내정치적 의미를 담은 ‘사상투쟁,’ 군사력의 핵심인 ‘핵무력 고도화,’ 대미 및 대남 정책을 포함하는 ‘장기전’의 4가지 틀로 구성되어 있다(「조선중앙통신」 2019/12/31). 본문에서는 경제, 군사, 대외 및 대남 분야로 나누어 분석하고자 한다.

 

1. 경제 분야

 

북한은 2023년 최대의 업적 중 하나로 경제 분야를 내세운다. 2022년을 평가한 8기 6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은은 “난국을 우리 힘으로 타개해야 한다”라면서 경제 어려움을 인정한 바 있다(「조선중앙통신」 2022/12/31). 그러나, 2023년은 12개 “고지”(목표)를 “모두 점령”했다면서 “인민 경제 전반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루었다”고 선전한다. 특히 2022년 “농사를 잘 짓지 못하여 산생된 심각한 경제난”을 2023년에는 “알곡 생산 목표를 넘쳐 수행하여 경제사업에서 가장 귀중하고 값비싼 성과를 이루었다”고 자랑한다. 2022년 대비 알곡은 104% 증산된 것을 비롯하여 “경제전반에서 뚜렷한 생산장성”을 가져와 “국내 총생산액이 1.4배 늘어났다”라는 것이다(「조선중앙통신」 2023/12/31).

 

이러한 경제 성과를 기반으로 김정은은 “인민경제 모든 부문에서 생산장성에 박차를 가하고 정비보강사업을 다그쳐 끝내며 새년도에도 12개 중요고지를 계속 내세우고 여기에 힘을 집중할” 것을 강조하였다. 따라서 2024년도 경제정책도 획기적인 전환 없이 2023년과 유사하게 공업의 현대화, 농촌 살림집 건설, 농업과 농촌발전, 경공업발전, 어업 확장 등을 제시하였다(「조선중앙통신」 2023/12/31).

 

그러나 북한의 2023년 경제 평가는 구체적 자료를 제공하지 않으므로 의문이 제기된다. 우선 12개 고지에 대해 모두 100% 이상 초과 달성한 것으로 밝혔으나, 기준점을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 2022년 대비로 보이나 2022년 말에 개최된 8기 6차 전원회의에서 구체적 목표 달성률을 밝히지 않았으므로 객관적 평가가 제한된다.

 

가장 강조하는 알곡(식량) 생산 분야의 경우 2023년 103% 증가했다고 주장한다. 한국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북한 식량 작물 생산량은 450만 톤 정도로 2021년 469만 톤과 비교하면 –4.0% 감소한 실적이다(통계청 2023). 450만 톤은 지난 5년 기준으로 2020년을 제외하고는 가장 낮은 수치이다.

 

표 1. 북한 식량작물 생산량

 

연도

식량작물 생산량(천 톤)

증감률(%)

2018

4,558

-3.0

2019

4,640

1.8

2020

4,398

-5.2

2021

4,692

6.7

2022

4,505

4.0

 

출처: 통계청 2023/12/10

 

따라서 2022년 기준으로 식량 생산 증가율을 산정한다면 쉽게 100%를 넘어설 수 있다. 절대량 측면에서도 풍작을 과시했지만, 2023년 식량 생산량은 전년도에 비해 30만 톤 정도 증가한 480만 톤으로 여전히 100만 톤 정도 식량이 부족한 상황이다(농촌진흥청 2023).

 

2023년도 국내 총생산액 1.4배 증가 주장도 유의해서 해석해야 한다. 12개 고지는 2022년 대비로 성장률을 산정했지만, 2023년 경제성장률은 2020년을 기준으로 한다.[1]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2020년 북한 경제성장률은 –4.5%로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기 이래로 가장 낮았다(한국은행 n.d.). 이를 기준으로 1.4배 성장을 제시한 것은 성장률을 극대화하여 선전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북한의 고민은 2021년 8차 당 대회 때 김정은이 직접 제시한 ‘2025년 말까지 북한 경제 1.4배 성장 목표’를 실현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따라 1.4배 목표를 달성하려면 연평균 4%의 성장이 요구되지만,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북한은 2021년 –0.1%, 2022년 –0.2%로 마이너스 성장하였고 2023년은 플러스 성장이 예상되나 그간의 뒤처짐을 무마하기에는 역부족이다(한국은행 n.d.). 2023년 성과가 코로나와 제재로 인한 경제 여건 악화에 따른 기저효과라는 측면에서 2024년 경제 전망도 밝지 않다.

 

그런데도 김정은은 8기 9차 전원회의를 통해 국가경제개발 5개년 목표달성이 당과 국가사업의 우선순위임을 재확인하고, 2024년 말까지 “모든 부문, 모든 단위에서 5개년계획 수행의 명백한 실천적 담보가 확보되여야 한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조선중앙통신」 2023/12/31). 북한이 8기 9차 전원회의처럼 과장 어법과 확인 불가능한 통계를 활용하여 선전 선동 측면에서 경제 분야 성과 달성을 주장할 수도 있지만, 실제와는 괴리될 것이다. 북한 주민이 체감하는 인민 경제는 나아지지 않는다. 경제개발 계획 4년 차에 접어든 현 시점에서 김정은이 내세운 목표는 대북제재가 극적으로 철회되더라도 달성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런 측면에서 2024년 김정은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2. 군사 분야

 

북한은 2023년 “국방력 강화에서 커다란 성과가 달성”되었음을 내세우고 있다. 특징은 한미를 모두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한 것과 헌법에 “핵무력”을 명시하여 핵보유를 불가역적으로 만든 것이다. 능력 배양과 관련하여 김정은은 8기 9차 전원회의에서 “우주과학기술”분야에서 괄목한 만한 성과로 성공적 정찰위성 발사를 들었다. “실패를 딛고 일어나 끝끝내 정찰위성발사를 성공시키는 경이적인 사변을 안아”왔다는 것이다. 더불어 2023년 9월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국가핵무력 강화정책”을 헌법에 고착시킨 것을 “정치적 사변”으로 제시하였다. 이를 통해 북한은 적들에게 치명적인 심대한 정치적 타격을 입힐 전략적 위치에 올랐다는 것이다. 핵심 “국방력 강화성과”로 “전략무력건설방향”을 확정한 “《화성포-17》형과 《화성포-18》형 시험발사와 발사훈련”을 내세운다. 이외에도 전술탄도미사일, 순항미사일, 무인정찰기, 다목적 무인기, 새로 건조한 잠수함과 정찰위성 등을 일일이 열거하면서 “커다란 성과”로 자랑한다(「조선중앙통신」 2023/12/31). 정찰위성, 대륙간탄도미사일과 다양한 무기체계는 2022년 시험 발사와 개발 과정을 통해 2023년 “발사훈련” 수준으로 실전 능력을 배양했다고 주장한다. 이를 통해 북한은 한국과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핵 능력을 완비했고, 특히 헌법에 수록된 핵 정책으로 인해 북한의 안전을 담보했다고 선전한다.

 

북한은 2024년 여전히 핵 능력 성장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역설한다. 특히 한미일 안보협력을 “불순한 침략전쟁기도”로 정의하고 “만일의 경우 발생할 수 있는 핵위기 사태에 신속히 대응하고 유사시 핵무력을 포함한 모든 물리적 수단과 역량”을 동원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도록 지시한다. 구체 과제로 핵무기생산을 늘리며, 미사일 개발 및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3개의 정찰위성을 추가로 발사할 것으로 예고한다(「조선중앙통신」 2023/12/31). 국방발전 5개년 계획에서 제시한 5대 중점목표 수행에서 미진한 과업도 빠른 기간 내에 집행하고, 무인 항공 및 탐지 전자전 부분 등을 개발 및 생산토록 지시한다(「조선중앙통신」 2023/12/31).

 

북한은 2023년과 유사하게 2024년 ‘선택과 집중’ 형태로 군사력을 확충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과 달리 2023년 북한은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인 정찰위성과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8형 개발에 집중한 바 있다. 2024년에도 정찰위성 추가 발사를 통해 김정은의 표현대로 “눈”을 확대하고, 고체형으로 신속 발사가 가능한 다탄두탄 형태인 화성-18형을 완성하여 “주먹”을 확보하는 행태를 지속할 것이다(「조선중앙통신」 2023/11/22). 더불어 2023년 선보인 중거리 고체연료 탄도 미사일 개발에도 중점을 둘 것이다. 한국을 겨냥한 고체기반 단거리 핵탄두 미사일을 이미 실전 배치한 북한이 일본, 괌 등 인도-태평양 역내를 사정권으로 두는 중거리 고체 탄도 미사일을 개발하여 핵 타격 능력을 완성하려 한다.

 

이러한 북한의 시도는 ‘보복 확실성 태세’(assured retaliation posture)가 제한됨을 인지하고 인도-태평양을 공간으로 전술핵을 사용한 핵 선제타격 능력을 내세워 ‘비대칭 위기 격상 상태’(asymmetric escalations posture)를 추구하는 전략으로 이해된다. 북한이 미국을 상대로 핵균형인 ‘보복 확실성 태세’에 도달할 가능성은 제한된다. 북한이 고체추진체로 신속 발사가 가능한 다탄두탄 형태의 화성-18형을 완성하여 미 본토 타격 선제 능력을 갖춘다고 하더라도 미국의 보복 공격에 대항한 2차 타격 능력을 확보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2차 능력을 위해서는 북한이 핵추진잠수함과 잠수함 발사 핵탄두 미사일을 구비해야 하는데, 기술적 한계가 상존한다. 더불어 미국의 감시·정찰 능력을 회피하여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를 무력화할 능력 확보도 제한된다. 북한의 선제타격에 대응으로 시행될 미국의 대규모 응징보복에 북한은 미사일 방어체계가 불비하므로 무방비 상태이다. 핵 대응의 삼대 요소인 사용 억제, 사용 시 방어, 사용 후 반격 등의 모든 측면에서 북한은 미국에 절대적으로 열세이다. 이에 따라 북한은 미 본토를 목표로 상호확증파괴를 통한 ‘공포의 균형’이 아닌 한반도, 일본, 괌 등을 대상으로 핵 타격 능력을 확보함으로써 ‘비대칭 위기 격상’을 통한 균형을 시도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이 미 본토를 완전히 파괴할 수는 없지만, 한국과 일본, 미국령인 괌 등은 핵으로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으므로 자신들의 핵 능력 의미를 찾으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2024년도 북한은 미 본토 타격 역량을 지속적으로 배양하지만, 동시에 고체연료 중거리 핵탄두 미사일을 개발하여 능력을 확보하는 한편, 핵 위협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화, 예를 들어 핵 작전계획 및 핵 부대 고도화 등을 위한 노력도 계속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이러한 시도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2023년 한미는 4월 워싱턴 선언과 8월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를 통해 북한 억제를 위한 실질적 조치를 강화한 바 있다. 특히 한미 협력에 더하여 일본과도 북한 핵 대응이 격상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한미는 핵협의그룹(Nuclear Consultative Group: NCG)을 통해 확장억제 제도화 수준을 높이고 있다. 이전과는 달리 한미는 핵 기획에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고, 미 핵 운용 과정에 한국의 입장을 반영하는 ‘협의’를 강화하고 있다. 더불어 재래식 연합작전계획에 북핵 공격에 대비하는 확장억제 대응계획을 발전시키는 ‘공동기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2024년 상반기 증강된 한미 확장억제 체제를 완성하고, 8월 ‘을지 자유의 방패’ 한미연합 훈련 때 북한의 핵무기 사용을 상정한 핵 작전 시나리오 훈련이 계획되어 있다. 이미 한미는 2023년 10월 북한의 핵 사용 상황을 구체적으로 상정하여 미국의 확장억제 정책을 한반도에 최적화한 ‘한미 맞춤형억제전략’(Tailored Deterrence Strategy: TDS)을 10년 만에 개정한 바 있다. 이러한 한미의 노력은 북한 핵 능력을 분명히 억제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확장억제 강화의 효용성은 김정은의 연설을 통해 확인된다. 8기 9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은은 2023년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반공화국 책동”을 일일이 열거한 바 있다. “정권종말,” “워싱턴선언,” “핵협의 그루빠,” “미국핵전략자산,” “합동군사연습” 등을 언급하면서 한미일 “3각공조체제”를 비난했다. 특히, 2023년 12월 한반도로 투사된 미 핵추진잠수함을 들어 “해가 저물어가는 마감까지 도발을 걸어온다”라면서 신경질적 반응을 보였다(「조선중앙통신」 2023/12/31). 억제력 조치의 효과성을 판단하는 유효한 방법이 대상의 반응임을 감안할 때, 최고 지도자가 가장 높은 수준의 회의에서 장황하게 한미일 협력을 비판하는 것은 대북 억제력이 작동함을 방증한다.

 

3. 대외 및 대남 분야

 

1) 대외전략

 

북한은 2023년 대외전략 측면에서 “강한 자주적 연대”와 “원칙성”의 두 가지 성과를 강조한다. 전자는 러시아와의 협력 강화를 포함한 북중러 진영주의 구축을 위한 노력을 의미한다. 후자는 한국과 미국을 적대시하며 “악랄한 책동으로부터 우리 국가의 주권적 권리를 굳건히 지킨” 반제자주 교리로 귀착된다. “주동적인” 외교전략을 구사하여 “나라의 존엄과 위상”을 높였다고 평가한다(「조선중앙통신」 2023/12/31).

 

이를 바탕으로 2024년도 “사회주의 나라 집권당들과의 관계발전에 주력”하며 “반제자주적인 나라들과의 관계를 가일층 발전”시켜 “반제공동행동, 공동투쟁”을 강화할 것을 예고한다. 김정은이 2022년 8기 6차 전원회의에서 밝힌 “국제관계구도가 《신랭전》체계로 명백히 전환되고 다극화의 흐름이 더욱 가속화된다”(「노동신문」 2023/01/01)라는 세계관의 연속이다. 작년 9월 김정은은 다시 한번 “제국주의 반동세력에 의해 전지구적 범위에서 《신냉전》 구도가 현실화되었다”(「조선중앙통신」 2023/09/28)라고 강변한 바 있다. 부연하면 2024년 북중러 삼각 협력을 강화하면서 반미를 기치로 한 국제 연대를 모색해 진영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 전쟁 등에서 미국과 서구의 행동을 적극 비판하고 연대를 구축하여 반미 다극 체제로 진입하는 데 공헌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2023년 북러 간 최대치의 밀착 행보를 보이면서 북중러 연대를 모색한 북한의 노력이 단기 성과를 표출하지만, 여전히 구조적 한계가 상존한다. 북한이 KN-23 단거리 탄도 미사일을 러시아에 제공한 것이 확인되고, 러시아가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에 협력한 사실이 공포되는 등 북러 간 협력의 동태는 확인된다. 그러나 북중러 삼각 연대의 모습이 표출되지는 않는다. 더불어 북중관계는 거리 두기 형태의 미묘한 기류도 읽힌다. 2022년 7월 7일 정전협정일 기념식에 참석한 중국과 러시아 대표단이 각각 시진핑과 푸틴의 친서를 김정은에게 전달한 바 있다. 김정은은 푸틴 친서의 경우 집무실에서 격식을 갖춰 받았지만, 시진핑 친서는 공연을 앞둔 복도에서 수령하였다. 북한 정권 수립일인 9월 9일 파견된 중국 대표단의 수준도 5년 전보다 격하되었다. 당시 중국은 공산당 서열 3위 리잔수(栗戦書)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을 보냈지만, 작년에는 서열 20위권인 류궈중(刘国中) 국무원 총리를 축하사절단 대표로 파견하였다. 권위주의 체제 특성상 투명성이 부재하여 정확한 북중 간 역동을 확인하기는 제한되지만, 이외에도 여러 형태로 거리 두기 현상이 목격된다. 2022년 푸틴과 김정은의 정상회담이 개최된 반면, 북중 간 고위급 교류는 지난해 12월 박명호 북한 외무성 부상의 방중 정도이다. 올해 1월 최선희 외무상이 취임 후 처음 방문지를 중국이 아닌 러시아로 선택한 것도 유의미하다.

 

연초 성사된 중러 외무장관 전화 회담 후 발표 내용을 보면 양국 대북 인식의 일단이 드러난다. 회담 후 러시아 외무부는 “한반도 주변 정세”를 논의했다고 밝힌 반면, 중국 외교부는 “국제지역 문제에 대한 의견 교환”으로 한반도를 특정하지 않았다(Ministry of Foreign Affairs of the Russian Federation 2024; 中华人民共和国外交部 2024). 중국이 북러 밀착 상황에서 러시아와 한반도 문제 논의를 공개할 경우 북중러 삼각 협력으로 비치는 것을 우려했을 수 있다. 북중 간 이상 기류를 대변할 수 있는 가장 큰 증거는 2023년 9월 북러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이 “조·로(북·러) 관계를 우리 대외정책에서 제1순으로 제일 최중대시하겠다”라고 발언한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은 중국을 어느 위치에 둘지 확인이 되지 않는다. 북한 외교의 전통에 비춰 분석한다면 북한은 러시아와 밀착 행보를 과시함으로써 중국에 압력을 가해 원하는 것을 획득하는 ‘시계추 외교’의 양태를 표출 중이다. 중국은 미국과의 전략 경쟁 하에서 유럽 국가와 협력을 강화하는 ‘공존적 유라시아 질서 창출’을 모색하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협력하는 북러에 엮이기를 원치 않을 수 있다. 이 모든 상황은 북중러 삼각 연대가 가치와 비전을 공유하는 협력이 아닌 ‘편의에 의한 결합’임을 보여준다.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특수 상황에서 북러가 밀착하고, 미국과 경쟁을 위해 북한을 ‘자산’으로 삼는 중국의 행태 등은 북중러 협력 지속성에 한계를 노출한다. 단기 상황 변화에 따라 이합집산의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이다.

 

2) 대남 분야

 

북한은 대남전략의 근본적인 노선 전환을 천명하였다. 적대 수위를 최고조로 높여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를 공식화하고, 더는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되었음을 선포한다. 항상 전쟁이 터질 수 있다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남반부 전 령토를 평정”하는 준비에 박차를 가할 것을 지시한다. 결론적으로 “압도적인 전쟁 대응능력과 철저하고도 완전한 군사적 준비태세를 완벽하게 갖추기 위한 사업에 계속 박차를 가할 것”을 요구한다(「조선중앙통신」 2023/12/31).

 

북한이 표방한 “대남부문에서 근본적인 방향전환을 할데 대한 로선”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첫째, 대남 핵공격 정당화 시도이다. 북한은 오랫동안 북한 핵 개발 목적으로 미국의 핵 위협에 대한 자위권을 내세우고, 동족을 향한 핵 공격 가능성은 부인한 바 있다. 그러나, 2022년 4월 5일 김여정의 담화를 통해 “[핵무력의] 사명은 타방의 군사력을 일거에 제거하는 것”으로 “전쟁 초기에 주도권을 장악하고 타방의 전쟁 의지를 소각하며 장기전을 막고 자기의 군사력을 보존하기 위해서 핵전투무력이 동원되게 된다”라고 천명한 바 있다(「조선중앙통신」 2022/04/05). 북한 핵이 단순히 대미 핵억제력 차원이 아닌 전쟁 초반 한국을 향해 실제 사용함으로써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용도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같은 해 6월 22일 개최된 당 중앙군사위 8기 3차 전원회의를 통해 “조선인민군 전선부대들의 작전 임무를 추가 확정하고 작전계획을 수정하는 사업을 토의했다”라고 밝힘으로써 한국 공격을 맡은 이른바 ‘서울 불바다’ 부대에 저위력 전술핵 배치를 사실상 공언하였다(「조선중앙통신」 2022/06/22).

 

김정은도 직접 2022년 4월 30일 “적대세력들에 의해 지속되고 가증되는 핵위협을 포괄하는 모든 위험한 시도들과 위협적 행동들을 필요하다면 선제적으로 철저히 제압 분쇄”할 수 있다고 천명함으로써 한국이라는 적대세력을 향한 선제 핵 사용 가능성을 공식화했다(「조선중앙통신」 2022/04/30). 같은 해 9월 핵법제화인 “조선민주주주의 인민공화국 핵무력 정책에 대하여”는 대상을 특정하지 않고 5대 핵 사용 조건만을 명시하였지만, “비핵국가들이 다른 핵무기 보유국과 야합하여 북한을 반대하는 침략이나 공격행위에 가담한다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라는 사용원칙을 밝힘으로써 사실상 한국이 대상임을 밝혔다(「조선중앙통신」 2022/09/09). 2023년에도 김정은이 직접 남한 주요 목표를 담은 지도를 앞두고 작전계획을 논의하는 모습을 연출한 바 있다.

 

이런 측면에서 2023년 하반기부터 남한을 <<대한민국>>이라고 칭하면서 독립된 주체이자 타자로 정체성을 규정하기 시작한 것은 동족관계가 아닌 적대관계에 놓인 교전국에 대한 핵 사용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시도로 읽힌다. 8기 9차 전원회의에서 다시 확인한 핵을 포함한 군사력을 동원하여 “남반부의 전 령토를 평정하려는 강력한 군사행동”은 한국을 독립적 적대관계 국가로 상정함으로써 가능한 목표이다(「조선중앙통신」 2023/12/31). 북한은 이를 통해 “핵무력”의 실제성을 강화하여 한반도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고, 한미일의 대북 핵 억제력을 무력화하여 최종적으로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고자 시도한다.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제기한 대남 핵공격 주장을 남북관계에 근본적 변화에 연계하여 불가역적 사실로 ‘만드는’ 과정이다. 한국이 미국의 확장억제를 제공받는 상황에서 한미를 동일체로 간주하고 적대세력으로 규정하여 자신들의 핵 자위권을 정당화하는 논리로도 해석할 수 있다. 2024년에도 북한은 한미 또는 한미일 안보협력과 관련된 모든 조치를 같은 주장으로 치환하여 자신들의 핵 자위권 강화 논리로 활용할 것이다.

 

그러나, 이미 2023년 한미의 워싱턴 선언과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를 통해 표출되었듯이 북한이 대남 위협을 강화할수록 한미일의 대북 억제력 수준이 향상된다. 전술한 ‘한미 맞춤형억제전략’ 외에도 ‘핵재래식통합작전’(Conventional & Nuclear Integration: CNI)은 북한 핵위협에 대한 고도의 대응으로 북한의 공세가 오히려 억제력을 강화하는 역작용을 낳고 있음이 확인된다.

 

둘째, 북한이 대남 노선 전환을 공식화한 것은 사실상 남북의 국력 차를 인정한 북한의 고육지책이다. 북한이 주창해 온 1민족 1국가 2제도 2정부의 고려연방제가 혹시라도 실현된다면 오히려 체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남북 간 교류로 이른바 ‘괴뢰문화’가 합법적으로 유입되어 ‘부르주아 사상’이 만연하고, 북한의 기대와는 달리 남한 내 북한 동조세력이 부재하므로 오히려 흡수통일의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을 북한은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대남전략전술 차원에서 강조했던 ‘평화통일,’ ‘민족자주’ 등의 구호도 한국민의 북한 비호감도가 8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더는 통용되지 않음을 반영한 것이다(한국리서치 2023). 따라서 오히려 불리하고 현실성도 없는 통일정책을 접고자 하는 시도이다.

 

2024년 북한의 대남전략 노선 전환에 따라 보다 적대적인 공세가 예상된다. 우선, 9.19 남북군사합의 무력화를 지속하여 남남갈등을 확대하려 할 것이다. 8기 9차 전원회의에서 “9.19 북남 군사분야 합의의 파기”를 공식화한 북한은 한국 정부가 1조 3항의 효력 정지를 선조치했음을 명분 삼아 대남 공세를 강화할 것이다. 파기의 책임을 한국에 물으면서 공세의 수위를 높여 서해 북방한계선(Northern Limit Line: NLL) 이남 한국 영해로 해안포 사격을 감행하는 수준으로 긴장을 조성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를 통해 ‘평화 대(對) 대결’구도를 만들어 남남갈등을 유발하려 할 것이다. 특히, 도발의 양태로 ‘회색지대’를 선택할 수 있다. 도발의 원점을 실시간 파악하기 힘든 형태로 접근하여 한국의 대응을 제한할 수 있다. 더불어 각종 대남기구 및 선전매체 등을 폐지함으로써 대남 적대 노선 ‘제도화’를 시행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북한의 시도는 한계와 역작용이 크다. 한미는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을 경험한 이래 ‘국지도발 공동 대비계획’을 마련하여 10년 이상 대비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북한의 회색지대 도발에 대해서도 다양한 시나리오에 따라 맞춤형 훈련과 대응태세를 마련하고 있다. 재래식 전력이 절대 열세인 북한이 한미연합을 상대로 원점이 노출되는 국지도발을 감행할 경우 목표 달성 가능성이 크게 제한됨을 인지하고 있다. 따라서, 실제 행동보다는 ‘말폭탄’을 통한 위협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공세를 강화할수록 기대하는 남남갈등보다는 강력한 억제를 요구하는 한국 내 여론이 더욱 커지는 반작용에 직면할 수 있다.

 

김정은은 2024년을 “위대한 변혁이 또다시 창조되리라는 확신”을 갖고 “투쟁”하자고 2023년 말 8기 9차 전원회의에서 역설하였다(「조선중앙통신」 2023/12/31).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2026년 개최될 9차 당 대회에서 다시 한번 계획 달성에 실패하여 고개를 숙이거나, 조작된 통계치로 혹세무민을 시도할 수밖에 없는 한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 2021년 8차 당 대회 때 수립한 국방발전 5개년 계획과 경제개발 발전 5개년 계획의 성공적인 수행을 위해서는 4차 년도인 올해 성과가 중요하다. 그러나, 경제 분야의 경우 5개년 계획의 목표인 2025년 말까지 경제 규모 1.4배 성장은 이미 불가능하다. 국방 분야도 5대 전략무기를 비롯한 최대치의 노력과 자원을 투입하여 명목상 목표 달성에 근접하나, 근본적 차원에서 한계를 노정한다. 고도화된 핵 능력을 확보하여 한미를 압박,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고자 하는 북한의 시도는 한미일의 협력 강화와 확장억제 제도화를 통해 핵의 효용성을 제한받고 있다. 북중러 협력을 강화하여 진영을 구축함으로써 외교 고립에서 탈피하고 반미전선을 확보하려는 북한의 시도도 이상 기류가 읽힌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매개로 북러관계에 집중한 결과 북한이 원하는 제재 해제인 ‘발전권’은 더욱 제한된다. 국제사회는 오히려 대북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더불어 북러 간 협력이 불편한 중국이 북한과 관계에 거리 두기를 하는 양상이 포착된다. 적대관계를 선포하면서 대남 노선을 전환한 것도 북한이 원하는 기대 효과를 거두기 쉽지 않다. 체제 경쟁에서 사실상 패배한 북한이 평화통일이 의미하는 한국에 의한 흡수통일에 대한 두려움으로 “령토 완정”이라는 무력 통일을 공식화한 것이다. 북한이 주도하는 통일이 요원해지자 나온 고육지책으로 “자기방어적 패배 선언”이다(조한범 2024). 그렇다면, 김정은은 2024년을 다른 의미에서 “결정적인 해”로 삼아야 한다. 선군의 기치가 더욱 무의미해짐을 깨닫고, 선경의 깃발을 올릴 때이다. 핵과 미사일 개발에 투여되는 자원과 노력을 경제발전으로 전환한다면 김정은의 생존력은 오히려 높아질 것이다. ■

 

참고 문헌

 

「노동신문」. 2023.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전원회의 확대회의에 관한 보도.” 1월 1일.

 

농촌진흥청. 2023. “올해 북한 식량작물 482만 톤 생산, 전년 대비 31만 톤 증가.” 12월 15일 보도자료. https://www.rda.go.kr/board/board.do?boardId=farmprmninfo&prgId=day_farmprmninfoEntry&currPage=1&dataNo=100000792230&mode=updateCnt (검색일: 2024. 1. 16.)

 

「조선중앙통신」. 2022. “김여정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담화.” 4월 5일.

 

______. 2022.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법령.” 9월 9일.

 

______. 2022.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전원회의 확대회의에 관한 보도.” 12월 31일.

 

______. 2023. “경애하는 김정은동지께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9차회의에서 뜻깊은 연설을 하시였다.” 9월 28일.

 

______. 2023.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전원회의 확대회의에 관한 보도.” 12월 31일.

 

조한범. 2024. “[더뉴스] 북한 "극초음속 IRBM 발사 성공"...잇따른 도발 의도는?” YTN. 1월 15일. https://www.ytn.co.kr/_ln/0101_202401151431204897 (검색일: 2024. 1. 16.)

 

통계청. 2023. “북한통계포털: 식량작물 생산량.” https://kosis.kr/statHtml/statHtml.do?orgId=101&tblId=DT_1ZGA55&vw_cd=MT_BUKHAN&conn_path=MT_BUKHAN&path=%252Fbukhan%252Fsearch%252Fsearch.do (검색일: 2024. 1. 16.)

 

한국리서치. 2023. “주요 5개국 호감도 정기조사.” https://hrcopinion.co.kr/index/countries (검색일: 2024. 1. 16.)

 

한국은행. n.d. “남북한의 주요경제지표 비교.” https://www.bok.or.kr/portal/main/contents.do?menuNo=200090 (검색일: 2024. 1. 16.)

 

Ministry of Foreign Affairs of the Russian Federation. 2024. “Press release on Foreign Minister Sergey Lavrov’s telephone conversation with Foreign Minister of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 Wang Yi.” January 10. https://www.mid.ru/ru/foreign_policy/news/1924819/?lang=en (검색일: 2024. 1. 16.)

 

中华人民共和国外交部. 2024. “王毅同俄罗斯外长拉夫罗夫通电话.” 1월 10일. https://www.mfa.gov.cn/wjbzhd/202401/t20240110_11221425.shtml (검색일: 2024. 1. 16.)


 

[1] 북한 발표 원문은 다음과 같다. “2023년도 경제부문의 총적인 장성규모는 당 제8차 대회 이전인 2020년에 비해...국내총생산액은 1.4배로 늘어났다.” 「조선중앙통신」 2023/12/31.

 


 

박원곤_동아시아연구원 북한연구센터 소장, 이화여자대학교 북한학과 교수.

 


 

담당 및 편집: 박한수_EAI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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